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 베이커리 운영 중, 17세, 남성

레나 : ???, 24세, 여성

 

 

딸랑

 

"어서 오세요!!"

마틴이 가게를 청소하던 도중 들어온 레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좀 늦게 오셨네요? 평소엔 2시면 오시던데."

"밀린 일이 있어서... 커피 한 잔이랑 빵은 당신이 추천하는 아무거나 줘."

"잠시만 기다리세요~"

 

마틴은 제과점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으로 가게 문을 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의 빵과 커피는 인기 만점으로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내고 있었다.

 

레나는 그 커피점이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방문한 단골로 매일 2시쯤에 들러

커피와 빵을 먹고는 했다.

 

"커피와 빵 나왔습니다. 커피는 1주 전에 들어온 예맨 모카 마타리입니다. 요즘 무역선을 습격하는 해적무리가 많아서...

부르는 게 값이지만 특별히 어렵게 구해왔답니다."

마틴이 자신만만하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홀짝) 맛있네... 향이 아주 훌륭해."

레나가 만족한 듯이 웃었다.

 

"빵은 어떤 거야?"

"클래식 스콘하고 레몬제스트를 올린 스콘입니다. 저희 수제 사과잼하고 같이 올려서 드세요."

한참 스콘을 먹으면서 레나가 쌓인 설거지를 하는 마틴에게 물었다.

 

"벌써 빵이 다 팔린 거야, 아니면 손님이 없는 거야?"

"5시부터 빵을 만들어서 7시에 공개하면 3시간 정도면 완판되니까요. 레나 씨가 오늘 마지막 손님이네요."

"오... 잠깐! 그러면 내가 오늘 좀 늦은 것 때문에 아직도 퇴근을 못한 거야?"

레나가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레나를 보면서 마틴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매장을 유명하게 만들어주신 귀한 손님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레나 씨가 다녀간 뒤로 손님이 몰리더라고요.

그런 귀한 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죠."

앞치마에 물기를 닦으며 레나가 앉은 테이블 맞은 편에 앉아서 웃는 마틴을 보며 레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몇달 전..

"흠... 내가 못 보던 가게가 생겼네? 마틴 제과점? 한번 가볼까?"

길거리를 걷던 레나가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열심히 커피를 볶던 마틴이 황급히 나와 손님을 맞았다.

 

"(알바생인가?)여기는 어떤 종류를 팔죠?"

"어... 빵하고 커피요!"

"그럼 커피 한잔하고 빵 하나 주세요. 아무거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알바생이 귀엽게 생겼네... 그나저나 여기 가게 사장은 어디 갔을까?'

의문이 든 레나가 마틴에게 물었다.

 

"저기... 사장님은 잠시 나갔나요?"

"아... 제가 사장인데요?"

 

의외의 말에 레나가 마틴에게 다시 질문했다.

"나이가 어려 보이시는데 몇 살이신가요?"

"17살입니다. 옆 마을 구둣가게 쟝 아저씨 조카입니다. 어렵게 살던 저를 금전적으로 도와주셨죠.

제빵기술 배워서 이번에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아.. 쟝 아저씨네 조카시구나... 좋은 분이죠."

 

잠시 뒤 커피와 잼을 바른 식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커피는 신대륙에서 재배한 커피입니다. 잼은 우리 집에서 직접 만든 산딸기 잼으로 빵에 조금 얹어서 드시면

맛있답니다."

말을 마친 마틴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맛있어! 이렇게 부드러운 식빵은 오랜만에 먹어보는걸?"

레나가 감탄하면서 빵을 맛있게 먹자 다행하라는 표정을 짓는 마틴이었다.

 

"다행이다! 제가 이 가게를 열고 오신 첫 손님이시거든요.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도 정말 산뜻한 게 맛있네! 자주 와야겠어."

만족한 레나는 그곳에 있는 빵을 전부 산 후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

 

레나가 다녀간 며칠 뒤부터 사람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곧 입소문을 타고 잘되기 시작했다.

마틴은 레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그녀에게 커피와 빵을 매일 무료로 주려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고

매일 가게에 들러 커피와 빵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레나는 매일 커피를 마시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마틴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했다.

가끔 마틴이 고개를 돌려 레나를 바라보면 당황하여 고개를 피하는 그녀를 보며 마틴은 미소로 화답하였고

그럴 때 마다. 고개를 돌린 레나의 귀가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둔감한 마틴이었다.

