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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어요!"

유우카는 선생과 후우카를 돌아보면서 무릎을 꿇리고 호통을 쳤다. 선생은 왠지 모르게 자신이 유우카와 부부인데 후우카와 바람을 피우다 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난 유우카와 후우카와 어디까지나 선생과 제자 사이잖아."

선생은 자신이 막장 드라마를 너무 봤나 싶어서 자괴감이 들었다.

"서... 선생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어요. 갈 곳이 없던 저를 재워주시고 돌봐주신 것뿐이라고요."

후우카는 분노한 유우카에게 선생님을 변호했다. 그 말대로 후우카는 게헨나를 나가고 보니 갈 곳이 없었다. 만약 선생님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그 다음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후우카 씨라고 했지요? 그... 음... 게헨나 부활동이 너무 가혹한데 학교가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무단결석한 것까진 알겠습니다만, 이래선 곤란합니다."

"저... 전 선생님을 믿으니까요."

유우카는 후우카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자 잠깐 고민하면서 후우카를 설득했다.

"아니... 그거야 저도 선생님은 믿습니다만, 일단 선생님의 집에 상담하러 갔다가 멋대로 재워 달라는 건 선생님에게 있어 민폐고, 무엇보다 후우카 씨가 선생님의 집에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나왔다는 게 다른 학생이나 크로노스 스쿨의 기레기에게 알려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후우카는 그제서야 왜 유우카가 자신이 선생님의 집에서 묵었다는 말을 하자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상담하러 온 학생의 몸에 손을 댈 정도로 파렴치한 어른이 아니라는 걸 믿습니다.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이 이야기가 뉴스에 나가기라도 하면 후우카 씨나 선생님이나 사회적으로 곤란해질 거라고요. 그러면 앞으로 어느 학생이 선생님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해명할게요."

후우카가 반박하자 유우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건 불가능해요. 대중은 심심한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뉴스를 더 좋아하거든요. 크로노스 스쿨 기자부의 기레기들이 일파만파 자기들의 망상을 곁들어서 후우카 씨와 선생님의 관계를 보도하면, 그때는 끝이에요. 아무리 후우카 씨가 수습하려고 해봤자 선생님과 후우카 씨의 명예는 회복하기 힘들어요. 그렇다고 권력을 동원해봤자, 오히려 의심만 부채질할 뿐이니, 결국 선생님의 명예는 몇 년이 지나도 회복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우우...."

후우카는 그 말을 듣고서 자신이 감정에 휩쓸려 무모한 짓을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말대로 한 번 스캔들에 불이 붙으면 그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니까.

"그럼 후우카는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

"그거야 후우카 씨를 임시로 샬레에 가입시켰으니, 샬레에 남아있는 하우스룸에서 지내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샬레에 남는 빈방이 한둘이 아닐 텐데요."

유우카가 정론을 꺼내자 선생은 더 유우카에게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유우카가 그리 말하면 어쩔 수 없지. 후우카, 오늘 내가 퇴근하면 집에서 후우카의 짐을 가져오마. 한동안은 샬레에서 지내야겠구나."

후우카는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기에 유우카의 의견에 수긍했다.

계속 선생님의 집에서 머무르면서 선생님을 돌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자기의 응성을 받아주시던 선생님의 명예가 자신 때문에 더렵혀 지고 사회적인 위상이 추락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자자,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선생은 이야기가 지나치게 진지해지자 가볍게 손을 털고 일어났다.

"점심시간인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후우카가 해준 밥은 천하일미니까, 선생님은 후우카가 뭘 준비했는지 기대가 되는걸?"

"아, 맞다, 점심시간이었지?"

유우카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니, 유우카의 뱃속에서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생은 유우카의 뱃속에서 나는 그 힘찬 소리에 절로 콧웃음이 나왔다.

"이,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안 그래도 아침부터 세미나가 긴급 회의랍시고 예정보다 일찍 미팅을 시작한 주제에 시간을 질질 끌어서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요."

"아침을 안 드셨다고요!? 그럴 수가!"

후우카는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유우카를 걱정했다. 여기에 또 굶주린 어린양을 본 후우카는 유우카를 걱정한 나머지 그녀를 반쯤 끌고서 식당으로 향했다.

"킁킁..."

