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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나온다.

기분 좋게 물을 맞고 있자니 그 동안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졸음이 솔솔 밀려왔다.

"아- 졸려..."

그 때, 등 뒤에서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직 졸리면 안되는데..."

"어어, 너무 붙지마라."

이리나가 뒤에서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이젠 떨어지기 싫어..."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만! 이 다음은 나가서..."

"쳇."

"머리 대봐. 감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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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으으..."

내 위에 올라탄 이리나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살짝만 움직여도 몸을 크게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야, 아프면 그만해도 돼."

"싫어... 얼마나 바라던 순간인데... 하윽..."

아랫부분에서 피가 살짝 배어나온다.

"흐읏.. 이거 손으로 하는거랑 완전 다른데."

"닥쳐! 부끄러워 죽겠으니까..."

허리를 흔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방 안에는 찰박거리는 소리와 교성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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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첫 거사를 마치고 나니 둘 다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침대는 땀으로 젖어 축축할 정도였다.

나는 누운 상태에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이리나는 내 품에 안겨 아직 가시지 않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후우... 그래서, 어땠어?"

"하아... 최고야..."

"이렇게 좋은데 앞으로 자주 해야겠는걸, 응?"

"짖궃기는."

"아야!"

이리나가 내 살을 살짝 꼬집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

"앞으로 또 그 놈들이 찾아올거란 말이야. 계속 도망만 다닐 수도 없고..."

"나한테 방법이 다 있지. 대신에..."

"대신에?"

"평생 내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해."

"갑자기 무슨..."

"나 진지해 바실리. 대답해."

조건을 제시하는 이리나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보였다.

"당연하지. 절대 안 떠날게."

이리나는 만족했다는듯 미소를 짓고서는 입에 문 담배를 뺏었다.

"그리고 이제 담배 좀 끊고."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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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는 곧 미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현직 KGB 간부와 VDV 소속 군인이 망명을 신청했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들은 곧바로 CIA와 접촉을 시도했다.

CIA는 이리나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나까지 미국으로 망명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뭐 일종의 옵션인 셈이지.

우리는 곧 비밀리에 미 공군 수송기에 태워져

미국으로 이동하였다.

증인보호프로그램에 의해 CIA는

우리에게 새로운 신상정보를 제공해주었고

버지니아 주 랭글리에 안전가옥까지 배정해주었다.

잭 쉘비와 안나 쉘비.

그것이 나와 이리나의 새로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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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지금 KGB 내부에선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네. 제가 회의에 직접 참여했으니까 틀림 없어요."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제 부모님 소식은 들어왔나요?"

"아,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당신이 떠난 뒤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하고 나서 KGB도 강압적인 수사는 일체 금지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소련 내부에 잠입해있는 우리 요원이 확인해서 알려준 소식이니까 믿어도 되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로비에 앉아있은지 한 40분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이리나가 밖으로 나왔다.

"오늘 조사는 이제 다 끝난거야?"

"뭐야, 넌 벌써 끝났었나보네?"

"나는 뭐 일개 부사관이니 캐낼 것도 없으니까."

"끄으응- 영어로만 대화할려니까 힘들다."

이리나가 뻐근한지 기지개를 쭉 폈다.

"그래도 앞으로 영어 쓰는 것에 익숙해져야지. 미국이잖아."

"허, 벌써 미국인 다 된거 같은데 '잭'?"

"놀리지마 '안나'."

"흐흐."

"그나저나 우리 둘 다 성이 똑같으니까 부부같다 그치?"

"부부같다가 아니라 이제 부부 맞을걸?"

"응?"

"어제 산부인과 갔다왔어. 임신이래."

"....."

이리나의 폭탄 발언에 잠시 사고가 멈춰버린듯 했다.

"스웨덴에서 약속했던거 잊지 않았지?"

"어.. 당연히 안 잊었지! 그럼... 나 이제 아빠되는건가?"

이리나는 내 품에 와락 안겼다.

"이제 진짜로 평생 붙어있어야겠네."

"축하해. 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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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소련을 유지하려는 꿈이 오늘 물거품이 된듯 합니다. 연방에서 세 개의 공화국이 분리되면서 이젠 독립 국가 연합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들뜬 어조로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1992년이 되자마자 소련이 해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스에선 모스크바에서 레닌 동상이 철거되는 영상을 보여줬다.

몇 년전에는 독일이 통일되더니, 정말 세상 일은 알 수 없다.

"아버지, 뉴스 좀 보세요. 동상을 철거하고 있어요."

"믿기지가 않는구나. 살아 생전에 저런 광경을 다보다니."

이리나의 부모님. 그러니까 이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시지.

한 2년 전에 여기로 모셔와서 같이 사는 중이다.

소련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적응하는데 애를 좀 드셨지만

어찌됐든 두 분 모두 지금은 그럭저럭 잘 살고 계시는 것 같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우리 손자, 일찍 일어났구나!"

저기 졸린 눈을 비비면서 나오는 꼬맹이는 토마스다.

망명 다음 해인 1986년, 이리나는 건강한 남자아이를 낳았다.

올해로 6살이 된 꼬맹이는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자, 주방으로 가자! 할아버지가 아침 식사 차려놨다."

"아 맞다, 아버지. 이리나랑 어머니는 어디 갔어요?"

"아침부터 산책간다고 해뜨기도 전에 나가던데."

"추워 죽겠는데 산책은 무슨..."

"추위에도 굴하지 않아야 진정한 러시아인이지."

"할아버지. 전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하하하!"


딩동-


"드디어 왔나보구나."

"제가 나가볼게요."


"뭘 이렇게 많이 사오신거에요?"

이리나와 어머니는 양 손에 한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왔다.

"오는 길에 마트가 일찍 열었더구나. 이리나랑 장을 좀 보고왔어."

"자! 이거나 빨리 들어줘."

이리나는 빵빵한 비닐봉지 중 하나를 나에게 넘겼다.

"토미는 벌써 일어나서 아침 먹고 있어."

"깨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어났어? 기특해라."

"너도 가서 아침 먹어. 장 봐온건 내가 정리해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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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버스에 오르기 전 토마스가 뒤돌아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끝나면 곧장 와야된다!"

나와 이리나는 집 앞에서 토마스를 배웅했다.

우리 둘은 떠나는 버스를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았다.

"....."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뭐가?"

"저 이쁜 아이가 내 아들이라니."

"6살이나 됐는데 새삼스럽게."

"오늘도 일 나가?"

이리나는 요즘 CIA에서 대러시아 부문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니 오늘은 쉴 것 같은데, 왜?"

"그럼..."

나는 이리나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우리 토마스 동생이나 한 명 만들어줄까요 쉘비 부인?"

라고 말하곤 이리나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이리나가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어머-! 뭐야 진짜-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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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얀데레 어디갔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