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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에 천문학계에서 크게 화제가 된 뉴스가 있었는데, 바로 눈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눈. 신체기관.


착시다, 혹은 우연히 그렇게 은하들이 별들이 배치가 된것이다.


여러의견이 나왔고 결국 우연쪽으로 결론이 났던것같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해볼까.


내 이름은... 알거없다. C라고 불러주면 감사하겠다.


부모님은 나에게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


그덕에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따스한 손길을 받고 커야했을 어렸을적의 C는 대신 문학과 가까이했다.


문학은 한 사람의 인생, 우주라 생각한다.


한 작품을 진심으로 내 마음속에 받아들인다면, 나는 한사람치 인생을 더 산거나 다름없다고 어디선가 읽은것 같다.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몇명분의 인생을 산것인가.


그걸 세어보기 시작한때가 고3 수능 끝나고였고 지금 보니 147명분의 인생을 산것이다.


22살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까 눈이야기를 다시 해볼까.


나는 그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지구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소설, 시, 희곡작품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거의 허구다.


그러니 지금 내가, C가 사는 세상이 문학작품이 아니라는 보장을 할수있는가?


나는 그런 생각을 20살때 했고 처음엔 그런 생각을 개소리로 치부했다.


그리고 그 눈을 보았을때 나는 그 개소리가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눈은 나다! 소설을 읽는 우리다! 그 눈을 통해 C가 사는 세상을 읽고있다! 이 세상 누군가의 삶을 살고있는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의 주인공이 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작가, 즉 신이 있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주변에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얘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머리가 이상해졌나보네."


"서프라이즈같은거 그만봐."


나는 포기했다. 이러한 생각을 주변에 알려도 그들은 변할 의지조차 없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곧장 기분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그러한 당연한 명제가 부정됐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나는 조연도, 엑스트라도 아니지 않을까?


사라져도 이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은...


그러한 생각을 하며 편의점에서 밥을 먹고있을때, 누군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삼각김밥? 안돼지 안돼. 너는 더 먹어야해.


내가 밥사줄게, 올래?"


P라고 부르자. 그리고 기억할것. 꽤나 중요한 여자이다.


1


나는 마늘을 몹시 증오한다.


마늘이란 이 세계를 파괴하려는 그림자 집단의 첫 단추이며 뿌리이며, 슬픔 절망 그리고 눈물이다.


그리고 나에게 마늘보쌈을 먹이는 P는 분명히 그림자 집단의 리더쯤 되는 존재일것이다.


P는 나보다 2살이 더 많다. 그래서 이젠 졸업을 준비한다.


"졸업하고 뭐 할거에요?"


"씨발, 전공이 전공인데 뭐해서 밥먹냐. 한국에서 순수과학으로 밥먹는거 봤어?"


"... 힘들죠, 많이. 그러게 왜 생물학을 전공해선. 편하게 다른거 하시지 왜 어려운 길을 가요?"


"음... 모르겠다. 왜 마늘 안먹어? 이 맛있는걸... 자 이렇게 올려서 먹어봐!"


우물우물...


"맛있네...요... 정말로..."


고통. 내 혀가 자신이 C의 혀라는 사실을 전격으로 부정하는 중이었다.


혀씨, 조금만 참아주시길. 조금만 있으면 증오스런 마늘을 다 끝낼수 있습니다.


"나 화장실좀!"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마늘을 그녀의 접시에 전부 덜어놓는다.


혀씨, 이제 안심하시길. 당신을 괴롭히는 재앙의 손길은 이제 우리의 시선에서 멀리 떠나갔답니다.


우리는 식사를 다 마치고 헤어졌다.


나는 집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나는 그 생각을 주변에 알리는걸 포기했다고 했지만, 사실 포기하지 않았다. 놀랐으면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 보낸다.


요즘엔 집에서 잠자고 먹고 싸는 시간을 빼면 책쓰기에 열중하고있다.


인터넷으로 말해본다라는 생각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 세상의 온갖 병신들의 집합소가 인터넷이다. 나는 병신취급 받는건 사양이다.


그러니 책으로 낸다. 나의 생각을. 이... 이 세상의 주인공에 대해 폭로한다!


세상은 난리가 날것이다.