 

 

 

어느 날처럼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레나는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야!! 마틴!!!"

술 냄새와 구질구질한 한 옷차림을 한 중년 남자가 삿대질로 마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에요."

마틴이 그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새끼가... 그게 너를 낳아준 친부에게 할 소리냐?"

"제발 정신 좀 차리고 그만 저 좀 괴롭히세요!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에요!!"

"씨발.. 됐고!! 나 돈 좀 다오."

"당신한테 줄 돈 없어요. 당장 나가요."

"몰라!! 나 돈 안 주면 안 나가!!! 배 째!!!"

그러면서 바닥에 드러눕고 행패를 부리는 남성을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은화를 몇 개 주자

실실거리며 쪼개며 가게를 나가는 남성을 보며 머리를 감싸는 마틴이었다.

 

"저기... 누구야? 아버지?"

"....죄송해요. 이런 꼴 보여 드리기 싫었는데."

"......"

"어디 또 도박장에서 돈 잃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겠죠. 그게 싫어서 여기로 왔는데... 또 다른 데를 알아봐야 하나..."

레나는 우울해하는 마틴을 바라본 뒤 말없이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인에게 은밀히 어떤 말을 한 레나는 다시 자신의 조합장으로 돌아갔다.

 

 

마틴의 친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뒷골목의 건달들에게 붙잡혀 몇 대 맞은 뒤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당.. 당신들 뭐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알 필요 없고... 당장 이 도시에서 꺼져. 높으신 분 명령이다."

"그..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여기에 가족이..."

"우리도 알 바가 아니지. 그분께서 불쾌해 하셨거든. 말을 안 들으면 뭐.. 노예로 팔던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알지?

잘 선택하라고."

"제..제길!!"

마틴의 친부를 도시 밖으로 추방한 건달들은 레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졸개를 조합장으로 보냈다.

 

 

 

레나는 상인조합의 조합장으로 어린 나이부터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상회를 운영하던 아가씨로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가 레나가 벌어놓은 돈까지 손을 대려다 아내에게 걸렸고 싸움 도중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하여

감옥에 가서 그곳에서 쓸쓸히 죽었다.

 

그 일이 있던 뒤로부터 그녀는 도박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혐오하게 되었다.

 

 

혼자 남게 된 레나는 이를 악물고 그나마 남아있는 재산을 가지고 무역업에 투자하여 계속 이득을 보았다.

결국 그녀는 뛰어난 금전감각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그 도시의 금융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부자가 되었고,

이내 그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로 도시의 실세가 되었다.

 

 

레나의 정체를 이 도시에 막 적응하기 시작한 마틴은 알지 못하였고, 그저 며칠째 친부가 보이지 않자 

어딘가에서 객사했을 거로 생각한 마틴은 그래도 혈연이라고 슬퍼하였고 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안쓰러워하는 레나였다.

 

 

 

마틴네 가게는 점점 더 유명세를 타게 되어 어느 무역선 사장과 거래를 하게 되었고 신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향신료와 재료들을 가지고 새로운 제빵기술을 선보임에 따라 도시의 높으신 분들에게도 연이 닿을 수 있었다.

 

 

가게 문을 닫고 간만에 기분전환 겸 와인바에 들어간 마틴은 바 테이블에 앉아 혼자서 여유롭게 포도주 한 병을 주문하고

천천히 즐기고 있었다.

한 여성이 혼자 있던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거기 귀염둥이~ 혼자 마셔?"

고개를 돌려 여성을 쳐다보자 20대 초반의 여성이 살짝 술에 취한 상태로 말을 걸어왔다.

 

"당신은... 아! 루이지 시장님 따님분?"

"날 알고 있어? 옆에 앉아도 돼?"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합석한 에바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마틴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여자친구 있어?"

"아니요..."

"정말? 이렇게 잘생겼는데? 으음~~"

 

머리를 굴리며 마틴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바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인데다가 성격도 제멋대로여서 주변에 민폐를 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또한 자신이 이 도시의 최대의 무역상 출신의 시장 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자신 맘에 들지 않는 일이라면

끝까지 보복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웬만하면 그녀와 엮이는 것은 피해야 했다.

 

"어때 귀염둥이? 이 누나랑 같이 놀래?"

"아! 저.. 저 내일 영업 준비해야 해서요.. 죄송합니다!!"

