저번에 싸지른 소재에서 얀순2에 대한 내용이 부족한 거 같아서 또 빠르게 싸질러왔다.

https://arca.live/b/yandere/6989314


소설이라기 보단 짧은 머리로 가볍게 싸지른 단순한 소재여서 개연성이나 내용 면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저 짬시간에 재미용으로 즐겨줬으면 좋겠어.


*소리쳤던 얀붕이 친구 이름 대충 얀붕2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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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비가 그친 창가에선 따스한 오렌지 빛 석양만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


조용하다. 때는 황혼이지만 마치 이 순간만큼은 새벽처럼 느껴진다.


황혼빛 새벽에 들리는 것은 오직 나의 사랑하는 이의 울음소리만, 비는 이미 그쳤지만 투둑투둑 떨어지는 그의 눈물이, 


이 새벽의 빗소리가 내 마음을 충족하게 해준다.


지금 계절에 오렌지색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공기는 너무나도 차갑다, 하지만 그와 온기를 나누는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 여름보다도 뜨겁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시간도 잠시, 짐승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추하고 영악한 하이에나가 숨을 내쉬며 그의 향기를 쫒아 이곳으로 달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와 얼굴을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정말이지 영악하고 비겁한 그녀와 잘 어울렸다. 웃음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직 나의 온기만을 원하고 오직 나만을 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아 사랑스러운 당신, 


이 순간만큼은 당신만은 오직 나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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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어릴 적 부터 친했다.


그는 언제나 밝았다. 그의 가정적인 문제로 인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이 그의 천성이었다.


그는 언제나 주위를 보았다. 마치 한 명의 광대 인양 모든 관객의 안색을 살폈다.


그렇기에 그의 눈동자에는 또렷하게 상이 맺히는 일은 없었다. 언제나 빠르게 주변 상황을 읽어야 했고


스스로 그 상황에 녹아들어야했다.


나는 아마 처음부터 이런 모습에 매료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진지했다. 그의 웃는 모습 하나 하나에도 그의 노력이 담겨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반하지 않을리가 없다.


그의 순진하게 웃는 모습도 좋았다. 언제나 노력하지만 때로 나를 포함한 몇몇에게 보이는 어린애 같은 순진한 웃음도 너무 좋았다.


그래도, 그의 눈에 내가 비치는 일은 없었다.


그는 그래도 날 바라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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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기 함 하자!" 라고 한 명의 친구가 말을 꺼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애들이 얀순이가 너무 순진하고 소심하니까 이를 고치기 위해 짜고 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에 거절하지 않았다. 실제로 얀순이의 성격이 걱정됐고 그녀는 소심하긴 했지만 친절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상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얀순이랑 정말 친하게 지냈고 그녀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함으로써 그 이야기에 응했다. "ㅋㅋ 재밌겠네 콜"


단순한 내기가 끝나고 벌칙 내용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 누구 한 명하고 잠시만 사귀어보는 건 어때? 얀순이 너무 순진해서 걱정된다야 ㅋㅋ 그러다 눈 맞으면 쭉 가는 거고 별로면 우리가 도와줄게!"


사실 이런 식으로 묻지도 사람 사정에 참견하는 짓은 사람으로서 어떨까 싶지만 우리 순진한 얀순이는 "그래"하고 작은 목소리로 수긍하는 것이 또 씁쓸하면서도 웃겼다.


'애가 참 착해서 탈이야.. 이런대다가 순진하니까 애들이 다 걱정하는거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야~! 내가 언제 그랬어 새꺜ㅋㅋㅋㅋ"하고 큰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언제나 광대역할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흐뭇하게도 보였다. 그저 광대일 뿐이지만 그는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그러자 친구 중 한명이 말했다.


"그래 얀붕이한테 고백하면 어때? 활발해서 질릴 일도 없고 저렇게 보여도 본인 피셜 순정남이라고 하던데 ㅋㅋ?"라고 말했다.


내가 얀붕이를 보고 있던 것이 들킨 줄 알고 깜짝놀랐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호흡을 안정시키며 말했다.