국가가, 이 세상이 그 행운의 주인공을 찾을것이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찾아낼것이다. 인류는 항상 그랬으니까.


신은, 작가는 당황할것이다. 자신의 실체가 폭로되었으니 당황할만도 하다.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상상만해도 흥분된다.


모두가... 모두가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옆에 있는 피자를 한입 베어문다.


혀씨도 만족하며 즐기는듯 싶었다.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더니 문자가 와있었다.


P [술이라도 할래?]


시간을 뺏기는 기분이 들어 몹시 불쾌해졌다.


지금 나는 이 세상을 뒤집어놓을 일을 하고있다. 근데 P따위가 감히...


P [짜피 지금 할것도 없잖아? 이미 집앞이야 나와. 선배로서 명령하는거야.]


나는 그녀에게 답장했다.


[그냥 선배가 제 집으로 오세요 제집은...]


주소와 비밀번호를 말하고, 컴퓨터를 껐다.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선배가 들어왔다.


"여기야? 생각보다... 깨끗하네? 네 이미지에 비해."


"... 제 이미지가 선배쪽 무리에서 안 좋나요?"


"응. 엄청. 외모만 잘생긴 주제에 꾸미지도 않지, 안경은 무슨 88년도에나 쓸법하지. 누구랑 대화하기는 커녕 이상한 책만읽지."


"이상한 책이라뇨..."


그나저나 잘생겼다니. 작가란 존재는 이렇게 하찮은 존재에게 마저도 잘해주는건가?


"뭐 먹을래? 술이랑 같이 뭐가 어울릴것같아? 이번에도 선배가 사줄게."


"초밥."


"... 비싼것도 쳐먹네."


잠시후


나는 젓가락으로 연어초밥을 들고 그대로 입안에 넣었다.


초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이걸 먹고있노라면 나는 머나먼 저편의...


"야, 절반은 네가 내! 너무 비싼거 먹잖아!"


선배는 그렇게 내 감상을 박살내고 나는 선배에게 돈을 보냈다.


"가엾은 후배 등쳐먹어서 기분 좋으세요?"


선배는 웃기만 했다. 개새끼. 그렇게나 돈이 아까웠나.


"너 눈이... 날 개새끼로 보는 눈이다?"


살짝 뜨끔했다. 이내 나는 다시 살살웃으면서 말했다.


"기분 탓이죠. 기분 탓.


자 이거 먹어보세요, 여기 연어초밥이 정말로 맛있다니까요?


제가 돈만 생기면 반드시 여길가요.


지금은 주문해서 먹는거지만 식당으로 직접가면 다르다니까요?


진짜 나중에 여친 생기면 가장 먼저 여기로 데려갈거에요."


그 말을 듣더니 선배는 눈을 번쩍떴다. 주의를 다른곳으로 잘 돌린것 같아 안심이 됐다.


"흐응... 여친이라... 너가?


그건 그렇고 여친에게 먹인다니... 설마 나를?


이거 영광이네."


나는 표정을 숨길수 없었다.


"너... 왜... 나를 쓰레기 보듯 보는거야?


방금 한말이 그렇게나... 싫었니?"


예. 선배. 정말로요. 이 세상에 진실된 사랑따위... 그런 아름다운,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감정따위가 존재할리가 없잖아요.


"우욱 선배랑은 제가 싫어요."


선배는 웃음을 터트렸다.


2


새벽. C는 자고있다. 술을 잔뜩 먹어서인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P는 그의 컴퓨터를 켜보았다.


{... 문학에서 볼수있듯, 사랑이란 정말로 아름답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이 세상을 작가가 막 창조할때, 그러니까 이 세상이 가장 깨끗하고 순수했을때 사랑을 써낸것이 아닐까 싶다.....


