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항상 너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예전부터 그랬어 100년 전도, 200년 전에도. 몸은 바뀌어도 영혼은 안 바뀌나봐? 계속 그렇게 죽는 걸 보니."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빨리 사람들 대피시켜야 된다니까?"


곧 있으면 요괴들이 쳐 들어올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사람들을 대피시키자 얀순이를 데려온 건데 갑자기 이상한 말만 늘어놓은 채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너가 죽은 뒤 100년의 공백 동안 생각을 해봤어 어떻게 하면 너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며 이런 선택을 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결정한 게 이거야."


얀순이가 말을 마치며 주머니에서 빛이 나는 구슬을 꺼내들었다.


잠시 저게 뭔가 생각했지만, 눈을 몇 번 깐빡이는 시간만으로도 저게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건 구미호 구슬로 여우들이 저걸 통해서 천년묵은 구미호가 되는 것인데.. 저걸 왜 저녀석이 들고 있지?


"사람이기에 사람을 포기할 수 없는 너에게는 이 방식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마치지도 않은 채 바로 그 구슬을 내 입에 억지로 눌러 넣었다. 그리고는 뱉지 못하게 입을 꽉 막으며 동시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남은 팔과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르는 아홉개의 꼬리가 나를 감쌌다.


'이 꼬리는...?'


갑작스럽게 날 포박한 꼬리에 그 꼬리가 이어진 곳을 보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 요괴들의 우두머리 중 하나인 구미호, 그 구미호가 얀순이의 정체란 것을.


그리고 또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얀순이가 내게 구슬을 먹인 이유까지.


"조금은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아줘"


그렇게 어떻게든 삼키지 않도록 하려고 했으나 요기가 담겨 있는 구슬이라고 스스로 내 목 너머로 굴러 넘어갔고 복부 쪽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정신은 점점 암흑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얀순이가 한 말은 똑똑히 들렸다.


"더 이상 너가 죽는 꼴은 못 봐."


ㅡㅡㅡ



아주 짧게 써봤음. 이걸로 더 써줄 사람이 있다면 고마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