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은 이 와카모의 것이라구요오오옷!!!!!"

"주군은 이즈나 꺼란 말입니다아아!!! 캥캐앵!!!"

내 몸은 내 꺼인데 뭘 멋대로 날 지들 꺼라고 난리를 쳐대는 지, 시끄럽게 소리치고 와장창 깽판치고 물고 뜯고 아주 전쟁판인 와카모와 이즈나를 보며 그저 한숨만 내쉬고 싶다.


안 그래도 밀린 서류 처리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옆에서, 그것도 샬레 집무실 안에서 우당탕거리며 치고박고 싸우는 걸 보고 듣자니 점점 화가 차오르는 걸 느끼고 싶다.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을 쾅 치니, 그저 옆에서 묵묵히 내 할 일을 도와주던 유우카와 노아가 되려 화들짝 놀라는 것이 보고 싶다.


"흐히익..!!", "캥...!!"
그 소리를 듣고 자기네들이 뭔가 잘못한 거는 있다고 생각했는지, 쥐죽은 듯 조용해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려대는 둘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제발.. 제바알... 왜 그렇게 싸워대는 거야... 으응..? 일을 할 수가 없잖니.. 일으을...!!!"


두 명의 볼을 꽉 부여잡고 있는 힘껏 흔들어대며, 어른의 방식과는 꽤나 거리가 먼, 교육을 빙자한 화풀이를 받은 만큼 있는 힘껏 내뱉고 싶다.


"으에에에엑!!! 자모해허요!!!! 허항니...!! 재성해요..!! 재서해요!!!!!"

"끄아아아앙!!! 이으나..!!! 어무 아흡니다..!!! 할혀주세요!!!! 부히 용서르흘..!!!!!"


내 꼬집음은 아프지도 않을 것이면서, 오만 아픈 척, 불쌍한 척, 비명이란 비명은 그렇게도 잘 질러대는 것이 오히려 심기를 자극할 뿐인 것을 느끼고 싶다.


"으아아아악!!!! 절대 놓지 않겠다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에에엑!!!!!!""


...유우카와 노아는 집무실 바닥을 진공청소기 못지 않게 깨끗이 만들고 있는 나와 둘을 보며, 멋쩍은 미소만을 남길 뿐이겠지.

.
.

"헉...허억... 너희들!! 뭘 잘못했는지 이제 좀 알겠지?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된다..!? 알았어!?"


한동안의 광란이 좀 진정되고, 와카모와 이즈나를 앉혀 놓고 긴 시간 훈계하지만, 고개를 숙일지언정 결코 자신의 뜻은 굽히지 않는 둘을 보고 싶다.


"흐아아아앙... 하지만... 서방님은.. 서방님으은...."

"이즈나는.. 흐윽.. 단지 주군이.. 좋아서... 후애애앵...."


뭔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저 완고함을 보는 내내 뒷골이 땡길 뿐이지만, 최대한 내면의 화를 누그리고 참을 인 세 번을 머리 속으로 조용히 읊어대며 진정하고 싶다.


물론 나를 좋아해 주고, 사모해 주는 둘의 기특한 감정은 나에게도 곧 미소를 불러주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오히려 그 연모를 발판삼아 저렇게 줄창 싸움만 벌여대고 있으니, 선생의 입장으로서 그 모습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고달프기만할 지, 과연 얘네들이 그런 내 기분을 알기나 할까는 생각을 품고 싶다.


그저 한숨을 푹 내쉬지만, 펑펑 울어대는 둘의 모습에 괜스레 또 마음이 약해져, 두 머리를 어쩔 수 없이 다정하게 쓸어넘기고 싶다.


"하아.. 선생님은 있잖아, 너네가 이럴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퍼..."


그저 손길에 온 감각을 집중한 채 헤으응거리는 데에 바쁜 두 얼굴을 보자니, 어차피 내 말에 집중이란 건 1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귓등으로라도 듣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말을 이어나가고 싶다.


"둘다 날 좋아해주는 건 기쁘지만... 그 마음이 충돌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싸워대면, 그걸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내 가슴은 얼마나 아프고 쓰라리겠니..?"


어차피 내 이야기같은 건 관심도 없을 것이라는 다 알기에, 머리에 있는 생각이란 생각은 모조리 다 빼버리고 그저 횡설수설에 가까운 듯한 말을 형식상으로만 내뱉을 뿐이었지만.


의외로 둘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내뱉는 이야기 하나하나 모조리 기억해낼 정도로 내 이야기에 엄청나게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싶다.
 

그러다가, 생각을 빼고 말하고 있었던 탓이었을까. 결국엔 말을 하다 꽤나 큰 말실수를 저지르고 싶다.


"나는 와카모를 사랑하고, 이즈나 역시 사랑하고 있단다."