...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겨우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 그 순수한 감정을 배신하지 않던가? 이미 남녀사이에 사랑이란 뒷순위로 밀려난지 오래다. 그들의 관계는, 그러니까 길에서 흔히보이는 연인들의 관계는 사랑이라 할수없으며 그저 그들이 사랑이라 착각하고있는 역겨운 미지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 세상을 써낸 작가의 의도와도 맞지 않는것이며, 작가가 할수없다면 이 책을 읽는 우리라도 이러한 관계를 만들지 말고, 거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앞에서 말했듯이 이 세상이 창작물이 아니란 증거는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수천년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이끌어낸 우리 인류의 노력은 그저 한 존재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 그 존재는 지금까지 존재하였던 모든 문학가들, 학자들, 예술가들보다 우수하다. 왜냐하면 그 존재가, 작가가 그들을 써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도 그가 써냈다. 아인슈타인도 그가 써냈다. 우리도, 나도, 내 후손도 그가 써냈고, 써낼것이다...}


P는 그의 컴퓨터를 껐다.


"이런생각을 하고있었구나... 


그래서 사랑이라 착각하는 역겨운 미지의 감정을 거부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모조리 끊었구나...


결국 외톨이로 남아서 방구석에 찌그러 앉아 이딴 책이나 쓰고있었구나...


내가 아니면 아무도 대화하는일, 심지어 밥먹을때 아니면 밖에서 입을 열일도 없는거구나...


바보같아...


그래서 좋다니까..."


P는 C의 뺨에 입을 맞췄다. 


P의 마음속에서 사랑이란 감정이 뜷끓고있다.


C가 말했던, 내가 이 세상을 처음 써낼때 만들었던 그 순수한 감정을 말이다.


그 순수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솟아난다.


그녀의 눈에는 C말고는 그 어떠한것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P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내가 이 세상을 보는 그 눈을... P가 보고있다.


어째서? 나는 이 존재들에게 그러한 자유의지를 준 기억은 없는데?


그러곤 나를 완전히 인지한듯 바라보고는 그대로 잠에들었다...


잠에 들었다...


그렇다. 꿈의 세계. 창작과 새로움의 새계...


나를 만나러 온거다.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작가? 신? 절대자."


"작가가 좋겠네. 그런데 넌 여기에 오면 안돼.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저는 당신에게 부탁을 해주고싶어요."


"왜지? 너는 지금 터무니없는 존재에게 부탁을 하고있다. 인지하고있긴 하는건가?"


"알고있어요. 하나만 물을게요... 허락해 주실건가요?"


"그래. 말해봐라 뭐지?"


"이 세상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 이미 나를 본 순간부터 누구인지 알고있을텐데."


P는 입이 찢어질듯 미소를 짓더니 한마디만을 남긴뒤 꿈에서 깼다.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다시 연필을 잡았다.


혼란스러웠을 독자분들,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제 등장하는것을 자제하겠습니다. 


아마도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야 해서요.


만약 그때가 된다면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3


P선배는 내 옆에 누워있었다.


내가 마치 배개라도 된다는듯이 나를 꼭 껴안고...


윽! 어쩌다가 이런일이?


그저 아이스크림 회사의 상품권응모에 지원했다.


책꽂이가 가지고싶어서.


하지만 2명뿐인 1등상인 일본여행이 당첨됐고.


다른 한명이 P선배라니??


이건 말도 안된다! 작가여! 어찌 이런시련을 주는것인가?


나는 바로 선배를 깨웠고, 선배는 아쉽다는듯이 말했다.


"나는 아직 더 졸린데... 조금만 더 같이 잘래?"


"아니요! 사양하겠습니다! 저 먼저 샤워할게요 그럼."


나는 그렇게 샤워실로 들어갔다.


...


저녁이다.


일본은 꽤나 좋은곳인거 같다.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바보취급을 받으면 여기로 와서 살아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방금 내 생각이 바보같다고 스스로 인정한건가?


"자! 이리와! 초밥먹자! 초밥 좋아하지?"


선배가 다시 내 생각을 끊었다.


나는 초밥을 먹으며 밤하늘을 보았다.


"선배, 저 작은 망원경 가져왔는데 같이 밤하늘 보실래요?"


일부로 가져온건 아니다. 난 내 게임기를 챙기려 했으나 깨닫고보니 망원경이 있었다. 이것도 작가의 의도인가?


선배는 승낙했고, 우리는 번갈아 가며 별을 보았다.


선배에게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별들에 대해 설명했다.


"...저건 ...성운이고요... 저 별같이 생긴건 ...은하에요."


그러다가 그것이 보였다.


"그리고 저게 그 유명한 눈. 우리를 지켜보는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눈이죠. 자 선배 봐보세요."


