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사쿠라 항공모함 아카기

사쿠라 항공모함 카가

사쿠라 순양전함 아마기


"이 정도 일이야, 다이호는 쉽게 끝낼 수 있어요~ 지휘관님"


다이호는 내 팔뚝에 양팔을 휘감고 있다가

여차하면 몸을 밀착시키며, 윙크를 날리곤 했다


솔직히 말하면 다이호가 도움이 된건 사실이다


오전에 갑자기 도우러 왔다며 찾아온 다이호는

자발적으로 온 만큼, 일솜씨가 우수 그 자체였다

솔직히 오늘도 서류 더미에서 살겠구나, 생각한 나였지만

다이호 덕에, 서류는 물론이요, 방 청소까지 끝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비서함의 정석이란 건가


"즐거운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나버리는 걸까요?

지휘관님과 다이호, 둘이서만 지내고 싶었는데..."


그녀는 내 팔에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

오전 중에 큰 힘이 되어준 다이호였지만

그녀의 원래 임무는 오후의 일정을 위해

마중을 나와 주는 거였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우리들은 오늘의 핵심 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쿠라의 리더인 나가토를 만나기 위해 그녀들의 기숙사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약속시간 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그녀와 둘이서 밀실에 있는 것이 두려워서, 일찍 나가기로 한 것이였다


"다이호는 지휘관님에게 차를 대접하고 싶은데~

제발 제 방에 한 번 들렀다 가시면 안될까요~"


뭐... 결국엔 밀실에서 단 둘이 있는 것 자체는, 변함이 없나...


다이호는 느릿느릿하게 걸었다

그녀는 나랑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있고 싶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느릿느릿하게 걸었다


나는 아무리 빨리 가려고 해도

그녀에게 팔을 잡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린 걸음이 되어 있었다

뭐... 빨리 가봤자, 다이호와 단 둘이 될게 뻔하기 마련이기에...


솔직히 다이호와 단 둘이 있게 되는 것은 조금 싫었다

오전의 일이 생각나서 그랬다

하지만 또 그녀를 슬퍼하게 했다간

오전의 일이 재현될 수 있기에, 마지못해 따르기로 했다


그 때


사쿠라 기숙사의 앞에 두 함선이 있었다

두 함선은 내 옆에 붙어있는 다이호를 응시하며, 동시에 말을 꺼냈다


"지휘관님, 그 눈에 거슬리는 계집애는 뭘까?"


"지휘관님, 너무 빨리 도착하셨내요?"


검은 기모노를 입은 아카기는 평상시의 상냥함을 느끼는 목소리 따윈 없었고

흰 기모노를 입은 카가는 평소와 같은 냉정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어딘가 성난 음색으로 내게 의문을 던졌다


기숙사 앞에서 마치 문지기라도 하는 듯, 서 있는 두 함선

두 함선은 귀여운 짐승귀와 꼬리가 달려 있었으며

흑백이라는, 서로 짝을 이루는 색조를 띄고 있었다


동형함은 아니지만

마치 자매라고 생각될 정도로

돈득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카기와 카가는

둘 다 내 옆에 있는 다이호를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거기에 더해 아카기는 분명한 혐오감을

카가는 표정을 바꾸진 않았지만, 분명한 적의를 보였다

귀여운 꼬리와 귀여운 귀는 내심의 감정을 나타내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지휘관님~ 무서운 아줌마들에게 들킨 것 같네요~"


다이호는 그녀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도발을 했다

자주 이런 노골적인 적의를 보여서 그런지 태연할 수 있는 건가

나는 고여가는 침을 천천히 삼키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으..음, 조금 일이 일찍 끝나서 말이야"


아카기는 조금만 봐도 심장이 떨어질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응하기 쉬운 옆의 카가에게 대답을 했다


"지휘관님이 오신다고 들어서... 아카기가 마중을 나갈려 했는데

흐음... 지휘관님, 아카기에게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도망갈 수가 없었어

나는 옆에 잇는 다이호에게 손가락을 가리켰다

설명이라기보단, 뭐라 핑계를 대려고 했지만

그럴듯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적의가 내가 아닌 다이호에게 향해 있다곤 하지만

다이호 또한 나의 소중한 동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감싸듯 앞으로 나서자니, 날카로운 시선이 날 때렸다

점점 더 시선이 날카로워 지자, 내 몸에 구멍마저 뚫린 느낌마저 들었다

명백한 적의에 노출된 나의 무릎은 자발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불쌍한 주인님, 떨고 계시다뇨

걱정마세요, 이 다이호가 비서함으로서 대신 응해 드릴게요"


자칭 비서함이 된 다이호는 눈 앞의 함선들을 두고

떨고 있는 나의 귓전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간단한 이야기에요~

다이호가 지휘관님을 모시러 갔었어요~"


"그건 네가 아니라 아마기 씨의 몫이였을 텐데"


뭐든 보이는대로 부숴버릴 것 같은 말투로 카가가 대답했다

아마기의 이름을 듣고, 나는 왜 이리 두 함선이 화를 내는지 납득했다

그녀의 존재는 이 둘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니까 말이다


그런 그녀를 업신여기듯

다이호가 주제넘은 짓을 했는 짓을 했는 것에 화가 났건가?

