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학교의 종소리가 울리자 선생님이 들어오고, 시끌벅적한 학생들은 그대로 자리에 앉는다.

 

“자, 다들 조용!”

 

흔한 초등학교의 모습.

 

하지만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선생님은 교실의 문밖을 바라보고 말한다.

 

“자, 들어와. 무서워하지 말고... 아.”

 

이내 선생님은 말을 하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밖으로 나가 처음보는 여학생을 데려온다.

 

새하얀 피부, 흑발의 긴생머리, 귀엽다고도 예쁘다고도 할 수 있는 외모.

 

그 나이대에 걸맞는 평범하고도 공주님같은 모습.

 

하지만 그 평범함과는 대비되게 귀엔 하얀색 알약같은 무언가가, 그리고 손엔 커다란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스케치북엔 이런 글씨가 크게 쓰여져 있었다.

 

안녕! 난 김얀순이라고해! 모두들 반가워! 

 

하지만 스케치북에 당당하게 써져 있는 글씨완 다르게 부끄러워하며 우물쭈물댄다.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반 전체에게 알린다.

 

“오늘부터 전학오게된 김얀순이라고 한단다. 모두들 잘 대해주렴. 지금 얀순이는 귀가 안좋아서 듣는거랑 말하는걸 잘 못한단다.”

 

선생님의 말을 들은 한 초등학생이 번쩍 손을 들고 질문한다.

 

“쌤! 귀가 안들리는데 왜 말하는 것도 못해요??”

 

얀순이를 비방할려는 목적이 아닌 초등학생다운 순수한 질문이였다.

 

“그건 어렸을 때 부모님의 말을 많이 들어서 배워야 하는데 얀순이는 그런 기회가..”

 

선생님의 말을 끊고 얀순이가 번쩍 어벙한 발음으로 답한다.

 

“아이야..! 나 마랄수 이써...!”

 

얀순이로썬 첫인상이 결정된 만큼, 최대한 노력하고, 또 열심히 말했지만,

 

“푸하하하하하하”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된 채, 반 아이들 전체가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웃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아이가 한명 있었다. 

 

“자! 다들 조용! 웃지말고! 얀순이는 우리가 배려해야 되는 존재야! 얀순아 넌 저기 얀붕이 옆으로 가렴.”

 

선생님이 손짓으로 가리킨 곳은 창가쪽 자리의 아까 유일하게 웃지않은 남자아이의 옆자리.

 

“아..아녕..”

 

얀순이는 시니컬해 보이는 짝꿍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얀붕이는 얀순이를 힐긋 바라보고는 또다시 바깥을 바라보았다.

 

******

 

“4곱하기5는...”

 

담임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잘 들리지 않는 얀순이도 열심히 공책에 무언갈 적고 있었다.

 

하지만, 옆자리 짝꿍인 얀붕이는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래서 이부분은..”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말고 자고있던 얀붕이에게 다가온다.

 

“..!”

 

얀순이는 당황해서 얀붕이를 깨우려다가,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딱콩!

 

“얀붕이 너! 맨날 수업시간에 자고 말이야! 그러면 못써!”

 

“아야야..”

 

딩동댕동

 

선생님이 얀붕이의 머리를 치자마자 수업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린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좀있다가 종례할테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얀순이는 항상 들고다니는 공책에 자기 할 말을 적는다

 

괜찮아? 아프지 않아?

 

“...”

 

얀붕이는 얀순이의 글씨를 슬쩍 흘겨보고는 무시하고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

 

아직 선생님을 기다려야 하지만, 익숙하게 나가버린 얀붕이.

 

“얀순아, 신경쓰지마 쟤 원래 그런애야.”

 

얀순이의 자리로 몰려와 감싼 아이들이 말한다.

 

“것보다 너 어디서 왔어..?”

 

“너 예쁘다! 나랑 친구할레..?”

 

“진짜 안들려? 이것도? 정말?”

 

전학생에 대한 궁금증으로 둘러 싸이는 얀순이.

 

“에..? 아으으..?”

 

그러나 얀순이는 귀에 대한 몰려드는 자극이 익숙하지 않아, 자기의 의사소통 기구인 공책과 연필마저도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조용! 다들 자리에 앉아!”

 

문을 열고 선생님이 들어와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종례를 시작한다.

 

“...알림장에 전부 받아 적었지? 그럼 다들 내일보자. 참, 그리고 얀순이는 부모님이 데리러 왔으니까 조금만 반에서 기다리렴.”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 아이들은 모두 활발한 강아지들처럼 친구들이랑 어울린다.

 

“야야, 오늘 눈감고 술래잡기 할래?”

 

“아니, 오늘 피아노 학원가야돼”

 

“야!! 내 딱지 내놔!!! 멈춰!!!!!”

 

“메~~~롱”

 

가지각색,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모두 자기만의 소리를 내면서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모두 나가자 정적이 찾아온다.

 

“...”

 

곧이어 선생님이 얀순이의 손을 잡으며 책상에서 일으켜 세웠다.

 

“가자, 얀순아. 밖에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실거야.”

 

손을 잡혀서 네. 라는 글씨도 쓰지 못한채 선생님과 같이 교문으로 나가자, 얀순이의 엄마가 서 있었다.

 

“아, 얀순아!”

 

얀순이의 엄마는 곧장 얀순이에게 다가와, 손을 사용해 수화로 얘기한다.

 

오늘 하루 괜찮았어? 친구들은 어때?

 

그에 맞춰서 얀순이도 수화로 대답한다.

 

응 괜찮았어. 친구들도 나쁘지 않았어.

 

얀순이의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말을 한다.

 

“아,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우리 얀순이가 수업진도는 잘 따라가던가요?”

 

“네, 상당히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저희 반 애들보다 더 똑똑한걸요. 앞으론 최대한 말과 함께 칠판에 필기하면서 가르치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얀순이의 엄마는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한다.

 

“하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하하.. 아닙니다.”

 

“그럼 저흰 가보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말과 함께 인사를 하는 엄마를 보고 따라 얀순이도 같이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고 얀순이와 엄마는 차에 타고 집으로 갈려던 찰나,

 

얀순이가 엄마의 팔꿈치를 당겼다.

 

응? 왜그러니?

 

수화로 얘기하는 둘

 

그게... 으응.. 아니야..

 

무언가 신경이 쓰이는 옆자리 짝꿍인 얀붕이에 대해 말할려다가, 아직 첫날이라 잘 모르는 것 같아 말을 아꼈다.

 

******

 

그렇게 일주일 가량이 흘러 반아이들이 얀순이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들 무렵.

 

얀순이는 일반 아이들과 살짝 다른 특성으로 겉도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엔 체육시간이다! 다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집합! 아, 얀순이는 그대로 운동장에 나와도 된단다.”

 

선생님은 문밖으로 나가고 남학생은 화장실로, 여학생은 반에 남아서 체육복으로 갈아 입는다.

 

얀순이는 뛰면 보청기가 흔들려서 떨어질까봐 체육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선생님은 화장실을 갔는지 운동장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대신 옆자리 짝꿍 얀붕이만이 홀로 운동장에 나와있었다.

 

얀순이는 얀붕이 곁으로 다가가 공책에 무언갈 쓰고 얀붕이에게 내밀었다.

 

운동장에 일찍 나왔네 ^ㅡ^ 어라? 근데 혹시 체육복으로 안갈아 입은거야?

 

확실히 얀붕이는 체육복으로 갈아입지 않아서 운동장에 빨리 나온 것 같았다.

 

늘상 얀순이를 무시만 하던 얀붕이가 얀순이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얀순이는 일주일간 옆 짝꿍인 얀붕이와의 첫 소통에 놀랬다.

 

그런 놀라움을 앞세워서 얀순이는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공책에 빠르게 휘갈겨 쓰고 내밀었다.

 

너!! 왜 나랑 말안했던거야!! (ꐦ°꒫°) 맨날 창밖만 바라보고!!! 그리고 맨날 수업시간에 자고!! 

 

“풉..”

 

얀붕이는 얀순이의 공책에 쓰여진 말과 그려진 이모티콘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처음 보는 얀붕이의 미소에 얀순이도 그만 따라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

 

서로의 웃음에 전염이 된건지, 대체 뭐가 그리 웃긴건지, 둘은 초등학생다운 이유없는 웃음을 한바탕 지었다.

 

“푸하하하하.. 미안 미안.. 일부러 무시할려던 푸흐흣.. 그런게 아니라...”

 

얀붕이는 아직도 웃음이 나오는걸 참아가며 얀순이에게 얘기했다.

 

얀순이도 손을 바들바들 떨어가며 공책에 글씨를 써서 보여줬다.

 

진짜 너~ 나도 너무 웃겨서 혼났잖아 ヾ( ·`⌓´·)ノ゙ 

 

그리고 얀순이는 자기가 가장 하고싶었던 말을 공책에 썻다.

 

아무튼! 너.. 혹시 나랑 친구할레?

 

그리고 그 공책에 쓰여진 말을 얀붕이에게 보여줄려던 찰나,

 

“김얀붕!! 너! 오늘도 체육복으로 안갈아 입었어! 너 일로와!”

 

선생님이 나타나 화난 목소리로 얀붕이를 불렀다.

 

“...”

 

그러자 얀붕이는 또다시 얀순이를 무시하고 울적한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걸어갔다.

 

아..

 

얀순이는 아쉬운 마음에 선생님에게 걸어가는 얀붕이를 바라보지만, 얀붕이를 멈춰세워 공책을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곧 이어서 반 아이들이 다같이 우르르 나온다.

 

그리고 선생님과 설교를 들은 얀붕이가 같이 온다.

 

“자, 그럼 다들 국민체조 먼저하고, 축구할지 피구할지 정해!”

 

선생님의 그 말에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은 싸우기 시작한다.

 

“야! 당연히 축구지!”

 

“뭐래! 니들 또 우리보고 수비만 시킬거잖아!”

 

그렇게 투닥투닥 싸우다가 선생님이 결론을 짓는다.

 

“그럼 여자대표 나오고! 남자들도 대표 나와서 둘이 가위바위보해!”

