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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 잤어얼굴이 왜 그래?”

아니뭐랄까뭔가 몸이 뜨거워서 잠이 잘 안 오더라…

뭐야 그게.”

출근 전 잠시 병문안 차 들른 지섭은 범이의 간식으로 가져온 과일바구니에 있던 과일들을 범이랑 선우와 함께 까먹으면서 괭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넌 따로 병문안 안 와?”

그러게친구가 딱히 없어서친구랄까 따까리하나 생기긴 했는데 걔도 여기서 입원 중이라 예외로 치자.”

인생 한 번 드라마틱한 새끼 같으니라고.”

누구덕분인데.”

너희 부모님 등쳐먹은 놈한테 따져.”

걱정 마계약 끝나면 그 새끼 멱 먼저 따고 집에 들어갈 거니까내 인생 마지막 살인은 그놈으로 장식할 거야아마도…

너도 이제 착하게 살 자신 없지?”

썅…

넌 성격도 그렇고 체질도 그렇고 딱 피 튀기는 곳에서 활약할 상이라니까내가 후계자로 키워줄 테니까 우리 쪽으로 아예 이적해.”
오른팔 앞에서 좋은 이야기한다저러다 나중에 등에 칼빵 맞고 내가 입조심을 못했구나하지.”

니가 남의 입버릇 말 할 처지냐?”

근데 진짜 댁은 안 섭섭해?”

줘도 안 해.”

지섭이 먹으려던 복숭아를 집어 채가며 범이는 지섭의 옆에서 바나나를 까먹던 선우에게 물었고 선우는 바나나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대답했다.

큰 형님이 물러나면 한동안 엄청 시끌벅적 해질 텐데 지금도 힘든데 그때 되면 이제 나이가 못 버텨너 형님이 10년 안에 은퇴할 거 같아?”

안 할 것 같긴한데…

그치난 그냥 2인자로 잘 살다가 돈만 잘 받고 큰형님 빠질 때 같이 빠질거야그러니까 니가 해.”

아 안 한다고나 깡패 안해!”

그럼 뭐할 건데너 뭐 따로 하고 싶은 일 있어?”

있긴 한데…이젠 이루기가 좀 그러네…아직 포기는 안 했는데 일단 부모님 가게 물려받으면서 준비해보려고…

그게 뭔데…?”
아무리 미화해도 결국 순박하게 잘 살던 소년의 인생을 망친 것은 자기였기에 죄책감을 느끼며 지섭은 조심스레 물었다.

역사학자.”

?”

구라지?”

이 양반들이 진짜…

아니 펜으로 사람 모가지 따는 놈이 그걸로 논문을 쓴다는 게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힘들잖아?”

그래서 말했잖아가게 일 하면서 천천히 준비할거니까 남이사아니 그보다 내 병문안 이야기가 왜 내 꿈까지 가는 건데.”

그럼 본론으로 가서 누구 와?”

너 가면 스승님이 와서 뒷바라지 해주신다는데…솔직히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

너네 사이 좋잖아.”

아니 그건 그런데 자꾸 둘이 있으면 스승님이 나를 만지려고 한단 말이야막 옷도 벗게하고 입게하고솔직히 쪽팔려.”

그래…

그러고 보니까 어제 수아내 따까리한테 들은 말인데라면 먹고 간다는 게 뭔 뜻인지 알아?”
푸흡?!”
쿨럭쿨럭?!”

에이 썅존나게 더럽게끔… 뭔데 그렇게 지랄이야?”

말의 뜻을 너무나 잘 아는 둘은 먹던 것을 내뱉으며 당황했지만 뜻을 모르는 범이로써는 당혹스러웠다.

아니 그걸 누구한테 들었냐?”
혹시 카챠님이 그러시던?”

음… 응…뭐그렇지.”

대체 왜 스승님이 나오는 걸까 싶었지만 왠지 수아라 말하면 일이 더 피곤해질 것 같아 굳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

무엇보다 둘이 바로 스승님을 거론했다는 것은 그녀가 하고도 남을 인간이라는 것일 테니까.