선배는 망원경으로 그 눈을 미묘한 표정으로 보고있었다.


그러더니


"아, 별보는건 됐어. 뭔가 지루하단 말이지!


그건 그렇고 아까 직원이 말해주고갔어.


이불이 다 떨어져서 한개에 두명이 같이 자야 한다던데..."


...


새벽. 나는 아직 눈을 뜨고있다.


내가 P선배쪽으로 머리를 돌리면 바로 선배와 입술이 맞닿을 만한 거리이다.


나는 가슴이 쿵쿵대어 잠을 못자겠다.


"C? 자?"


"아니요 선배. 잠이 안오네요."


선배도 나처럼 잠이 안오는지 감은 눈이지만 천장을 바라보고있다.


"얘기나 할까?"


"그럴까요."


"좋아하는 애 있어?"


"왜요."


"그냥. 이런거 궁금해하면 안될까?"


"없어요. 존재하는지 조차 의문이네요. 나의 사랑을 받아갈 사람이."


"존재는 하겠지.


혹시몰라? 바로 옆에있을수도..."


"선배요? 저 좋아해요?"


"아니아니 나 말고 네 옆에..."


나는 옆을 봤다.


"저 놀리시죠... 혹시 귀신이라도 보는건가요?


요즘에 나와도 욕먹을 만한 그런 컨셉?"


"하하 아니야. 그냥 농담한거야."


"하지마세요. 솔직하게 말하면 귀신이 무섭거든요."


"22살먹고? 귀엽다니까."


"귀엽다고 하지마세요..."


"그나저나 왜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거야?"


"음... 그러니까..."


"너가 남들에게 보는 사랑이 역겨운 미지의 감정이여서?"


나는 정신이 번쩍들었다. 


상채만 세운채로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어떻게...?"


"컴퓨터를 봤지.


너의 생각 잘봤어. 평소에 음침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할줄이야..."


"소문내지 마세요... 그리고 그 내용은 진실이에요...


정말이라고요!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왜 이 세상에 만들어 진건데요?


그렇잖아요. 작가가 특정한 이야기를 써낼 목적이 아니라면 왜 이 세상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거죠?"


"... 난 알것같은데... 들어볼래?"


"네. 해주세요. 제 책을 읽은 첫번째 독자이자 천번째 반박자이신분."


"작가가 우리를 만든 이유는 단순해.


너가 묘사한 처음에 만들었던 순수한 사랑때문이지.


사랑을 담아둘 그릇이 필요했던거야."


"...뭐라고요?"


"하지만 사랑은 한정되어있어.


그 순수한 감정을 담아낼 인간은 턱없이 부족하지.


그래서 작가는 너가 말한 그 역겨운 감정을 만들고 사랑이 담기지 못한 다른 이들에게 나눠준거야."


미쳤다. 이 선배는 나보다 더 미쳤다!


한국으로 가면 당장 연락처를 삭제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이사를 가야겠다!


"증거가 궁금한거지?


난 보여줄수있어...


눈을 감아봐... 그리고 느껴봐...... 막을수 없는 넘칠듯한 이 감정을........"


선배는 눈을 감고 내 머리를 잡아 우리의 이마를 맞대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눈을 뜨고있었으나... 저절로 눈이 감기었다.


넘치는 사랑이라... 나는 눈을 감지 않으려로 노력했으나 그것이 헛된시도였음을 깨달았다.


나는 마저 눈을 감는 찰나의 시간동안 생각했다.


선배가... 작가인가...


아니.


선배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구나...


4


눈을 떴을때는 큰 꽃밭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까지 꽃들이 피어있었다.


그걸 보고있는 내가 느꼈던건...


모르겠다.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는... 꽃밭에 서서... 나는...


"이리로 와. 나에게로."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 걷기... 아니 달렸다!


사실 달리는지 걷는지 모르겠다.


꽃향기와 꽃들이 나의 뇌를 침식해간다.


내 뇌엔 꽃이피었다. 뿌리를 깊게 내렸다.


나는 입가인 천천히 미소를 띄운채 걷는지 달리는지 모르는 속도로 나아갔다.


누굴향해?


목소리가 누구지? 


나? 작가? P선배?


