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셋이서도 감싸지 못할 거대한 크기의 아름드리 나무, 곧 봄이 찾아온다 알리는 듯한 병원 공원 근처에 만연한 생화들


그리고 병원 맞은편에 새워져있는 얼추봐도 100층을 넘어보이는 빌딩에, 아래에는 활동하기에 편한 스포츠 팬츠를 입고선 상의를 탈의한채 바디워시를 광고하는 여자가 비쳐져있었다





“가좆부가 쌩지랄을 떤지도 얼마 안됬는데

어떤 미친놈이 해킹 실력 자랑한답시고 저딴...”





하필 일어나서 처음 본다는것이 저딴거이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사고가 일어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보려 하지만 머릿속 깊은 장벽이 쳐져 마치 자신을 밀어내는 듯 하였다




이제 막 일어나 사고가 힘든 까닭일까, 멀쩡했었던 평상시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려 할 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며 스스로 사고하기를 거부했다



몸에는 각기 할일이 맞춰져 있어 신체적 조건에 알맞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머리는 그 역할을 거부하는것이지



쉴틈없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채 간신히 침대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 너스벨을 눌렀지


이건 자신이 어떻게 해볼 정도를 넘어섰으니까 말이야








띵동ㅡ





에이씨 안그래도 오줌 가려주랴 똥 가려주랴 

학창시절 봉사안했던거 다 여기서 갚네



“김 간호사, 시간 남아?”


1101호실 벨 울렸어 아마 높은 확률로 진통 때문일테니까, 비마약성 진통제 가지고

아, 아세트아미노펜 들어있는 거니까 잊지말고.



어린얘도 아니고 그정도 고통에 찡찡대긴.





물론 그녀도 외상으로 인한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잘 알지만, 그래도 고된 간호업므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와 피로는 말로 못이룰 수준이라 불평이 쏟아져 나오는것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었다





“저...그런데....조 간호사님, 1101호실이면...VVIP병실 아녀요...?”


그 공명정대하기로 소문난 병원장님이 특별지시한...




“....아.”



너스벨 울린지 몇분이나 지났지...?




“기..김간호사! 지금 당장 병원장님 호출하고 간병중인 간호사 제외하고 당장 11층으로 올려보내!!”







클났다 클났어 아아아 아무리 피곤하다 해도 그렇지

미쳤어 진짜 조혜림 너 어쩌려구 VVIP환자를...!





쉴새없이 달리는 제 발과는 달리 끊임없이 자책하며 

자신의 태만을 원망했다






“조 간호사님! 환자분 지금 쓰러져계시는데...!”


이...이거 어떡하죠 호..혹시라도 잘못 만졌다가 해고당하고 고소라도 먹으면....



“환자 앞에서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바이탈 사인 체크하고 정맥 찾아서 영양제 투여해!”


“화..환자분 숨을 쉬지 않아요..!”


“김 간호사 너는 간호장님 부르고 너...너...그래 심아ㅎ..아니 심 간호사랑 임 간호사는 지금 당장 심장 제세동기랑 이지경이 되고도 안오는 병원장님 좀 여기로 데려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하나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병실.

그 바닥에 엎어져있는 유일한 남자는 언제쯤 눈치껏 일어날까 고민중이었다



눈을 감은채로 누가 접근해 순간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을 뿐이지 심정지 같은 거창한것은 아니었다





상황에 걸맞지 않은 진지한 고민을 머릿속 공장에서 계속 자전시키다 자신의 가슴팍을 거칠게 열어젖히는 

드센 손길에 얼굴을 굳히며 눈을 부릅떴다






“........”


“............”






서로의 얼굴을 향해 의미없는 치열한 눈빛과 허망한 눈빛의 공방을 몇초간 이어가다가

이내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작성일자 20.9.12 10:22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