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음, 그래, 일단 그날 시작부터 얘기해보자.


 그날 나는 코랄 클럽에 끌려가고 있었어. 클럽에 가면 가는 거지, 끌려가는 건 또 뭐냐고? 그야 내 의사로 자발적으로 간 게 아니라 빌어먹을 제라드 놈한테 질질 끌려간 거였으니까 그렇지.


 걔가 글쎄 아직까지 클럽 문턱 한번 밟아보지 못한 너드 새끼가 어딨냐면서 나한테 약을 올리잖아. 지는 허구한날 클럽에 쳐박혀서 여자들이나 갈아치우는 새끼가 그따구로 말하는데, 안 가고는 사나이라 할 수가 없지.


 뭐 그렇게 된 거야. 그래도 이왕 가게 됐으니 나름 멋을 부려 보기는 했지. 왁스로 머리도 세워 보고, 지긋지긋한 안경도 벗어 던지고 생전 처음으로 랜즈도 써봤어. 심지어 형 가죽 재킷까지 훔쳐 입었다니까? 그 다음 날에 그걸 형이 알고 얼마나 욕을 해댔는지 넌 아마 모를거야.


 문제는 그거였어. 그렇게 차려 입고 긴장해서 가보니, 클럽이 진짜 신세계였던거야.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마구 몸을 흔들고, DJ, 밴드그룹, 저마다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데, 그 모든 게 나한테는 너무 버거웠던거지.


 제라드 그 자식은 지가 거기까지 끌고 와 놓고는, 잠깐 정신 놓친 틈에 잘 해보라면서 그 한복판으로 사라졌고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클럽 처음 온 찐따가 할 수 있는 게 뭐 밖에 더 있겠니? 적당히 남들 눈에 안 보일 곳에 숨어서 진저 에일이나 홀짝이고 있는 거지. 


 한숨을 계속 토해내고, 슬슬 눈가도 붉어지면서 제라드 개새끼… 하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어. 그녀가 내 눈 앞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순간이었지.


 “아이 싯팔, 넌 또 뭔데 여기서 짜져서 음료수나 쳐마시고 있어? 혹시 호모새끼니?”


 빨간 웨이브 머리가 인상적이었어. 장난기와 심술이 서려 있는 듯한 에메랄드 빛 눈과, 주근깨가 살짝 있는 뺨, 거기에 언뜻 분위기와 괴리되는 등 파인 검은 원피스 드레스와 빨간 스니커즈까지. 정말 독특한 패션이었지.


 “내 말 안들려? 야? 사람이 말을 했으면 들어야 될 거 아니야?”


 “아, 죄, 죄송합니다…”


 “거봐, 말 잘하네. 왜 그리 죽상이야? 무슨 꼴 받는 일이라도 있었어?”


 궁금하다는 듯이 내 눈 앞에 지긋이 시선을 맞추는 그녀를 보니, 말이 정말 술술 나오더라고. 그녀는 그런 매력이 있는 여자였어. 


 “웅웅, 그래 그러니까 그 좆같은 듀갈인가, 대가리인가 하는 새끼가 불쌍한 우리 지미를 놔두고 지 혼자 쳐 놀러갔다는 거구나? 불쌍한 새끼, 일어나 누나가 같이 놀아줄게.”


 “아뇨… 제 이야기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럴 때는 닥치고 춤이나 같이 추는 거야. 누나 팔 아프게 계속 거기 짜져 있을 거야? 빨리 와서 춤 추지 못 해?”


 그 때 계속 망설이지 말았어야했어. 너도 알겠지만 그녀의 손길은 정말, 정말 매섭거든. 등짝에 스트레이트로 손자국이 꽂히고 난 뒤에야 겨우 같이 춤을 추다니, 나도 참 머저리였지.


 그래, 그러고 나서 우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어. 처음 클럽에 온 너드가 그렇게 아름다운 여성이랑 춤을 출 수 있었다니,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


 사방에 가득찬 디제잉의 물결과 사람들의 덩어리, 그 곳에서도 우리 둘은 주목받는 커플이 됐지. 너드가 춤을 추면 얼마나 추겠니? 열심히 몸을 흔들어 보지만 자꾸만 이상한 곳에 헛손질만 나가고, 그녀는 그걸 보며 웃고, 또 내 몸을 붙들고 춤을 이끌어주는 거지.


 그러니까 참 신기하더라고, 그녀가 계속 리드를 해주니 어느 틈에 나도 춤을 제대로 추고 있던거야. 아직도 어색한 기색이 가득하지만, 어쨌든 주변 사람들과 같이 클럽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던 거야.


