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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는 얼굴에 햇빛이 비쳐 들어오는 듯한, 따뜻하게 피부를 간지럽히는 감각이 들어 천천히 눈을 떴어.


“후우....”


얀순이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난 후 보인 것은, 바닥에 마구 벗은 채 어지럽혀진 옷들과, 침실의 창문 밖에서 비쳐 들어오는 햇빛과, 바로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는 얀붕이의 모습이었어.


“후후후... 나 사고친 건가?” 


얀순이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살짝 웃었어. 대개 이런 상황에서 사고를 쳤다는 말은 임신해 버렸을 때 쓰는 거였지만 -얀순이는 피임을 확실히 했기에 임신할 일이 없을 테니- 어째서인지 무의식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지.


“얀붕아-.”


얀순이는 얀붕이 곁에 앉아 조용히 얀붕이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속삭였지. 어젯밤에는 그렇게 짐승처럼 자신을 몰아붙이더니 오늘은 조용히 쿨쿨 자고 있는 모습이 얀순이에게는 귀여워 보였어. 


“으응?”


얀붕이는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눈을 떴지. 꿈에서 방금 깨어난 듯한 눈을 하고서 얀순이를 내려다보는 얀붕이는 이내 얀순이를 꼬옥 안았어.


“좋은 아침. 사랑해..”

“푸흐흐, 나도.”


일어나자마자 아침 인사를 사랑한다는 말로 때우는 얀붕이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얀순이는 웃음을 터트렸지. 나도 사랑해- 그 말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반복하면서.


“...따뜻해.”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안긴 채 얀붕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어. 말랑말랑하면서도 따뜻한 근육을 느끼며 오랜 시간 동안 얀붕이를 안고 있었지. 얀붕이는 얀순이의 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어.


“이제 씻으러 갈까?”

“으응... 자, 잠깐!” 


얀순이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다가, 뭔가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이상하다 싶어 소리쳤지.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허리와 허벅지가 받혀진 채로 마치 공주님처럼 안겨 있었어.


“후흐, 얀순이 가벼워.”

“굳이 안 들어줘도 되는데...”


얀붕이는 얀순이를 안아 올린 채 그대로 욕실로 향했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자신을 가볍게 들어 올리는 얀붕이에게 얀순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지. 어쩌면 좋아. 사랑해, 얀붕아, 사랑해. 사랑해-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들리지 않도록 아주 작은 소리로 얀순이는 반복하고 있었어.


얀붕이는 얀순이를 조심스레 따뜻한 물이 가득 차 있는 욕조 안에 앉히자 욕조의 물이 살짝 넘쳐 흘렀어. 이내 얀붕이도 욕조 안으로 들어와서는 얀순이를 꼬옥 안았지.


“근데, 목욕물은 언제 받아 놓은 거야?”


얀순이는 장미 향기가 풍기는 욕조 안에서, 물 위에 떠오르는 장미 꽃잎을 손으로 건져 올리며 얀붕이에게 말했어. 나보다 미리 깨어나서 받아 놓은 다음에 침대로 돌아온 걸까. 얀순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목욕물의 온기를 느꼈지. 마치 방금 전에 받아 놓은 것처럼 목욕물은 따뜻했어.


“미리 예약해 뒀어. 오늘 아침 9시쯤에 받아 놓으라고 설정해 놓았으니까. 마침 딱 우리가 그때 일어난 거고.”


얀붕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지. 그렇구나. 얀순이는 조용히 말하고선 눈을 감았어. 얀순이의 집에도 목욕물을 받는 기능은 있었지만, 예약 기능도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고 써 보지도 않아서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얀붕이는 참 좋은 사람이구나.’


얀순이는 눈을 감은 채 미소 지으며, 얀붕이에게 안긴 채 생각했어. 나에게 최고의 하룻밤을 선사한 다음 날까지 준비해 주다니. 얀붕이랑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갈망이 얀순이에게는 점차 강해지고 있었어.


“얀붕아.”

“응?”


얀순이는 눈을 뜨고선 얀붕이를 올려다보며, 몸을 얀붕이 쪽과 마주하도록 돌렸어. 이내 얀순이는 얀붕이의 목에 팔을 걸치더니 조용히 키스를 시작했지.


“왜 그ㄹ-? 으읍...”


얀붕이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얀순이에게 입이 막혀 버려 말을 끝맺지 못하고 말았어. 두 명의 혀가 섞이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혀의 음란한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지. 이내 얀붕이가 숨을 쉬는 게 힘들어지는 듯한 감각이 들자 얀순이는 마침내 입을 뗐어.


“하아... 얀붕아?”