아니다. 이 둘은 다이호와 팔짱을 끼고 있던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지휘관님 옆에 서는 건, 아마기가 정하는 사람 뿐이야

다이호, 당신은 어울리지 않아요"


"아마기 씨가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대신 다이호가 맡은 것 뿐이에요~"


"아마기가?"


다이호의 말을 들은, 두 함선은 부정하지 않았기에

나는 실제로 아마기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요, 하지만 지휘관님은 신경 안 쓰셔도 되요"


"아니야, 아마기에게는 항상 신세를 지고 있고"


이 자리에 없는데도, 이만큼 화제가 되는 아마기는

사쿠라의 나름대로 중요한 존재였다

나가토와 이야기 하지 못할때는 자주 그녀와 상의하기도 했다

게다가 엔터프라이즈와는 다른 의미로, 군사면에서는 필요한 존재

참모격으로서 대책을 세우는 그런 함선이였다


전투도 지략도 인품도 모두 우수한 아마기였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결점이 있었다


몸이 약하다...라는 것


그것을 결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본인은 매우 신경쓰고 잇는 모양이였다

병학얀 몸이기 때문에, 남겨진 시간을 모두를 위해

특히 나를 위해서 쓰고 싶다는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녀의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 시간은 남았지?"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나왔기에

천천히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여유는 있는 법

그리고 이 중얼거림은 또 문제의 발단이 됬다는 것을 깨달은 때는

내 옆의 당황한 얼굴과, 앞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었을 때였다


"...안 돼요, 지휘관님, 얌전히 다이호랑 같이 가셔야죠

지휘관님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은 오직 다이호 뿐

그 이외의 애들은 모두 내버려둬도 좋으니까요

어서 빨리 가요"


"아아, 상냥한 지휘관님

이 아카기와 카가와 함께 아마기 언니를 모시러 가시죠

그리고 말이야, 다이호... 너 너무 방자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휘관님을 속여서 우리를 방해하다니 말이야

지휘관님이 아무리 상냥해도, 어리광을 부리고 우쭐대는 것은 좋지 않아요

좋아, 이번에 알려주지, 선을 넘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걸 말이야"


"가르치는 건 나지

약자는 아무것도 내줄 수 없어

지휘관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강자 뿐

지휘관, 미안하지만 조금 기다려 주겠어?

얼마 안가 끝날테니까 말이야"


아카기와 카가는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녀들에게 대항하듯 다이호도 나에게서 떨어져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곧 3자의 거리는 손만 뻗으면 접촉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지휘관님은 다이호 같은 최신형 항모가 좋으실걸?

나보다 젊고 예쁜 함선이 더 어디에 있겠어?

발이 느린 항모나, 병약한 전함 따위 보다

젊고 강한 최신형 항모가 지휘관님에게 도움이 될 걸요?"


다이호는 찢어진 기모노에서 보이는 가슴 부위를 강조 한 채

달콤한 목소리로 부추켰다


"당신보단 아마기 언니가 훨씬 우수합니다

지휘관님의 곁에 있어서 좋은 것은

그런 우수한 언니나 아카기나 카가와 같은 실력자 뿐

다이호, 당신 같은 함선을 누가 원하겠어?"


아카기는 하얀 속옷을 노출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의를 몸소 가르쳐주지"
 

카가는 두 사람에 비해 낮은 목소리로 노려보았다


"자.. 잠깐 좀 진정해!!"


나는 식은 땀을 잔뜩 흘리며, 필사적으로 무릎을 움직인다음

셋 사이로 들어가, 달래보았다

아침처럼 일방적으로 나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그런지

조금의 여유는 있었다


무엇보다도 빨리 끝내지 못하면

아마기의 얼굴을 볼 수 조차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나니 힘이 났다


"아카기"


"지휘관님, 이 벌레에 대한 일은 아카기에게 맡겨주십시오

곧 부숴버리고, 카가와 함께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리고 아마기 언니의 병문안을 가는 거죠"


"...카가"


"지휘관, 편하게 기다려

아카기와 함께 곧 돌아오겠다"


"...다이호"


"지휘관님~

이 볼일이 끝나면, 꼭 다이호와 차 한잔 하는거에요~

아 맞다, 방 청소 해놨어야 했는데~"


세 사람은 내 말의 조금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아, 저기"


"지휘관님 옆에 서는 것은 나 아카기가 인정한 사람 뿐"


"강자도 아닌 자가, 함부로 말할 수 있다 생각하지 마"
 

"다이호와 지휘관님 사이를 방해하는 벌레는 박멸~"



중간에 선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자

다시 날카로운 시선이 내 너머로 쏠리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문득 시리우스 생각이 났다

함선이 나와의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사이에 껴서 나를 지켜준 그녀였다

언제나 이런 공포에 떨게 했다거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없는 그녀를 생각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늘 하던 대로, 이 자리를 수습해야 해


다음 할 말을 생각해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뭐든 뱉으려고, 입을 벌리려는 순간


"무슨 일이십니까?"