그러니까같이 한 방에서,

뭐야왜 자꾸 뜸을 들여.”
섹스하자는 거라고!”

아내를 여의고 10.

그 이후 단 한 번도 여자랑 잔 적이 없었던 지섭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성에 대한 내성이 확 내려가 있었고 이런 것을 딸 뻘의 나이인 범이에게 설명해야한다는 것에 더없는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그게 뭔데?”

?”

섹스가 뭐냐고?”

몰라?”

, 18살 아니였냐?”

중요한 거야?”

범이의 성에 대한 무지는 둘이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아니 너 학교 성교육 시간에 뭐들었냐…?”

뭔 성폭력 수업 아니면 티비로 정자가 꼬물거리는 것 밖에 기억 안나.”

그 정자가 어디서 꼬물대는 건데?”
자궁.”

그래그게 섹스야!”

그래근데 그 정자라는 게 말이야 어떻게 나와서 어떻게 여자 몸에 들어가?”

어…

유리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상으로 순수하고 때 없는 범이의 질문에 지섭의 볼은 붉어져갔고 선우는 배꼽이 빠지려는 것을 숨을 참아가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아니 그럼너 어른들이 애들을 어떻게 낳는 지는 아냐?”

설마하며 이런 걸 묻는 자신이 어이없어진 지섭은 무심코 헛웃음을 쉬었지만

그러고 보니까 나 모르네?”

안타깝게도 설마는 사람을 잡는 걸로 유명한 악마였다.

…넌 야동도 안 봤냐?!”
그거초딩 때부터 듣고 살긴 했는데… 아빠가 초딩이 보기엔 너무 이른 거래서 중학교갈 때까진 참았는데.”

참았는데?”

니 모가지 딸려다가 잡혀서 그대로 스승님이랑 살았잖아맨날 훈련으로 바쁘게 살다보니까 잊고 있었어.”

결국 이것도 나 때문이었구나…

푸하하하하핳핳아니 잠깐만진짜이게 뭔데아이고 배야!”

자신은 소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만이 아닌 상식조차 못 가지게 했던 것인가라며 지섭은 수치심과 죄책감에 고꾸라졌고 선우는 결국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광소했다.

그래서 애는 어떻게 태어나고 섹스는 또 뭐야?”
순수한 눈빛이란 게 이렇게 성가신 거였나 생각하며 지섭은 최후의 강경수단을 쓰기로 했다.

그냥 너희 스승님한테 물어봐아빠 체험학습으로 가르쳐줄 거야.”

상당히 진심으로 범이의 총각딱지를 노리는 카챠라면 기쁘게 빼앗으려 하겠지.

머리가 아파진 지섭은 나 몰라라 도망치듯 나왔다.

유리한테 물어보면아무래도 그렇고수아 얘는 또 그키스하려 들 것 같고…하아그러고보니 나첫키스였네?”

모르는 소중한 경험 하나를 자칭 노예의 것과 교환해버린 것을 깨달았지만키스의 의미를 잘 몰랐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참고로 그날 저녁 약속대로 뒷바라지로 온 카챠에게 오늘 있던 이야기를 하자 지섭의 예상대로 매우 흥분한 채 실습으로 교육을 하려했고 여차저차 어제의 일까지 듣게 된 그녀는 괴력을 써가며 범이를 범하려 했고 끝내 반쯤 성공했다고 한다.

다음날 이불로 몸을 덮고 평소에는 절대 꿈도 못 꿀 소녀처럼 벌벌 떠는 범이와 옆에서 대조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카챠의 미소를 본 지섭은 자신이 또 한 번 범이를 망가뜨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엔 죄책감보다는 병원에서 일을 저지른 카챠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어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이대로 병원에 있다간 카챠나 수아에게 못볼 꼴을 당할 것을 직감한 범이의 본능이 육체의 재생본능을 자극했고 입원 시간의 절반가량을 수면으로 보낸 대신 그의 말대로 일주일만에 대부분의 상처가 아물고 재활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몸이 호전되어 퇴원하게 되었다.

