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벨파스트사랑해.”

 

오늘도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담담한 듯 여유로운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무릇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저 안정적인 미소를 본다면 그 누구라도 화낼 수 없으리라단정 지을 수 있었다.

 

…….”

 

물론 그녀는 예외였다.

 

그녀벨파스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호선을 그린 눈가와 양껏 올라간 입꼬리가 참으로 아름다워그 어떤 남성이라도 시선을 빼앗길 것이 자명했다.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져 있다는 게 문제였지.

 

……잠깐만진짜 잠깐만일단 설명을 들어주지 않을래정말 타당한 이유니까.”

 

어디 한 번 지껄여 보시죠들어는 드리겠습니다.”

 

말투가 조금아니많이 과격해지긴 했지만그래도 나름 해명의 기회를 얻은 상황지휘관은 조용히 눈을 깜빡이다 이내 입술을 움직였다.

 

오늘 아침정확히는 새벽부터기분이 영 좋지 않았어늘 같은 일만 반복하며 살아가는 나를 생각하니 마치 쳇바퀴 위의 햄스터가 된 기분이었지.”

 

평소 보여주던 장난기는 사라지고우수에 찬 눈빛이 벨파스트를 향했다목소리 역시 진지해다른 사람이 아닐까 착각할 수준이었다.

 

그래따지고 보면 어제가 아니라 저번 주부터였을지도 몰라내가 무료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

 

이러다 모항에 처음 오신 날 이야기도 나오겠군요빙빙 돌리지 마시고요점만 말해주시죠.”

 

……너무해.”

 

열심히 장광설을 늘어놓으러 한 지휘관이었지만금세 제지당했다지휘관이 짧게 혀를 찼다.

 

그래요점만 말하자면내가 일상에 지루함을 느꼈다는 거야알잖아사람은 늘 같은 일만 할 수 없다는걸.”

 

맞는 말입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동의해 줘서 고마워.”

 

지휘관이 누그럽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물론 벨파스트가 그 손을 잡는 일은 없었다.

 

하여튼나는 이 답답한 일상 해서 탈피하고자 일탈이 하고 싶었어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그런 일탈 말이야.”

 

그렇군요그럼 이제 설명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까요?”

 

아니아직 한참이나…….”

 

아니요더 들어봤자 쓸모없는 이야기인 걸 자각했습니다이리 오시죠.”

 

잠깐만더 들어봐진짜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라니까?”

 

지휘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평소와 달리정말 사력을 다해 목소리를 짜내는 그 모습은 어쩐지 처절하기까지 했다.

 

정말로납득할 만한 이유라고제발제발…….”

 

아니요.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저는 홍차와 커피를 섞어 먹은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리 말하며벨파스트는 고운 손가락을 뻗어 탁자를 가리켰다커피와 홍차가 정확히 절반 섞여 있는 끔찍한 혼합물이 자리 잡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것도제가 손 수 타온 홍차라면 말이죠.”

 

반대로 생각해 봐우리 로열메이드의 완벽 초인 메이드장님이 만든 홍차만큼 특별한 건 없잖아그렇게나 완벽한 홍차로 만든 다른 존재라면무언가 더 특별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 내가…….”

 

설명은 거기까지 듣겠습니다이리 오시죠.”

 

본래 그 어떤 감정이든 그 끝은 웃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가그 어떤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벨파스트가 장갑을 벗기 시작했다손등의 핏줄이 인상적이었다.

 

잠깐만!!! 잠깐만!!!

 

처절한 울부짖음조용히 손을 뻗는 벨파스트굳게 닫힌 문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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