 

그러자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각각 모여 수군수군되더니 대표가 정해진건지 앞으로 나온다.

 

얀순이는 어차피 둘다 못하니까 관심없어하며 아이들 바깥으로 살짝 나왔다.

 

!

 

마침 얀붕이도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살짝 빠져나온걸 얀순이가 발견했다.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걸어가 공책에 자기 할말을 쓰고 보여준다.

 

넌 축구나 피구같은거 안좋아해?

 

얀붕이도 자기에게 다가오는 얀순이를 발견하고 또, 공책 쓰여진 글을 보자 이야기한다.

 

“어.. 응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음 그렇구나! 나도 좋아하진 않아!

 

그리고 얀순이는 한번더 자기가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을 공책에 쓴다.

 

그럼... 우리 친구할까..?

 

다시 한번 자기의 마음이 적힌 공책을 전할려다가,

 

휘이익!

 

휘슬소리에 아이들 전부 이목이 집중된다.

 

“다들 모여!! 그럼 축구로 결정 됐으니까 체조부터 시작하자!!”

 

“...그럼 갈까?”

 

“에..? 아으... 웅..”

 

또다시 선생님에게 방해를 받아 공책을 전하지 못한 얀순이였다.

 

******

 

“다리운동 하나! 둘! 셋! 넷!”

 

선생님의 리듬감있는 지휘로 크게 외친다.

 

아이들도 그에 맞춰 작은 팔다리를 휘두르며 선생님을 따라한다.

 

하지만 얀순이는 교정에 앉아서 그저 다리를 흔들며 심심해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체조 끝!”

 

선생님은 축구공을 뻥 차 날린다.

 

“그리고 이제부터 축구 시작!”

 

우와아 하며 남자아이들은 벌떼처럼 축구공을 향해 달려든다.

 

반면 여자애들은 남자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같이 모여서 얘기를 떠든다.

 

“하우움...”

 

하품을 하며 할 일 없는 얀순이는 공책을 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열심히 뛰고 있는 남자아이들,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여자아이들.

 

슥슥 손을 움직이며 점점 집중해 그리다가,

 

“뭐해?”

 

“꺄흐!”

 

옆에서 슬쩍 다가온 얀붕이가 얀순이에게 말을 걸었지만, 얀순이는 그런 작은 자극에도 놀래버렸다.

 

“푸흣.. 너 사실 들리는거 아니야..?”

 

“에..? 으... 아이야!”

 

자기의 약점을 거짓말로 간주하는 것 같아서 화가난 얀순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곤 공책에 빠르게 휘갈겨 썻다.

 

난 진짜 잘 안들리거든..!! 지금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건! 내 귀에 있는 이 보.청.기 덕분이라고!!

 

얀붕이에게 공책을 돌려 보여주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자기의 귀에 꽂혀있는 하얀 보청기를 보여주었다.

 

“아.. 그게.. 그.. 미안..”

 

됐어! 다음부터 그러지 마! 알았지..!? 내 짝.꿍.아!

 

얀순이는 얀붕이의 사과를 받아줬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림 그리고 있었던거 같은데 한번 봐도 돼..?”

 

“에..!? 으으..”

 

얀순이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긴 부끄러운지 수줍게 공책에 글자를 적었다.

 

음... 싫은...걸? 그게... 그러니까.. 잘 못그리기도 하고... (。>﹏<。)

 

“풉... 너 공책에 표정 그려 넣는거 보면 그림 진짜 잘 그릴거 같거든..?”

 

아니거든..! (ꐦ°᷄▿°᷅)

 

서로 그림을 잘그린다, 못그린다 옥신각신하다가 그 광경을 운동장에서 떠들고 있던 여자애들이 보았다.

 

“어? 야 쟤들 봐봐, 사이 좋아보인다.”

 

“그러네? 서로 체육복도 안입고.. 짝꿍에.. 설마..!?”

 

여자애들은 교정의 얀붕이와 얀순이를 보고 외친다.

 

“얼레리 꼴레리 얀붕이와 얀순이는 서로 좋아한데요~ 좋아한데요~”

 

“읏...”

 

얀붕이는 그 소리를 듣고는 얼굴을 붉히며 교정 뒤로 숨었다.

 

얀순이도 똑같이 빨개진 볼을 뒤로 하고 뒤로 돌으려던 순간,

 

“위험해!”

 

 

누군가의 소리와 동시에 축구공이 날라와 얀순이의 귀를 맞춘다.

 

그리고 그대로 얀순이는 바닥에 쓰러진다.

 

******

 

삐―

 

귀에서 울리는 이명소리와 함께 얀순이는 양호실에서 깨어난다.

 

“어며.. 이러나니...? 모믄 좀 어떠니”

 

그리고 양호선생님이 다가와 말을 걸지만, 양호선생님이 물속에서 말하는 것 같은 먹먹함과 더불어 말소리가 작게 들린다.

 

다행히, 반대편의 보청기는 살아있어 이렇게라도 들리는 것 같았다.

 

“에..?”

 

그러나 얀순이는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런지, 한쪽 보청기만으론 양호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아..”

 

양호선생님은 작게 신음을 내곤 화이트보드와 마카를 가져와서 글씨를 쓴다.

 

괜찮아? 머리는 어때? 아프지 않아?

 

얀순이는 그 질문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부모님이 곧 데리러 올거야 조금만 기다리렴. 

 

양호선생님은 얀순이가 깨어났다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돌릴려고 갈려다가 얀순이가 소매를 붙잡았다.

 

그리고 얀순이는 자기 주머니 안에 있던 공책과 연필을 꺼내서 무언갈 쓰고 보여준다.

 

얀붕이는 괜찮아요? 

얀붕이는 당연히 괜찮지. 애초에 공에 안 맞았는걸. 그리고 얀붕이가 널 업고 여기로 뛰어왔어.

 

그 글을 보자 얀순이는 안도감과 함께 얀붕이에 대한 고마움이 들었다.

 

드르륵.

 

때마침 얀순이의 엄마가 양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얀순아..!”

 

엄마 난 괜찮아

 

얀순이가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여서 대답한다.

 

“오셧습니까. 얀순이 어머님.”

 

“아..! 저희 얀순이는 괜찮나요..?”

 

얀순이의 엄마와 양호선생님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얘기한다.

 

“네. 특별히 외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집어들고 보여주는 양호선생님.

 

“그.. 보청기가 망가진 것 같아서..”

 

부숴져 버린 보청기지만, 얀순이의 엄마는 그런걸 개의치 않고 말한다.

 

“괜찮아요! 우리 얀순이만 무사하면 됐으니까..! 가자 얀순아!”

 

침대에서 일어난 얀순이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얀순아 너도 인사해

 

얀순이의 엄마가 손짓으로 말하고, 그대로 얀순이도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인사를 마친 둘은 양호실 밖으로 나갔다.

 

얀순아 너 정말 괜찮아..? 병원 안가도 돼?

 

응 난 진짜 괜찮아! 것보다.. 엄마.. 나..

 

응? 왜?

 

얀순이의 엄마는 궁금해하며 묻는다.

 

그.. 음.. 우리반에 갔다와도 돼..? 뭐 놔두고 온게 있어서..!

 

알았어. 갔다와. 엄마는 여기 있을게.

 

응! 고마워!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호다닥 뛰어가며 자기의 학급으로 간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면서 자기 공책에 무언갈 적는다.

 

드르륵

 

시끌벅적한 쉬는시간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얀순이가 나타난다.

 

“웅..? 져궈 야수니 아니야..?”

 

“야수나..! 너 괘차나!?”

 

친구들의 관심과 잘 들리지 않는 먹먹한 소리를 함께받은 얀순이지만, 곁에 모여든 친구들을 헤치며 나아간다.

 

그리고 텅빈 자기 자리 옆에 앉아 있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짝꿍에게 걸어간다.

 

“..! 야수나..! 너..!”

 

조퇴를 한 줄 알았던 자기의 짝꿍이 갑자기 나타나서 놀란 얀붕이.

 

그런 얀붕이에게 얀순이는 자기의 공책중 두 장을 찢어서 전달한다.

 

한 장은 아까 운동장에서 그린 예쁜 그림.

 

한 장은 아까 계단을 올라오면서 쓴 글씨.

 

그.. 양호실까지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답례야..! 그림 궁금하길레... 

 

그리고..! 아까부터 전하고 싶었는데.. 그.. 우리.. 친구하자..!

 

종이를 받은 얀붕이는 웃으면서 자기의 공책에 무언갈 쓰고, 또 찢어서 얀순이에게 전달한다.

 

응! 좋아! 우리 이제부터 친구하자!

 

얀순이는 종이를 받고는, 천천히 보더니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버리고,

 

“응..! 응..! 우린.. 칭구..!”

 

고개를 끄덕이곤, 얀붕이가 준 종이를 가지고 도망치듯이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와.. 김얀붕 너 뭐냐..?! 너 쟤랑 사겨..!?”

 

“아.. 아니거든..!?”

 

그 후, 몰려든 친구들의 놀림과 웃음은 남겨진 얀붕이의 몫이였다.

 

******

 

그렇게 얀순이와 얀붕이가 친구가 된 후, 며칠이 지난 날

 

“..여기서 알코올 램프의 뚜껑을 닫아서..”

 

담임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꼼꼼히 적어가는 얀순이.

 

“..음냐..”

 

그리고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얀붕이.

 

“안전하게 보관하면...”

 

선생님은 자고있는 얀붕이를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온다.

 

“..!”

 

얀순이는 선생님을 보고는 얀붕이의 옆구리를 연필로 콕! 찔러서 깨운다.

 

“푸핫!!”

 

벌떡 일어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얀붕이.

 

“...풉 얀붕아, 이번엔 봐줄게.”

 

“푸하하하하하하”

 

담임 선생님과 반아이들이 얀붕이를 보고 다같이 웃는다.

 

“으으..”

 

“자! 그럼 과학시간은 여기까지, 다음은 학급회의 시간이니까 준비하고 있어!”

 

선생님은 교실 밖으로 나가고,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자기의 할 말이 쓰여진 공책을 내민다.

