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릴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들어 남들은 전부 a라고 답한다면 그녀는 항상 다른 창의로운 답을 했다.

좋게말하면 통찰이고 나쁘게말하면 부적응이다.

그녀의 뒤틀린 시각에게 얀붕이는 최적의 신랑감이었는지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끝없는 구애를 보냈다.

흔하디 흔한 남자들중 한명인 얀붕이는 왜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청초하게 땋은 흑색의 긴생머리,남들과는 다른 통찰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눈,그리고 그런눈을 보좌하듯이 또렷하게, 아름답게 위치해있는 코,입은 그녀의 미모를 더욱 더 아름답게 해주었다.

그런 얀순이의 끝없는 구애애 못이겨 얀붕이는 얀순이와 연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까지 성공했다.

얀붕이로선 더할나위 없는 행복한 신혼생활이었고, 그녀도 항상 행복한 얼굴을 짓고 얀붕이와 뜨거운 신혼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어느날, 신혼의 행복을 질투하기라도 하듯 불행은 귀신같이 찾아왔다.

똑같은 하루, 얀붕이는 출근준비를 하고 그의 아름다운 아내에게 입맞춤을 한뒤 집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에 가기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얀붕, 하지만 신호위반 차량을 미처 보지못하고

'끼이이이이익!! 쾅!!!'

그녀의 아내가 보지못한걸 다행이라고 생각할정도로 끔찍한 사고가 얀붕이를 덮쳤다.






"아무래도..이제 기적을 바라는 수 밖에.."

의식의 저편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들린다.

"그럴리없어요..의사선생님..제발.."

그리고 그리운 목소리가 내뇌를 스쳐가고

"숨만 겨우붙어있지 몸의 손상이 너무 심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럴리가..흑..흑..얀붕오빠 없이 어떻게 살아가라고 ........"

미친듯이 눈물흘리며 울부짖는 얀순이의 모습은 얼마나 처절했는지
주변의 간호사,의사,환자들조차 그녀를 위로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떠난후..



"아하하..하하하하하..헤헤..여보오♡ 얀붕아아~♡어서 일어나아~♡ 늦잠은안돼♡ 어서어~♡ 늦잠은 5분까지라구~♡여보 자는척하는거야? 이렇게 예쁜 새신부가 신랑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어서..어서일어나요"

정신을 놔버린듯한 그녀의말

그녀의 시각은 비틀어져 있었지만 사실은 왜곡되진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그녀의 본능은 그녀의 마음을 떨어지는 심연에서 구해내기 위해 그녀의 시각을 방어기제로 이용해버렸다.

그녀의 또렷하고 빛나는 통찰과 창의의 시각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다만 그아름다운눈에 광기와 왜곡,소유욕과 보호본능이 들어차고

그녀의 눈에서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그의 아내의 광기어린 말을 마지막으로 그의 의식은 다시 암전되며 무의식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사건이 터지고 1달후 얀붕이는 눈을 떳다.

"환자분? 정신이 드시나요?"

"저 여긴.."

다급하게 콜을 보내는 간호사, 그리고 잠시후 들어오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간호사, 환자 상태는?"

"전부 정상입니다. 체온도 혈압도 뇌기능도 모두 온전합니다."

그제서야 얀붕이는 생각이 났다.

"아..나 사고났었지.."

"환자분은 사고이후로 1달이 지난 지금 일어나셨습니다."
의사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말과,

"예..? 1달이요?"

사무치게 보고싶은 아내의 얼굴이 뇌리에 박혔다.

"제..제아내는요? 제 아내는 괜찮나요?"

"어? 그러고보니 환자분 보호자가.."

"그날 사고이후로 부터 쭉 병원에 안오셨는데.."

그럴리가 없다, 얀순이라면, 내아내라면 분명히 내옆에서 날 간호했을텐데

"저..잠시 집에 갈수있나요? 아내를 봐야할거같아서요"



아내를 보러 집에가는도중 많은 생각이 들었다.
1달동안 한번도 얀붕이를 간호하러 안왔다니,
그녀의 성격상 그시간동안 불륜을 할리는 없다.
그럼 대체왜? 무슨일이 생긴건가?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뒤얽히고, 마침내 나는 집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리는 아내의 달콤한 목소리

"네에~누구세요~"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고

거기엔 얀붕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서있었다.

"얀순아.."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에 그의 목은 막혀버렸다.

"아! 여보왔다!♡ 아직 오후3시인데 일찍왔네~♡"

그러나 아내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

얀붕이는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걸 직감하고,

"저기..저기얀순아? 여보? 여보!!"

얀붕이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우웅~ 왜그러는거야아.. 아핫♡ 여보♡ 벌써 하고 싶구나~?♡ 알았어..잠시만♡ 자 벗을게..♡"

밝고 총명했던 그녀의 두눈은 안개가 낀것마냥 흐리고 어두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얀순이는 티셔츠를 거꾸로 입고있었고 머리도 푸석푸석하고 많이 초췌해졌다.