그 얘기를 듣던 둘의 귀가 갑작스레 쫑긋하며 펴지겠지, 잘못 들은 건가? 싶은 마음이면서도, 귀에 남아 멤도는 그 '사랑한다' 라는 말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선생님의 목소리였다는 걸 확신하기엔 결코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


나는 그저 '제자로서' 사랑한다는 생각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둘은 완전히 그 '사랑한다' 는 말의 의미를 자기네들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었겠지.

그 말을 계속 곱씹다보니, 꼬리는 주인을 반기는 멍멍이 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얼굴은 시뻘개지다 못해 그 위로 허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고.


고개를 숙인 채 끙끙대는 소리를 내는 둘을 보며, 뭔가 기류가 이상해진 느낌을 느꼈지만, 그냥 그런갑다 싶은 마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가다가 또 개같이 말실수를 해버리고 싶다.


"유우카, 노아도 마찬가지야, 너희들 역시도 똑같이 사랑하고 있단다."

이참에 모두에게 '나는 이만큼이나 너희들을 생각하고 걱정해주고 있다.' 는 인식을 박아주자는 생각에 유우카와 노아에게도 그 말을 내뱉은 것 뿐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보고 싶다.


유우카, 노아도 처음엔 '설마 진짜 그런 의미겠어.' 하며, 조금은 정상적인 의미로 그 말을 해석했지만.

'선생님이랑.. 나랑... 아니.. 아니아니!! 선생님은.. 선생님이야..!! 어떻게 학생과 선생님이...'

'......그래도... 선생님이라면... 나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생각들을 걷어차 버리고 난입해오는 핑크빛 가득 꽃피는 생각에 결국 함락당해, 큥큥거리는 그곳을 부여잡고 책상에 엎드려 그저 진정될 때까지 자기 자신을 조용히 달랠 뿐인 것을 보고 싶다.


"읏...으읏...♡"

"후응...후..으...♡"

"하아...앗...흐윽...♡"

"흣...흐아응...♡"

조금씩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심각해진 것 같았지만, 눈치없는 바보 병신이었던 나는 또또또 그 새를 참지 못한 채 지리는 말실수를 기관총 마냥 남발해대고 싶다.

 
"...아니, 모두를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좋겠다, 선생이 되서야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그러니까, 나는 모두의 것이고, 모두의 선생님이란다.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 아니겠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 봐..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울고 싶겠니.."


천장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저 멀리 캐비넷 안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지만, 별 생각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주저 없이 내뱉다가..


학생들을 돌아버리게 하는 클라이맥스를 찍어버리는 말을 내뱉고 싶다.


"어.. 어어.. 그러니까.. 직접 말하기엔 조금 뭐한 표현이긴 한데.."

"나..난.. 모두를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아.. 똑같이 사랑해 줄 마음이 있으니까.. 라고.. 해야하나..? 하하.. 핫.."


부끄러운 듯 살짝 붉게 익힌 볼과 앵두같은 입술을 보일락 말락 은근히 가린 채, 머쓱한 듯 달큰한 눈웃음을 지은 채 시선을 이리저리 회피하는 그 모습은.. 그냥 '자길 미친 듯이 따먹어주세요.' 라는 말의 비유적인 표현!!!


"하아.. 하읏...!!!" 그런 선생의 아랫도리 떨리게 만드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결국, 뜨거운 열기를 내뿜다 못해 일제히 몸을 한껏 튕구다가, 이성을 잃은 야릇한 눈길을 띄운 채 슬근슬근 일어나 천천히 선생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고작 빙산의 일각 뿐이었다는 것을, 다음에 일어날 일을 겪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그제서 깨닫고 싶다.


*콰앙!!!!!*


"아아아!!! 방금 선생님이 말하신 고백과도 같은 멘트!!!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시청자 분들!!! 모두 들으셨나요!!!"


크로노스 보도부의 시논이 갑작스레 바닥을 뚫고 나오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작정 내 입 앞으로 설명도 없이 마이크를 쑤욱 들이밀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는 시논도,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사이로 흥건히 젖은 그곳을 은밀하게 숨기고 있으면 좋겠다.


"시논!? 아니 갑자기 어디서..!? 으응? 마이크는 갑자기 왜...?"

"자아!! 선생님!! 아까 하셨던 그 말을! 다시 한 번! 크으게!!! 말해 주시죠!!!!"


"어..어? 갑자기..? 아니.. 뭐.. 모두를 사랑하고 있고.. 나는 그 모두를 받아줄 준비가 됐다.. 이거? 이거 말하는 거야?"


그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급발진하는 시온, 언제 띄웠는지 조차도 몰랐던 촬영용 드론을 바라보며 대사를 읊기 시작하니, 늦게서야 그 시점에서 뭔가 개ㅈ됐음을 느끼고 싶다.


"아아아!!! 이건 완.전 특보오!!!! 채널 고정!!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식!!! 선생님께서 직.접! 그 입으로 모든 학생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심장을 떨리게 하는 아주 치명적인 유혹을 해버렸는데요!!!!"


