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강당을 가득 메우는 소리는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에 혼란을 더해줬다온갖 진영의 함선 소녀들이 모인 이 자리난잡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이렇게나 많은 함선 소녀들이 귀찮음을 감수하고도 모인 이유는 단 하나그들의 지휘관이 모여달라 부탁했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여러모로 빼어난 인재였다능력도성격도그리고 외모도무엇 하나 빠진 것 없는 남자완벽하다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그걸로 모자라 남을 배려하는 성품까지 합쳐지니함선 소녀들의 사랑을 받는 건 당연한 처사였다본인만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제는 지휘관님이 피곤해 보인다면서 손수 커피를 타 주시더라고요……후훗어찌나 달콤한지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렇구나난 어제 지휘관이 힘들어 보인다면서 어깨를 주물러줘서 말이야손이 참 곱더라고.”

 

그렇기에이런 기싸움은 필연적인 결과라 말할 수 있었다.

 

……우선 다들 이른 시간부터 모여줘서 고마워.”

 

그렇게 한창 기싸움이 이어지던 와중마침내 단상 위로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웅성거리던 소리가 한순간에 증발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그리 유쾌한 얘기는 아닌지라빨리 말할게.”

 

허나 지휘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아니목소리도 밝지 못했다평소와 정반대였다.

 

심상찮음을 감지한 함선 소녀들의 얼굴이 하나 둘 씩 굳어가는 바로 그 순간무언가 망설이던 지휘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만두기로 했어.”

 

그리고 터지는 폭탄 같은 선언장 내에 이들은 전원 할 말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당황이 도를 넘으니도리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거다.

 

……허니그게 무슨 소리야오늘 만우절 아닌데 말이야.”

 

이쪽도 이쪽의 사정이 있는지라미안해이젠 힘들거든.”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뉴저지였다평소의 유쾌함은 어디로 간 건지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지휘관에게 물었지만돌아오는 건 확인 사살그녀가 바란 대답이 아니었다.

 

지휘관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철 지난 장난이라고 하면 기꺼이 용서해 줄 의향이 있는데 말이야.”

 

이번엔 무사시의 차례담담한 척 말하고 있지만목소리 아래 작게 깔린 불안은 숨길 수 없었다.

 

…….”

 

하지만 지휘관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아무 말 없이고개를 숙이는 게 전부였다.

 

굳이 너희들을 부른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아무리 그래도이런 이야기는 얼굴 보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적막이 흐르고지휘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머뭇거림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 주에 송별회를 준비했어미리 자리도 잡아놨고규모도 엄청나마지막인 만큼 꼭 와줬으면 좋겠네.”

 

그리고 씨익자연스레 웃어 보인 지휘관은 그대로 자리를 떴다자리에 남은 건 함선 소녀들뿐이 없었다.

 

…….”

 

말없이시선을 섞으며 무언의 동의를 마치는 그들뿐.

 

아무래도지휘관은 평생 잊지 못할 송별회를 경험하게 될 거 같구나.”

 

무사시가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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