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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타고 마천루의 숲 속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출근길이라 그런지 차량에 교통 체증이 심하다, 조금 가다가 다시 멈추고, 또 조금 가다가 다시 멈추는 상황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다.

멍하니 차 안을 바라보는 아름,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차 안의 설비는 놀라울 정도로 하이엔드의 사양이었다.


의자 등받이가 저절로 따뜻하게 되네, 이 무슨 비인간적인 기술 발달이란 말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덕성 1리에서 나고 자란 한아름에게 있어서 열선이 깔린 의자 등받이는 그야말로 21세기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혁명과도 같은 물건 그 자체였다.


이게 바로 이 세계의 물건!!!!!!!


이솝 당신은 옳았어!


바람과 태양이라는 동화에서 나온 나그네가 태양의 따뜻함에 온몸에 잔뜩 두른 옷들을 하나, 둘씩 벗듯이

열선 시트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에 천천히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는 한아름.

이 얼마나 위대한 과학의 산물 그 자체!!!


옆자리에 앉아서 차를 몰고 있던 여자가 전 회귀, 그리고 전전 회귀 때 자신을 무참하게 칼로 찔러죽였다는 사실은 어느새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열선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온기에 경계심이라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안일한 표정으로 시트 위에 녹듯이 퍼져버린 한아름이었다.

수능 등급 총합이 40의 미라클 보이! 한아름에게는 아주, 조금의 경계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등만 따뜻하면 뭐든지 괜찮다, 몸만 편하면 뭐가 됐든 상관없다는 식의 무사안일 그 자체!!

그야말로 인간 참피, 짐승과 인간의 경계를 무차별적으로 넘나드는 그에게 있어서 열선 시트는 고양이 앞의 츄르나 다름없었다!


설마 이번에도 죽이겠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칼로 찔러죽이지는 않을 거 아니야, 그치?


온몸의 피로가 풀리기 시작한다, 뻐근한 근육이 점점 따뜻한 시트의 온기에 얼음이 녹듯 녹아내리고 있었다.

안전벨트를 차지 않았더라면, 이미 의자 아래로 몸이 그대로 녹아 흘러내릴 것 같은 그런 위태로운 상태가 되어버린 한아름.

그리고 그런 아름의 행동이 이상한 듯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차를 몰고 있던 그녀가 아름을 향해 말을 걸었다.


"... 아름아 혹시 불편하니?"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불편해 보이는 것 같은데"


"아니요, 저는 지금 이 상황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데요."


"...? 좀 불편해 보이는 것 같은데, 편하게 있어."


"아니에요, 저 지금 완전 편해요.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그러니..? 아냐 괜찮아,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말이야..."


"저는 이게 제일 편안한 자세에요"


그런 그녀의 말에 다시 잔뜩 풀린 긴장을 다시 잡기 시작하는 아름이었다.

신병 전입해 왔을 때, 생활관 침상 끄트머리에 앉아서 등허리를 쫙 편 이등병처럼 딱딱하게 얼어붙기 시작하는 한아름,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쿡쿡 찌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편하게 있으라는 말이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점점 더 등과 허리가 빳빳하게 굳어지기 시작하는 아름이었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말이 트리거가 되어, 아름의 기억 속 저편에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 숨겨둔 조그마한 기억의 조각이 의식의 영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야 편하지? 아냐 편한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너 편해 보이는데? 아이 뭐 솔직하게 말해, 요즘 군대 편하잖아, 어? 편하다고? 군 생활이 만만해?

야 뒤질래? 너 내가 만만해? 만만하냐? 니 위에 내 아래로 전부 흡연실로 싸그리 다 집합해라, 10초 준다.


끼에에에에엑----------


이제는 전역한 군 생활의 PTSD가 기억나기 시작하는 한아름!!