후다닥 도망치듯 바를 나간 마틴을 보며 에바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 지금 내 애프터 신청을 깐 거야? 제까짓 게?"

 

 

 

다음날 어김없이 빵이 완판되자 영업종료 팻말을 걸고 마지막으로 올 레나를 기다리며

가게를 정리하고 있던 마틴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오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일찍... 어?"

"귀염둥이~ 어제는 뭐 바쁘다고 가버려서 직접 왔어."

"어..."

"그래서? 오늘은 시간 되지? 누나랑 놀러 갈까?"

 

한숨을 쉰 마틴이 에바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저는 에바 씨에게 관심이 없어요. 다른 분을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 너 내가 누군지는 알지? 빵집이면 우리 집이랑 거래하는 걸로 아는데?"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박? 하! 그래! 협박이라면 협박이지. 너 내 기분을 상하게 하면 별로 좋은 꼴 못 볼 텐데?"

"...돌아가주세요. 저는 생각 안 바꿉니다."

"두고 보라고... 내가 가만두나."

 

씩씩거리며 가게 문을 열고 나간 에바를 보며 마틴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며칠 뒤

 

"물건을 안 판다고요?"

"하.. 젊은이... 잘못 걸린 거 같아. 그 여자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된다니까?"

"아니.. 그런 게 말도 안 되는..."

"미안하네... 당분간 그 여자 화 풀릴 때까지 사리는 게 좋겠어. 아니면 우리한테도 불똥이 튄다고."

 

 

 

-당분간 영업을 중지합니다.-

 

싱글벙글한 얼굴로 마틴의 가게에 온 레나는 눈앞의 문구를 보고 의아해했다.

불 꺼진 가게 안에서 퀭한 상태로 엎드려있는 마틴을 본 레나는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 레나 씨"

"무슨 일 있어?"

"그게요..."

자초지종을 설명한 마틴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진 레나는 한숨을 쉬면서 마틴에게 말했다.

 

"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다른 곳에 긴급하게 구하러 갔는데 다들 거절하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요."

"내가 해결해줄게."

"레나 씨가요?"

 

가게문을 나서며 싱긋 웃어 보이며 레나가 말했다.

"내일이 되면 알게 될 거야."

 

 

 

 

"레.. 레나 조합장님... 무슨 일로 급하게..."

루이지 시장이 눈치를 보면서 레나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 딸 간수 좀 잘해봐요. 맨날 사고치고 다니면 시장님 임기가 힘들어 질 텐데."

"아.. 제 딸이 또 무슨 일을...?"

 

레나가 정색하며 말했다.

"제가 오랜만에 좋은 빵 가게를 찾았거든요. 내가 참 단골로 가던 가게거든."

"그..그런데요?"

"그리고 그 집 사장님하고 내가 사..사귀는 사이거든요?"

레나가 살짝 부끄러워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근데 당신 딸이 내 남자친구한테 작업 걸다가 차이고 행패를 부려서 말이죠."

"행패요?"

"가게 문 접게 하려고 물건 공급을 끊었다네요~"

루이지 시장이 당황하여 말했다.

 

"아..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 그이가 그 일로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그럼 내 입장은 뭐가 될까요 시.장.님?"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루이지 시장이 우물쭈물하자 레나가 이어서 말했다.

 

"물건.. 다시 줄 거죠?"

 

 

다음날 새벽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게 밖으로 나온 마틴은 수레에서 물건들을 내리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어.. 물건 다시 주시는 건가요?"

"시장님이 헐레벌떡 오시더니 자네 물건 빨리 다시 주라고 성화여서 말이지. 그리고 참!

자네 조합장님하고 사귀는 사이인가?"

 

마틴이 되물었다.

"조합장님이요?"

"그래! 이 도시 최고의 실세인 레나 님하고 사귀는 사이라던데?"

"레나?"

"뭐... 하여튼 물건 공급 끊길 일은 없을 거라고 시장님이 전해달라더군 그럼!"

 

오후에 가게에 들어온 레나에게 마틴이 물었다.

"혹시 레나 씨가... 그 조합장님이라고 하던데요?"

"응! 맞아.  나야."

당당하게 말하며 싱글싱글 웃는 레나를 보며 마틴이 고개를 숙였다.

 

"조합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문 닫는 줄 알았거든요."

"흥~~~ 나에게 빚진 거죠? 빚진 거다?"