콜록콜록 하며 이 자리에 나타는 그녀는

방금까지 화제의 주인공인 아마키였다


아마키는 그녀의 여동생인 아카기나

노골적으로 도발적인 복장을 한, 다이호와 달리

맵시 입게 차려입은 기모노 차림으로

입구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두 함선의 말 대로, 아마기는 약간 기운이 없어 보였다


"아마기 언니!!"


이 자리에 올 줄 몰랐던 그녀, 아마기의 등장으로

아카기와 카가, 게다가 나도 놀랐고

다이호는 적이 늘었다고 생각한 탓인지, 적의를 강하게 하며 맞이했다

아마기는 이 상황을 싹 훑어본 후, 한숨을 쉬며

아카기와 카가에게로 다가갔다


"아마기 언니, 들어줘!! 

우리들은 지휘관님을 방해하는 것이..."


"아마기 씨, 우리들은 지휘관을 곤란하게 하는 자를..."


한 걸음, 또 한 걸음

느긋한 발걸음으로 걷는 그녀를 향해 빠르게 말하는 두 사람

조금 전까지의 부정적인 감정은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아마기의 등장에 대해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핑계 대지 마"


아마기의 주먹이 쾅 하고,

아카기와 카가를 향해 강하게 내리쳐졌다


"아카기, 카가

같은 함대의 동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

게다가 상대는 사쿠라 진영의 함선

같은 사쿠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진영의 동료들과 합을 맞추겠어요?"


"으으....으으으"


"아, 아마기 씨"


"카가도 말이에요

아카기와 함께 동료를 다치게 해서는 안돼요"


"...알았어요"


카가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했지만

싱글벙글 웃는 아마기를 앞에 두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물러섰다

그렇게 울 먹이는 두 함선을 보내고

아마기는 다음으로 다이호를 바라보았다


"다이호"


"다이호는 나쁘지 않아요!!

다이호는 아마기 씨가 시킨대로, 지휘관님을 모시러 갔을 뿐이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만만하게 굴던 다이호도

대선배 아마시를 눈 앞에 두니, 동요를 감추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이호는 당황한 얼굴로 필사적으로 말을 거듭해 갓다


그런 다이호가 갑자기 조용해진 것은

아마기가 곱게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였다


"응, 알고 있단다

나 대신에 일부러 가주다니, 고마워"


"당연해요!! 아마기 씨의 부탁이니까요

게다가 지휘관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이 다이호, 무슨 일이든 해내고 말겠어요"


다이호는 아마기의 행동을 보고

혼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는지

득의양양하게 말하면서, 내 팔을 다시 휘감으려고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닿기 직전 멈추었다


"조금 들었습니다만, 선배인 아카기나 카가에게

그런 못된 말은 쓰면 안됩니다. 그 점은 반성해 주세요"


"...조심할게요"


"그렇게 지휘관님에게 너무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도

다이호만 붙으면, 지휘관님도 곤란하실 테니까요


그렇죠? 라고 던져진 질문에

나는 아무말도 못한 채, 쓴웃음으로 대답했다

다이호는 그것을 보고 가볍게 이를 갈며

내게서 조그맣게 한 발짝 물러섰다


"자, 그렇다면"


눈물은 머금은 두 함선의 손을 잡고

아마기는 다이호의 앞으로 나오게 했다

당황한 그녀의 양손을 두 손에 포개더니

억지로 악수를 시켰다


"자, 이것으로 끝이에요

다시 친해졌내요"


나를 향해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보고하는 아마시

울먹이는 두 사람에게, 당황하긴 하면서도, 악수를 하긴 하는 다이호

아까의 말다툼에 비하면, 확실히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긴 하지만...


"지휘관님?"


"어? 아.. 응"


그 미소에 나도 거역할 수 없이 동의했다


"그런데 오늘 꽤 일찍 도착하셨네요"


"아, 다이호가 일을 좀 도와줘서 그래

일찍 와서 얼굴 좀 보고, 나가토를 만나러 갈려고 했어"


"일을요?"


