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중환자실

"꼬맹이! 너 괜찮냐?!"

주위의 신고로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범이의 소식을 들은 지섭이 급하게 튀쳐나와 병실문을 열자 그곳에는 침대하나만이 있는 독실이었고 온 몸이 붕대투성이인 한 남자가 호흡기를 찬 채 문자 그대로 살어서 숨만 쉬고 있었다.

"야, 너... 어쩌다..."

"형님, 형님..."

언제나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왔던 범이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을 보고 지섭은 커다란 죄책감과 분노를 느꼈다.

"언놈이야, 언놈이 대체 우리 딸의 보디가드를 이렇게 만든 거야! 당장 찾아서 죽여!"

"형님!"

"아, 왜!"

"형님, 여기 아니에요."

"엥?"

"여긴 301호에요, 범이 걔 310호라니까요."

"..."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자꾸 말을 거는 선우에게 발끈한 지섭이 거칠게 되물었지만 선우의 표정은 홍당무가 되어있었고 그의 말은 들은 지섭또한 한순간에 분노가 날아가버렸다.

"꺄악! 누, 누구세요!"

그때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버린 한 여성,

아무래도 병실의 남자의 간호인인 듯했으나 누가봐도 조폭으로 밖에 안 보이는 둘이 죽지도 못하고 숨만 쉬는 환자의 방에 들어와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놀랄만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큰 착각을 했다는 걸 안 지섭은

"어이쿠 화장실을 착각했네, 죄송합니다."

본인 나름의 변명이랍시고 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도망치듯 방문을 나왔고 선우는 홍당무가 된 채로 여성에게 몇 번을 고개 숙인 후 지섭을 따라갔다.

"아니, 그래서 누구...?"

시트콤 같은 일련의 상황에 어떤 맥락도 알지 못한 여성은 그저 도깨비에 홀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여, 여기 맞지?"

"네, 형님."

"그 막, 알고보니 103호라거나 그런 거 아니지."

"보세요, 환자카드에 이름 잘 적혀있잖아요."

한 번의 실패를 맛봤기에 실행에 자꾸만 불안감을 느낀 지섭은 몇 차레나 되는 확언을 받고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렸다.

"...해."

"네~ 들어오세요!"

"아닌 것 같은데?!"

문 너머로 들리는 여자목소리에 이럴 줄 알았다며 지섭이 소리쳤지만 벽에 붙어있는 환자 카드엔 분명히 범이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있었다.

"대체 뭐가...어떻게 된 거냐...?"

"저, 저도 잘...."
분명 여자와 담을 쌓듣이 연이 없었을 범이의 병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는 괴이한 상황에서 그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방문을 열었다.

"아이 씨?! 뒈졌네?"

그곳은 같은 층에 같은 중환자실이었기에 방 구조는 301호 때와 유사했고 마찬가지로 침대 위에는 범이가, 어째 붕대나 치료흔적만 보면 아까 잘못 본 환자보다 더 처참했지만 정신은 멀쩡한 채 언제 샀는지 가끔 티비 광고에 나오는 닌텐도 스위치를 태연하게 하며 승질을 내고 있고 있었다.

"쟤, 왜 멀쩡하냐?"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 건물에 깔렸다고 들었는데..."

"아, 그럼 뭐 손모가지 하나 쯤 뽑혀서 와줘야했어?!"

그리고 그 옆에는

"주인님, 뭐 필요하신 거 없으신가요?"

"넌 이제 니 병실로 가."

"아이, 그러지 마시고요~"

"아니 시벌 손님 왔잖냐, 좀 꺼져! 애초에 너 왜 내 모가지 따로 와넣고 엉겨붙고 지랄이야!"

사실 아주 멀쩡했던 건 아닌지 게임하는 종종 일부로 자신의 옆에서 자신과 같은 환자복을 입은 채 자신에게 들러붙으려하는 여성, 수아의 말을 못들은 척하려 애를 썼고, 지섭을 보자마자 그녀를 쫓아내려하고 있었다.

"아니, 근데 얘는 분명히..."

"아, 백호파의 두목이네?"

딸이랑 동갑일 소녀에게서 자시 조직의 이름을 들으니 자기가 고딩들한테도 알려질 정도로 날뛰었나 싶어 심히 복잡한 심정을 느끼며 지섭은 입을 닫았고 그 옆의 선우가 대신 말을 이었다.

"범아, 얘는 누구야?"

"그 뭔수안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이름은 수안데, 내 몸뚱아리 이따구로 만든 애."

"뭐?"

예상을 초월해도 한참을 초월한 대답에 둘의 어이가 광탈했다.

뭐가 어떻게 되면 자신을 노리던 킬러랑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 킬러가 칼을 들고 찾아와도 모자랄 판에 주인님이라 부르고 종을 자처하며 옆에서 안기려든단 말인가.

"어, 혹시 그런 설정의 연인 놀이라던가..."

"지랄도 풍년이네 진짜..."

"그, 그래서, 몸은 어때?"

어차피 이 이상 대화해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그냥 주제를 바꾸기로 했고 괜히 해명하는 것도 피곤했던 범이도 그렇게 무언의 합의를 보았다.

