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몽롱하다
지금 내가 현실에 있는건지 꿈 속에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목소리 그리고 비명소리가 들린 것이다

“어라?”
(두리번 두리번)
“아침인가?”
“뭐지 방금 꿈을 꾼 듯한 기분인데..”
“그냥 기분탓인가?”

오늘도 어김없이 난 일어나서 비틱들과 행복한 하루를 보내려...고... 어...라?

“여기가 비틱들 모임하는 곳?”
“개쩌네 ㅋㅋㅋ ㅂㅅ들 ㅋㅋㅋ”
“쿰척쿰척 밥은 먹고 다니냐?”

그날 나의 비틱 일상은 끝을 맞이했다
그렇게 멍하니 아무생각없이 하루가 끝나려던 무렵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띵동띵동~”
“띵동띵동띵동~~”
“야 문열어 너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있던 나는 누군가의 부름 소리에 정신이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그 소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의 나는 정신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들릴 리가 없는 초인종 소리에 몸이 반응해버린 거니까

“이제야 겨우 나왔네”

문을 열자 나는 오랜만에 보는 소꿉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어... 어..? 니가 왜 여기에..”
“야 임마 니가 나한테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난.. 그..그냥”
“됐고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니 꼴을 보니 밥도 제대로 안 먹은 모양이네”
“아... 응.. 잠시만 준비 좀 하고 나올게”
“그래 빨리 나와라”

일단 그렇게 집안으로 다시 들어와서 생각에 잠겼다
왜 “그녀”가 내 앞에 있는거지?
분명 난 그녀와 헤어진다고 말한 후, 도망쳤을텐데?
왜지? 왜 그녀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난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난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지금 난 무기력함에 휩싸이기만 할뿐
아무래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가 않는 것 같다
일단 밖에 나갈 준비를 마치고 그녀를 만나야겠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별로”
“그래 우리 어디갈까?”
“라면이나 먹자”
“이 근처에 먹을 곳이 있던가?”
“내가 맛집 알아”

그렇게 우린 라면을 먹으러 갔고, 배가 불러옴과 동시에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일들이, 기억이 플래시백 현상이 되어 다시 내 머리 속에 나타났다


-8부 완-


그래, 이제 다 생각나는 것 같아
나는 그녀와 함께 비틱짓을 하는 게 너무 좋았어
내 일상이었고, 내 전부였고, 내 삶이었지
그렇지만 그녀의 나에 대한 집착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고, 나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게 전부 그녀의 눈동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
그래 모든 게 말이지

“모든 게 전부”
“그래 모든 게 전부 너와 나의 비틱일상이었어”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부 너와 나의 대화였어”
“뭐라고..?”
“너는 내꺼니까 너는 나만 보고 있으면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사람이랑 놀면 내가 많이 섭섭해”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인 척하고 너와 비틱짓을 했던거야”
“그래 니가 나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전부, 전부 “나”였던거야”
“왜냐면 넌 나에게 벗어날 수가 없는 운명이니까”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나와 결혼했고, 나의 아이를 낳았고, 나는.. 나는.. 더이상 비틱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뿐
그 사실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제정신으로는 더이상 살아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래 넌 내꺼야”
“앞으로도 영원히..”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