 

으이그.. (˘•~•˘) 맨날 수업시간에 자고 말이야! 밤에 뭘 하는거야..!

 

“아.. 그.. 그게... 좀 피곤해서..”

 

이내 자기가 아까 수업내용을 적은 공책을 주는 얀순이.

 

자..! 이거 집에 가져가서 공부해! 다음에 시험에 나온다니까 알아둬..! 

 

“아.. 하지만 넌 어떻게 공부하게..”

 

난 괜찮아! 누.구.완. 다르게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전부 알고 있거든..!

 

살짝 머뭇거리는 얀붕이.

 

“집엔.. 그.. 응 알았어..”

 

얀붕이는 얀순이의 공책을 가방에 집어 넣는다.

 

그걸 본 뒷자리의 여자애는 얀순이의 등을 톡톡 친다.

 

“..?”

 

“니네 진짜 부부같다.”

 

“에..? 아.. 으으..”

 

얀순이는 부부란 소리를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지고, 얀붕이는 뒤돌아서 소리친다.

 

“아.. 아니거든..!? 그.. 얀순이는 내 친구거든..!?”

 

“푸하하. 야, 농담이야. 농담. 그래도 얀붕이 넌 보기 좋다. 너 옛날엔 애들이랑 말도 안하고, 잠만 자고.”

 

뒷자리의 여자애는 계속 말한다.

 

“좀.. 뭐랄까. 차갑달까? 감정이 없달까?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다. 야, 그런김에 우리랑도 놀래?”

 

얀순이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끄덕인다.

 

“응! 응! 가치 놀래!”

 

“킥킥.. 좋아! 그럼 끝나고 운동장으로 나와! 얀붕이 너도 올거지..? 아 참! 얀순아 내이름은 얀진이야.”

 

얀진이와 얀순이는 얀붕이를 바라본다.

 

“...아니, 난 집에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돼.”

 

여자애가 말한 예전의 얀붕이가 이런 모습일까, 우울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하지만 옆자리의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큰 목소리로 말한다.

 

“시러..! 야부이 너가 아노면 나도 안가..! 가치놀자..!”

 

“아.. 그.. 그게.. 얀순아..”

 

얀붕이는 당황하면서 달랠려 하지만, 좀처럼 달래지지가 않는다.

 

“킥킥.. 야 그럼 김얀붕 너도 와! 이런 예쁘고 귀여운 얀순이를 두고 어딜 집에 갈려고 그래..!?”

 

얀진이는 웃으면서 대화를 끝마쳤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담임 선생님이 들어온다.

 

“자, 학급회의 준비해~! 반장은 앞에 나와서 반 친구들 의견 모아서 칠판에 쓰고!”

 

“네”

 

똑부러져 보이는 반장이 앞으로 나온다.

 

“지금부터 학급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건의할거나, 의견같은거 내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 주세요.”

 

“저요! 저요!”

 

반 아이중 한명이 손을 들고 얘기한다.

 

“쓰레기통이 하나밖에 없어서 불편해요! 하나더 놔주세요!”

 

“음.. 그 의견에 찬성하면 손을 들어 주세요.”

 

반장의 말에 반 아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쓰레기통을 하나 더 놓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와~ 와~ 하는 소리가 아이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또다른 안건 있습니까?”

 

“저요!”

 

얀진이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귀가 잘 안들리는 우리 얀순이를 전담으로 보살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로 저는 얀붕이를 추천합니다!”

 

여자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 라는 소리가 나온다.

 

“음... 제 생각에는 그 안건을 시행하기 위해선 얀순이의 동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장이 얀순이를 바라보고 그렇게 말을 하자,

 

얀순이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아니.. 내 동의는 필요없는거냐고..”

 

얀붕이의 의견은 묵살된채, 반장은 안건의 찬반을 결정한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

 

얀붕이와 선생님, 그리고 앞에 나와 있는 반장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잘 어울린다~”

 

어느 아이의 말을 시작으로 반 다같이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푸흡.. 자.. 그럼 이 안건은 ‘전부’ 찬성하는 걸로 넘어가고..”

 

반장도 살짝 웃음을 터뜨리고, 반 전체가 한명의 부끄러움을 제물 삼아서 웃음꽃을 피었다.

 

얀순이는 공책에 무언갈 적고 얀붕이에게 보여준다.

 

잘 부탁해~ 내 짝.꿍아! (˵ •̀ ᴗ - ˵ ) ✧

 

******

 

학급회의가 끝나고 어느덧 종례시간이 찾아왔다.

 

왠일로 종례시간보다 일찍 가는 얀붕이도 얀순이에게 잡혀서 아직까지 있었다.

 

“... 다들 알림장에 다 썻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잘가렴!”

 

“와아아~”

 

학생들은 간조 시간대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에 합류해 몰래 나갈려는 얀붕이의 손목을 누군가 잡았다.

 

그 주인은 방긋 웃고있는 얀순이였다.

 

“얀순아..? 잠끄안!!”

 

얀순이는 얀붕이를 잡고 뛰면서 운동장 밖으로 나간다.

 

“오! 얀순이 왔구나! 그리고 얀붕이도 왔구나!”

 

운동장으로 나간 둘은 얀진이와 친구들이 모인 자리로 갔다.

 

“우린 경찰과 도둑 할건데 어때? 얀순아? 얀붕아?”

 

얀순이는 한껏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

 

말을 하지 않는 얀붕이는 그대로 땅바닥만 바라봤다.

 

그런 얀붕이를 힐끔 보고 얀순이는 화난 표정으로 얀붕이의 손을 잡고 댕겼다.

 

“우왓..! 얀순아!”

 

“킥킥.. 얀순이가 너도 하라는데?”

 

“으.. 알았어..”

 

“자! 그럼 술래를 정해볼까? 참! 얀순이는 깍두기!”

 

얀순이는 깍두기가 뭘 뜻하는지 몰라서 고개를 까딱거렸다.

 

“..?”

 

“깍두기는 술래한테 잡혀도 무적이야!”

 

우와, 하며 입을 벌리는 얀순이.

 

“그럼 시작한다! 가위 바위 보!”

 

모두가 보자기를 냈지만, 단 한명 얀붕이는 주먹을 냈다.

 

“야호! 얀붕이가 술래다! 모두 도망쳐! 으아아악!”

 

다른 아이들은 모두 도망가고, 남아있는 얀진이 마저,

 

“얀붕아, 100까지 세리고 와야돼 알았지? 그리고 저기가 감옥이야!”

 

친절하게 알려주고 곧장 도망친다.

 

결국, 얀붕이의 옆에 있는 건 얀순이뿐.

 

얀순이는 공책에 슥슥 적고 얀붕이에게 내민다.

 

얀붕아! 내가 도와줄게! 난 ‘무적’이니까 너도 날 잡을순 없으니까!

 

“풉.. 고마워 얀순아. 그럼 좀만 있다가 출발할까?”

 

1, 2, 3... 100!

 

“..이제 가볼까? 얀순아?”

 

얀붕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얀순이.

 

“일단 놀이터로 가볼까?”

 

그렇게 같이 놀이터로 걸어가는 둘.

 

운동장 한 구석에 그네와 미끄럼틀같은 다양한 기구들이 있었다.

 

여러 아이들이 놀고는 있었지만, 얀붕이가 찾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았다.

 

“..없는 것 같으니까 다른 곳..”

 

“져기! 져기!”

 

갑자기 얀순이가 얀붕이의 손목을 잡고 미끄럼틀의 제일 높은 곳을 가리킨다.

 

“어..?”

 

“아..?”

 

눈이 마주친 경찰과 도둑은 서로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남자아이가 먼저 도망치고 본능적으로 얀붕이도 잡을려고 뛰기 시작한다.

 

“야!! 거기서!!”

 

“으아아아아악!!”

 

얀붕이가 미끄럼틀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남자아이는 주르륵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하핫! 날 잡진 못할...걸...”

 

미끄럼틀의 끝에서 남자아이를 맞이하고 있던건, 아무데도 못가게 팔을 벌리고 웃으면서 막고있던 얀순이였다.

 

곧이어, 얀붕이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서 남자아이를 잡는다.

 

“잡았다! 자! 감옥 가있어!”

 

“으악.. 우리중에 배신자가 있었다니...”

 

남자애는 힘없이 터덜터덜 감옥으로 지정된 곳으로 걸어간다.

 

얀순이는 기고만장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뽐내고 있었다.

 

“푸하하.. 잘했어, 얀순아. 우리 나쁘지 않은걸?”

 

얀순이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고, 공책을 꺼내서 무언갈 적고 보여준다.

 

당연하지! 우리는 최고의 팀인걸! 

 

******

 

“야~ 얀순이는~ 반칙이잖아~”

 

얀붕이와 얀순이는 깔끔하게 얀진이까지 잡아냈다.

 

“얀붕이 얀순이 너희니까 넘어가는거야! 자, 그럼 다음 놀이는...”

 

그렇게 서로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하나둘씩 집이나 학원으로 가기 시작했다.

 

“야, 내일봐!”

 

“난 태권도 가야해서 이제 갈게!”

 

친구들이 점점 운동장 밖으로 가고, 남은 것은 얀붕이와 얀순이, 그리고 얀진이였다.

 

“푸흣.. 야 재밌었다! 나도 이제 학원 가야돼서 갈게! 내일 학교에서 봐!”

 

여자아이마저 가고 남은 것은 얀붕이와 얀순이 둘 뿐이였다.

 

어느새 하늘은 주황색 노을빛이 일렁이는 저녁.

 

얀순이의 엄마는 종례 시간에 맞춰서 운동장에 기다리고 있다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는 다 놀때까지 차에서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얀순이 곁에서 놀던 아이들이 웬만큼 가자, 얀순이를 데리러 나갔다.

 

“얀순아!”

 

멀리서 손을 흔들면서 다가가는 얀순이의 엄마.

 

얀순이는 교문에서 걸어오는 엄마를 보고는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이내 얀순이의 엄마가 다가와 얀붕이와 얀순이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얀붕이는 어딘가 우울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우리 얀순이의 친구니?”

 

“아.. 네.. 맞아요..”

