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파스트, 사랑해.”
오늘도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담담한 듯 여유로운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무릇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저 안정적인 미소를 본다면 그 누구라도 화낼 수 없으리라, 단정 지을 수 있었다.
“…….”
아, 물론 그녀는 예외였다.
그녀, 벨파스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호선을 그린 눈가와 양껏 올라간 입꼬리가 참으로 아름다워, 그 어떤 남성이라도 시선을 빼앗길 것이 자명했다.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져 있다는 게 문제였지.
“……잠깐만, 진짜 잠깐만, 일단 설명을 들어주지 않을래? 정말 타당한 이유니까.”
“어디 한 번 지껄여 보시죠. 들어는 드리겠습니다.”
말투가 조금, 아니, 많이 과격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해명의 기회를 얻은 상황, 지휘관은 조용히 눈을 깜빡이다 이내 입술을 움직였다.
“오늘 아침, 정확히는 새벽부터, 기분이 영 좋지 않았어. 늘 같은 일만 반복하며 살아가는 나를 생각하니 마치 쳇바퀴 위의 햄스터가 된 기분이었지.”
평소 보여주던 장난기는 사라지고, 우수에 찬 눈빛이 벨파스트를 향했다. 목소리 역시 진지해, 다른 사람이 아닐까 착각할 수준이었다.
“그래, 따지고 보면 어제가 아니라 저번 주부터였을지도 몰라. 내가 무료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
“이러다 모항에 처음 오신 날 이야기도 나오겠군요. 빙빙 돌리지 마시고, 요점만 말해주시죠.”
“……너무해.”
열심히 장광설을 늘어놓으러 한 지휘관이었지만, 금세 제지당했다. 쳇, 지휘관이 짧게 혀를 찼다.
“그래, 요점만 말하자면, 내가 일상에 지루함을 느꼈다는 거야. 알잖아? 사람은 늘 같은 일만 할 수 없다는걸.”
“맞는 말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동의해 줘서 고마워.”
지휘관이 누그럽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물론 벨파스트가 그 손을 잡는 일은 없었다.
“하여튼, 나는 이 답답한 일상 해서 탈피하고자 일탈이 하고 싶었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그런 일탈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이제 설명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까요?”
“아니. 아직 한참이나…….”
“아니요. 더 들어봤자 쓸모없는 이야기인 걸 자각했습니다. 이리 오시죠.”
“잠깐만! 더 들어봐! 진짜,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라니까?”
지휘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평소와 달리, 정말 사력을 다해 목소리를 짜내는 그 모습은 어쩐지 처절하기까지 했다.
“정말로, 납득할 만한 이유라고! 제발! 제발…….”
“아니요.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저는 홍차와 커피를 섞어 먹은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리 말하며, 벨파스트는 고운 손가락을 뻗어 탁자를 가리켰다. 커피와 홍차가 정확히 절반 섞여 있는 끔찍한 혼합물이 자리 잡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것도, 제가 손 수 타온 홍차라면 말이죠.”
“반대로 생각해 봐. 우리 로열메이드의 완벽 초인 메이드장님이 만든 홍차만큼 특별한 건 없잖아? 그렇게나 완벽한 홍차로 만든 다른 존재라면, 무언가 더 특별하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한 내가…….”
“설명은 거기까지 듣겠습니다. 이리 오시죠.”
본래 그 어떤 감정이든 그 끝은 웃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가, 그 어떤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벨파스트가 장갑을 벗기 시작했다. 손등의 핏줄이 인상적이었다.
“잠깐만!!! 잠깐만!!!”
처절한 울부짖음, 조용히 손을 뻗는 벨파스트. 굳게 닫힌 문.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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