범이는 이때 여자는 무서운 생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항상 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일들로 고교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의외로 그 이후는 중학교 때처럼 일주일 단위로 오는 킬러들을 빼면 평화로웠고 오히려 수아가 이민을 핑계로 자퇴하고 범이의 서포터에 집중하게 된 이후로는 범이 개인의 여유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유리에게 지속적인 불신을 키우게 한 탓일까.

너 어디가!”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내 허락 없이 가지마!”

라던가

아가씨잠시 외출을 하려하는데 시키실 일은…

보디가드라는 녀석이 날 떼어놓고 어딜가?!”

하지만 사장님께서 시키신 일이…

니 주인은 나야나랑 같이 가던가아니면 너도 못가!”

『주인님벌래들이 곧 학교까지 올 것 같은데요?

…일단 창고로 유인해봐.”

같이 중학교 땐 따라온다고 화를 냈으면서 고등학교에선 떨어진다고 화를 내는 기묘한 상황이 되었고 여전히 그녀의 위협들은 견제한 상황에서 범이의 부담은 은근히 늘어나있었다.

수아가 있어서 망정이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3학년 후반이 된 지금.

범이는 처음엔 후회했으나 수아를 죽이지 않은 자신의 선택에 지금은 크게 안도하고 있었다.

자신을 항상 눈 안에 들여놓으려는 유리 때문에 지난 2년간 수아가 없었다면 상당히 식겁했을 상황이 여러 번 있었기에 지금 와선 성가신 존재였던 수아를 나름 부하이자 동료로 대우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수아가 틈만 나면 자신을 덮치려 했고 2년간 성에 대한 지식을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후 반강제적으로 쌓게 된 범이는 그것을 말리느라 상당한 고생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유리의 경호에서 얻는 도움에 비하면 세발의 피였다.

그리고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은 카챠 또한 더 이상 나이같은 자질구레한 것(이라 본인은 생각한다)들을 제쳐두고 시도 때도 없이 범이를 유혹했고 그런 세 여성의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성가신 태도에 지난 2년간 범이의 스트레스는 은근히 쌓여갔다.

반 년반년만 참자…

이제 7년전 맺은 남은 계약기간은 불과 반년.

유리의 유학도 이미 합격통지서가 와있는 상태였고 이후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놀기에 지금의 범이는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만끽하는 중이라 할 수 있었지만.

영어랑 역사 빼곤 아무것도 모르겠어…

급하게 안 하던 수능준비를 하느라 즐겁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각자 카챠와 할아버지에게 혹독하게 배웠던 영어 및 외국어랑 한국사 및 세계사의 성적만큼은 전교권이었기에 망정이지 그것조차 없었으면 범이는 재수 혹은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어쨌든 유리의 경호시간이 크게 준 지금 범이는 오랜만에 자신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두 달간 자퇴한 해에 바로 검정고시로 상위권의 성적을 따낸 수아에게 공부를 배우는 등 그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수능날.

역시 대학에 합격한 상태인 유리는 오지 않았기에 순전히 시험에만 온 신경을 쏟고 나름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어낸 범이는 드물게 자신을 부르는 지섭 때문에 오랜만에 백호파 소속 빌딩에 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모든 게 시작되었지유리도 만나고 저 십탱이랑 노예 계약도 맺고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그러고보니 이제 슬슬 유리한테 계약에 대해서 밝혀야지이제 4개월 밖에 안 남았으니까.”

나름 추억을 회상하며 올라온 사장실에선 지섭이 그를 반겼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수능은 잘 봤냐?”

나름일단 지망대학교 평균 합격 라인엔 든 것 같은데.”

니가 살던 지방의 국립대랬나?”

유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유리말인데.”

올 것이 왔군.’

오늘부터 더 이상 안 지켜도 돼.”

?”

4개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범이는 일에서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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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급전갠가 싶긴한데 니들이 보고 싶은 건 킬러의 고교생활이 아니잖아?

솔직히 이걸로 고등학교 시절 쓸 이야기도 바닥났고, 그것보다 다음화엔 폭*8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