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불균형 세계의 교수 관찰기





이제 서론은 없이 시작하자고




이번 이야기의 얀붕인 최교수



나이 40세,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Y대 예술학과장



'이혼남'일세





음? 성비가 지랄났는데 이혼을 한다고?




될놈될 인거고 할놈할 인거지




재작년 남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가족부는 또 뭐냐고? 



요약하면 여성가족부가 남성가족부로 전환되었고



예전에 생각하던 국책사업을 성별만 바꿔서 한다고 생각하게



이혼 신고수는 93회 퍼센테이지로는 약 0.9% 정도



모바일게임 뽑기 확률 정도이군





자세한건 이야기로 확인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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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시각을 자극하는 적색의 세단이 들어온다.




운전석에서 내린 최교수의 발걸음은 몸집에 비해 느리고 둔탁하게 들려온다.




'삐리릭~♩ ♪ ♫ ♬'



발걸음과 상반된 경쾨한 도어락 소리



신발을 벗고 



복도의 불을 켜고



부엌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먹을게 없네...."



분명히 배고픔을 느끼었고 식욕이 있었지만



어째서인가 사라져있었다.




샤워를 하고 냉기로 가득한 침대 속으로 들어간 남자는




삽시간에 몰려오는 외로움에 아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남자는 자상한 남편 '이었다'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손수 아침밥을 만들고



아침밥을 먹지 못한다면 도시락을 2층 5첩으로 만들어 줬다.



'아내는 소시지를 좋아했지.....'






남자는 가정적인 남편 '이었다'



청소, 빨래 등등 집안일의 만능 해결사



장인 장모였던 사람들이 불러주던 별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칭찬받을건 아니였는데....'






'왜 이혼하게 되었을까?'



행복해 보이던 두 사람의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유치한 장난을 할거야!'



'꼴보기 싫어!'



'나참! 어린애도 아니고'



'전부 안버릴 거면 이혼해!'




'.....내가 만화를 좋아하는게 잘못이라면 그래... 그만하자'




'그치 얼마나 좋아 이제 장난감 다 정리하고 서제를'




'이혼해'




꿈속 배경이 무너지며 하얀 빛이 눈을 부시게한다.




"컥!"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악몽을 꾼거 같지만 가벼운 몸



창가 밖에서 들려오는 참새의 지저귐




최교수는 핸드폰에 손가락을 대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탁자 위 손목시계를 보면 



'9시 정각' 



"지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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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내 여학생들은 서로 이야기하기 바쁘다



3월 대학에 처음 들어온 새내기들



MT때 선배들이 무조건 수강하라 강추한 '인체도형화' 강의 



과대표는 커녕 재수강하는 선배도 없기에 머리속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오늘 휴강인가?"



"30분이나 지난거 보면 그렇지 않을까?"



"이래서 강추한건가 시험도 패논패 교수님 없어 개꿀이죠?"




점점 대화에 가속이 붙어 열이 한껏 올라 갈때쯤





'쾅!' 하는 소리와 문이 열리며



"휴!"



'강?'



모든 학생이 한마음으로 기대하며 시선을 돌리자



"강의에 늦을뻔 했네요!"



학생들의 동공이 커지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안녕하십니까 최 선 이라고 합니다~"



"최선을 다하다에 그 최선이고요 만화애니메이션 전공입니다."



"일년 동안 인체도형화에 대해 강의하고요"



"신체 부위 손, 발은 물논이고 종국엔 기말과제로 포징을 그리게 될겁니다"



"제가 늦잠을 자서 늦었네요 마음이 급합니다 질문있으신분?"




번개처럼 등장해서 폭풍처럼 말을 쏟아낸 최교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매년보는 풍경이지만 새롭단 말이지'



'예술하는 애들 아니랄까봐 형형색색의 머리에.... 어후 쟤는 문신도 있네?'



한명 한명 스캔을 할때마다 학생들의 머리속은 꽃밭으로 변한다.



'오늘 제발 풀강해주세요'



'젠장 30분 손해봤어'



'남?자 강의 계획에 누드 크로키있죠? 개꿀이죠?'






"질문 없으신가요?"



강의실을 채운 정적을 깨는 최교수는 인내성이 부족한거 같기도 하다.



"저!...요오오"



톤 조절에 실패하여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버티며 한명이 손을 든다.



"네 뭔가요 말해보시죠"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

"...................."



강의실이 다시 조용해진다.



저 동기년이 실례를 범한건 모르겠고 



이 대답은 중요하다 생각한 학생들은 교수를 처다본다.




"................ 없습니다."



'SIUUUUUUUUUUU'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모두 내적으로 환호를 지른다.





최교수의 머리속은 혼잡해졌다.



저걸 훈계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속 좌뇌와 우뇌의 기나긴 회의를 거쳐 입술을 움직인다.