 

왜인지 기죽어가는 얀붕이의 목소리를 감지한 얀순이는 크게 엄마에게 말했다.

 

“마자! 야부니는 내 칭구! 칭구야!”

 

“후훗... 그렇구나, 우리 얀순이의 친구구나. 지금까지 놀았으니 배도 고플텐데 우리 문방구 앞에 떡볶이나 먹으러 갈까?”

 

얀붕이는 그 말을 듣고 무언가에 쫓기듯이 말했다.

 

“아.. 아뇨.. 저는 이제 집에 가야해서... 집에 할 일이 좀 있어요.. 그리고.. 아, 아니에요.”

 

얀순이의 엄마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흠.. 그렇구나.. 그래도 뭐라도 사주고 싶은걸?”

 

“아.. 아니에요! 원래는 지금도 늦어서... 집안일을... 그... 좀.. 해야되서...”

 

“쩝.. 그럼 어쩔수 없구나.”

 

그렇게 얀붕이가 갈려던 찰나, 얀순이가 얀붕이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얀순이는 아쉽다는 듯, 하지만 웃으면서 무언가 뜻모를 손짓을 했다.

 

“...?”

 

“어머, 얘좀봐.. 얀붕아, 얀순이가 아까 한건 수화라는 거야. 내일 학교에서 다시보자라고 하는구나.”

 

얼른 빨리 집에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 얀붕이지만, 그 손짓에 약간의 위안과 더불어 여유를 되찾은 듯 했다.

 

“응.. 얀순아 내일 보.. 아, 아니.”

 

얀붕이는 말을 하다 끊고는, 아까 본 얀순이의 손짓을 어설프게 웃으면서 따라했다.

 

그 모습을 본 얀순이의 엄마는 놀람을, 얀순이는 멍하니 쳐다보다가,

 

“응! 응! 내일 보쟈! 얀부나! 응! 내 칭구!”

 

벅차오르는 마음을 폴짝 폴짝 뛰면서 빨개진 얼굴과 함께 표현했다.

 

“그럼 잘가렴~!”

 

“안녕히 계세요, 얀순이 어머님!”

 

얀붕이는 인사를 하면서, 학교를 빠져나갔다.

 

딱콩!

 

얀붕이가 가자, 얀순이의 엄마는 얀순이를 약하게 딱밤을 먹였다.

 

엄마 왜 때려!!

 

얀순이는 왜 맞은지 모르는 듯, 손을 움직이며 억울함을 표출했다.

 

어이구... 내가 못살아... 얀붕이에게 내가 잘 둘러대서 다행이지, 그렇다고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해!

 

엄마는..! 어차피 얀붕이는 뜻도 모를텐데.. 

 

으이구.. 참... 얀붕이는 뭣도 모르고 따라하고... 아무튼 집에 가자, 얀순아! 배고프지? 오늘은 얀순이가 좋아하는걸로 해줄게.

 

와! 정말!? 엄마 사랑해~ 근데 가면서 떡볶이도 사주면 안돼..?

 

안돼! 저녁 먹기전에 간식 먹는거 아니야!

 

모녀는 오렌지색 노을을 배경 삼아,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선다.

 

******

 

여느 아침과 다를바 없는 등굣길.

 

하품을 하면서 얀순이는 교실의 문을 열었다.

 

“어? 안녕 얀순아~”

 

반 아이들이 인사를 건네고, 얀순이도 그에 맞춰서 손을 흔든다.

 

“어제 재밌었지? 오늘도 놀까?”

 

얀진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이번에도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얀순이.

 

하지만 옆자리의 짝꿍 얀붕이는 보이지 않는다.

 

원래라면, 평소의 얀붕이는 언제나 얀순이보다 일찍 와서 자리에 엎드려 자고 있는다.

 

그러나 얀순이의 옆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늦잠을 잤으니 얀순이는 얀붕이가 오면 혼낼 준비를 하며 기다린다.

 

이내 선생님이 들어오고 조례를 시작한다.

 

“안녕 얘들아. 어라..? 얀붕이는 오늘 안온거니?”

 

지금 못들어오면 그대로 지각. 

 

살짝 초조함을 느끼는 얀순이지만, 그래도 곧 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허전한 옆자리를 바라본다.

 

“자, 그럼 시작할게.”

 

어김없이 시작되는 수업.

 

늘 하던대로 공책을 꺼내 수업 내용을 받아 적지만, 손만 움직일 뿐 정신은 다른 곳으로 팔려 있다.

 

딩동댕동

 

“국어 수업은 여기까지! 조금 쉬고 있어.”

 

공부가 하나도 안되는 얀순이는, 그저 글씨만 깨작깨작 쓰다가 어느새 1교시가 끝나버렸다.

 

쉬는시간이 되자 평소에 하지 않던 손톱을 살짝 뜯거나, 자기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당기는 얀순이.

 

“괜찮아, 얀순아?”

 

그걸 본 얀진이는 얀순이 곁에 와서 말했다.

 

으.. 응! 난 괜찮아! 

 

애써 웃어보이며 공책에 글씨를 써서 보여주지만, 평소의 정갈한 글자완 다르게 조금 떨림이 있었다.

 

“얀붕이 얘도 참.. 어제 재밌게 놀고 오늘 안나오면 어떻게해..! 우리 예쁜 공주님 놔두고 말이야. 얀순아! 괜찮을거야. 얀붕이 곧 올거야!”

 

응..!

 

얀순이는 역시 얀붕이는 잠이 많아서 늦잠을 잔 걸꺼야! 라며 애써 생각한다.

 

딩동댕동

 

2교시의 시작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온다.

 

“오늘 2교시는 음악이란다. 다들 리코더 준비하고, 그리고 오늘 얀붕이는 아파서 못나온단다.”

 

얀붕이가 결석한단 소식을 들은 얀순이는 기약없는 기다림보단, 확답을 얻어서 오히려 마음의 짐이 덜어진 기분이였다.

 

그러나 음악시간은 체육시간과 더불어서 얀순이가 참여하지 못하는 과목 중 하나.

 

일단은 리코더를 준비하고 꺼냈지만, 음의 차이를 모르는 얀순이는 그저 리코더를 책상에 올려두기만 했다.

 

“이번엔 합주 라는걸 배워볼거야. 두 개의 악보를 보여줄 테니 짝꿍이랑 같이 어느걸 할지 결정하고 연주해보렴.”

 

어차피 참여를 못하는 얀순이지만, 만약 얀붕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설프게나마 따라하며 웃으면서 보냈을 터이다.

 

아까전부터 자기도 모르게 뜯고 있던 손톱에선 조금씩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불안감을 느끼고 있자니, 얀진이가 얀순이를 불렀다.

 

“그.. 얀순아..! 우리랑 같이 할까..?”

 

얀순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돌린다.

 

******

 

그렇게 2교시를 보낸다음, 옆자리의 허전함과 텅빈 공허함을 느끼면서 일과를 끝마쳤다.

 

“..내일 준비물은 크레파스랑 색연필이야. 모두들 받아적었지..?”

 

종레시간에도 갑자기 얀붕이가 짠 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상상을 했지만, 얀붕이는 끝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참, 얀순이는 끝나고 남아있으렴.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잘가!”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얀진이도 나갈려다가 얀순이를 불렀다.

 

“그.. 얀붕이는 없지만.. 오늘도 놀고 싶으면 운동장으로 나와..! 알았지..?”

 

응..! 고마워..!

 

얀진이마저 나가자, 교실에는 선생님과 얀순이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 얀순아. 선생님이 얀순이를 남으라고 한 이유는.. 얀붕이 집에가서 내일 준비물이랑 오늘 뭐 배웠는지좀 얀붕이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야.”

 

“..!”

 

얀순이는 선생님의 부탁을 듣자, 수업내내 멍해있던 표정에서 생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공책을 꺼내 글씨를 쓸려다가 까진 손톱에서 고통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네..! 알겠습니다!

 

“음.. 우리 얀순이는 얀붕이의 짝꿍이니까 잘 할수 있지..? 얀붕이의 집은 여기서..”

 

얀순이는 집 주소를 공책에 받아 적고 하교 준비를 했다.

 

“그럼. 얀순아 잘 부탁해! 내일 보자!”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얀순이의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얀순아!

 

얀순이의 엄마는 다가와서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오늘은 안노는 거니..? 놀아도 괜찮단다! 

 

으..응! 오늘은 안놀아.. 것보다 엄마! 갈데가 있어!

 

얀순이도 손을 움직이고 있자니, 얀순이의 엄마는 얀순이의 손톱에 새빨간 핏자국을 발견한다.

 

..얀순아! 너 손 다쳤니..!? 괜찮아..!?

 

아.. 아니야! 난 괜찮아! 것보다 오늘 얀붕이가 아파서.. 안나왔거든..! 그래서 병문안좀.. 갈려고..

 

그러니..? 일단 차로 가자! 차에 밴드가 있거든. 감아줄게.

 

모녀는 승용차에 탑승하고, 엄마는 얀순이에게 밴드를 꺼내 붙여줬다.

 

그래서 얀붕이 집은 어디니? 

 

으..응! 여기야!

 

얀순이는 얀붕이의 집주소가 적힌 공책을 엄마에게 건넸다.

 

음.. 여긴.. 달동네쪽이구나. 그럼 가볼까? 참, 가기전에 음료수라도 사서 가자꾸나.

 

그렇게 모녀는 슈퍼에 가서 선물을 사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차를 몰고 가다가, 길의 끝에서 멈추는 엄마.

 

음.. 얀순아. 얀붕이 집은 저기 골목에 집 하나 보이지? 저기야. 차로는 더 못가서 걸어가야 될거 같아. 얀순이 혼자 갈 거야? 아니면 엄마도 같이 갈까?

 

음.. 나 혼자 갔다올게!

 

얀순이는 곽으로 된 음료수를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도착한 얀붕이의 집.

 

허름하고, 낡은 집이였지만, 얀붕이만 있으면 얀순이는 상관 없었다. 

 

벨이 없어서 철제 문을 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도 안나오는 집.

 

한번더 세게 두드리자, 그제서야 긴팔, 긴바지를 입은 얀붕이가 나온다.

