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의 외동딸로 태어난 얀순이


모델 출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압도적인 외모와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준의 엄청난 재력을 지닌 집안


그리고 얀순이 말이라면 오냐오냐 하면서 뭐든지 들어주면서 기른 부모님 덕분에


얀순이는 원하는 것을 가져보지 못한 적이라곤 단 한 번도 없이 평생 놀고먹으면서 써도 모자랄 돈을 막 쓰면서 사치스럽게 자랐지


물론 그러면서 얀순이의 머리 속은 자신이 가진 재력과 미모가 없는 남들을 경멸하고 깔보는 성격과


자신의 힘으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원한다면 가질 수 있다는


멍청하고 오만한 맹신으로 채워져 갔고 말이야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의 어렸을 적 소꿉친구였어


정확히는 소꿉친구라기에는 조금 다른, 얀순이가 확실한 우위에 선 주종의 관계에 가까웠지만 말이야


얀순이와 얀붕이는 분명히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로 보였지만


실상은 얀순이가 철저한 갑의 자리에 앉아 을인 얀붕이를 자신의 맘대로 조종하던 사이였어


어린 아이들이었던 그들의 눈으로도 충분히 누가 더 부유하고, 누가 더 아름다운지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던지라


오만한 얀순이는 얀붕이네 가족과 얀붕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들은 내 아래이다, 이들은 나보다 열등한 이들이다, 돈과 외모만 있다면 내 마음대로 어떻게라도 부려먹을 수 있는 족속이다


라는 진짜 쓰는 본인도 개뚜드려 패고싶은 마인드를 가진 채 얀붕이를 무시하며 깔보기 시작했지


그들이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얀순이는 부모님이 얀붕이에게 집을 소개시켜 주라고 하자


휘황찬란한 저택의 여러 풍경들을 보여주며 이런 건 꿈에도 가질 수 없는 얀붕이를 조롱하였고


자신의 말대로 잘 듣고 따르면 이런 훌륭하고 아름다운 집의 주인인 내가, 크나큰 아량을 베풀어 네가 원하는 그 어떤 것도 해주겠다면서 얀붕이를 유혹했어


가엾은 얀붕이는 학교 여자아이들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얀순이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뭐든지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 말에 껌뻑 속아 순진하게도 그걸 들어 주었고 말이야


그날부터 얀순이와 얀붕이의 은밀한 갑을 관계는 시작되었어


윤리의식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행동이었기에 어른들의 갑을관계보다 더 잔혹했던 둘의 관계는


줄넘기를 목줄처럼 찬 채 자신의 개처럼 행동하며 편의점에 네 발로 걸어들어가라거나


흙탕물에 떨어트려 흠뻑 적셔진 더러운 과자를 먹어 보라거나


친구 여자애들이랑 같이 얀붕이를 압박해 옷을 완전히 벗어 보라 하거나


왱왱거리는 벌떼가 그득한 나무에 달린 벌집을 따오라던가 하는 등


얀순이의 순수하면서도 끔찍한 요구들로 점철되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한 얀붕이가 앙앙 울때까지 계속되었지


얀붕이도 물론 이런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얀순이에게 없던 일로 하자고 요구했지만


어느 새 얀붕이를 자기 말 잘 듣는 애완동물이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여기게 된 얀순이는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나려는 장난감의 행동을 그 크고 새까만 눈으로 차갑게 경멸하듯이 바라보며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얀붕이에게 네가 나를 떠나가면 우리 집의 재력으로 너와 너희 집을 끝까지 괴롭히겠다고 말했어


뭐든지 할 수 있는 우리 집의 힘으론 너희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하루아침에 너희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할 수 있다면서 말이야


그런 얀순이의 말에 공포에 질린 얀붕이는 히끅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자기가 정말 잘못했다고


제발 우리 가족 거지로는 만들지 말아 달라면서 덜덜 떨면서 얀순이에게 다가가 싹싹 빌었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얀순이는 희열과 황홀함에 가득 찬 표정으로 얀순이를 사랑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었고 말이야


이쯤 되면 알겠지만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이런 일을 한 이유는 단지 얀붕이를 무시하고 괴롭혀 자신의 권력을 체감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어


사실 얀순이는 얀붕이를 처음 보던 날부터, 자기보다 키도 작고 눈도 똘망똘망하니 커서 귀여운 아기 같은데다


어린 나이에도 이미 완성된 귀엽고 잘생긴 얀붕이의 얼굴을 보고는 처음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에 빠져 있었지


처음 얀붕이를 만나 얀붕이를 괴롭히고 집에 보낸 후에도,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끊이지 않고 생각나는 얀붕이의 그 귀여운 얼굴들을 보고는 꺄아아거리면서 침대를 팡팡 쳤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 나이대의 사랑의 표현은 단지 따스하고 행복한 감정 표현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어