"여보..여보 괜찮아?"

"우웅~난 괜찮지~♡ 자♡ 우리여보 배고플텐데 어서 밥먹자~♡"

터덜터덜 그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말그대로 난장판 이었다. 어디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전부 나 때문이다. 내가 그날 좀더 조심했더라면
나도, 내아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여보오..왤케 힘이없어보여요~? 자아 괜찮아♡ 아내한테 안겨요♡ 응응..♡ 괜찮아~ 아무일도 없었어~ 설령있었어두 다 잘될꺼야..♡"

"그래..다 잘될꺼야"

그녀의 통찰을 보는 시각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책을하며 삶의 희망을 잃어가던 얀붕이에게 우연이지만 말로써, 행동으로써, 그를 구해냈다.

난 아내의 도움만 받는구나..

서러운 눈물이 얀붕이에게서 터져나오고 아내의 품에 안겨 잔뜩 눈물을 쏳아냈다.


진정이될무렵,

부엌으로 들어가서 국을 뜨는 아내, 하지만 냄비안에 들어있었던건 맹물이었고, 식탁에 있던건 차갑게 식은 맨밥뿐,반찬이란 없었다.


"헤헤..♡국이 잘됐어♡ 자 여보 아앙~♡"

"아앙.."

맹물이 담긴 숟가락을 입에넣으며,

그때 얀붕이는 결심했다.

그녀는 나와는 뒤틀린시각 에서 살고있지만,
이번엔 사랑스런 얀순이 이자 자신의 아내를 구하겠다고 스스로에게 결심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얀붕이는 1주일에 한번씩 병원에 갔어야 했다.

"저기..여보 나 병원에 가야하는데.."

아까전까지 헤실헤실 웃으면서 얀붕이의 어깨를 주물러 주던 아내는

얀붕이의 한마디로

"네? 병원? 여보가 병원에 왜가 안돼 절대안돼 가지마 바람피러가는거야? 제발 안돼 가지마가지마 여보? 듣고있어? 내가 분명히 말했어 가지말라고 병원핑계로 바람피러가는거지? 어떤년이야? 그 간호사야?"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아니 정신을 놓은 표정을짓고 얀붕이에게, 남편에게 말했다.

그리고 몇분뒤,

"흑..여보..제발 날..나를 버리지 말해주세요.. 흑..여보말 다 들을께요..그러니 제발 절 버리지 말해주세요.. 그..그 바람피는거 허락할테니..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흑..말 잘들을께요.."

완전히 다른 사람 처럼 얀붕이에게 울면서 말하는 얀순이

그런모습에 얀붕이는 어떤 짜증나는 감정도 들지않았다.

오히려
아, 나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정신이 나갈정도로 나를 사랑해 줬구나.

오히려 자신의 아내에 대한 존경심과 연민이 들었다.

그런생각을 할무렵 얀순이는 또 다른 사람처럼
이번엔 끈적하게 얀붕이를 덮쳐왔다.

"헤헤♡ 여보오~♡ 많이 쌓였지..♡ 그러고보니 요즘 바빠서 못했네.. 자아♡ 우리 아기만들자 우리 둘의 사랑의 결정을 만들자 여보♡ 나 여보 아이들 잘 낳구 잘 길러줄께요..♡ 어서..♡"

물론 지금 상태에서 얀순이가 임신하는건 위험하다.
아내가 임신하지 않게 조심히 아내와 사랑을 나눈후
진정한 그녀를 재운뒤 그녀를 치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얀붕이가 교통사고를 당한지 어느덧 1년, 자신이 사고후 깨어났던 병원에서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의 손을 잡으며 얀붕이는 밖으로 나왔다.

그녀를 치료하기위해 정신과에 치료를 꼬박꼬박 같이 받으러 가고,
항상 그녀옆에서 그녀를 돌봤다.

얀붕이의 지극정성에 신도 감동했는지, 아내의 뒤틀린 시각은 점점 나아졌고, 기억도 돌아왔다.

"이젠 안나오셔도 될거같습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얀붕,얀순부부님"

그녀의 완치판정, 난 뛸듯이 기뻤다. 그녀의 총명하고 또렷한 눈은 다시 돌아왔다.

이대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면 해피엔딩이겠지만,

하지만 고치지못한게 하나 있었다.

"여보.. 아까 저 간호사 봤지.."

"아냐아냐..안봤어"

"집에가면 간호사옷 입어줄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거짓말해서 미안.."

그녀의 집착과 질투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얀붕이와 얀순이는 그후로도 서로를 지극히 아끼며 살았다.













박완서의 엄마의말뚝에서 영감을 얻었음.. 못쓴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