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남녀공학이라지만 7:3쯤 되는 성비를 자랑하는 이 학교에서, 그것도 여자가 적기로 유명한 이과반에, 그마저도 처음 보는 여자애가 있었다. 미친듯이 소란스러운 교실에서 그 애는 혼자 이어폰을 꽂고 독서를 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 참 쌀쌀맞아 보였다.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인사할게요, 반장."
"차렷, 경례."
"안녕하세여..."
오늘도 수업시간은 항상 다들 축 처져 있다. 아마 절반은 졸고 있다. 그리고 그와중에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애가 있다. 정말 저렇게 독보적인 사람은 처음 본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는데,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그 애의 눈에 생기가 도는 게 보였다. 꼿꼿한 허리, 불꽃이 튈 것 같은 눈, 몇 번을 봤는지 책끝이 다 해진 교과서까지.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여태껏 본 적이 없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기는 쉬는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깜부기불도 남기지 않고 꺼져버렸다. 그리고 그 애 주변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그 애는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쟤는 언데드인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침내 기나긴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마쳤을 때, 순전히 호기심에 그 애가 가는 길을 뒤따라가보기로 했다.
그 애는 도서관에 들려서 두툼한 전공서적을 빌리더니, 어딘지 들떠보이는 걸음으로 실험실로 갔다. 그렇게 냉기를 뿜고 다니던 애가 실험실 조교선생님께는 살갑게 구는 것이 뭔가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어머 넌 뭐하러 왔니? 실험이야?"
"아 아니에요...! 안녕히계세요!"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뒤도 안 돌아보고 급하게 도망쳐나왔다. 그때 뒤에서 문득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년은 정말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가 없었는데~."
"진짜 어이없다... 지가 잘난 줄 아나봐, 좆같은게 존나 나대고다녀."
쟤네는 또 저런 얘기네. 그나저나 출출하니 매점에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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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다. 피곤하지만 지금 다시 잠들면 늦잠을 자고 지각할지도 모른다. 지각하느니 차라리 학교에서 엎드려 잘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장 처음... 아니 두 번째로 교실에 들어왔다. 순간 놀랐다. 그 언데드가 가장 먼저 교실에 와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느새 난 그 애 책상 앞에 가 있었다. 이미 이렇게 된 거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기도 뻘쭘해서 말이나 걸어보기로 했다.
"저기... 안녕?"
이어폰을 꼽고 폰겜을 하던 언데드가 순간 짜증을 내며 화면을 껐다.
'아 씨... 풀콤각이었는데.'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날 쳐다보더니, 입을 뗐다.
"... 안녕?"
"너 그... 이름이 뭐야?"
"서유리. 왜."
"아니 그냥... 말을 걸고 싶어서?"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날 쳐다본다. 그때 이 여자애의 목에서 뚜둑 하고 뼈 꺾이는 소리가 났다. 정말 언데드가 맞나보다.
"난 정은재."
"응, 알고있었어."
신기하다.
"전에 명단에서 본 적 있어."
"어떤..?"
"화올. 너 맞지?"
"아 응, 그렇긴한데..."
"대단하네..."
"너도 화학 하는거야?"
"음, 난 생명. 화학도 하긴 하는데."
"우와, 나도 생명 좋아해. 친하게지내자."
"아, 그래. 잘부탁해."
"그나저나, 너가 하고 있던 건...?"
"리겜."
"와, 나도 리겜하는데."
"아 진짜..? 너는 ㅁ.."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애가 들어왔다. 입을 떼려던 언데... 아니 서유리가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침묵해버렸다. 난 괜히 뻘쭘해져서 오늘 7교시에 뭐 하는지 물어봤다. 생명존중교육이라고, 유리가 단답으로 대답해줬다. 참 봐도 모를 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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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봤는데 반응 보고 다음 편 올리든지 할게 사실 학업이 바빠서 자주 쓸 여력이 없긴 한데 이정도면 어떤가 해서 앞부분만 들고왔다 반응 좋으면 아예 메모장에서 완결내고 제목도 성의있게 지어서 돌아올게 많은 피드백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