"학생 이름이 뭐죠?"



"@$%&!"



모든 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아뇨 방금 누구였죠?"



"저는 1학년 김슬기라고 합니다!"



'전혀 안슬기로운데 말이야........'



"예.... OT를 시작하겠습니다 강의 계획표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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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 햄버거 가게에 3명의 여학생이 모여 밥을 먹는다.




"야 개쩔지 않냐? 나 남자한테 처음으로 배워봐"



"나도" / "나도"



방금 강의에 같은 조가된 세명은 금세 친해졌다.



김슬기, 이은정, 박나연 신입생 최고의 돌아이 그룹의 탄생



세 명은 입에 햄버거를 머금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근데 교수님은 결혼 안한거겠지?"



"그렇겠지 결혼으면 아내가 있다 했겠지"



"아내인거니까 여친은 없을수있지!"



"어! 그렇네~"



가게가 떠나가도록 웃어대는 세명을 바라보는 아르바이트생은 생각한다



'미친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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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괌 동남쪽 1000km부근에서 발생한 태풍은'



티비 속 아나운서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날씨를 알려주고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최교수는 뉴스를 보자마자 꺼버렸다.



태풍.....한여름인가.... 곧 기말고사군






유난히 강의실의 분위기가 한껏 격야되었다.



"OT에도 공지를 해드렸듯이 기말고사는 포징


그 중에서도 누드 크로키 입니다.


시험은 패논패이니 기준만 넘기시면 합격이고


기준은 지금까지 알려드린 기초를 잊지 말라는 겁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저욧!"


문신을 한 손이 천장을 찌르듯 올라온다.



"예... 박나영 학생"



"박 나 연 입니다!"

"엌ㅋㅋㅋ 박나영"

"박나연을 박나영"


문제아 삼인방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래요 박나연 학생 질문은요?"



"모델은 누구입니까?"



"접니다"



'SIUUUUUUUUUUU'



"여러분들께서는 나체의 남성 모습을 보는것이 희귀한 경험일겁니다


저때는 남성, 여성 모델분들을 동원 했었는데..."



"교수님! 가녀린 남성의 모습을 함부로 보여주면 아내분이 싫어하지 않나요!"



학생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멋쩍은 표정을 지어내는 최교수



"김슬기 학생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아내는 없습니다"



"여자친구 아니였나요?"



김슬기 옆 이지은도 손을 올린다.



'미치겠네'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여친도 없고 아내도 없습니다"



"저는 '이혼남' 입니다"



이정도면 알아서 알아먹었겠지 라고 생각한 최교수와 달리



'각인가?'


'각인듯?'


'이래서 강추한건가 개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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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수를 둘러싼 학생들 크로키가 시작된다 



감각적인 포즈를 취해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발산한다



그의 몸은 공간을 채우며 미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그림자와 빛이 몸을 감싸며 입체적인 형상을 만든다.



한편 학생들은 교수의 모습을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칠판에 흑연을 스쳐 덧칠한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눈은 집중력 있게 모델의 형상을 따라가며 각선미를 캔버스에 담으려 한다




최교수는 준비실에 벗어둔 정장으로 갈아입는다.



빠르게 본 그림이지만 모든 인원이 합격점은 넘었다 생각하며 



그림을 들고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순간



"억!"



무언가와 충돌하며 손의 짐을 놓치게 된다.




"죄송해요!"



세명의 여학생은 교수의 짐을 급히 주워 담으며 연신 사과를 한다.




"미안할거 없어요 저도 주위 깊지 못했는 걸요"




"저희가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짐 화실까지 들어드릴께요"

"맞아요!"

"사양 안하셔도 되요"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태풍의 영향인가 하늘은 어두워지고 세찬 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갑자기 비가 이렇게..."



"집까지 어떻게 가지?"

"그러게 우산도 안들고 왔는데"



"학생들은 집이 어디죠?"



"기숙사 살아요"



"그렇군요 예술대는 또 기숙사랑 멀어서 큰일이네요"



"교수님 퇴근하시는 길이면 태워주세요!"



"그러죠 따라오세요"




건물 밖 주차장까지 뛰어왔음에도 온몸이 축축해졌다.



빨간 자동차의 유리를 비가 세차게 두들긴다.




"교수님 뭐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네 물어보시죠"



"멋진 분이신데 이혼.... 왜 하신건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서일까 



최교수는 아무말도 못하고 창밖을 바라본다.



'지난날을 분석했을 때 말해주지 않으면 계속 질척일 것이다'



"뭐....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만화를 좋아해서'입니다"



"예? 만화요?"