어린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꾸 장난을 치듯이


원하는 모든 걸 가진 채 살아오며 남들과는 다른 오만하고 일그러진 사고 방식을 지니게 된 얀순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저 귀여운 남자아이가 자신의 말에 강아지처럼 잘 따르며


말로도 못 담을 무서운 일을 시킬 때마다 겁에 질린 채 자신에게 매달려 앙앙 우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은근하게 마음 속에서 꽃피어나는 희열을 느끼며 자신의 완벽한 소유물이 되어 가는 얀붕이의 모습을 보며 기뻐했지


그럴수록 얀붕이를 향한 얀순이의 사랑과, 그 끔찍한 요구들의 강도는 점점 강해져 갔고 말이야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나 얀붕이와 얀순이는 모두 고등학생이 되었어


얀순이는 고등학생의 나이에도 페북스타가 되고, 연예계 제의도 수십 차례나 받을 정도로 아름답게 자신의 미모를 꽃피웠고


얀붕이 또한 키는 좀 작아도 잘생긴 외모와 샤울대도 프리패스할 뛰어난 성적을 지닌 미청년으로 자라났지


하지만 둘 사이의 일그러진 관계는 여전히, 아니 더욱 더 심각해져 있었어


어렸을 때나 하던 순진한 얀붕이를 속이던 얀순이의 간교한 거짓말들은 이젠 더 이상 통하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얀순이의 괴롭힘을 너무나 오랫동안 당한 얀붕이는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이 되어서 이젠 무의미하게 얀순이의 폭언과 괴롭힘들을 묵묵히 받아도 더 이상 그것에 반항조차 하지 않는 성격이 되어 버렸지


하지만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능력을 지닌 얀붕이가 내성적인 성격이 되어 자기가 말을 걸 때마다 겁에 질린 듯이 흠칫 놀라곤 하던 그 모습은


오히려 얀붕이의 그런 가여운 모습을 사랑하던 얀순이가 더욱더 흥분하며 괴롭힘의 강도를 높이게 할 뿐이었어


자신에게 호감을 가져 맨날 따라다니며 가오나 잡던 가오충 일진한테 일부러 얀붕이 잘생기지 않았냐는 말을 은근히 흘려


그 일진 무리에게 얀붕이가 쳐맞아 안경에 상의까지 벗겨지고 피를 흘리는 걸 보면서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황홀해 한다든가


주변 일진 여자애들한테 어렸을 때 얀붕이가 얀순이에게 강제로 당한 그 부끄러운 일들을 깔깔거리며 까발려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시킨다던가


어렸을 때 한 것처럼 일진 남자애들을 들먹이며 위협해 얀붕이가 옷을 벗게 한 후


몸에 쓰레기와 오물들을 던지며 병신이라 조롱하고는 그 모습을 일진 친구들에게 보여 주며 같이 낄낄거리기까지 했지


그리고 그런 얀순이의 말들에 어느 새 얀붕이를 깔보고 무시하게 된 아이들이 전부 얀붕이를 집요하게 괴롭히게 되자


얀붕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너같이 가난하고 열등한 애는 그런 비참한 모습이 딱 어울린다면서


그렇게 잘생긴 얼굴이나 똑똑한 머리가 있어 봤자 너같이 내성적인 찐따새끼면 다 뭔 소용이냐며 


결국 좋은 대학 가 봤자 나같이 부유하고 유명한 애보다 잘 살 수 있을 거 같냐며 깔깔거리며 비웃었고 말이야


자꾸 망가져 피폐해지기만 하는 얀붕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더욱더 가학심이 들끓어올라


심지어 얀붕이네 부모님을 멍청한데다 돈도 못 벌어 아들이 이 꼬라지가 되어도 아무 것도 모른다면서 비웃으며


그런 멍청한 부모님을 두어 힘들겠다면서 빨리 같이 자살이라도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면서 패드립마저도 일삼았어


얀붕이가 견디다 못해 이렇게 괴롭히는 이유가 뭐냐며 찌질하지만 부모님 봐서라도 제발 좀 그만해 달라면서 울먹이자


그냥 네 하찮고 병신같은 꼬라지를 감상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런 것 뿐이라면서


부모님들 친한 것 땜에 어쩌다 친구 먹고 어렸을 때 좀 친했던 거 가지고 진짜로 내가 너한테 이쁜 짓만 해야 되는 친구라도 된 줄 알았냐면서


정말 봐도봐도 멍청하고 한심하다고, 너같이 하찮은 애는 바퀴벌레 밟고 죽이는 것마냥 괴롭힘 당해 자폐아나 되어 버리는 게 맞는 취급이라며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기까지 했고 말이야


얀순이의 행동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강도가 강해져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맨정신으론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갔고


결국 그 모든 일의 끝은


얀붕이가 돌연 아무 말도 없이 멀리 떨어진 지역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버리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













3000자 넘으면 너무 길다 싶어서 일단 잘랐어

후회 장면은 지금 쓰고 있음

후회물 처음 써봤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