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둔지 근처의 민간 해수욕장 순찰 및 안전통제. 매해 여름이면 수시로 하달되는 작전명령이다.

 

세이렌의 민간 위협이 예전보다 다소 잦아들기도 했고, 군부대 근처의 바다라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늘 적막하던 이 동네도 이맘때쯤에는 피서객들로 붐비다 보니 세이렌 급습 시 초동대응 인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라고.

 

해수욕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따져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무리 인류 종말의 대위기라 한들 인간의 피서 욕구는 어쩔 수 없다나, 뭐라나. 닫아두면 오히려 당신이 하루종일 육두문자 섞인 민원폭탄에 시달릴 거라는 담당관의 충고와 함께 그렇게 오랜만의 임무가 확정되었다. 

 

이번에도 누군가는 막사를 지켜야 한다며 우리를 문전박대하듯 쫓아내 버린 아가노 씨를 남겨둔 채, 지휘관과 노시로, 사카와 셋은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너희는 진짜로 수영복 차림으로 갈 거야?“

 

조금의 가책을 느꼈는지 평범한 경영 수영복을 입고 조신히 따라오는 노시로와, 프릴이 잔뜩 달린 자기를 닮아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의 비키니를 입은 채 한껏 들떠있는 사카와의 상반된 모습에 지휘관은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아무래도 피서 욕구에 목말라있던 것은 그녀들도 마찬가지였나보다.

 

...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어린아이처럼 잔뜩 신나서 싱글벙글해하던 아침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의 사카와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바다의 집 뒤편의 한구석에 앉아 픽픽 한숨을 쉬어대고 있었다.

 

처음엔 어지럽다며 그늘로 도망간 사카와였지만, 상태를 살피러 온 지휘관이 보기에 그녀는 누가봐도 잔뜩 토라진 상태였다.

 

”수영복 예쁘네, 사카와랑 잘 어울려.“

 

”아침부터 쭉 보셔놓고는, 이제와서 너무 늦은 칭찬 같은데요?“

 

사카와를 달래보기 위한 나름의 칭찬이었지만, 정곡을 찔려버린 지휘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늦었다구요, 정말. 저도 지휘관님의 함선인데, 맨날 언니만 쳐다보시고.“

 

그렇게 말하며 사카와는 바다의 집에서 사온 듯한 아이스캔디의 포장을 다소 신경질적으로 잡아뜯었다.

 

"일부러 예쁜 수영복까지 언니를 속여가며 입고 왔는데. 역시 지휘관님 눈에 저는 아직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걸까요...?”

 

“아아~ 패배한 서브 히로인은 이렇게나 비참한 기분이구나~“

 

이제는 자조에 가까워진 듯 잦아 들어가는 사카와의 투정을 지휘관은 그저 멋쩍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사카와는 모른다. 그녀의 철없는 장난이라던가 응석을, 노시로는 언제나 순순히 당해주는 척 너그러이 포용해왔다는 사실을.

 

때로는 엇나가거나 질투하기도 하고 이제는 언니가 의지하고 있는 지휘관의 마음마저 자신이 뺏으려고 해도, 그 행동의 근간은 모두 언니를 동경하고 닮고 싶어 하는 마음에 있었으니까.

 

노시로는 자신이 사카와가 동경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린 동생이 자신을 벗어날 때까지만이라도 그녀의 순수한 마음만은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노시로는 사카와가 파 놓은 함정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글쎄요, 사카와라면 어디서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뒤늦게 나타나겠죠. 어제 막 택배가 도착했는데, 언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다면서. 그것도 출발시간에 거의 딱 맞춰 나타나서는, 제가 다른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시간도 안 줄걸요.“

 

”한참 돋보이고 싶을 나이잖아요. 만약 정말로 그런 짓을 하더라도 저는 기꺼이 이해해 줄 생각이에요. 어차피 저한테는 남들 앞에서 야한 수영복을 자랑하는 취미 같은 건 없는걸요, 잘 어울린다고 칭찬이나 많이 해주세요.“

 

그렇게 노시로는 착한 언니로서, 사카와의 조금은 짓궂은 장난에 기꺼이 당해준 척 한 것이었다.

 

‘조센징!!!!’

 

당해준 걸 거야.

 

‘조... 조센징...’

 

... 당해준 거 맞나?

 

이번 일의 내막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서도 늘 자신의 장난에는 속절없이 무너지던 노시로의 귀여운 모습을 생각하자니 지휘관은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당해준다’, 이 얼마나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란 말인가?

 

그 때였다.

 

"으으... 디히간님... 도아더여... ㅠㅠ (지휘관님... 도와줘요...)“

 

무언가에 놀란 듯 자신을 부르는 사카와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지휘관, 그 앞에 보이는 것은 꽁꽁 언 아이스캔디에 혓바닥이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어쩔 줄 몰라하는 심술꾸러기의 모습이었다.

 

지휘관은 너무나도 빠르게 찾아온 업보청산의 시간과 바둥대는 사카와의 귀여운 모습에 살짝 웃어버릴 뻔했다.

 

그래도 바로 옆의 바다의 집에서 따뜻한 물을 얻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으니, 지휘관은 사카와를 진정시키고 서둘러 물을 구하러 떠났다.

 

하지만, 아직 형벌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온수가 고장나버렸다는 주인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하물며 아무리 많은 피서객이 있다고 한들 이 한여름에 따뜻한 물을 챙기고 다닐 사람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손의 체온이랑 입김으로라도 어떻게든 녹여볼게. 조금만 참아 줘.“

 

결국 빈 손으로 돌아온 지휘관은 사카와의 혀 주변의 아이스캔디를 손으로 쥐었다 입으로 불었다를 반복해가며 어떻게든 녹여보기로 했다.

 

처음엔 손으로,

 

그리고 입김으로,

 

"후... 후...”

 

‘쪽.’

 

... 당했다.

 

”아까 이야기할때도, 계속 언니 생각만 하고 계셨죠?“

 

어느새 그녀의 혓바닥과 떨어져 버린 아이스캔디를 한 입 베어물며, 사카와는 잔뜩 발그레해진 얼굴로 싱긋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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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좀 부끄러운 필력과 그림실력이지만 부디 재밌게 읽어줬으면


좀 더 발전해서 함순이들이랑 꽁냥꽁냥하는 장편의 라노벨을 써보고 싶다


아님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