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꽤 괜찮은 남자다.


연예인급의 미남은 아니지만, 제법 준수한 외모


180은 넘지 못해도, 170 중후반대의 나쁘지 않은 신장


근골로 다져지진 않았지만, 꽤나 든든한 골격


굴지의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입지있는 중견기업의 대리


어느 한 분야에서도 최고를 찍진 못했지만, 어느 부분에서도 마땅한 결점이 없는 그런 남자


연애시장에서 매겨진 값이 꽤나 높은 매물


"대리님, 제가 식사라도 대접 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당연하게도 구매하고자 줄을 선 이들이 제법 되었지만


"아, 전 괜찮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는 비매품이었다.

--------------------------





"하으읏... 나, 남편보다 더 커어... 으으윽..."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모친의 육성이었다.


다음날 모친은 결혼을 맹세했던 남편을 버린 채, 그저 성관계가 더 즐겁다는 이유로 가정을 파기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부친은 이 일을 떠벌리고 싶지 않아 고소조차 하지 않았으나, 자리잡은 마음의 독과 딱 1년을 싸우고 쓰러졌다.


그렇게 부친의 사진을 들고 다닌 날, 그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사랑이란게 존재하는걸까


한낱 욕망에 그리도 쉽게 휘둘리는거면 그냥 없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 의문은 그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확신으로 굳어져갔다.


뉴스엔 불륜관련 얘기가 꼭 한번씩 나오고


학교에선 이미 애인이 있는 것들이 더 괜찮아 보이는 이성한테 접근하고


지금 연애중인 이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인간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그냥 주변에 이따금 한 두번 보이는 정도였다.


당연히 평범한 사람에겐 그저 혀 한번 차고 넘어갈 화젯거리로 그쳤겠지만


그런 일에 너무도 민감한 상태였던 그에겐, 사소한 한번 한번이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마침내 사랑이란 가치 없음을 꺠달은 그의 인간관계에 진심은 사라졌다.


최소한을 제외한 교류는 하지 않았다. 자연히 친구도 애인도 없었다.


아쉽진 않았다. 있어봤자 결국 상처가 될 존재들이니까


부질없는 일에 목매지 않는 자신은 잘 하고 있는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신입사원의 용기를 담담히 밟은 그는, 연이어 입을 달싹거리던 사원을 무시한 채 담배를 챙겨 나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흡연실은 옥상에 있었지만 그는 지하 2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퀴퀴함이 서린 복도 끝에 덩그러니 놓인 문을 열면, 먼지가 피어오르고 거미줄 쳐진 재떨이가 반기는 흡연실.


사실 이곳이 회사에 처음으로 생긴 흡연실이었다.


그러나 환기도 잘 안되는 지하에 흡연실이 웬말이냐는 애연가들의 반발 탓에 옥상에도 흡연실이 하나 더 생겼다.


당연히 거의 모든 흡연자들은 환기가 훨씬 잘 되는 옥상 쪽을 주로 이용했다. 지하 흡연실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이 여럿 모이면 자연스레 교류가 생기는 법이기에, 그는 일부러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이곳을 좋아했다.


소파에 풀썩 앉으면 담배연기만큼의 먼지가 떠돌아 다님에도 상관하지 않은 그는 불을 붙였고


“아, 여기 계셨네요!”


그 순간 문을 벌컥 열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모금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생글거리는 미소를 노골적으로 휘감은 신입사원은, 그의 딱딱한 몸짓과 눈초리엔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맞은 편의 소파에 같이 앉았다.


흡연실에 사람이 오는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 옥상으로 가지만 나름의 이유로 옥상이 아닌 지하 흡연실에 올 수도 있는 일이다.


“비흡연자 아니세요? 대체 흡연실엔 왜...”


“말벗이나 해 드리려 왔어요. 혼자 그렇게 피우면 심심하잖아요?“


“아뇨, 괜찮습니다. 전 느긋하게 혼자 시간 보내고 싶은 거라서요”


“아하, 그러시구나~”


그러시구나, 뭐 어쩌라는 걸까. 신입사원은 묘한 웃음만 휘감은 채 떠나질 않았다.


후우, 그는 겨우 불만 붙은 담배를 도로 비벼 끄고 일어났다.


“어머, 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냥 피우세요!”


“됐습니다.”


여성 신입사원과 남자 사수가 동시에 잠시 사라졌다간 어떤 소문이 일어날지 짐작도 못하는걸까, 쓴 한숨을 삼킨 그가 흡연실 밖을 나왔다.