"이리로 와. 나에게로 오렴. 꽃향기를 따라... 사랑을 찾아서... 나에게로..."


머리속의 외침이 더욱 강해져간다.


나는 꽃향기에 취해,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이 하찮은 나를... 무언가가 부른다...


그리고 지금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건 3가지다.


꽃, 목소리 그리고 P선배.


선배가 내 머릿속에 가득찼다.


선배의 모습하나하나가 내 뇌주름을 살살 간질이는듯한 느낌이 들어 온몸을 발발 떨었다.


그때 무언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깊게 밀짚모자를 쓴...


그녀는 나에게 등을 보여준채로 꽃을 따고있었다.


그녀에게도 꽃향기가 나는듯하다...


그러다가 그녀는 나의 존재를 인식한듯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볼수있었다.


그녀의 눈을 본 나는 느꼈다.


그녀의 눈안에서 일렁이는... 사랑의 파도를... 폭풍같이 휘몰아치다 이내 잠잠해지고는 에메랄드빛 파도를 다시 일으키는 바다를 볼수있었다.


나는 느낄수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다.


나는 그녀를 안았다. 


그리곤 뭔가가 머릿속에서 속삭였는데 나는 그 말을 따라 할수밖에 없었다.


"예... 당신을 사랑해요..."


나는 넘치는듯한 사랑의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P선배 손 위에서... 꽃밭이 그 선배 위에 있었던 것이다.


눈을 감으니 선배의 얼굴이 떠오른다.


누구지?


그래.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사람..."


5-1


27살이 되고나서 느낀점이 있다면...


거지같다. 난 왜 이렇게 빨리 늙어가는걸까.


시간의 흐름이란 정말로 무서운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있는데, P가 께어났다.


나의 사랑하는... 연인.


나의 전부, 우주 그리고... 꽃.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 더 자지...


자기 자는 얼굴이 정말 귀여운데 말이지..."


P는 그말을 듣고 방긋 웃더니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진짜 사랑을 찾았다.


22살의 내가 생각했던 진짜 순수한 사랑을 찾았다.


그 책은 더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작가니 뭐니 하는거 다 찐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좀 작작 읽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선배가 말했다.


작가는... 아니, 신은 순수한 사랑을 담을 그릇을 몇개 만들지 않았다고.


대신 역겨운 유사 사랑을 많이 만들어냈다고 말이다.


그말에 전격으로 공감한다.


그러니 이렇게 귀여운 연인과 함께.


순수한 감정을의 파도를 탈수있게된 나는...


그야말로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5-2 (에필로그)


나는 연필을 잡으며 생각하고 있었다.


케모마일은 어디갔지?


같은 사소한 생각말이다.


사실 세계를 쓰는 입장에선 사소한 생각이, 사소한 디테일이 세상을 이루니 정말 중요한것이다.


그러다가 다시한번


"안녕하신가요? 잘 지냈나요? 작가님?"


그녀가 찾아왔다.


"부탁은 들어줬어.


그에게 태초의 사랑의 파도를 보여주었어.


그는 아마 너에게 푹 빠져있을거야."


"넵. 정말로 감사드려요.


주인공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줄이야..."


"난 작가잖아. 넌 내가만든 최초의 인물이자, 사랑이지.


너가 바로 사랑이고, 순수야.


그러니 너가 이 드넓은 우주의 주인공 아니겠어?


근데 나 궁금한게 있어."


"작가님께서요?"


"응. 네 마음은 잘 모르겠네.


왜 하필 그였던거야?


그는... 그저 네 후배1인 엑스트라였어.


단 2줄 적히고 끝인 존재였다고.


왜?"


그녀는 케모마일을 마시면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입을 열더니


"눈으로 보시기와 마찬가지로 그는 정말로 하찮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정말로 소중하거든요."


"그니깐 왜?"


"후훗.


비밀이에요.


한번 작가님께서 맞춰보세요."


라더니 가버리지 않는가.


나는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그 이유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생각했다.


이유가 생각이 안난다면 만들면 그만아닌가?


나는 이내 빈 책을 하나 꺼내들었다.


한번애 2개의 작품을 쓰는건 힘들지만...


그래도 써보기로한다.


사랑을 찾아서, 그래 제목은...


"사랑, 때때로 코즈믹."



오타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