 

“누구세.. 아 얀순아..!”

 

얀붕이는 얀순이를 보자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여.. 여긴.. 어떻게..”

 

얀순이는 얀붕이의 얼굴을 보고는 묵은 체증이 싹 사라진 것 같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공책을 꺼내고 할 말을 써서 건넨다.

 

흥..! 얀붕이 너! 오늘 학교도 안나오고!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정말.. 오늘 아프다고 해서 한번만 봐줄게!

 

그리고 가지고 있던 음료수를 얀붕이게 건넨다.

 

“얀순아.. 이건.. 그..”

 

자! 받아! 선물이야! 그리고 내일 준비물은 크레파스랑 색연필! 내일은 꼭 나와! 내 그림실력을 보여줄게!

 

“고마워.. 얀순아 근데.. 이건 못받을거.. 같아.. 미안해.”

 

얀순이가 주는 음료수를 왜인진 모르게 몸을 살짝씩 떨면서 받지 않는 얀붕이.

 

응? 왜그래? 이거먹고 빨리 나아! 

 

“아.. 아니야.. 얀순아.. 그.. 그럼 내일보자!”

 

“에..? 아..으.. 내.. 내일 보쟈..” 

 

얀붕이는 얀순이를 집 밖으로 내몰고는, 문을 닫았다.

 

왔니? 어라.. 음료수는 왜 다시 들고오니?

 

어쩔 수 없이 얀순이는 엄마의 차로 돌아왔다.

 

응.. 얀붕이가 안받는데... 그리고.. 뭔가 얀붕이 이상했어..

 

어디가..?

 

얀붕이 몸을 떨면서.. 눈을 못마주치고.. 아무튼 뭔가 이상했어. 긴팔이랑 긴바지도 맨날 입고.

 

얀순이의 엄마는 얀순이가 손으로 말하는 것을 보자, 어딘가 걸리는 점이 있는 것 같았다.

 

음.. 그렇구나.. 그럼 집으로 갈까..?

 

응..

 

집으로 온 얀순이는 도착하자마자, 자기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러곤 얀순이의 보물상자! 라고 써진 박스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가슴에 품는다.

 

그것은 축구공을 맞았을 때 얀붕이에게 받은 친구하자! 라고 쓰여진 종이가 넣어져 있는 액자.

 

얀순이는 침대에 누워서 작은 몸으로 액자를 품고, 내일은 얀붕이의 몸이 전부 낫고 다시 보고 싶다고 기도했다.

 

******

 

짹짹거리는 지저귀는 아침 새소리가 들리는 학교

 

어제와 같은 복도이지만, 얀순이는 교실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오늘도 얀붕이가 없으면 어떻게하지..? 아니야, 얀붕이가 오늘 나온다고 했으니까.. 난 얀붕이를 믿으니까..

 

심호흡까지 하고 이내 마음을 다 잡은 듯 문을 연다.

 

드르륵.

 

교실에는 아이들이 반쯤 있어서 북적거렸다.

 

얀순이는 빠르게 눈으로 반 전체를 훝어보았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어제완 다르게 얀붕이가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빠르게 자기자리로 달려가 앉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얀붕이를 감상한다.

 

“어? 얀순아 안녕?”

 

쉿!

 

얀진이가 인사를 건넸지만, 얀순이는 검지를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곤 공책에 글씨를 써서 얀진이한테 보여줬다.

 

히히.. 미안해.. 얀붕이 깰까봐.. 

 

얀진이도 작은 목소리로 소곤댔다.

 

“..풉 그게 뭐야..”

 

그저 웃으면서, 얀붕이를 바라보다가 얀순이의 시선을 눈치챈 얀붕이.

 

“핫.. 얀순아.. 안녕..?”

 

얀붕이가 자기를 알아채자,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의 할 말을 공책에 썻다.

 

응! 안녕! 얀붕아! 자고싶으면 더 자! 내가 지켜줄게!

 

“푸흐흣.. 니가 뭘 지켜 나를.. 잠 다 깼으니까 괜찮아.”

 

“모두들 안녕. 어제는 다들 잘 지냈니?”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고, 곧이어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친다.

 

“1교시는 미술이란다. 다들 준비물 가져왔지 전부 꺼내보자.”

 

학생들이 하나둘씩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꺼낸다.

 

얀순이도 마찬가지로 꽤나 고급져 보이는 그림도구들을 꺼낸다.

 

얀붕이도 준비물을 꺼냈지만, 몇몇 색이 없어진 색연필과 너무 많이 써서 닳고 닳아 아주 짧아진 크레파스를 준비했다.

 

“오늘 배울건 얼굴 그리기란다! 짝꿍의 얼굴을 서로 보고 다 그렸으면 그림을 상대방한테 전달해보렴.”

 

선생님이 도화지를 나눠주고 미술시간이 시작됐다.

 

“야! 이게 뭐야!! 내 코가 왜이리 커!”

 

“킥킥.. 야, 이게 니 얼굴이거든 인정?”

 

빠르게 다른부분은 생략하면서 포인트만 짚어내는 아이부터,

 

“스으읍.. 니얼굴.. 웃기게 생긴 것 같기도하고.. 어렵게 생긴 것 같기도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 시작도 안한 아이,

 

“..야, 왜 공룡을 그렸냐..”

 

“...멋지잖아. 야광공룡...”

 

인간이 아닌 존재로 짝꿍을 변신시킨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짝꿍의 얼굴을 그려가고 있었다.

 

얀붕이는 얀순이의 귀엽고 예쁜 외모를 어떻게든 살려볼려고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그리지만, 손은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얀순이의 매력을 반의 반도 못살린 그림을 전달했다.

 

“..미안. 얀순아..”

 

“푸하하하하! 야! 김얀붕! 이게뭐냐..!? 우리 얀순이를 이렇게 그리면 어떻게 해!”

 

얀진이가 얀붕이의 그림을 보곤 열심히 놀리며 웃어재꼈다.

 

그러나 얀순이의 볼은 봉숭아 물이 든 것처럼 빨개지며 수줍게 받았다.

 

“와.. 얀순이 착한것봐! 김얀붕! 너 얀순이한테 잘해라!”

 

“...”

 

자기도 못 그린건 아는지, 얀붕이도 반박을 못했다.

 

“그리고 어디보자.. 얀순이의 그림은..?”

 

얀진이는 얀순이의 그림도 훑어봤다.

 

“..야, 얀순이 그림 진짜 잘그리는데..?”

 

얀순이의 그림은, 얀붕이의 매력이 되는 부분을 잘 짚어내면서도 깔끔하고, 세심하게 표현했다.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초등학생 치고는 짙은 다크서클의 피폐함까지.

 

아이들은 소리를 듣고 점점 얀순이의 자리로 몰려들었다.

 

“..이게 김얀붕..?”

 

“..분하지만, 닮았다.”

 

저마다의 한마디를 남기며 얀순이의 실력에 감탄을 했다.

 

화룡정점으로 눈동자까지 그리며 얀순이의 그림은 마무리 됐다.

 

그리고 공책에 무언갈 적고 그림과 함께 전달했다.

 

헤헷... 자! 이게 얀붕이 너야! 너도.. 부끄럽지만.. 잘생겼으니까..! 앞으로 학교 빠지지 말고 잘 나와줘! 이 그림 받으면 약속이야..!

 

******

 

딩동댕동

 

“..알림장에 다 받아적었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잘가렴..!”

 

선생님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신나게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얀붕아! 얀순아! 운동장.. 알지..?”

 

얀진이는 싱긋 윙크를 날리고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처럼 웃으면서 얀순이가 얀붕이의 손목을 잡고 운동장으로 갈려다가,

 

얀붕이가 멈춰선다.

 

“얀순아 미안.. 그.. 오늘은.. 안될거같아..”

 

“에..?”

 

얼빠진 소리를 내며 얀순이는 당황했다.

 

그리고 다급하게 공책을 꺼냈다.

 

왜..? 왜...? 내가.. 잘못한게 있어..? 내가 못뛰어서 그래..? 미안해.. 내가 더 잘할테니까...

 

“아..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 집에.. 일이 좀 있어서..”

 

그래..? 그럼 내가 좀 도와줄게! 나도 일 잘하니까..! 

 

얀붕이는 얀순이가 자기 집에 온다길레 화들짝 놀랬다.

 

“아냐!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나 빼고 얀진이랑 놀아줘..!”

 

 

얀붕이는 일방적으로 얀순이의 말을 끊고 그대로 뒤돌아서 달린다.

 

“흐윽...”

 

얀붕이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얀순아!”

 

얀순이의 엄마가 교문에서 울고있는 딸을 발견하고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흐읍.. 하.. 아니.. 아니야...

 

얀순아.. 진정하고..! 응? 왜그래..?

 

아.. 아니라니까.. 오.. 오늘은 친구들이랑 놀다갈테니까... 먼저가도 돼...

 

아니.. 얀순아.. 그래도...

 

됐다니까! 엄마 먼저 가!

 

괜히 짜증을 엄마에게 푸는 얀순이.

 

...알았어 무슨일 있으면 꼭 전화하고.. 다 놀아도 전화해.. 데리러 올테니까..

 

엄마가 차에 돌아가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나서야, 얀순이는 움직인다.

 

목적지는 얀붕이의 집.

 

대체 무엇을 하길레 매일 학교에서 잠만자는지, 옷은 왜 긴팔과 긴바지만 입는지, 쓰던 학용품들은 왜 그렇게 낡았고 닳았는지, 왜 체육복은 없는지, 그리고 방과후에 왜 친구들이랑 안 노는 지.

 

얀순이는 그 일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교를 벗어나 길가의 인도로 걷는다.

 

빠른걸음으로, 하지만 먼저간 얀붕이와는 마주치지 않게.

 

신호등을 한번 더 기다리거나, 큰 길을 놔두고 골목으로 둘러서 가거나.

 

얀순이는 텅빈 눈으로 사냥감을 쫓는 늑대처럼 집요하게 얀붕이를 추적했다.