"맨날 도움만 받네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레나가 저벅저벅 다가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그럼 이번 주 토요일 저녁 6시에 시간 있어요?"

"네?"

"저랑 데..데이트 하...하지 않을래요?"

레나가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정..정식으로 신청하는 거에요! 원.. 원래는 남자가 신청하는 거라고요!"

이제는 토마토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데이트 신청을 하는 레나를 보며 마틴은

그러겠노라 대답했고, 쑥스러워하며 황급히 가게 문을 나선 레나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약속한 토요일 저녁이 되고 약속장소로 나가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마틴을 따라오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다.

"어이 형씨. 잠깐 우리 좀 볼까?"

곧 아무도 오지 않는 뒷골목으로 저항도 못하고 끌려간 마틴을 이내 어떤 여자가 비웃으면서 맞이했다.

 

"하... 씨발 새끼..."

에바가 마틴의 얼굴에 침을 퉤 뱉으며 말했다.

"한 번도 나한테 큰소리 내지 않았던 아빠가 그날 내 뺨까지 때렸어! 제기랄 너 때문에!!!"

씩씩거리던 에바가 주변의 덩치들에 사슬로 마틴을 묶도록 명령했다.

 

"읍!!! 읍!!!!"

"하... 좋게좋게 가자고.. 응? 내가 너 귀여워 해주려고 했는데... 내가 분이 좀 안 풀려서 말이야."

그리고는 가죽 채찍으로 묶인 마틴의 등을 후려 갈겼다

 

휘익!! 차악!!!

"으브븝!!!!"

"아 좀 시원하네. 좀 몇 대만 더 맞자?"

 

차악!!!!

"으그극!!! 끄읍....."

 

휘익!!!

"끄르륵..."

 

마틴이 뽀글뽀글 거품을 물고 기절하자 재미없다는 듯 손을 휙휙 흔드는 에바였고 곧 덩치들이 길거리로 도로

마틴을 집어 던졌다.

 

 

"왜 안 오지..."

한편 마틴을 기다리던 레나는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마틴네 가게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웅성웅성...

 

"뭐지? 무슨 일 있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자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마틴을 발견한 레나는

경악하며 사람들을 밀치고 마틴에게 다가갔다.

 

"꺄아아악!!! 마틴!! 마틴!!! 빨..빨리 의사를!!!"

 

 

 

이틀 동안 기절해 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마틴을 본 레나는 엉엉 울면서 마틴을 끌어안았다.

"마틴!!! 다행이다...."

"레나 씨..."

"어떤 새끼야! 어떤 놈이냐고!!"

"......"

마틴은 사실대로 말할까 고민했지만 지금 눈앞의 레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죽여버릴 기세라 혹여 그녀가 살인이라도

저지를까 봐 입을 다물었다.

"....하 너무 착해 빠졌어. 당신은"

 

레나가 섬뜩하게 말했다.

"기다려. 곧 선물하나 갈 테니까."

 

 

 

 

 

 

철퍽!!!

"무..무슨짓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거야?"

"......"

덩치들이 에바를 끌고 와 지하실로 던졌다.

 

뒤이어 그녀가 고용했던 건달 두 명도 쇠사슬로 묶인 채로 지하실로 던져졌다.

 

"전 몰랐어요!!! 전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씨발.. 저년이랑 엮이면 안 좋다고 그랬는데... 살려주세요!! 전 그저..."

 

"다물어."

차가운 목소리로 레나가 또각또각 지하실로 내려왔다.

 

곧 철문이 닫히고 횃불만이 비치는 지하실에서 먼저 건달 두 명 앞에 선 레나는 말없이 그 둘을 노려보았다.

 

"조합장님!! 조합장님!!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제발 목숨만은!!"

"아... 뭐.. 살려..줄 수는 있지. 근데..."

레나가 그 둘을 비웃으며 말했다.

"뭐 그냥 살려줄 수는 없고... 수영 잘해?"

 

공포에 질린 둘의 양쪽 발목에 40kg 쇠공을 매달고 2km 떨어진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명령한 레나는

울부짖으며 끌려가는 건달들의 모습을 보고 벌벌 떨고 있는 에바에게 다가갔다.

 

"조..조합장... 이...이런 짓을 하면 당신이라도 무사하지는 않을 텐데?"

덜덜 떨면서도 마지막까지 허세를 부리는 에바의 모습에 기가 찬 레나가 말했다.

