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일어나 현우야."


쏟아지는 졸음 속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부르는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다.


"유... 미?"


커다란 반달형 눈이 무척 귀여운 인상의 여자, 유미가 날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잘 잤어? 어제 뭐 했길래 이렇게 못 일어나?"


달아나지 않는 졸음에 눈을 살살 비비고 있자니 유미가 피식 웃으며 볼을 살짝 꼬집어 온다.


"하아암, 어제? 으음, 진짜 알고 싶어?"


"..."


묘한 미소를 지으며 유미와 시선을 맞추니 유미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어제 봤던 품번이 뭐였더라..."


"... 지, 진짜 너 머릿속에는 그런 것 밖에 없어?!"


퍽!

퍽!


너무 놀렸던 것일까 유미가 심하게 부끄러워 하며 내 어깨를 힘주어 때려온다.


살짝 아프긴 했지만 그 모습이 워낙 귀여워서 피식 웃을 뿐이다.


"아, 아퍼! 장난이잖아 장난!"


"씨잉... 진짜."


"그것보다 밥은?"


"현우, 너 진짜 이제 내가 밥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지?"


"에이, 당연하다니 내가 얼마나 하루하루 감사하며 지내고 있는데."


"진... 짜?"


묘하게 빛나는 기대 가득한 눈빛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매번 고마워 유미야. 진짜 너 밖에 없다."


"힛... 빨리 나와, 소세지 야채 볶음이랑 이것저것했어. 식기전에 먹어야 맛있어."


가벼운 감사 인사를 듣고 헤실헤실 미소 짓는 유미.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방을 빠져나간다.


'진짜 고마운 사람이지, 유미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일명 소꿉친구인 유미.


현재 부모님이 멀리 출장을 나간 상태인 나를 위해 거의 매일 같이 아침마다 집에 찾아와 아침 식사를 책임져 주고 있는 정말 좋은 친구다.


"오늘도 잘 먹을게."


"현우야! 손 씻고 먹어야지!"


"에이, 다 먹고 씻을게 다 먹고."


"정말... 어린애 같아 현우는."


아침 식사는 평소와 같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매일 요리 연습을 하는 것인지 유미의 요리는 나날이 맛있어져 갔다.


"자, 이거 내가 신경 써서 만든거야."


정신 없이 배고픈 배를 불리고 있자니 유미가 반찬 하나를 내 입가에 가져다 준다.


딱히 거절 할 것도 아니니 웃으며 받아 먹으니까 이번에는 유미가 작은 입을 벌려온다.


"나더!"


"... 자, 반찬 들어간다."


"헤헤, 역시 맛있네."


서로의 입에 반찬을 넣어주는 마치 연인 같은 모습.


하지만 나와 유미 사이는 연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친구도 아닌 것 같고...


터벅터벅


"으으, 뻐근하다!"


유미와 나란히 걸어 학교로 가는 길, 찌뿌둥한 몸상태에 가볍게 지기개를 켜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니.


'오오...'


엄청난 몸매의 오피스걸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 확실히 들어간 S 라인의 미인을.


꼬집-


"아아악!"


순간 엽구리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비명을 지른다.


"김현우! 지금 어디보고 있는 거야?"


어느새 유미가 입술을 삐죽이며 내 엽구리를 사정없이 쥐어짜고 있었다.


"으으, 어디보기는. 하늘 좀 감상했지. 오늘 참 날씨가 좋네."


"거짓말!"


"크흠, 그럼 우째 눈이 가는 걸."


"현우 너 예전에 귀엽고 요리 잘 하는 현모양처가 이상형이라며... 그거 그냥 해본 말이었던 거야?"


어느새 유미가 서운함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아니, 그건 진짜인데?"


"그, 그럼 저 사람은 왜 보고 있던 거야?"


"에이, 그거야 저런 몸매면 당연히 눈이 가지. 내가 고자도 아니고."


"... 진짜 못 됐어."


내 대답에 유미가 삐져서 고개를 휙 돌려 버린다.


"나도... 작지는 않은데..."


그리고 자기 가슴을 내려다 보고 살짝 우울해 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럼 강의 끝나면 내가 갈게!"


"그래 이따가봐."


학교에 도착해서는 자연스럽게 유미와 헤어졌다.


그리고 오늘도 똑 같이 집중해서 강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후우... 오늘도 지루했다."


또각또각


"현우야, 너 이번주 까지 하는 과제 다 했어?"


"음?"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싸고 있자니 같이 강의를 드는 사람들 중 조별 과제에서 살짝 친해진 여자애가 다가왔다.


"어, 나야 다 했지."


"역시 너라면 다 했을 것 같더라! 그때도 성실하게 하더니!"


"너... 설마 보여달라 하려고 그래?"


"앗, 들켰나?"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똑 같이 해버리면 안 된다."


"땡큐, 땡큐! 완전 땡큐! 내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


"그래, 과제 카톡으로 보내줄게."


"꼭이다! 꼭!"


내게 약속 까지 받은 여자애는 마지막에 고맙다며 내 어깨를 한 두번치고 강의실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나 또한 빠르게 가방을 싸고 밖으로 나왔는데.


"..."


"유미?"


어느새 강의실 문앞에는 유미가 서있었다.


무척 착 가라 앉은 얼굴로.


"왔으면 부르지 그랬어."


"... 그 여자애 누구야?"


"여자애?"


유미의 물음에 잠깐 누구를 말하는 건가 싶어 생각한다.


그러다가 곧 아까 있었던 일을 유미가 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아, 저번에 조별 과제 같이 했던 앤데 과제 좀 보여달라고 해서."


"그것... 뿐이야? 정말 그것 밖에 없어?"


어느새 초점이 없어진 것 같은 유미의 큰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설마 방금 애 말고 오늘 또 따른 애랑..."


그리고 의미 모를 말을 혼자 우다다 잇기 시작하는 유미의 모습에 지금이 때인 것을 느낀다. 


꼬집-


"아아! 혀, 현우야아. 아파아!"


유미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늘려주자 어느새 유미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렸을 때부터 거의 붙어 자란 소꿉친구다 보니 유미는 나에 대한 독점욕과 질투가 좀 있는 편.


그 성향이 급발진 할 때마다 이렇게 볼을 꼬집어 주면 평소처럼 돌아온다.


"이유미, 뭐라는 거야 혼자서. 카페나 가자."


"우으... 아파아."


어느새 빨개진 볼을 감싸며 울상을 만드는 유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손을 뻗는다.


그리고 유미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앞으로 이끈다.


"빨리 가자, 또 자리 없다고 찡찡이지말고."


"치이, 내가 언제 찡찡거렸다고 그래!"


내 손길에 유미가 아무런 저항 없이 딸려온다.


어느새 유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곁에 꼭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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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가 심심해서 끄적여본 것.

심심하면 더 끄적여 본다.


아... 왜 난 이런 소꿉친구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