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대식아. 들어오그라."

비 오는 날. 빠진 이빨의 고통과 흐리멍텅한 시야 사이로 누군가 밀짚모자를 쓰고 손을 흔드는게 보인다.

"대식아. 멋하고 섯냐? 또 나그 후리고 도망가불게?"

그렇게 말하는 손엔 나무 방망이가 들려있었다.

"야~ 대식아! 하믄 나가 뭐라 그랬능가?"

떨리는 입을 가까스로 뗐다. 뭉개진 발음이 새어나왔다.

"자..잘 다라야 하니다.."

"아따, 그런데 왜 말을 안들어쓰까잉.."

방망이가 얼굴로 날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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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려즈에요..."

아프다.

"싫어요. 내가 미쳤다고 당신을 놔줘요?"

"에바.. 에바요..."

"제발은 무슨. 아, 진짜. 할아버지!"

문이 벌컥 열렸다. 해맑은 노인네가 눈에 보인다.

"우리 손녀가 나를 뭐땀시 불러쓰까? 야그가 또 울었제? 쪼까 기다리라."

목덜미가 강하게 붙잡혔다. 방망이가 배를 강타했다.

"아, 할아버지! 얘 그만 때려요! 제가 몇년씩이나 기다렸는데 얘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그래요?"

"야 손은 니가 망가트렸제잉."

"안들려요!"

"알긋다. 요 할아버지는 다시 소금질 하러 간다잉."

"다녀오세요."

문이 닫혔다.

"사랑해."

눈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