잠시 따뜻한 열선 시트의 어마어마한 안락함에 잊어버렸던 공포심이 다시 망각의 저편을 뚫고 그의 기억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잠시 잊고 있었어, 내 옆에 있는 나를 두 번 죽인 여자라는 것을!!!!!!


화전 양면 전술의 끝판왕!


겉으로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여자.

그야말로 인민군 같은 그런 무자비한 여자! 아름은 자신의 옆에 앉은 그 여자가 언제든지 자신에게 칼을 휘두른 미친 광년이라는 사실을 다시 기억했다.

거의 뭐 과장 하나 안 보태고 김정은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그런 여자라는 것을 다시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한아름.

지금은 이렇게 웃고 있지만, 또 자기 마음대로 칼로 나를 푹찍푹찍할지도 몰라.

이미 유전자 단위로 새겨진 그녀에 대한 공포심을 떠오르기 시작하는 한아름!!!!

말 그대로 굶주린 호랑이를 눈앞에 맞닥뜨린 가녀린 초식동물 그 자체!!!!!!!


끼요요요요요요요요욧!!!!!!!!


그것도 보통 토끼가 아니라 잔뜩 겨울잠을 잔 굶주린 호랑이가 사는 굴에 들어가는 개 멍청한 토끼!!!!!!!

친절하게 자신의 두 발을 묶은체 호랑이 굴에 끌려들어 가는 토끼는 한아름 그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 했는데!!!!!!!!!!!!!!!!!!!!! 중대장님이 화전 양면 전술을 조심하라 그랬는데!!!


아까 카페에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따스함에 속은 게 이런 결과를 가지고 오다니!

그야말로 페이커도 무릎을 탁! 치고 갈만한 스노우볼 그 자체!!!!!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위기에 빠진 바퀴벌레의 IQ는 430까지 올라간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앞에서는 바퀴벌레 같은 한낱 미물도 자신의 두뇌를 쥐어짜네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해 후손을 남기곤 하지.

나, 박산 한씨 한소공파 34대 후손 한아름이 여기서 살인마에게 끌려서 목숨을 잃을까보냐!!!!!!!!!!!!



이미 주워담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 물병의 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건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

뭐 썩 그렇게 기대할 정도의 세계는 아니지만, 정조역전의 세계에 온 한아름의 옆에 있는 공공장소에서 칼이나 휘두르는 미친 살인마나 다름없었다.

뭐 죽으면 또 다시 MH 건설 앞에서 태어나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회귀했으면, 이 세계 특전으로 회귀 능력을 받은거나 마찬가지지.

그야말로 기적의 논리 그 자체!!!, 하지만 목숨을 경각에 둔 아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정정하는 여유 따위는 오지 않았다.


나는 이 회귀 능력을 나의 생존을 위해서 사용하겠다.


거기까지 머릿속에서 결론이 난 아름은 이제 어떤 식으로 이 위기 상황을 빠져나갈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뭐... 생각이라고 해봤자 장고의 고민 같은 건 한아름에게 있어서 별로 어울리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뭔가 각이 보이는 게 있으면 노빠꾸로 들이 박는 게 바로 상남자지.


까짓거 뭐 수틀리면 한번 더 칼에 찔려서 죽으면 되고, 거 뭐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힙찔이들이 전완근에 자주 세기는 노페인, 노게인이라는 레터링처럼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것 아무것도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차는 이미 한강대로를 건너고 있었다.

교통의 요충지 강남과 강북을 잇는 대로 답게 고지혈증에 걸린 혈관처럼 꽉꽉 막히는 차량의 행렬.


미라클 보이, 한아름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어? 어어? 아름아, 뭐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가면 어떻게 하니? 어어어어-? 아름아 갑자기 난간 위로 올라가면 어떡하니, 어어 그러면 안 되는데?"