 

이윽고 얀붕이의 집이 있는 달동네의 입구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을 걸어가면서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말고 집에 또다른 친구가 있나..? 아니면 여동생..? 내 이런 행동을 얀붕이가 싫어할까...? 얀붕이에게 미움받는 건 싫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멈춰서 집에 가야되나..? 아니야 친구가 집에 놀러가는건 드문 일이 아니야.. 

 

이내 얀붕이의 집이 있는 골목이 나오자, 얀순이의 머릿속은 깔끔하게 정리됐다.

 

...우린 친구니까. 난 얀붕이를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지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숨을 죽이며 다가간다.

 

얀붕이가 도착한건지 집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철제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얀순이는 주위를 둘러보다 거리에 플라스틱으로 된 술집에서 볼 수 있는 맥주 케이스가 굴러 다니는걸 주워왔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 삼아, 담장을 뛰어 넘는다.

 

투둑.

 

마침 어두워진 하늘에선 빗방울이 내려온다.

 

집의 작은 흙마당에 있는 얀순이는 내려오는 비를 맞으면서 창문쪽으로 향한다.

 

커튼이 쳐져있지 않아, 방과 거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얀붕이도 보인다.

 

“하아.. 야분.. 얀붕아..”

 

차가운 비에 젖으면서도, 얀순이는 얀붕이를 발견하자 흥분이 됐다.

 

얀붕이의 일이 무엇인지 궁긍해서 온 초기의 목적관 다르게, 바깥에서 주욱 설거지를 하는 얀붕이를 지켜보는 얀순이.

 

그러다 이내 거실에서 얀붕이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성인 남녀 둘이 나온다.

 

“...에..?”

 

하지만, 얀붕이의 부모님은 옷을 안입고, 나체로 거실에 나왔다.

 

적나라한 어른의 몸뚱아리에 당황한 얀순이.

 

“허업..”

 

그러나 이어진 얀붕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의 행동에 손으로 입을 틀어 막으며 더욱 당황했다.

 

얀붕이의 엄마가 얀붕이의 복부를 발로 찬 것.

 

얀붕이는 곧바로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럼에도 얀붕이의 엄마는 화를 내면서 얀붕이의 등을 발로 찍어 눌렀다.

 

그와중에도 곁에 있는 아빠는 웃으면서 지켜본다.

 

“얀붕.. 얀부아... 아돼.. 아돼..”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에게 맞는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얀순이는, 새어나가는 목소리로 멍하니 창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

 

그러다 주머니에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

 

얀순이는 정신이 들어서 전화를 받는다.

 

“..얀순아. 비오는데 괜찮아..?”

 

전화를 한 사람은 얀순이의 엄마.

 

“어..어마.. 야부이가.. 마고이써.. 지베서.. 부모니메게.. 마고있어.. 어마... 빠리...”

 

뭉개지는 발음으로, 전학 온 첫날때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말한다.

 

“뭐...!? 얀순아 너 어디야..!?”

 

“나.. 야부이 집.. 지비야.. 수머이써... 그러니까.. 빠리.. 빠리 와줘...”

 

“알았어! 얀순아! 그대로 숨어있으렴! 경찰이랑 같이 빨리 갈테니까!”

 

통화가 끊어지고 나서, 얀순이는 창문을 통해 다시 집안을 들여다본다.

 

이미 쓰러진채로 희미하게 숨을 내쉬고 있는 얀붕이와, 쓰러진 얀붕이의 앞에서 짐승처럼 격렬하고, 더럽고 추잡하게 성교를 하고 있는 두 사람.

 

얀순이의 마음엔 처음보는 성교임에도, 혐오감과 함께 증오심이 일어났다.

 

비에 흠뻑 젖은 얀순이는 쾌감으로 가득찬 신음을 내뱉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주길거야.. 반드시..”

 

******

 

얀붕이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은 그대로 얀붕이의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서로의 성기에 체액이 번들번들하게 뭍어서, 알몸으로 변명하다가 체포되는 모습은 누가봐도 꼴불견이였다.

 

“얀순아..! 괜찮니..!?”

 

“어마.. 어마.. 흐읍... 엄마..! 빠리.. 얀부이를...”

 

그래도 아직 어린애일까, 얀순이는 울면서 기절한 얀붕이를 업어서 엄마에게 달려온다.

 

“이.. 이봐요! 경찰분들! 왜 구급차는 안불렀어요..!”

 

“그..그게.. 골목이 좁아서 엠뷸러스는 여길 못와서..”

 

“그걸 말이라고 해요..!? 일단 제가 얀붕이는 병원에 조사든 뭐든 얀붕이가 깨어나면 그때 해요!”

 

얀순이 엄마의 차에 얀붕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근처 병원으로 도착해, 응급실에 얀붕이를 업고 가 침대에 눕혔다.

 

“보호자는 저구요. 아이 이름은 얀붕이..”

 

얀순이의 엄마가 접수를 하는 동안 얀순이는 얀붕이의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걱정한다.

 

“얀붕.. 얀부아..”

 

옷 사이로 군데군데 보이는 푸른 멍들.

 

아마도 얀붕이가 매일 긴팔을 입고 온 것에 대해서는, 부모라는 작자들이 숨길려고 억지로 입힌 것 같았다.

 

흠칫.

 

얀붕이는 한순간 몸을 떨고는 정신을 차린다.

 

“야.. 얀순아..? 니가 왜 여길.. 아, 여긴 어디야..?”

 

“흐으으... 얀부아!!!!”

 

얀순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얀붕이를 와락 껴안았다.

 

곧이어 의사가 다가와 얀붕이에게 말한다.

 

“일단, 전체적으로 검사를 한번하자. 전체적으로 멍이 퍼져있고, 의식을 한번 잃었으니 뇌진탕 검사도 한번 하고..”

 

그렇게 말하며 의사는 얀붕이에게 지시를 내렸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검사실로 이동했다.

 

엄마.. 얀붕이 괜찮을까..? 이제 어떻게 해..?

 

엄마에게 손을 떨며 수화를 하는 얀순이.

 

얀붕이는 괜찮을거야. 걱정하지마. 

 

검사가 끝날때까지 얀붕이를 기다리는 두 사람.

 

잠시후 얀붕이가 나왔다.

 

“얀부아!!”

 

또다시 얀붕이를 와락 껴안는 얀순이.

 

그런 얀순이를 얀붕이도 꼭 껴안는다.

 

“난 괜찮아. 얀순아.. 그리고 고맙고 또...”

 

“흡.. 흐아앙..”

 

“으앗..! 얀순아..! 울지마! 왜울어!”

 

얀순이가 울자 당황하며 달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사도 걸어나와 얀순이의 엄마에게 다가왔다.

 

“아이가 영양공급이 부실한거만 빼면은 전체적으로 이상은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입원을 하는 편이 좋아보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내 얀순이의 엄마는 얀붕이에게 가서 무릎을 꿇어 얀붕이의 눈높이와 맞추고, 말을 한다.

 

“..얀붕아, 병원에서 좀 쉬는편이 좋아보여, 학교는 아줌마가 연락할게. 그리고 저녁때마다 얀순이 데리고 올게. 또... 경찰아저씨가 간간이 들어올거거든..? 놀라지말고..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니란다. 자, 그럼 얀순아. 집에 갈까..?”

 

싫어!! 난 얀붕이랑 같이 있을레..!

 

으이구... 김얀순! 내일오면되니까 가자! 시간도 늦었어! 얀붕이도 좀 쉬어야지!

 

힝...

 

얀순이는 뒤돌아서 저번처럼 얀붕이에게 수화를 한다.

 

“풉..”

 

또 그것을 보자 얀붕이는 웃는다.

 

“얀순아.. 너 그거.. 찾아보니까 작별인사가 아니더라..?”

 

“..!”

 

순식간에 얀순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푸흡.. 그래도 얀순아.. 나도...”

 

얀붕이는 준비한 듯 외운 손짓으로 웃으면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한다.

 

좋아해.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얀붕이의 부모님은 이례적으로 징역 15년과 함께 평생 얀붕이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얀붕이는 이모나 고모에게 연락도 닿지 않아, 생활을 임시보호소에서만 해야했다.

 

그것을 알게되어서 얀순이는 엄마에게 얀붕이를 집에 들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카페에 얀순이의 가족과 얀붕이가 한자리에 모였다.

 

“여보.. 얀붕이 우리 집에서 살게 하면 안될까요..?”

 

응..! 얀붕이 우리집에서 생활하면 괜찮아!

 

두 명의 설득을 아빠는 묵묵히 듣고있다가,

 

“그래그래... 다 좋아... 괜찮아... 근데!! 우리 얀순이는!! 절대 못줘!!!!!”

 

크아악 거리며 불을 뿜는 자신의 아빠를 향해 얀순이는 한마디 했다.

 

아빠 미워.

 

새침하게 손짓을 하더니, 얀순이의 아빠는 금방 얼어붙었다.

 

얀붕이도 자신의 초등학생 답지 않게 입장을 정리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얀순이 아버님. 제가 비록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민폐인것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는 즉시 바로 나가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알바를 틈틈이 해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얀순이의 아빠는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란다. 전부 괜찮은데... 근데.. 우리 얀순이를... 난..”

 

아빠!

 

얀순이는 자신의 아빠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낸다.

 

“하... 그래, 좋아..! 우리집에 온걸 환영한다..!”

 

그 말이 아빠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얀순이는 신나게 얀붕이를 껴안았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얀붕이도 감사인사를 했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다.”

 

“네..? 그것은..”

 

“우리 얀순이를... 반드시 지켜주렴... 이걸 어기면 넌 나한테 죽는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네명에서 카페를 나가면서 얀순이의 아빠는 작게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얀붕이가.. 우리 얀순이를.. 후... 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푸흡.. 괜찮아요. 제 감에 따르면 얀붕이는 얀순이를 행복하게 만들거에요... 제감은 틀린적 없는거 알죠..?”

 

“그래도...”

 

“스읍! 남자가 결정했으면 그만 토달아요! ..그리고 오늘밤에 얀붕이 얀순이가 자면... 오늘 오랜만에 어때요..?”

 

오싹

 

얀붕이의 아빠는 생존본능에 위협을 느꼈다.