 

"아버지가 너무 오냐 오냐 키웠네. 오냐 자식이 후레자식 된다는 말 모르죠?"

"제기랄 이거 풀어!! 풀라고!!!"

"아씨.. 침 튀기지 말라고 이년아!!"

뺨을 한대 후려갈기자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다문 에바에게 이어서 말했다.

 

"아가씨를 뭐... 죽여버리지는 않을 거에요. 시장님하고 약속했으니까. 딸아이의 목숨은 살려달라고.

다시 말해줄까? 너희 아빠가 너 팔았다고."

에바의 턱을 잡고 레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내가 루이지 시장님한테 투자한 돈이 얼마인지 알아요? 거의 지분 60퍼센트에요. 뭐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신네 무역선 다섯 척 중에서 세 척이 내 것이라고. 순수하게 그거 말고도 시장님이 사업하느라 빌린 돈이 좀 많은데... 

내가 루이지 시장님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서 좋게좋게 가는 거야. 알겠어?"

"그..그래서요...?"

말투마저 공손해진 에바를 보며 실실 웃던 레나가 말했다.

 

"내가 그거 싹 다 돈으로 회수하면... 당신 아버지가 가만둘까? 당장 너희 일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게 될걸?

아마 내가 아니라...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죽이려고 들지 않을까?"

"잘...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조합장님!!! 뭐..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버둥거리며 눈물 콧물을 흘리며 비는 에바에게 침을 한번 뱉어준 레나는 곧 어리둥절하며 

지하실로 내려온 마틴을 맞이했다.

 

"레..레나 지금 뭐 해?"

"음... 당신을 그런 꼴로 만든 쌍년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려는 거지~"

기가 막힌 마틴을 뒤로 한 채로 돌아선 레나는 에바에게 명령했다.

 

"벗어."

우물쭈물하며 겉옷을 벗은 에바를 보며 낮은 소리로 그르렁거리며 말했다.

"아.. 씨발.. 싹 다 벗으라고. 속옷까지."

 

수치심과 공포로 소리도 못 내고 울며 알몸이 된 에바에게 이어서 명령하는 레나였다.

 

"저기에 엎드려."

십자가 모양 형틀에 비척비척 걸어가서 덜덜 떨며 그 위에 엎드린 에바를 본 레나는 주변의 수하를 시켜 그녀를 틀에 묶도록 했다.

 

"자 마틴 이거 받아."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은 마틴의 손에 채찍을 쥐여준 레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마틴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레나!! 이럴 필요는 없어!! 이제 그만해!!"

"뭘?"

"지금... 이건 범죄야!! 범죄라고!!"

 

"아~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줄까?"

그리고는 마틴의 손에서 채찍을 뺏어 들고 에바의 등에 채찍을 후려갈기는 레나였다.

 

차악!!!

"끄아아아악!!!! 아악!!!!"

"뭐 하는 거야!!"

 

차악!!!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만해!!!"

 

다시 내려치기 위해서 손을 든 레나의 손목을 붙잡으며 마틴이 소리쳤다.

"그만하라고!!!!"

 

레나가 차가운 눈으로 마틴을 바라보았다.

"뭐하는데?"

"그만해. 이제 그만하자. 하지 말자. 나.. 당신 너무 무서워."

 

그러자 채찍을 집어던지고 레나가 천천히 마틴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무서워? 그래서 내가 싫어졌어? 당신을 그 꼴로 만든 저년이 더 중요해?

저년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왜?"

마틴이 뒷걸음질치자 레나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가 다시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이리와 마틴..."

"미... 미쳤어.. 당신 미쳤어..."

"오라고."

섬뜩한 목소리에 결국 저항하지 못하고 다가온 마틴의 손을 잡고 레나가 말했다.

 

"자.. 우리 이제 다시 데이트하러 갈까? 아.. 잠깐... 거기 너"

레나가 수하 한 명을 부르고는 명령했다.

"저기 저년은... 30대만 더 때리고 상처 잘 치료해서 집 앞에 데려다 놔. 죽이지는 말고. 죽이면 너희가 저 꼴 나는 거야 알겠지?"

"네 사장님!"

 

지하실 문이 닫히고 뒤를 돌아보려는 마틴의 목을 잡은 레나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이제 좋은 것만 볼까요? 자기?"

그리고는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이제 뭐 하고 놀까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