"어, 뒈질 것 같아."

빈말이 아니라는 듯 깁스에 붕대, 그 외에 여러 조치를 해놓은 오른쪽 어깨를 약간 까딱거리며 팔팔해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그의 상태가 심히 좋지 않음을 들어냈다.

"관절이랑 관절이 대부분 골절되고 오른팔은 아예 잘릴 뻔 했어, 그 외에도 지금 빈혈이 심해서 아직 어지러워, 무슨 마비독도 당해서 지금 움직이는 것도 사실 상당한 무리하고 있는 거야, 의사말로는 호흡기는 물론이고 당장 심장이 쇼크로 멈춰도 이상하지 않았다더라."

"그럼 자고있지 그랬냐. 뭐하러 무리해서 게임씩을 해."

"누가 왔을 때 사정 설명을 해야할 거 아니야, 만약에 보호자랍시고 연락한다고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해봐,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겠어."

"아니, 걱정해야는 일이 맞잖아..."

"그 걱정하게 만들 일을 준 원흉이 누군데."

"주, 주인님, 저, 꼭 주인님의 몸을 다치게 한 죄, 속죄할테니까, 시키는대로 뭐든 할테니까, 죽으라면 죽고, 벗으라면 벗을테니까, 저,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어떻게 보면 진정한 원흉인 수아는 혹시 범이에게 버림받을까봐 안전부절해 하며 필사적으로 빌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범이는 인생을 바꿔주고 그를 짝사랑하던 자신을 죽여 관계를 고정시킨 문자 그래도 자신 종속시킨 주인이었지만 그녀의 사고 방식도, 과거도 모르는 범이로써는 웬 미친년하나가 서로 칼질하더니 갑자기 앵겨오는 것으로 밖에 안 느껴졌다.

처음엔 습격하러 온 줄 알고 팔에 뽑혀있던 링거바늘을 뽑아 싸울까 했지만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자신의 손을 핥으려는 그녀를 보고 뭐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범이는 처음으로 킬러에 대한 조금 다른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어휴 진짜...일단 너 좀 돌아가, 시킬 거 있으면 부를테니까."

"네! 뭐든 할테니까 불러주세요!"

그녀가 범이에게 잘린 뻔한 다리 때문에 목발을 짚으며 가는 모습을 보며 세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듯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보였다.

"아니 그전에 지도 못 움직이면서 뭘 돕겠다는 거야..."

"뭐 원할 때마다 몇 발 빼준다나 뭐라나 하는데 뭔 소린지 원..."

"뭐?"

"왜?"
"아, 아니야, 좋은 노예? 부하?얻었네..."
"지랄마, 저런 거랑 같이 다니면 할아버지한테 호적 파이거든?"

그녀가 완전히 사라자자 그제야 게임기를 놓고 편하게 누운 범이는 눈을 감으면서 물었다.

"그래서, 유리랑 스승님은 어때?"

"그냥저냥 잘 지내는 것 같던데?"
"그래? 이틈에 한 한달간 병원신세 좀 져볼까?"

"뭔 한달이나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럼 한 번 건물에 깔리고 코끼리 잡는데 쓰는 마취약맞아봐. 그리고 한 달안에 퇴원하면 내가 평생일해 줄테니까."

"쩝."

범이가 남는 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범이의 말대로 한달안에 완치는 커녕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안 선 지섭은 할 말이 없었다.

"뭐, 어떻게든 2주안엔 나아볼테니까 일단 유리한테 내가 어딨는지 말하진 마. 아니 그보다 수아 저 가시나는 학교를 보내야 의심을 안 사는데..."

"쟤도 중환자잖아."

"그러니까 문제란 말이야, 젠장 중학교때까지 한 번도 일 안 만들었는데 왠 미꾸라지 하나가 다 망가뜨리네...응?"

그때 지섭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전화.

"야, 니네 카챤데?"

"스승님? 근데 안 받고 뭐해?"

"니 안부 묻는 걸테니까 직접해."

카챠라면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기에 범이도 별 말하지 않고 순순히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스승님?"

『아이고 우리 범이 아프다며! 괜찮은거야?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그 년이야? 어딨어, 내가 평생 우리 제자 생체기 하나 못 내도록 도륙내줄 테니까 누나한테 말해봐.』

"아,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 일도 나름 깔끔하게 정리했고, 그보다 유리가 들을 수도 있으니까 목소리 좀..."

『아, 혹시 아픈 거 말 안 했어야했어...?』

"왜요, 설마 말했어요?"

미, 미안.. 그게 말이야...』

덜컥!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아, 아가씨?!"

"우리 사실 다 왔거든...병실 물으려고 전화한 거라..."

"너 당장 설명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너 내 보디가드라며! 그런데 왜 다치는 건데! 근데 왜 난 그 이유도 모르고! 이젠 못 참아! 당장 다 말해!"

'에이 씨벌...'

3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수아 하나 때문에 무너지려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범이는 다음에 그녀를 만나면 여자고 나발이고 환자건 뭐건 원하는대로 몇 대 패줘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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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회수가 안나오네....

어쨌던 슬슬 빌드업은 끝났고 3화안에 터친다크크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