 

“..오늘 밤에 친구들이랑 약속이...”

 

“거짓말.”

 

그렇게 얀붕이는 얀순이의 집에서 살게되었지만, 첫날밤에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


에필로그


어느 호텔방 안.


성인 남녀 두명은 달팽이처럼 끈적하게 달라붙고 있었다.


“흐읏...”


여자의 표정이 쾌감에 녹아내리면서 흐느낀다.


“얀순아.. 사랑해..”


“나됴.. 나됴.. 샤랑해..”


남자는 여자와 빨간 입을 맞추면서 말한다.


여자도 칠칠지 못한 발음으로 말하면서 남자의 혓바닥을 함께 섞었다.


츄릅


이내 끈적한 은색 침이 둘 사이에 떨어진다.


“하아.. 하으.. 얀부.. 얀부아...”


남자의 머리는 여자의 몸을 머리부터, 목, 가슴으로 훑으며 내려가다가, 솟아오른 빨간 첨단을 한입 맛본다.


“흐아앗!”


그에 바로 반응하여 달큰한 소리와 함께 허리가 휘었다.


한입, 두입, 남자의 입은 어린아기가 엄마의 젖을 바라는것처럼 빨기도 하며, 이빨로 살짝 깨물기도 한다.


“하아! 흐으!”


그러나 여자는 어머니처럼 자애롭게 젖이 나오지 않고, 그대신 척추를 가르는 쾌감이 뇌로 전달됐다.


푸슛!


자신의 유두가 빨리는 리듬에 맞춰서 축축하게 젖은 음부는 야한 냄새를 풍기는 끈적한 액체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머리는 또다시 내려가, 여자의 가장 소중한 곳에 멈췄다.


“야.. 얀부아.. 거긴.. .”


“..풉 얀순아.. 너 진짜 이쁘거든..? 그리고... 맛있어보여.”


남자의 혀가 여자의 핑크빛 대음순을 갈랐다.


“흐아..! 조아.. 흐읏..!”


쭈웁쭈웁 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진다.


남자의 숨결이 클리스토리스에 닿을때마다 한 번, 남자의 혀가 자신의 질 입구를 훑어올릴때마다 두 번, 자신의 음부 전체를 빨아댕길때마다 세 번.


여자는 붕 떠오르는듯한 감각과 쾌감을 느끼면서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푸슉! 푸슉!


그리고 곧이어서 허리와 엉덩이를 부르르 떨며 절정을 만끽했다.


“흐으.. 흐에... 하아..”


여자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얕은 숨을 쉬고 있는다.


“하아.. 하아.. 얀순아.. 나 이제...”


남자는 새어나오는 쿠퍼액으로 반들거리는 자신의 음경을 바라 보면서, 여자의 허락을 인내심으로 기다렸다.


“하으.. 얀부아.. 너어져...”


“얀순아..!”


여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무언가가 끊어진 듯 여자의 몸위로 남자의 몸이 올라왔다.


찔꺽..!


그리고 남자의 음경이 여자의 질 안으로 들어왔다.


“하으..!”


“하아..!”


남자와 여자 둘다 첫경험이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자극에 서로 큰 쾌락을 느꼈다.


“얀순아.. 괜찮아..? 아프진.. 않아..?”


“난 괜차나.. 야부아.. 흐읏..!”


결합을 하기전에 잘 풀어놔, 여자가 첫경험의 고통을 맛보지 않았다.


“하아... 그럼.. 움직일게.. 얀순아..!”


쯔붑.. 쯔붑..


남자의 굵고 단단한 음경은 여자의 몸을 찌르기 시작했다.


“흐읏.. 핫..!”


“헉.. 흣.. 얀순아..!”


점점더 격렬하게 몸을 부딪히는 남자.


그에 응답하여 남자를 받아내고 있는 여자.


퍽! 퍽! 퍽!


남자와 여자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안을 울린다.


“사랑해.. 얀순아..!”


“웅..! 나됴.. 샤량해..!”


피스톤질을 하면서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입을 맞춘다.


이내 미칠듯한 쾌감에 남자의 정소는 정액을 내뱉을 준비를 마쳤다.


“하아.. 하아.. 얀순아.. 이제..!”


“조아..! 싸줘.. 싸줘..!”


퓻! 퓻! 뷰르릇..!


여자는 남자가 도망을 못치게 다리로 허리를 감아버렸다.


남자도 자신의 음경을 깊숙이 박아넣고는 우윳빛의 정액을 누었다.


“흐으..!”


쯔붑..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음경이 여자의 질 속에서 빠져나왔다.


마개역할을 하고 있던 음경이 빠지자, 여자의 음부에서 정액이 주륵 흘러나온다.


그리고 여자의 곁에 누워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하아.. 얀순아.. 사랑해..”


나도...


성교가 끝나자 여자는 남자를 바라보며 손을 움직여 말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손짓에 담긴 뜻을 아는 듯 남자도 손을 움직였다.


얀순아 너 진짜 왤케 야하고 예쁜거야..


풉.. 뭐래.. 얀붕이 너도 가슴도 탄탄하고.. 잘생기고 그리고...


거기도... 크고...


“...”


서로 볼장 다봤지만, 얀순이의 그말에 서로 얼굴을 붉힌다.


“에잇..!”


“꺄하하! 야부아! 미아.. 미아내! 꺄하하”


남자는 부끄럼움에 그만, 여자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그러다가 슬쩍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여자를 껴안는다.


“..사랑해. 정말로. 그날 지옥에서 꺼내준건 바로 너야. 얀순아.”


******


밝은 햇빛이 창문틈으로 들어온다.


“..으음 얀순아.. 일어나.. 우리 이제 체크아웃해야돼..”


“..쿠울..”


하얀 보청기가 탁자 옆에 놓여져 있어서 얀붕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자고있는 얀순이를 놔두고, 작은 냉장고에 있는 두 개의 생수를 꺼내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얀순이 옆에 살포시 놓는다.


그리고 샤워실에 들어가 씻고나오니 그새 얀순이가 깨어 있었다.


일어났어..?


“에헷... 웅..”


목마를텐데.. 물은 마셧어?


얀붕이의 손짓에 얀순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서 준비하자..! 호텔 조식 먹고 체크아웃해야돼..!


알았어..!


그렇게 얀붕이와 얀순이가 준비를 마치고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방을 나왔다.


그리곤 밑으로 내려가니 호화스런 뷔페가 마련되어 있었다.


둘은 그릇에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한가득 담아서 테이블에 앉았다.


얀순이가 음식들을 한입, 두입 먹고 있자니, 얀붕이가 말을 걸어왔다.


“근데 얀순아, 어차피 결혼할건데 왜 아이부터 갖자고 하는거야?”


먹고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손을 움직인다.


그야 기정사실을 만들면.. 우리 엄마아빠도 반대하기 힘들거고..


“..얀순아 너희 부모님은 반대를 안하실 것 같은데..”


“...”


“..푸흡, 그래도 우리 아이라니.. 꿈만 같아 얀순아.”


나도.. 정말.. 꿈만 같아..


어젯밤의 흔적이 담겨져 있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는 얀순이.


“..그래도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그... 음..”


“푸흣..”


얀붕아.. 너가 이런 사람일줄은 몰랐는걸..


그.. 그치만...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수화로 대화를 한다.


그럼.. 차에서.. 한번.. 더...


“...나갈까..?”


얀붕이의 말에 얀순이는 수줍게 끄덕인다.


******


“..아무래도 예상은 했지만..”


고급스런 한정식 식당.


한쪽편엔 얀순이의 부모님이.


한쪽에는 얀순이와 얀붕이가 앉아있다.


“얀순이 아버님, 어머님. 얀순이랑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어머! 당연히 찬성이지 우린! 그치 여보..?”


“...”


얀순이 엄마의 말에 아빠는 아무말 못한다.


이윽고 얀순이 아빠의 눈가에 눈물이 한 구슬 떨어졌다.


“결국.. 이날이 왔군.. 얀붕아 우리 얀순이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네. 당연합니다. 얀순이는 제가 기필코 행복하게 만들겁니다.”


“그래.. 그럼 됐다..”


얀순이 아빠의 근엄한 얼굴관 어울리지 않게 눈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여보..! 울지마..! 어디 이젠 못보는것도 아니고..!”


“우는게 아니야!!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 뿐이야..”


그와중에 얀순이가 손으로 무언갈 말했다.


풉.. 아빠도 참.. 우리 손주까지 보면 얼마나 울거야..?


“푸흡!! 콜록.. 콜록..”


물을 마시던 얀붕이는 그만 사례가 들리고 말았다.


“어머! 너희 설마..”


“...”


놀란 얀순이 엄마와, 불같이 화를 낼줄 알았던 아빠는 의외로 차분히 음식을 먹다가 한마디 던졌다.


“..김얀붕 너 무조건 결혼해라. 만약 얀순이 혼자 놔두고 어디 도망가면, 넌 내손에 반드시 죽는다.”


살기마저 흐르는 얀순이 아빠의 분위기에 음식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는 얀붕이였다.


******


새하얀 꽃다발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어느 커다란 웨딩홀.


그곳에서 하객들은 신랑과 신부를 기다린다.


“이야.. 결국 결혼하네, 두사람.”


식사 테이블에 앉아서 초등학교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얀진이.


“그러게. 낌새가 보였긴 했는데.. 킥킥.”


“참! 너넨 결혼 안하냐?”


“나?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뭐래, 넌 그냥 못생겨서..”


“야, 이년아! 그입 닥치지 못할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서 떠들썩하게 얘기한다.


“근데 두사람 진짜 잘생기고, 예쁘고.. 어울린다 어울려.”


“맞아, 얀순이 미대 다닌다며? 완전 선남선녀 커플이다.”


“인정. 나도 어디 얀붕이같은 참한 남자 하나 탁 낚아채서..”


“닌, 못생겨서 안된다니까...”


“닥쳐!”


하하호호 떠들다가 어느순간에 식장 전체의 불이 암전된다.


그리고 어느순간 테이블에 앉아있던 얀진이가 사라진걸 눈치챈 친구들.