곧바로 뒤이어 들려오는 발소리, 하지만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복도를 걸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가락을 대려던 찰나, 이정도 거리는 분명히 따라잡히곤 밀폐공간에 단 둘이 남을게 분명하단 생각이 스쳐 지나쳤으나, 그것도 부질없음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로 가시려는 거에요? 지금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없을텐데”


비상구의 벽과 계단을 발판삼아 그를 앞질러 오르는 신입사원의 목소리.


탁, 그가 발걸음을 멈췄다. 따라오던 발걸음은 조금 더 가까워진 후 멈췄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저 사원이 이러는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별 이유도 없다. 그저 사수로써 해 준 역할들을 빌미삼아 자꾸만 사적인 접근을 할 뿐.


처음엔 가볍게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선이었지만 이젠 대놓고 따로 만나자며 들이대고 있다.


거절할때 마다 점점 높아지는 접근의 강도를 보아, 한 두번 거절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후우… 저랑 같이 식사 하러 가시죠”


그렇다면 차라리 이게 낫겠지, 적당한 선에서 어울린 후 끊어버리는게 나을 것이다.


“어머 수락하신거죠? 무르기 없기에요!”


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환히 웃으며 기뻐하는 그녀. 그는 그 반짝이는 눈빛을 피하고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예, 뭐… 얼른 갑시다. 점심 시간 끝나기 전에”


“응? 저 점심 말한거 아닌데”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말에 다시 고개가 돌아갔다.


그의 표정은 황당함에 일그러졌지만, 그녀는 변함없는 미소를 생글생글 편 채 그를 맞이했다.


“그게 무슨... 좀 전에 대접 하신다고...”


“점심 식사 대접이라곤 안 했잖아요? 헤헤”


퇴근 하고 봬요. 무르지 않기로 했죠?“


머리에 총알 하나가 푸욱 박힌 기분이었다.


당했다.

---------------------




부드러운 촉감의 원목을 아낌없이 깎아 만든 식탁, 평범한 음식도 먹음직스럽게 윤을 내 주는 은은한 전등, 지문조차 묻히기 아까운 반짝이는 식기.


이곳에 들어선다면 그 누구보다 최고로 대접해 주리란 확신이 곳곳에 새겨진 레스토랑.


“해산물 좋아하시면 이것도 괜찮아요. 약간 매콤한거 좋아하시면 이걸로 시키셔도 돼요. 아니면 고기 종류 시키실래요?”


그곳에 예약석, 그것도 개인실을 잡고 그를 데려온 그녀는 몇장이나 되는 메뉴판을 아낌없이 건드려갔다.


정말로 특별한 순간이 아니면 올 엄두도 못낼 이곳에 데려왔다는 건, 분명 엄청난 성의와 감사를 표한다는 뜻일 것이다.


어쩌면 받는 입장에서 도리어 미안해질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대체 몇번 쨉니까”


“아, 너무 많이 골랐나요? 그럼 대리님께서 추려주세요!”


“그게 아니라 식사 대접을 대체 몇 번이나 하냐는 뜻입니다.”


그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녀는 그날 저녁 과분할 정도의 대접을 했으면서, 주말에 대뜸 초인종을 두들기며 그를 또 불러내기까지 했다.


대체 어떻게 남의 집 주소를 안 걸까 하는 의문은 일단 접어둔채 무시로 일관했으나 


‘집 앞에 한 여자가 자꾸 서성입니다’ 라며 수상쩍게 여기는 시선들을 견디지 못해 결국 끌려 나오다시피 했고


그 날을 시작으로 주중이고 주말이고 여가시간을 모조리 함께 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몇번이라도 대접하고 싶을 만큼 고마워서 그래요”


“필요 없어요.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그만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희 둘이 이렇게 같이 다니는게 회사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쩔 거 같으세요?”


“글쎄요, 둘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면서 재미난 추측들을 하지 않을까요?”


그걸 알면서도 이러는건가. 생글거리는 미소를 앞둔 그는 눈두덩이를 움켜쥐었다.


“후우… 대체 왜 이러시는거에요... 설마 절 좋아하시는 것도 아닐테고...”


“앗, 들켰다.”


그의 손이 미끄러지듯 흘러내렸다. 동시에 입은 벌어지고 눈빛은 퀭하게 변했다.


“아, 사실 들키는게 당연한가요? 티를 이렇게 많이 냈으니”


그의 심정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는듯, 신입사원은 미소를 머금고 후속타를 날렸다.


