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만을 사랑하겠다 했으면서 왜 마음이 돌아선 건데!!!"

내 목을 조르며 울분을 토하고 있는 이 여자는 최유리, 반 년 전만 해도 내 애인이었던 여자다.

평범한 체구를 가진 여자지만 반항하거나 내칠 수 없다. 난 지금 의자에 양 팔과 양 다리가 묶여 있으니까.

"대답해 강민수, 왜 헤어지자고 한 거야? 왜? 왜? 왜?"

죽일 듯이 목을 조르던 그녀의 손이 살짝 풀린다. 충혈된 눈, 산발된 머리를 한 마치 귀신 같은 그녀에게 한 마디 한다.

"네가 이럴 것 같았거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여자랑 대화 금지, 하루에 한 번 핸드폰 검사, 연락 오면 30초 이내로 답장하기. 그래, 솔직히 말하면 이미 여기서부터 정이 다 털렸어."

"그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잖..."

"닥쳐."

내 앞의 이 미친년은 상식 따위는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미친년에게 할 말은 해야 내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왜 헤어지자고 한 줄 알아? 팀 회식하고 돌아온 날 네가 날 감금시켜 놓고 괴롭힌 적이 있었지, 지금처럼. 난 그 때 헤어지자고 확실히 마음 먹었어."

"난 그 때 분명히 경고했어. 너희 팀에 불여시 같은 씨발년이 너 꼬시려고 유혹하니까 절대 같이 술 마시지 말라고."

괜히 그 때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힘을 풀었던 그녀의 손이 다시 힘을 주어 내 목을 우악스럽게 조르기 시작한다.

"크윽....!!"

"내 경고 무시하고 술 처마신 거? 그래 거기까진 내가 넘어가려고 했어. 근데 네가 돌아와서 나자빠져서는 그 씨발년 이름을 중얼거렸잖아!!!!!"

좆된 것 같다. 이 여자의 발작 스위치가 들어간 이상 말로는 이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너 지금 대가리 굴리고 있지? 절대 안 돼. 내가 하라고 하는 거 할 때 까지 넌 절대 여기서 못 나가."

"......뭔데."

"헤어지자는 말 취소해. 그리고......"

내 앞의 그녀가 방에서 나갔다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온다.

"사인해."

혼인신고서. 이 미친년은 아예 날 법으로 묶어 둘 작정인 것 같다.

"너 같으면 하겠냐?"

"정말로 안 할 거야?"

"그래 씨발 절대 안 하......"

짝!

순간 무언가가 번쩍하는 느낌에 내 머리는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왼뺨이 마치 불타는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헛소리할 때마다 한 대야."

"그 때랑 똑같구나? 또 분노 조절 못 하고 폭력으로 뭐든 해결하려는 그 습성은."

짝!

"할 거야 안 할 거야?"

"아직도 헤어지자고 한 이유를 모르는구나?"

짝!

"할 거야 안 할 거야?"

"좆까 씨발년아. 그냥 여기서 맞아 죽으련다."

내 뺨을 때리기 위해 치켜든 그녀의 손바닥이 잠시 멈칫 했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말아쥐었다.

"이 악 물어. 나도 오늘은 그냥 안 넘어갈 거니까."

그녀는 꽉 쥔 주먹으로 내 턱을 으스러뜨릴 기세로 내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코의 혈관이 터져 오른쪽 콧구멍에선 코피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물어 볼게. 사인, 할 거야 안 할 거야?"

머리가 핑 돌고 내 얼굴에서 흐르는 피는 바닥에 지도를 그리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 심한 일을 당할 것을 알기에 그녀의 물음에 긍정할 뻔 했다. 그녀가 혼인신고서를 가지러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을 때 금속제의 흉악한 도구들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신고서에 사인을 한다면 내 삶은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내 육체만 망가지겠지만 저 악마의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면 내가 그녀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사라질 것이니까.

그리고 한편으론 아직 그녀에게 일말의 인간성이 남아 날 용서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기에 나는 그녀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젠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했구나."

흥분해서 날 곧 죽일 것만 같던 방금과는 달리 이번에는 다소 차분한 목소리다. 설마 먹힌 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녀는 거실에서 펜치와 알코올, 그리고 솜을 들고 내 앞에 섰다.

"처음이니까 엄지손톱 하나만 뽑을게. 소독은 확실히 해 줄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자, 잠시만 이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솜 뭉치를 재갈처럼 내 입에 물렸다.

"이러면 분명 너에게 미움 받겠지. 하지만 나, 마음 독하게 먹으려고. 너에게 미움 받는 건 싫지만 너의 진정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절대 물러 서지 않을 거야."

그녀가 내 뒤로 향해 묶여 있는 손에 펜치를 가져다 댄다.

손톱 사이에 소름 돋도록 차가운 금속이 비집고 들어 온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해 보려 하지만 나의 들숨과 날숨은 점점 격해진다.

"걱정 마. 꼭 소독해 줄게."

뿌드득 소리와 함께 손가락과 손톱이 분리되는 것이 느껴진다.

"으으으읍!!!!!!!!!!"

눈을 질끈 감고 재갈처럼 물려진 솜 뭉치를 있는 힘껏 깨문다. 살면서 처음 겪어 보는 격통을 잊기 위해 온몸을 흔들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비명을 지른다.

"거의 다 끝났어! 좀만 더 참자."

곧 손톱이 완전히 빠진 게 느껴지고 그녀는 내 손톱을 유리병에 보관했다.

유리병의 뚜껑을 닫자마자 그녀는 솜에 알코올을 묻혀 내 손을 소독한다.

또 한 번 찾아온 격통에 나의 몸은 또 한 번 흔들린다.

"휴......다 끝났어 민수야. 많이 아팠을 텐데 잘 참아 줘서 고마워."

너무나도 큰 고통에 내 눈에서는 눈물이 가득 나왔고 입에서는 솜뭉치를 뚫고 침이 질질 흘러 내렸다.

그녀는 내 입에 물린 솜뭉치를 빼어 솜뭉치에 달라 붙은 침과 코피를 혀로 핥았다.

"강민수, 난 절대로 너 안 놔 줄 거야."

"씨...발년......죽여버릴 거야......"

"아직 욕할 기운은 남았구나? 뭐, 첫날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그녀가 가져온 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방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저녁으로 네가 좋아하는 치즈 돈가스 해 줄게. 그거 먹고 힘 내자?"

방 문을 닫고 나가려던 그녀가 머리를 들이밀어 다시 들어온다.

"내일도 똑같은 질문을 할 거야.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손톱 하나로는 안 끝날 거야?"

말을 마친 그녀가 방 문을 닫고 나간다.

나의 감금 생활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