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 불균형 세계의 남매 관찰기








'카톡'



노트북 오른쪽 모퉁이에 작게 메세지 창이 뜬다.



'뭐지?'



"이번학기 시간표에요"



벌써 개강이 다가왔나보네



회사원 김하은은 고개는 가만히 두고 



동그란 눈알을 돌려 자신의 상사의 상태를 보고



"이번엔 월요일 공강이네?"



"그래서 너무 좋아요"



"오늘 나 맛있는거 먹고 싶어 저녁은 치킨먹자"



"ㅇㅋ"



"이건 개학 선물"

'[YBANK 이체 알림] 100,000'



"이모티콘"

갈색의 동물이 하트를 들고 춤춘다




자신의 동생과의 카톡을 내리고서 눈에 들어오는 정부알림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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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톡 도착]



[보건복지부] 국가건강검진안내



안녕하세요. 김하은님,



귀하는 올해 국가건강검진 대상자이며,

검진기간은 12월 31일(화) 까지입니다. (기준일자 02.05)



*일반검진: 본인부담없음

*구강검진: 본인부담없음

*여성검진: 본인부담없음


본인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지참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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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사회의 존속을 위하여 여러가지 정책을 펼쳐냈다.



줄어드는 남성을 약자라 판정하고 여성가족부를 남성가족부로 만들었고



줄어드는 결혼율과 출생율을 줄이기 위해 미혼모의 출생을 일반화 시켰다.



김하은이 받은 알림톡은 국민건강을 위해 검진 받으란 것이 아닌



'출산가능자'임에도 아직 임신 시도조차 안했다며 재촉하는 독촉장이였다.




'역겨워'



여자는 마음속으로 표정을 일그러 트리고 구토감을 느낀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정자를 받아드리라니'



'난 아직 처녀 그대로인데'



서서히 부정적 에너지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며 혈을 자극한다.



이마의 핏줄이 세워질려는 순가



'탁!'



"밥먹고 합시다!"



김하은의 어깨에 반지를 낀 손이 올라온다.



"아... 네..."


순간 이성을 되찾은 여자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선다.





'위이이이잉'




"배고프다 그치?"



"네 배고프네요....."




얼마나 혼자 생각하고 있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을까



팀장과 둘이 타고있는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평소보다 느린 것처럼 느끼어 진다.




'2층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한명만이 내린다.



"팀장님은 안드시나요?"



"아 난 남편하고 약속있어 맛있게 먹어"



김하은은 가볍게 목례를 한다.



'위이잉'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사랑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



팀장은 팔자 주름이 생길정도로 웃고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이?'



'가까우면 가까운거지 생각보다 가깝다는건 뭐지?'



김하은은 밥이 들어가는 곳이 입인지 코인지 모를 정도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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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어!"



"어~ 왔어? 치킨 왔어요"



동생이 현관으로 마중나와 가방을 들어준다.



식탁에는 따끈하고 바삭한 치킨이 올려져 있었다.



"엄마 나왔어~"



"고생했어 우리 딸"



여자의 동생은 닭다리 하나는 어머니께 



또 다른 하나는 누나에게 건내다가



"아냐 난 물렁살 싫어 퍽퍽살 먹을거야"



"알아"



"근데 왜"



"일말의 양심? 누나는 (물렁살 안먹어서) 참 좋아"



"어멈머 피임은 중요하단다."



"아! 무슨 소리야 엄마!!"



어머니의 방대히 열려있는 사고관에 동생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다.




'누나가 좋아?'



뇌리를 강렬하게 충격하는 문장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사랑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



김하은의 사고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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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좆됐다 이것이 내가 심사숙고한 결과다



좆되었다



개강한 이후 누나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진다.



강의 중에 문자를 보낼수도있다.



허나 정도를 넘어서 보내고 있다



내 인스타에 올리는 사진, 스토리 하나하나를 신경쓴다.



바로 어제 뻘글로 딸기 먹고싶다라고 스토리를 올리니



4박스나 사다 줬다.



그것도 백화점에서 산 고급 딸기




포스트잇으로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미친것이 분명하다 머리를 다치기라도 한것인가?



이럴때일수록 몸을 숙이고 폭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



자연재해는 피할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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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생의 상태가 이상하다



저번에 딸기가 먹고 싶다 하기에 딸기를 사다주었다.



아무거나 먹었다가 탈나면  안되기에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산 고급딸기였다.



한참 먹을 나이 이기에 많이 사다주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누나의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근데 동생은 나를 싫어하는거 같다. 
















자기 입으로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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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일로 와봐"



퇴근한 누나를 거실로 불러내는 동생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김하은을 응시한다.



"무슨일이려나~"



동생의 마음을 모르는듯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누나 회사일이 많이 힘들어?"