어쩐지 더 촉촉 해진 눈빛아래 볼까지 발그스름하게 붉힌 그녀.


바로 맞은 편, 그 어느때보다 뻣뻣한 눈과 차가운 난빛을 한 그.


상반된 표정의 서로를 각자가 면밀히 감상하던 순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일단 대리님은 잘생기셨잖아요. 오자마자 바로 눈이 갔어요”


“저 보다 잘생긴 사람 많아요”


“딱히? 그리고 입사 이후 저를 제일 잘 챙겨주셨잖아요”


“그건 제 담당 업무니까요.”


“자기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 너무 멋지잖아요”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살아요.”


“제 눈에 들어온건 대리님 뿐이에요”


분명 말도 통하고 대화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은 꽉 막혀있다.


어느 쪽으로도 새어나갈 여지없이 하나의 결론으로만 통하는 담소, 그는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아무리 따져봐도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런 자신의 모습들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그가 지끈거리는 눈두덩이를 움켜쥐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


그녀가 정말로 자신에게 반했건 아니건 그건 알바가 아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마음을 빼앗길 여자라면 분명 다른 이에게도 금방 빠질 것이다.


“대리님”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지각색으로 일그러진 그의 표정과 달리 그녀의 표정은 단 하나, 부드러운 미소 뿐이다.


“왜 그러시죠?”


“대리님께선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질없이 헤프기만 한 감정에 휘둘리는 여자. 솔직한 심정이다.


“...글쎄요. 제가 어떻게 생각하냐니”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도 꽤 예쁘단 소리 듣는 편이거든요.


그래도 역시 대리님이 생각하는게 중요하니까요“


동시에 스윽, 그녀가 얼굴을 그의 코 앞까지 들이민다.


“자세히 보고 말씀해주세요”


그녀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표정을 굳이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 답이 무엇이든, 더 이상은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 없다.


“관심 없다 했어요. 왜 자꾸 이러시나요?”

“대리님은 어떤지 몰라도, 전 아니거든요. 한번 더 말씀드려요? 사랑해요”


“전 당신께 아무 감정도 없어요.”


“그러면 객관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겠네요. 저 어떤가요?”


“그만하죠, 전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아무리 낮게 보더라도, 키스하기 싫은 얼굴은 아니죠?”


“네?”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 그녀의 손이 그의 볼을 움켜쥐었다.

-----------------------






“야 이 씨발년아”


그녀가 초등학교 입학 전 까지 알고 있던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집 안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호칭이 거의 저기서 벗어나질 않았으니까


이따금 개새끼나, 썅년 정도가 섞이는게 다 였다.


그녀의 부모는 엉겁결에 낳은 자식인 그녀를 몹시 미워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녀의 탄생은 잠깐 불장난을 치려다 집 안을 태워먹은 꼴이었기에


매일같이 그녀를 향해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어’, ‘너만 없었어도’ 따위의 말을 일삼았다.


어렸던 그녀는 자기 때문에 부모가 고통받는게 맞는 줄 알았다.


자신이 그런 만큼 다른 집안도 당연히 다 같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학교를 다닐 나이가 되었을 때 깨달았다.


반 아이들 그 누구를 둘러봐도 집에서 겪은 고통을 억지로 감추려는 표정이 없었고


아이들의 부모님은 시험을 잘 치면 선물을 사 주거나, 매일 같이 자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거나, 갑작스레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와 주었다.


그녀 자신만 달랐다.


똑같은 탄생의 축복을 받았을지언데, 혼자만 벌을 받는 신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불공평했다.


자신은 그저 태어나기만 했을 뿐인데, 왜 남들에겐 내리쬐는 사랑의 햇빛에 소외돼 지독한 장마를 맞고 있는가.


그리고 결심했다. 사랑 받지 못했고, 사랑 받을 수 없는 자신이라면, 사랑을 받는 이들을 자신처럼 망가뜨리겠다고.


그 뒤로 그녀는 자신만의 표적을 만들어 하나하나 망가뜨려갔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던 축구부 남학생은, 점점 가스라이팅을 일삼아 운동도 관두게 해 히키코모리로 전락시켰다.


교내에 평판이 좋던 교사는 성매매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손가락질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게 만들었다.


모친은 정신병을 조작해 병원에 강제 입원 시키고, 부친은 성폭행범이란 누명을 씌워 징역을 보냈다.