"ㅋㅋ 걔가? 순정남이 언제부터 순박한 정신박약남자였냐, 그래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ㅋㅋ"라고


이때는 진심이었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했다. 하지만 그게 안될 것 같았다.


나는 그처럼 친절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라면, 얀순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둘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둘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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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은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되었다.


얀붕이는 나에게 여러가지 묻게 되었다. 평소엔 날 제대로 바라봐주지도 않은 주제에 뻔뻔하기에 그지없다.


하지만 그와 그렇게 이야기 하는 순간이 소중했다. 그 시간만큼은 그는 나만을 봐주었다.


그래도 나는 진심으로 그 둘의 사이에 대해 조언해줬다. 반해버린 사람의 약점이랄까


얀순이는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얀붕이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도 그와 금방 친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연애가 계속될수록 그의 눈에는 얀순이의 상이 또렷하게 맺혔다.


나에겐 그랬던 적 없었던 주제에.


그는 더욱 멋있어졌다. 사랑은 사람을 강하게 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그녀도 견고해졌다. 아니, 견고해진 척 했다.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광대인 얀붕이는 좋든 나쁘든 여러 사람을 꼬이게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보는 눈만큼은 확실하다고 자부한다. 그렇기에 얀순이가 거짓을 토하는 것은 말 그대로 토냄새가 날 정도로 역겨웠다. 그는 저렇게나 정직하고 눈부신데.


연애가 계속되더라도 얀순이는 성장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 이상이었다니, 내 사람보는 눈도 많이 이상해졌나보다. 하지만 그녀가 역겹다는 것만큼은 정확했다.


그럼에도 그는, 얀붕이는 그녀를 눈에서 지운 적이 없었다.


어째서? 그런 비겁한 년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거야?


난 너만을 바라봤는데

난 언제나 네 앞에서 만큼은 숨김없었는데

난 네가 한 번만 나를 바라봐줬으면 했었어

네가 눈 돌리더라도 난 언제나 그곳으로 직접 움직여 손을 흔들었어

난 언제나 네 편이었는데


어째서 그 눈에 그래도 나는 비치지 않아?


나는 울었다.

나는 절망했다.

나는 절규했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를 정말로 사랑했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난 천천히 생각했다, 천천히 계획했다, 천천히 집어 삼켰다, 천천히 그의 얼굴에 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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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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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네 여자친구잖아!"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네가 그럴 줄은 몰랐어, 실망이야"


소나기가 오려나...


"솔직히 실실 쪼갤 때부터 조마조마했어"


"광대 주제에 나서니까 그런 거 아니야?"


뭉개뭉개 더러운 검은색 비구름만이 서로를 부둥켜 껴안고 있다.


나는 잠시 창문에서 고개를 때고 얀순이를 바라보았다.


'너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얼굴 밖에 짓지 못하는거야? 넌 다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역시 넌 변하지 않았어'


"야 얀붕, 얀순이가 정말 네가 좋아서 사귀자고 한줄 알아?"


투둑투둑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이거... 하교하기 전까지는 그치면 좋겠네...


"그게 무슨 소리야?"


그의 떨리는 목소리, 아마 처음이다. 그가 이렇게나 슬퍼하는 목소리를 내는 건.


"ㅋ 얀순이는 네가 좋아서 고백한 게 아니야, 내기에서 져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지, 사실 처음엔 얀순이가 소심한 성격이니까 걱정돼서 그런 건데 이럴 거면 하지 말 걸 그랬어."


빗소리는 더욱 거세져만 간다.


"우리가 네가 어떠냐고 말했을 때 얀순이의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진~짜 얼마나 맘이 아프던지"


그래 맘이 아팠다. 그가 다른 사람의 곁에 간다는 것에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하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던 두 사람이 전부 행복해진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하지만하지만 결국 얀순이 너는 그저 그런 표정밖에 짓지 못하고 결국에 그를 슬프게 만들었어.


번쩍 하늘이 깜박였다.


"알겠어? 얀순이를 널 사랑하는 게 아니야, 넌 그저 광대일 뿐이야 그러니까 눈앞에서 꺼져"


콰강!