"아니 평소와 같은데"



"아닌거 같아서 그래"



"정말루 동생님이 걱정하실 일 하나도 없어요"



"..... 아니야 분명히 있어 그게 아니라면!"




"아들~ 엄마 좀 도와줘~"



".....예"



소파에서 일어나 누나에게 향하던 걸음이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김하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방으로 들어간다.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이 닫힌다.




"뭐 도와드릴까요?"




"음 아니야 아니야 끝났어"




심란한 아들을 등지고 어머니는 콧노래를 부른다.




'미치겠구만'



매운 라면을 먹은 것처럼 속이 쓰린 동생



"엄마는 저녁때 나가 누나랑 같이 먹으렴~"



"오늘 약속 있으셨어요?"



"방금 동창한테서 연락이 왔어 근처에 일보러왔다네~"




"네 잘 다녀오세요"







시간이 흘러 해가 지평선을 넘어간다.




"밥 먹어~~!"



닫힌 방 너머의 누나가 들을 수 있도록 동생은 소리친다.




"잘먹겠습니다."



한동안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집안을 채운다



먼저 입을 연것은 동생이다



"누나 아까하던 이야기인데..... 솔찍하게 말해봐"



"진짜 없어요~"



동생의 걱정과 달리 정말로 회사일에는 문제가 없다



누나가 아니라 자신을 걱정해야 할 미래를 모르고 



동생은 한가지 묘수를 꺼내든다.




"최근에 있던일 나한테 알려주면 뭐든지 해줄게..."



".... 뭐든지?"




"뭐든지"





밥을 급히 씹어 삼키고 김하은은 입가를 정리한다.




"건강검진 받으래"



"... 누나 아픈거야?"



"아픈게 아니라 임신적성검사"



"아.... 그거"



동생은 이제야 실마리가 풀렸다라 생각한다



재수생 동기들 중 몇몇 또한 검사를 받으라 나온것에 대한



투덜거림을 들은 적이 있다.



"검사 귀찮지..... 금식도 해야하고"



자신이 걱정하던 것보다 가벼운 이야기였기에 안심을 느끼던 중







"그것보단 역겨워"



"역.....겨워?"



예상하지 못한 단어가 누나의 입에서 나온다.




"병원에서 관리하던 정자니까 깨끗하겠지"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동생은 젓가락을 살포시 내려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것이라니 싫어"



"얼굴도 이름도 성격도"



"저기 누나?"



"심지어 백인인지 황인인지 흑인인지도 몰라"



"누나?"



"우리나라 사람이긴 한거야?"




동생은 아무말도 못한다



화난 누나는 본적이 있다 



하지만 처음본 모습이기에 형용하지 못하는 누나의 모습



점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아까 뭐든지 해준다 했지?"




떨리는 목소리가 간신히 나온다.



"그으ㅡ......랬지?"




"나를"



"누나를?"





















"임신시켜줘"



"임? 뭐!"



갑자스러운 누나의 돌진에 동새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다 발가락을 다친다.




"악!"



바닥에 주저앉는 동생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김하은



"어디좀볼까? 괜찮아 다쳐도 누나가 움직일게"



"아니아니 미쳤어? 우리 남매야"



"남매니까..... 더 너 여야 만해

 

 같이 자랐으니까, 살았으니까, 


 이 세상에서 난 널 제일 잘알아


 너는 나를 제일 잘알고"

















"넌 내 동생(남편)이니까"







한꺼풀 그리고 한꺼풀 



허물이 벗겨지듯 옷이 마루바닥에 떨어진다.



한걸음 그리고 한걸음



뒤로 도망가던 동생의 등에 벽이 닿는다.




"엄마가 올지도 몰라"



"오늘은 안올거야 나한테 그랬어"




"아...."



머리속에 있는 단 한가지 생각


난 이미 이들의 손바닥 위였구나


동생은 그 이후로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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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톡 도착]



[Y대학병원] 산모건강검진안내



안녕하세요. 김하은님,



귀하의 산모건강검진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


*일반검진: 본인부담없음

*구강검진: 본인부담없음

*여성검진: 본인부담없음


본인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지참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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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집을 나왔다고?"



커피를 마시다 충격을 받은 중년의 여성이 소리친다.



"너무 흥분했다 얘~"



"흥분할 일이지? 남매인데"



"요즘 세상에 그러면 꼰대 소리 들어요"



"아니 이게 꼰대 아니"



태평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두 남매의 어머니



"그냥 나오지도 않았어"



"그치? 그래도 피임은"



"오늘 나 너네 집에서 자고 갈련다"



"......."



자신의 눈앞 친구의 드럽게도 열린 사상을 이해하는데 실패한 중년의 여성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