 그래, 정말 신났어. 끝내줬고, 또 최고였지. 아마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미쳤었나 봐. 그녀와 춤을 추고 있었는데 감히 다른 여자를 보게 된 거야. 


 “너 지금 어디 보고 있어? 너 미쳤어?”


 “아니 누나. 쟤가 그, 다른 분을 보던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빤히 뒤돌아보고 있었잖아?’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바짝 다가왔지. 웃긴 건 그 순간에도 우리는 춤을 추고 있었다는 거였어. 시선을 나에게 고정한 채. 그 어디도 바라볼 수 없게 한 채, 그녀와 나는 정력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었어.


 “지미, 내가 아직 안 알려줬나 보네. 지금 알려 줄 테니까 귀에 똑바로 박아 넣어. 춤을 출 때는 딴 년을 보지마. 뒤돌아보지도 말고, 옆을 흘끔거리지도 말고. 그냥 나만 바라봐. 닥치고 나랑 춤이나 추라고!”


 “다른 년? 하, 그런 건 생각도 나지 않게 해줄게. 넌 정말 매력적인 애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너 같은 애를 기다렸는지 알아? 이 귀염둥이야!”


 그녀의 가슴이 내 심장과 맞닿고, 얼굴이 겹쳐지더니, 내 귀를 살며시 깨물었어. 난 아무것도 하지 못 했고, 모든 건 그녀의 박자에 맞춰줬지.


 “잘 하고 있어. 박자는 그렇게 타는 거야. 너 혼자 춤 출 생각은 하지도 마. 사실 아까 너 혼자 춤 추는 거 꼴불견이었어. 너는 나랑 이렇게 춤추는 게 가장 귀엽고, 멋있어.”


 “그래 그래, 아무 곳도 보지 마 지미. 내 몸에 팔을 감고,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거야. 그래, 아주 잘 하고 있어. 춤은 그렇게 추는 거야!”


 정신 차려보니 내 눈 앞에는 오직 그녀만이 있었던 거야. 그래! 춤을 추는 건 바로 이런 거였어! 


 하나둘 사람이 빠져나가고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 춤을 췄어. 제라드가 어색하게 다가오며 이제 갈 시간이 된 것 같다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말이야.


 그녀가 제라드의 면상에 주먹을 갈기고, 내가 그걸 막고, 뭐 약간 헤프닝이 있었지만 우리는 어쨌든 클럽에서 나왔어.


 그렇다고 춤이 멈춘 건 아니야. 달밤의 차가운 골목은 그 자체로 분위기 있는 무대였고, 멍청한 제라드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내는 건 새로운 춤을 알리는 시작 안무일 뿐이었지.


 우리는 그 골목길을 끊임없이 춤을 추며 사라졌어. 정력적으로, 안개 속으로 말이야. 정말 황홀한 밤이었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거야.


 이게 내 이야기의 끝이야. 뭐 별거 없지?


 “아닌데? 아빠 이야기 엄청 재밌어!”


 “당신이랑 내 이야기인데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 그렇지 잭?”


 “응응! 요즘에 자꾸 샬럿이 나 괴롭히는데, 걔한테 같이 춤추자고 하면 아빠랑 엄마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는거야?”


 “물론이지! 우리 잭 많이 컸네? 그런 생각도 할 줄 알고?”


 “아빠가 그런 이야기해줘서 나 알 것 같아! 여자애들이랑은 춤을 같이 추면 친하게 지낼 수 있는거지?”


 “어, 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잭, 영원히 그 여자애랑 춤추고 싶은게 아니면 한 명이랑만 하렴. 알겠지?"


"알았어 엄마. 나 이제 잘래..."


잭이 잠에 들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춤을 춘다. 소리 없이, 그러나 정렬적으로, 밤의 깊은 고요 속에서 우리는 잭의 동생을 향한 춤을 추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영원히 그녀와 춤을 추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뭐 나름 좋은 인생인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라면, 춤을 추는 것에는 항상 주의하자. 평생 그녀에게만 시선이 못 박힌 채 춤을 추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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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긴 썼는데 역시 나는 글에는 재주가 없는 갑다 흑흑. 노래 듣고 꼴려서 써봄. 얀붕이들 눈에는 성에 안 차는 글이겠지만 그래도 봐줘서 고마오.

 마지막 충고는 얀붕이들 모두 가슴에 세기고 있지? 너희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덕분에 평생 춤 추면서 살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