아이쿠 깜짝이야


그리고 나선 빗소리가 천둥 후의 이명처럼 귓가를 간지럽혔다.


맞아꺼져

쓰레기새끼

없어져

병신새끼

광대 주제에

나대니까 험한 꼴 보는 거 아냐


오늘따라 빗소리가 요란하다.


쾅! 또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닌가보다. 교실의 문을 바라보니 얀붕2가 서있었다.


 "아주 듣자 듣자 하니까 난리 통이네 시발 여기가 무슨 시장터냐? 무슨 공연이라도 해? 구경거린 줄 알아?"

"아주 서커스가 따로 없네, 여기저기서 코끼리처럼 생긴 새끼들이 짖어대고 사자 대신 구석에 고양이를 데리고 왔네! 아주 그냥 죽이는구만!"

"광대 광대 시끄럽네, 지금 진짜 광대는 누군지는 알아? 광대 새끼들아"

"광대는 광대답게 막이 끝났으면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라고, 다들 꺼져!"


역시 얀붕이의 절친답다. 하.. 진짜 얀순이에게 손톱의 때라도 다려주고 싶네.. 나도 다르진 않지만


아.. 시간이 됐네


이제 슬슬 가볼까.. 하고 나는 얀붕이와 얀순이를 보며 밖으로 나왔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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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광대짓을 아무리 자랑스럽게 여기더라도 그도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가 지칠 때마다 옥상으로 온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비에 젖지 않은 그늘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거기엔 당연하다는 듯이 나의 사랑하는 이가 서있었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하고 얀붕이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참 이런 상황에도 강한 척하긴, 이런 모습 때문에 반한거지만 너도 나도 참 얼간이 같네 ㅋㅋ'


그런 시답지도 않은 생각을 하면서도 서로의 공통점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뻤다.


"야 강한 척 하기는, 얌마 남자도 울 땐 우는 법이야 요즘 시대가 언젠데 그러냐 이 누님한테 다 맡기고 앵겨라"


팔을 활짝 열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이런 진심이 통한걸까. 아무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정말 나의 품으로 들어왔다.


"정말 나는 그저 광대에 불과한걸까? 광대에겐 너무 과분했던걸까? 나는 어떻게 했어야하지? 난.. 난..."


하며 울면서 물었다. 아마 내게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충분했다. 그가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고


그게 자신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기뻤다.


"나도 이제 지쳤어.. 괜찮은 것 같았어.. 하지만 또.. 나는 또 이렇게 광대일 뿐인걸.."


나는 그녀와 다르다. 나는 널 만나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됐어. 그러니까 난 너에게 말할래


"얀붕이.. 넌 광대고 머고 일단 그전에 그저 얀붕이일뿐이야 넌 그 자체로도 충분해 누가 머라해도 오랫동안 봐온 내가 보장할게 그러니 널 부정하지마 마치 그러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부정하는 것 같잖아. 넌 그저 네 길을 바라보면 돼. 다른 시선은 상관쓰지마 오늘처럼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면 돼 서커스에서 광대가 실수하면 그걸로 끝이야? 애드립으로 이겨내란 말이야"


진심이다. 언제나 네 곁에는 우리가 있다. 이 말을 처음부터 알려주고 싶었다.


"정 아니면 내가 니 서커스의 바니걸이라도 되어주마! 어때 이렇게 귀엽고 섹시한 바니걸! 영광이지! 아 얀붕2 한테는 불고리 넘는 사자가 딱이네 고리에 불붙고 장난 아니겠는데? ㅋㅋ"


하며 나는 웃으며 말했다


"ㅋㅋ.. 섹시하긴 개뿔..."


아직도 그의 목소리는 약했다 그러나..


"야..얀붕이"


그의 안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그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내 귀를 간질였다.


"좀만.. 좀만 더 이러고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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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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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가 사랑하는 그 이를 보며 울고 있다.


역겹다 토가 나올 것 같다. 그녀의 흐느껴 우는 소리는 정말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내 사랑은 그런 그녀를 인식하지 못했다. 오직 나만을 원하고 나만을 갈구하고 있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나를 바라고 있다.


아아... 드디어


그는 그래도 날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