그러더니 불이 탁 켜지자 얀진이가 식장 앞에서 마이크로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얀붕이, 얀순이의 결혼식에 오신 여러분. 저는 이번 결혼식의 주례를 맡게된 얀진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와아아아~!


하객들은 박수를 친다.


“자.. 여러분! 신랑신부의 요청으로 인하여.. 거두절미하고! 빠르게! 진행을 하겠습니다! 이 결혼식의 축가를 부를 사람은! 바로 바 로... 신랑인 얀붕이가 직접!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그러자 무대 뒤에서 마이크를 잡고 나온 얀붕이가 나온다.


“여러분! 저희의 결혼식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부를 노래는 바로 <바보에게 바보가!>”


전주가 흘러 나오고, 음악이 시작하자, 얀붕이는 노래를 부른다.


“바보도 사랑 합니다~”


얀붕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식장안에 울려퍼진다.


“사랑하는 내 사랑 바보야~”


축가가 끝나자 하객들은 환호한다.


“크흠..! 멋진 노래 잘들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메인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신부 입장!”


결혼식 노래와 함께 얀순이의 아빠와 새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얀순이가 같이 걸어온다.


“..얀순아. 행복하렴.”


중간까지 걸어오자 얀순이의 아빠는 걸음을 멈추고, 먼저 무대에 있던 얀붕이가 얀순이를 맞이하러 나간다.


“..얀순아 가볼까..?”


얀순이는 얀붕이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걸음을 맞춘다.


이윽고 이날의 주인공들이 무대위로 올라오자, 주례를 맡은 얀진이를 중심으로 신랑 신부가 나란히 선다.


“신랑 김얀붕은 신부 김얀순에 대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까?”


얀붕이는 손을 움직여 수화로 대답한다.


네. 약속합니다.


“신부 김얀순은 신랑 김얀붕에 대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까?”


얀순이도 똑같이 손을 움직여서 대답한다.


네. 약속합니다.


“둘은 이제 영원한 부부 되었음을 모두에게 알립니다!”


얀진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둘은 행복한 키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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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의 에필로그 [호불호 주의]


동네의 한 산부인과.


“..이런말 드리긴 정말 죄송합니다..”


얀순이는 고개를 푹 숙인채, 얀붕이는 참담한 표정으로 의사의 말을 듣는다.


“..뱃속의 아이가.. 사산.. 된것같습니다..”


“흐윽..!”


아이의 사망선고가 들려오자, 얀순이의 얼굴에 슬픔이 몰려왔다.


“흐윽.. 흐아... 얀부아.. 야부아.. 나 어떠케..? 우리 아이.. 어떠케..?”


“우리 아가.. 미아내... 어마가.. 흐윽.. 미아내...”


자신의 솟아오른 배를 울면서 어루만지는 얀순이.


“얀순아.. 울지마.. 흐읍.. 얀순아..”


얀붕이도 울먹거리며, 얀순이를 감싸안는다.


“...”


그 모습을 의사도 씁쓸하게 바라본다.


“야부아... 우리아가... 미아내서 어떠케.. 우리아가..”


“얀순아..”


한참을 울자, 진정이 된 듯 얀순이는 눈물이 그쳤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시간을 오래 끌어서 죄송합니다..”


얀붕이도 억지로 억지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어찌 그마음을 헤아릴수 있습니까. 그래도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다시 한번 병원에 오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가자.. 얀순아..”


붉게 눈물자국이 지나간 얼굴의 얀순이도 고개를 끄덕이곤, 얀붕이를 따라 나간다.


산부인과 바깥에서 다음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산모들은, 얀순이를 보자 전부 눈을 내리 깔았다.


******


“꺄아아아악! 흐윽.. 아 안대..! 우리 아가..! 안대!!”


화장실에서 얀순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무슨일이야! 괜찮아!?”


얀붕이가 다급하게 문을 열자, 얀순이가 자신의 음부에서 핏덩이를 분출하고 있었다.


“야..얀순아..”


“야부아.. 우리 아가.. 아대... 내모메서.. 아.. 아아..”


투두둑


최대한 자신의 손으로 질을 막지만, 얀순이의 노력이 무색하게 새빨간 피와 핏덩이는 그 틈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야부아.. 나.. 이제.. 더는..”


얀순이는 변기에서 일어나 얀붕이의 몸을 기둥삼아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얀붕이도 그 광경을 보면서 다리가 떨리며, 눈물이 새어나왔지만, 얀순이를 위해서 참고 또 참았다.


“얀순아...”


얀붕이는 얀순이의 몸을 씻기고,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거실로 나온 얀붕이는 얀순이를 위해 참았던 슬픔이 터져 나왔다.


“흐윽.. 흡..하아... 얀순아.. 우리 아가.. 흑..”


거실에는 아기 신발을 비롯한 분유와 유모차, 젖병 같은 육아용품이 즐비했다.


안방엔 아기를 위한 침대와 모빌, 포대기가 있었다.


******


“얀순아.. 밥먹어..”


수척해진 얀순이는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푸석해진 머릿결, 퀭한 눈, 이빨로 물어 뜯은 듯한 손톱.


얀붕이를 보자 무표정한 얼굴에서 약간의 미소가 나왔다.


응..


“얀순아.. 아침먹고... 나.. 회사에 좀 갖다올테니까.. 그대로 있을 수 있어..”


얀순이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희번뜩하게 눈을 움직이고, 얀붕이의 소매를 붙잡았다.


“아대.. 야부아.. 가디마.. 야부이 너마저 업쓰면.. 나 주글거 가타..”


“...알았어 그럼 거실에서 전화좀 하고 올게..”


“..안대. 여기서.. 여기서 해.. 가디마.. 제발...”


뭉개지는 발음으로 열심히 얀붕이를 잡는다.


얀붕이도 결국 얀순이 곁에서 전화를 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둘.


얀순이는 물어뜯어 피가 나오는 손톱으로, 얀붕이를 안는다.


“야부아.. 나 무서어.. 우리 아가를 또 만들면... 머저간 아가하테.. 미아내서 어떠케.. 그리고 또 아가가 유산되면... 그땐 난..”


“..얀순아 걱정말고.. 일단 한숨 자.. 푹 자고 일어나자..”


“응.. 야부아.. 가디마.. 사랑해.. 제바.. 어디가디 마라져..”


얀순이는 얀붕이마저 떠날까봐, 꽉 붙잡고 잠을 청한다.


******


아이가 유산된 후 몇 달이 지났을까.


얀순이는 그대로, 아니 더욱 집착이 심해졌다.


예전엔 밥을 짓기위해 거실로 나가는걸 허락해 줬지만, 지금은 아예 얀순이 곁에만 있어야 한다.


식사는 매일 배달음식.


결국 얀붕이는 마음속에 있던 고심하고, 또 고심한 이야기를 얀순이를 위해 꺼냈다.


“..얀순아.”


응..?


곁에 있던 얀순이는 불어터진 손을 움직여 말했다.


그에 맞춰서 얀붕이도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 입양하는게 어떨까..?


입양..?


얀순이는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나와서인지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응.. 비록 우리 아이는 아닐지라도.. 먼저간 우리 아이를 위해서..


“...”


얀순이의 눈가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고는,


응.. 얀붕아.. 알았어.. 입양.. 우리 아이..


둘은 서로를 껴안아 똑같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슬픔을 털어내었다.


******


따뜻한 분위기의 아동 보호소.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얀순이와 얀붕이는 손을 맞잡고 상담실에서 원장의 설명을 듣는다.


서류는 다 갖춰진 상태. 원장은 얀순이와 얀붕이의 사정을 귀담아 듣곤 말했다.


“..안타깝군요. 부디 그 사랑을 가족이 될 아이한테도 쏟길 바랍니다.”


“그럼 전체적으로 한바퀴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얀붕이와 얀순이는 두 손을 잡고 상담실 밖으로 나와서 복도를 걷는다.


입양 가족들의 사진이 붙여져 있는 벽면을 구경하다가, 3살처럼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가 둘에게 와서 부딪혀 넘어진다.


“..아이야 괜찮니..?”


놀란 얀붕이는 서둘러 인사를 건네지만, 여자아이는 안들리는 건지 그저 얀붕이의 얼굴을 바라만 보고 있는다.


얀순이는 그 모습을 보고는 설마 싶어, 여자아이에게 수화를 보여준다.


아이야.. 혹시.. 귀가 안들리니..?


여자아이는 자신의 약점이 들킨 것 같아서, 깜짝 놀란채 어눌한 발음으로 말한다.


“드려요.. 저.. 기가 드려요..”


얀순이는 웃으면서 허공에 손을 움직인다.


괜찮단다. 나도 귀가 안들리거든..!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니..?


여자아이도 말보다는 수화가 더 편한 듯, 익숙하게 손을 움직인다.


저.. 저는..


그러자 뒤에서 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이아이는.. 보시다시피 청각장애가 있어서..”


얀붕이가 대화하고 있는 둘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원장을 막아선다.


“괜찮습니다.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얀순이와 여자아이는 서로 미소지으며 수화를 한다.


..그렇구나! 그럼.. 혹시.. 우리 집에서.. 같이.. 살까..?


..네! 좋아요!


얀순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맞잡아 움직이지 못하는 수화를 대신해,


모성애 때문인지 처음으로 똑바로, 여자아이에게 말한다.


“사랑한단다.. 정말.. 정말로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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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에필로그 저거 누르면 펼쳐짐.

 

에필로그까지 봐야 글이 완성이 되는 것 같아서 보는걸 추천함.


원래는 얀순이가 왕따당하면서 얀붕이를 가정폭력에서 구원해주고, 얀붕이는 얀순이를 왕따에서 구원해주는걸로 생각했는데 너무 마음아파서 바꿈.


그리고 처음엔 청각장애인 얀순이랑 애 유산해서 집착하는 얀순이랑 뭘 쓸까하다가 그냥 합쳐버림. 둘다 쓰고 싶었어..


그래도 쓰면서 얀순이 유산씬 너무 마음 아프더라.. ㅠㅠ


재밌게 봤으면 추천 한번씩만 눌러줘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