"잠깐..!! 잠깐잠깐 스토옵!!!!!! 내 말은 그게 아니ㄹ 우읍!!" 
비겁한 변명을 내뱉는 입을 귀찮다는 듯 한 손으로 간단하게 막아버리고, 다시 제 할 말을 래퍼 못지않게 유유히 흘러내는 시논을 보며,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려대고 싶다.


"이 말은 즉슨!! 자기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은 고통스럽게 고민만 하지 말고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다는 말을 듣는 이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배려 넘치게 돌려서 이야기하는 것!!!"


"아아!!! 역시 샬레의 선생님이신가요!!!! 그 누구라도 배려해주는 그 상냥함!! 그 어떤 누구라도 따뜻하게 품어주고 사랑해주시는 넓은 아량!!!! 이 매력에 반하지 않는 이들이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이거이거!! 보도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있을까요!!! 선생님의 마음을 얻는 건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있지만!!! 그 사랑을 받는 순서는 당연하게도 선착순!!! 저와 선생님!! 그리고 여기 있는 이들이 모두 함께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며!! 여러분도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상, 샬레의 집무실에서! 시논이었습니다!! 그러엄..♡" 

*쿵.. 우우웅---* 
"하아♡ 하아앗♡ 선생님.. 선생니이임♡"

"잠ㄲ.. 시논!! 정신 차려 봐..!!! 도대체 왜 이러는..!! 우우웁!!!"

"푸흐...하앗!!! 잠깐만!! 아니 와카모!! 이즈나..!!! 너넨 또 왜 그러는 거야..!!"

"서방님의 잘못이에요... 꼴리게 한 서방님의 잘못이라구요오오!!!!"

"주군... 주구운..♡ 이 쪽이.. 자꾸 울려서.. 더 이상은... 하으읏...♡"

"허...허억.. 헛!!!!! 끼야아악!!!! 유우카아!!!! 노아아!!! 살려줘어어!! 나 죽는다아아아앗!!!!!!"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만.. 잠깐만!!! 너네들은 또 왜 그러는.. 아니 잠깐!! 말로 하자!!! 멈췃!! 옷 벗기지 맛..!! 안.. 거기는 안 돼..!!!!"

*우당탕탕!!!* .... *끼이이익...*
"세..세리나..? 아니.. 심지어 유즈도..!? 도대체 언제 들어온 ㄱ.. 히.. 히이익!!! 오.. 오지마앗!!! 죄송해요!! 살려줘요!!!!!"

*쾅!!!!*
"응, 선생님은 이 보따리 안으로 들어가야 돼, 지금 당장."

"응응!♤ 선생님은 저와 이 보따리 안에 들어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한답니다!"

"너네는 도대체 왜 온 건ㄷ... 히후미 너는 아비도스도 아니면서 거기 왜 끼어있는 거야아아아악!!!!!"

"내.. 내 이름은..!! 히후미가 아닌 파우스트!!!! 서..서서..선생님의 정을 빼았으려 왔다아아..!! 아우우우....."

"으헤! 그런 꼴리는 말을 해놓고 그냥 도망가려 하다니 선생~ 완전 사형감이라구우~? 얼른 우리 학교로 가자~♡"

 "너네 둘은 왜 이 일에 끼어있냐고오오!!!! 세리카아아!!! 아야네에에!!! 믿었는데에!!!! 날 도와줄 줄 알았는데에에!!!!!!!!!"

"..무..뭐!! 왜!!! 나는 선생님 좋아하면 안 돼!? 방금 모두를 사랑하겠다 했으면서!! 나한테 거짓말 친거야!?"

"아으.. 그.. 저도.. 선생님을... 우으..."

"하지맛..!! 속옷만은 안 댓...!!!!! 제발!!! 부끄러우니까아..!!! 멈ㅊ.. 우으으읍!!!!!!"

.
.

...많은 이들이 선생을 두고 사이좋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키보토스 모든 곳에 검열도 없이 곧이 곧대로 송출되어 버렸고.


수많은 학생들의 맞지 않는 마음을 대통합하고, 넓은 아량으로 그 사랑을 모조리 받아내어 불안하지 않게 해주는 그 훌륭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을 받은 모든 학생들이, 학원 출신 같은 건 뒷간에 던져버리고 대연합을 꾸려 마치 베를린 공방전을 연상케 하듯 샬레로 물밀듯 몰려와, 모두들 싸우지 않고 사이 좋게 선생님과의 달콤한 하루를 가질 수 있었던 건 키보토스 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꽤나 유명한 이야기.


더불어 선생님은 몇 달 후 더 이상 선생님이라 불리지 못하고, '키보토스의 아버지' 혹은 '모두의 애기아빠' 라고 불리게 되버렸다는 이야기와,

아직까지도 들려오는 샬레 내 수많은 신음소리들 사이로, 어느 누군가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가끔씩 들려온다는 괴담스러운 이야기는, 사소한 재밋거리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