아마기는 다이호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이호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내 팍 숙이고 말았다


"시리우스 씨는 어디로 가신건가요?"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시리우스는 좋든 나쁘든, 언제나 나와 붙어만 다녔기에

평소 같으면, 이 자리에도 참석해, 자리를 잡도록 도와줬을 것이다

아카기와 카가도 이름을 듣고 생각났는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나중에 모두에게 전하겠지만, 비서함을 바꾸기로 했어"


"네? 그렇다면..."


아마기는 입가에 손을 가져가며, 놀란 얼굴로 반응했다

반응에 비해서 뭔가 말투가 부드러워서, 함축성 같은 것을 느꼈다

아카기 또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드디어 지휘관께서 아카기와 함께하기로 결정하셨군요

아카기는 기뻐요...

그 여자와 달리, 아카기는 지휘관님과 잡은 손을

꿰메서라도 결코 놓지 않을테니까요"


무서운 예시에 곤란해 하면서, 반사적으로 내 손을 보았다

아카기라면, 정말로 바느질을 할 것 같아서 조금 무서워졌다


"아카기도 좋지만, 저를 잊지 말아주시겠어요?

저 카가 또한 지휘관이 곁에 있다면

어떤 운명일지라도 극복해 보이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곁에 있어드릴 테니까요"


"지휘관님의 새 비서함은 다이호에요

마음대로 다이호의 사이에 들어가지마!"


다시 이 세 함선의 기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군요"


아마기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 자체로 세 함선의 싸움은 한순간에 끝나

어색한 듯 서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의지가 되는 군

사쿠라 뿐 아니라, 다른 진영의 함선들도

그녀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함선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한 실력과 지략으로 모두를 궁지에서 구해 준 그녀

나도 이 자리에서만 몇 번의 은혜를 만든 건지...


"아카시가 말했던 보수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였군요"


"아카시?"


갑작스러운 이름을 무심코 입에 올렸다

아카시는 이 함대에서 장사를 하고 잇는 함선이다

그 역할상 관계되는 일이 많은 그녀

그런 그녀의 입에서 보수 이야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번 훈련에서 MVP가 되신 분은 특별한 보상을 받으실 거라 하더군요"


"특별한 보수..."


뭘까, 매우 궁금하지만 적어도 비서함의 직함은 아닐 것이다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소동이 진정되면, 다시 시리우스에게 부탁할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소문이 어디까지 퍼져 있는 지 모르겠지만

이러다간 조금씩 오해를 낳기 시작할 것은 뻔했다


"그건......"


"지휘관 옆에 서야 하는 것은 강자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자리를 맡아주겠어요

반가워, 지휘관

강자는 어떤 운명이든 이길 수 있는 법이야

나의 이 말을 명심하고, 나를 주목해줘"


카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후보 했다


"후훗..우후훗... 방해스러운 해충들을 없애

지휘관님의 비서함이 될 수 있는 기회

이 아카기, 멋지게 쟁취해 보이겠습니다"


아카기 또한 아마기처럼 입을 가리고 웃었지만

비뚤어지게 올라간 그 입꼬리를 다 숨기지 못했다


"안 그래도 지휘관님이 좋아하는 다이호가 비서함이 되야 하는데

부끄러움이 많은 지휘관님이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렇게 프로포즈를 하다니...

귀여운 지휘관님을 위해 이 다이호,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다이호 역시 잘못된 해석을 하고, 웃기 시작했다


3인 모두 MVP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무엇보다 아카기와 카가는 상당한 실력자였고

최신형인 다이호 또한 성능이 매우 뛰어났다

누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이대로 누가 되어도 이야기가 꼬이고 말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나는 아마기에게 구원을 청했다

아마기는 나를 보자, 다정하게 미소를 짓고는


"지휘관님 옆에 서 잇는 사람으로서 찬성입니다

이번 연습에 전신 전령을 걸도록 하겠습니다

설령 이 몸이 썩어 죽더라도

지휘관님 옆에 서는 행복을 한 번이라도 누릴 수 있다면, 후회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도 마음이 내키는 모양이였다





"자.. 잠깐만"


어떻게든 참견할 타이밍을 만들려고 해도

이번엔 아마기가 나를 가로막았다


"그럼 저는 지휘관님과 좀 할 얘기가 있어서

제 방으로 같이 데려가겠습니다

아카기와 카가는 차와 다과를 준비해 줄 수 있을까?

다이호는 다음 훈련을 위해 몸조심하세요"


그 한 마디에 입을 모아 대답을 하고는

각각 나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붙잡고, 오해를 풀려고 손을 뻗으려고 해도

금방 아마기에게 팔을 잡히고 말았다


"아마기, 오해가...!!"


"알고 있습니다. 이 아마기에게 맡기십시오"


자신감에 넘친 미소와 함께, 가벼운 인사를 받았다

무엇을 알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다면, 오해를 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든 말든 기쁜 듯이 내 손을 잡고

나를 데려가는 아마기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아마기의 개인실로 옮겨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