차가 멈춘 틈을 타,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벌컥 열어 다리 난간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는 한아름,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에 아무 말 없이 차를 운전하던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황급히 사이드미러를 채우고 안전벨트를 풀고 아름이 있는 다리 난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이 아름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기 시작한다, 마치 바람을 타는 천사처럼, 구름 위의 나그네처럼 거침없이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지는 한아름 


죽음의 공포 따위는 없냐고?


두 번이나 자신에게 칼을 휘두른 그녀와 같이 있는게, 오히려 더 호러였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또 칼에 찔려 죽을 거면 차라리 한강 아래로 뛰어내리는게 수백번은 더 나았다.


정조 역전 세계에서의 독식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별로 무섭지 않지. 게다가 아름에게는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었다.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아래로 몸을 던지는 아름, 떨어질 때부터 다이빙을 하듯이 일자로 떨어진 그는 양팔을 기역으로 굽힌 다음 머리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물에 떨어질 때, 충격을 양팔이 보호해서, 최악의 상황이라도 양 팔이 박살 나지, 죽을 일은 없어.


5.4.3.2.1. 닿는다!


눈을 질끈 감는 한아름.


귀를 찢는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낯선 천장이다.


한아름 그는 고개를 돌렸다. 투명한 링갤액이 손잡이에 걸려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천장을 바라보는 아름이, 혹시 그건가???


아아- 돌아온 건가? 원래 세계로?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


한강 바닥에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탈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2회차 인생에서 독식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강에 자주 뛰어든다고- 그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원래는 한강에서 뛰어내려서 물길을 타고 인천까지 가는 게 계획이었는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정조역전 세계에서 탈출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기묘한 모험이었다. 그래 그러면 된 거야.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는 아름이, 마치 깃털처럼 몸이 가벼웠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굳이 비유하자면 샤워를 하고 새 팬티로 갈아입은 뒤에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를 하나 까먹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아름이 두 팔을 확인해보니, 한강에 뛰어 내린 것 치고는 두 팔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침대 옆에 있는 시계를 보니 9월 9일 점심이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주위를 둘러보니 링갤이 있는 걸 봐서 아무래도 병실 같았다.


1인실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환자는 자기밖에 없었다. 게다가 보통의 병실에서 침대가 있어야 할 곳에는 TV나 개인 냉장고, 그리고 옷장과 책장 등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 집은 1인실을 잡을 만큼 돈이 없는데...


머리를 긁적거리는 아름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등골을 타고 섬뜩한 감각이 빠르게 그의 전두엽을 원, 투펀치로 강렬히 타격하기 시작한다.


어? 나 왜 여기가 원래 세계라고 믿고 있지? 그냥 정조역전 세계에서 의식을 잃었다- 회복한 것일 수도 있잖아.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한다. 입이 비쩍비쩍 말라가는 느낌이 들어 천천히 냉장고를 향해 걸음을 비척비척 옮기기 시작한다.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냉장고 문을 연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물병의 제조업체를 확인해보는 아름이.


사다수-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엥 마마!!!! 이런 장난은 그만두라는 레후!!!!!!!!!!!!!!!!!!!!!!!!!!!!!!!!!!!"


"아름아!!!! 괜찮아?"


병실 문을 열고 조금 전에 아름의 옆에 앉아있던 그녀가 아름을 꼭 안아주었다.

따뜻한 느낌, 포근한 감촉, 그리고 소름 돋을 만큼 무서운 느낌!!!


다시 유전자에 깊게 뿌리박힌 두려움이 그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카페에서 보여주었던 그 상냥함과 지금 병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 상냥함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지금의 불안정한 정신을 가진 아름이에게 있어서 그녀의 상냥함은 극독이나 다름없었다!!!


"아름아...? 아름아!!!! 정신차려 아름아!!!!!!!!!!"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 게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한아름, 그리고 그런 그의 이상 변화를 눈치채자마자 다급하게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황급히 찾아 병실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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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토리 어떻게 이어나가야할지 막막하노;;;;

소설 쓰는거 너무 힘들다;;;

개 막장 됬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