그렇게 멀쩡하던 이들을 하나하나 망가뜨릴 떄 마다 걷잡을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살아갔을 이들이 자신처럼, 혹은 더 심하게 망가져버린 것이다.


죄책감은 없었다. 모두에게 공평히 내려져야 할 사랑 속에서 소외된 자신이니 이정도는 해도 된다 여겼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그녀는 누구를 어떻게 망가뜨릴지 부터 고민했고.


그를 점 찍게 되었다.


일말의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차게 식은 눈빛과, 무뚝뚝한 말투를 가진 남자.


그녀는 대강 짐작했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상태라는 걸


그래서 선택했다. 그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척 하다 도리어 상처를 찢어발기면,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을테니까.


어차피 자신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이유일 것이니 배려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일말의 친목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철저히 그녀를 막아냈다.


공적인 부분을 넘어 사적인 영역에 다다르면 칼같이 쳐낸 것이다.


아니, 그녀에게만 그런게 아니라 회사의 그 누구에게나 거의 비슷하게 행동했다.


회사 내에서 그를 두고 온갖 소문이 돌아다녔다. 성 불구자라거나, 사실 남자를 좋아한다던가, 어릴 때 머리를 다쳐 감정을 못느끼게 됐다던가


유치하기 그지없는 소문도 마냥 헛소리처럼 여겨지지 않는 그를 공략하기 위해, 신상을 샅샅히 파헤치던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는 이미 망가져 있음을.


사실을 알았을 땐 적잖이 놀랐다. 이미 망가진 이를 만나는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는 한편 고민이 깊어진다. 포기할까 싶었지만 마음이 따라주질 않았다. 어떻게든 저 남자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손댈 방법은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심리를 짚어보기 시작했다. 그녀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녀는 엄연히 사랑이 존재한다 여겼으니까, 그랬기에 자신이 소외되었다 여긴거니까, 그래서 자신이 망가졌다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아예 사랑 자체가 없다고 여기고 있다. 입김에도 쉬이 흔들리고 꺼지는 촛불 처럼, 쉽게 붙고 쉽게 꺼지는 무가치한 감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전류가 하나 스쳐지나갔다.


사람을 망가뜨리는 건, 지나간 세월 동안 그 사람이 쌓아온 것들을 전부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을 향한 염세로 똘똘 뭉친 그를 망가뜨리는 방법은


바로 진심어린 사랑으로 다가가는 것


결코 무너지지 않는 사랑을 내비치는것


평생토록 그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것


그 순간, 은은하게 달아오른 뺨과, 아늑하게 드리워지는 미소와, 분명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졌다.


사실 전 부터 그랬다. 그를 볼 때마다, 그를 떠올릴 때 마다, 그와 있을 때 마다그랬다.


하하, 그녀는 탄식섞인 웃음을 내뿜었다.


이미 자신의 몸은 알고 있었구나, 그를 어떻게 망가뜨릴지 깨달은지 오래였구나, 그를 놓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서 그에게 반해버렸구나

-----------------------------





“푸하앗… 하아아… 정말 좋아요, 미칠 것 같아.


이렇게 부드럽고 촉촉한 입과 혀를 가지고 있으면서


욕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눈빛과 차가운 표정으로 두껍게 감추고 있었다니 푸흐흡... 


지금의 감정을 잘 간직 하세요, 훗날이 되면 그 무감각한 기운을 다시는 못 느낄테니까


빛이 꺼진 눈동자가 켜지고, 굳어있던 표정이 말랑하게 풀어져, 뻣뻣한 입술은 부드럽게 휘어질거에요


평생 동안 믿었던 사랑의 덧없음을 제 손으로 부수고, 흘러넘치는 사랑의 기운에 넋을 놓게 될거야.“


길게 쭉 이어진 은빛의 실을 휘 감은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옷깃을 잡아채 왔다.


그는 저항하려 했으나, 이미 배 위까지 올라타 체중까지 실어 압박하는 그녀를 팔 힘만으로 떨쳐낼 순 없었다.


“비, 비켜요. 이러면 안 되는...”


“내가 그렇게 만들거에요, 당신을 망가뜨려버릴거야. 


내가 사랑 하니까, 당신도 사랑 할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아시겠죠?“


말 보다 가까워진 둘의 몸이 교차되어갔다.


그의 마지막 기억은, 자신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였다.

--------------------------------




시험기간에 공부는 안하고 사료나 만지는 와타시는... 분명 벌 받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