둘의 혀에서는 길고 끈적한, 서로의 타액이 섞여 만들어진 빛나는 실이 늘어나다가 끊어졌어. 얀순이는 자신의 입가에 묻은 타액을 요염하게 혀로 핥으며 얀붕이에게 말을 걸었지.


“응, 왜?”


얀붕이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얀순이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이렇게 자신이 리드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얀붕이는 얀순이를 꼬옥 안았지.


“얀붕이가 나한테 키스해 줬으니까.. 어젯밤에. 그거에 대한 답례야.”


얀순이는 얀붕이의 품에 안겨 그대로 목욕을 즐기기 시작했어. 이내 얀붕이의 팔이 자신을 감싸는 기분 좋은 감촉이 들며 얀순이는 눈을 감았지. 이내 얀붕이는 미소 지으며 얀순이를 쓰다듬었어.


“고마워. 사랑해.. 정말로.”

“나도 사랑해.”


둘은 그 뒤로 1시간 정도 목욕을 즐기다 밖으로 나왔어. 목욕을 하는 동안 잠깐 몸을 만지거나, 목욕물이 찰랑거리거나 넘치기는 했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는 둘만이 알고 있겠지.


얀순이와 얀붕이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어. 얀순이는 어제 데이트를 할 때 입었던 원피스와 속옷들을 가방에서 꺼내 입었고, 어젯밤에 입었던 옷들은 전부 가방 안에 집어넣었지.


“얀붕아, 내일 봐. 사랑해..”


얀순이는 땀에 젖은 검은 셔츠 대신에 흰 셔츠를 입고 있는 얀붕이의 품에 안긴 채, 살짝 얀붕이의 볼에 입을 맞췄지.


“나도 사랑해, 얀순아... 내일 보자.”


얀붕이도 얀순이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춰 주고선, 자신의 집을 나가는 얀순이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줬어. 얀순이는 미소 지어 보이더니 이내 문을 열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지.


삐빅- 삑, 하고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지. 얀순이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선 문을 닫고 어제 얀붕이와 하룻밤을 보낼 때 입었던 옷을 꺼냈어.


“얀붕이 향기... 달콤해.”


어젯밤에 자신에게 키스를 했을 때, 자신을 꼬옥 끌어안았을 때에도 풍겼던 그 달콤하고도 끈적한 향기를 맡으며, 얀순이는 얼굴을 붉혔지.


“평생 같이 이 향기를 맡고 싶어. 이 향기가 나한테도 났으면 좋겠어...”


얀순이는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기분 좋은 향기를 느꼈어. 얀붕이의 향기와 장미 향이 짙게 배어 있었지. 이 향기를 평생 동안 내 몸에서 맡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얀순이는 일요일 내내 부모님이 돌아올 때까지 그 옷에 배인 향기를 맡으며 스스로를 위로했어.




그 이후로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마침내 얀붕이와 얀순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어. 학교에서 졸업식이 완전히 끝난 후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있었지. 중학교 때와 변함없이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에 둘은 살짝 웃었어.


“얀붕이랑 같은 대학 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얀순이는 옛날처럼 꽃다발과 졸업장을 든 채 얀붕이와 함께 눈이 내리는 학교를 걸어 다니며 얀붕이에게 말했어.


“나도 어떻게 그런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후후, 얀붕이는 머리가 참 좋으니까.”


둘은 최상급 대학의 같은 과에 합격하게 되었어. 합격 발표에서 자신과 얀붕이의 이름을 보았을 때 얀순이가 울면서 얀붕이에게 달려갔던 것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지. 중학교 때 이 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보다 더 많이 울었던 느낌이 들었어.


“나는 좋아. 얀붕이를 계속 만나고 볼 수 있으니까.”


얀순이는 얀붕이의 손을 잡고 얀붕이를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어. 얀붕이도 미소 지으며 얀순이에게 살짝 입을 맞추었지.


“나도 얀순이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아.”


“얀붕아, 나 앞으로도 계속 얀붕이 곁에 있어도 돼? 나 정말 얀붕이 사랑하고 좋아해..”


얀순이는 아무도 없는 교정 뒷편에서, 중학교 때처럼 얀붕이에게 안긴 채 얀붕이를 올려다 보며 애타게 말했지.


“응. 그래도 돼. 나도 얀순이 정말 사랑하니까. 좋아하고...”

“.....고마워.”


얀순이는 눈물을 흘리며 얀붕이와 키스를 했어. 눈이 내리는 환상적인 장소에서, 자신이 계속, 앞으로도 더 많이 얀붕이를 사랑해 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터져 나왔지. 얀붕이는 그 모습을 보고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었어.


“왜 울고 그래.”

“그냥... 너무 좋아서.”


얀붕이와 얀순이는 그렇게 서로에게 안긴 채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냈어. 시간이 흐르고, 더욱 성장하고, 학교의 모습도 바뀌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