"제 전공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만화애니메이션이요,"



"맞습니다 만화 제 전처는 만화를 아니 성인이 만화를 보는것을 혐오했습니다"



" '어린이들이나 보는걸 왜 다 큰 어른이 봐' 하면서요"



"그런것에서 시작한 갈등이 하나 둘 쌓여 이혼이란걸 하게 되었지요"




"저는 만화 좋아해요"

"저도요"

"애니메이션도 선호합니다"



"허허 애초에 예대 학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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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한여름의 청송처러 푸르른 새내기들은



시들시들해져 바닥에 떨어진 낙엽과 같이 영혼이 어디론가 날라가있는듯 하였다.



"셋 정신안차리지 이런걸 졸업작품이라고 해와?"



"죄송합니다 교수님"



"주제부터 다시잡고 계획서써서 내 방으로 가져와"



"네......"



한껏 문제점을 지적한 교수는 머리를 저으며 방을 나선다.




문신이 흐릿하게 보일정도로 지워진 손으로 눈을 비빈다.


"와씨.... 스트레스"



"몇일 연속으로 작업이지 놀고싶다"



"놀면 우리가 졸업생이 아니겠지"



"쒸벌 솔찍히 졸업하기 전에 교수님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러게 말이다"



방으로 이은정이 들어온다



"나처럼 기회 연장해~ 너 대학원생이 되어라"



"너 최교수님 조교로 들어갔어?"



"YES"



"미치겠네 아아아 야스아 야스"



가만히 생각을 하던 박나연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야스하고 싶으면 할까?"



""어떻게""



"오늘 자기 화실로 오라고 했잖음? 그 순간을 놓지지 않겠단 거지"



"일단 박죠?"




해가 뉘엇뉘엇 기울어져 노을이 창문을 들어와 복도를 매운다



위대한 계획을 가진 세명의 여학생이 성큼성큼 나아간다



[교 수 : 최 선]



세명은 호흡을 가다듬고 노크를 하려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고막에 강한 충격이 가해질 정도로 큰 목소리 들려온다.



"그만! 다시한번 말하지 내 눈앞에서 꺼져!"




'뭐임?'



학생들이 당황해 하는 찰나 문이 열렸다.



"이따가 다시올게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멀어져간다.




"교수님......?"



김슬기가 문에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내부의 상황을 본다.



흥분해 있는 교수와 어질러진 바닥 그리고 책상위 만화책



세 학생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선 방안으로 들어간다.




"미안해요 추한 모습을 보였군요"



오전에 자신을 혼내던 사람은 어디갔는가


 

한없이 위축된 모습의 남성을 바라보는 세명은 머리에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 남자를 잘 어루달래서 품에 안기게 하겠단 계획이 실행된다.





 "교수님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말해봐요"



"맞아요 혼자 끙끙대다간 속에서부터 썩어요"



"저희는 교수님의 제자니까 무조건 교수님 편이랍니다"




숨을 헐떡이던 교수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교수는 자신보다 20살어린 존재에게 자신의 과거에서부터 응어리진 불평을 게워낸다



방금 찾아온 사람은 전처라는 것



이혼하고선 재결합 하자는 이야기를 한 것



학창시절엔 그림그리는 모습이 좋았다 했으면서 결혼하니 바뀌었다는 것



지난 결혼생활을 후회하고 전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 무엇보다 섹스리스 였다는 것



"무조건 교수님이 맞아요"



"저라도 교수님처럼 했을거에요"



"그 사람이 잘못했네요"



세명의 여학생은 무너저가는 교수를 지지했다



지지하는걸 넘어 오히려 쓰러트리기 위해 힘을 주었다.



자신들의 쪽으로 넘어오라고




교수가 부정적 에너지를 다 배출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이 여학생 품에 안겨있음을 알아 챘다.



"미... 미안하네 내가 잠시"



교수가 황급히 뒤로 몸을 젖히자 다른 손이 교수를 낙아챈다



"아니에요 교수님 저희는 상관 없어요"



다시 한번 교수의 사고가 다른 이유에 의해 흐려진다



어두운 방안, 젊기에 탄력있는 지방층, 여성 화장품의 냄세



교수의 남성성이 자극 되며 일어선다.



한명은 교수의 상반신을 한명은 하반신을



나머지 한명이 교수의 옷깃을 풀어 해친다



크리스마스 선물받은 어린 아이처럼



어두운 밤 그 방안에서 일어난 일은 네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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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하여 이번 학기부턴 제 강의의 커리큘럼을 이렇게 바꿀려합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어... 교수님 그래도 요즘 애들 남자를 못보고 자라서 남자를 못그리는데"



"예.... 압니다 그래서 계획서를 보시다 싶이 남성 모델을 구하기로 했죠"



"그러니까 제말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한번 강의를 위해 지출하는 돈이 크단 말이죠"



"맞습니다 예전처럼 교수님이 모델을..."



"하하...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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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할겁니다. 제 '아내들'이 싫어해서요"

















작성자의 한마디: 미술에 대하여 관련지식이 전무 합니다. 오류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