유우카는 자신에게 배급된 점심을 유심히 살펴봤다. 후우카가 한 메뉴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고기 카레였다. 유우카는 생각했던 것보다 카레의 때깔이 곱고, 냄새가 기가 막힌 걸 맡자 얼굴이 살짝 펴졌다. 앞에는 카레 외에 반찬으로 나온 생강 절임이 있었다.

"뭐, 카레는 어차피 다들 기성품 카레가루를 쓰니 거기서 거기지."

유우카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숫가락에 손을 댔다. 어차피 카레는 학식에서 흔하게 나오는 메뉴고,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은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학교 답게 수많은 식당이 인간이 아닌 로봇 요리사가 요리한다. 기계가 요리하는 만큼 레시피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밀레니엄의 요리는 맛과 질, 그리고 영양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음...?"

그리고 유우카는 한 입 베어물고서는 자신의 생각을 철회했다.

"뭐야 이거..!?"

유우카는 입 안에서 넘어가는 카레의 맛과 풍미를 느끼자, 그녀의 손이 빨라졌다. 베이스는 분명 기성 카레가루를 쓴 소고기 카레라이스인데, 후우카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살짝 어레인지를 가한 카레는 놀랍게도 유우카가 자주 먹어본 밀레니엄의 카레 라이스의 맛을 훨씬 능가했다.

"어떠신가요?"

후우카는 유우카가 초고속으로 먹어치우는 걸 보자 생글벙긋 웃으면서 다가왔다. 유우카는 후우카를 보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이... 이거 위험해...! 내 계산대로라면 이 카레를 한 그릇 이상 먹었다간... 저녁 식사를 샐러드처럼 극단적으로 칼로리가 없는 요리로 충당하지 않는 이상 하루 권장 칼로리 섭취량을 넘겨버리고 말아. 하지만 오늘 난 저녁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니, 샐러드를 섭취하면 허기에 시달리고 말아. 그렇게 되면 나는 체중이....!"

유우카는 여자의 적 칼로리를 떠올리자 공포를 느꼈다.

"혹시 한그릇 더 드시고 싶으신가요? 카레라면 아직 많이 남았어요."

"그... 그... 카레는...."

유우카는 후우카가 카레를 더 권하자 괜찮다고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유우카의 이성이 결국 욕망에 굴복했다.

"한 그릇 더 주세요!"

"네~"

후우카는 유우카가 원하는 만큼 카레와 밥을 가득 담아서 대접했다.

"저질렀다!"

유우카는 미친 듯이 후우카의 카레를 먹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절규했다.

"이성이 식욕에 굴복하고 말다니! 안 그래도 요즘 체중이 늘어날 조짐이 보여서 식사량을 줄여야 했는데!"

유우카는 이상할 정도로 식욕에 굴복한 자신이 너무 한심했기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저..."

후우카는 유우카가 밥을 맛있게 먹고선 뜬금없이 자괴감에 빠져있자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으신가요?"

"내가 무슨 추태를... 죄송합니다. 후우카 씨는 저에게 선의로 요리를 해주셨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와서...."

"아하하... 괜찮아요. 저도 가끔 그런 걱정이 들긴 하니까요. 아무래도 맛있는 요리는 칼로리가 높은 경우가 많아서."

후우카는 유우카의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그래도 가끔씩 힘든 날을 보낼땐, 맛있는 식사만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도 없으니까요. 가끔씩은 이렇게, 모든 걸 잊고서 미식을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지 않나요?"

"그... 그건 그렇죠."

유우카는 후우카의 말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갔다.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샬레에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또 먹고 싶은게 있다면 부탁해 주세요. 급양부 부장 자리는 장식이 아니니까요."

".....윽... 안 그래도 개인 지갑 사정이 위험하긴 한데... 남은 돈으로 학식만을 먹으면 질리기도 하고..."

유우카는 계속 머뭇거리더니 결국 후우카의 미소와 식욕 앞에 굴복했다.

"그러면 앞으로도 샬레에서의 급식... 부탁드리셌습니다."

후우카는 맛있는 밥으로 선생님의 회계담당 정실 유우카를 꼬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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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선 안 됩니다.. 도망쳐선 안 됩니다... 도망쳐선... 도망.... 으아아아악!"

하루나는 식탁 밑에서 벌벌 떨면서 중얼거렸다. 식당 위에서는 큼직한 메뚜기 튀김이 날아다니면서 하루나의 공포를 부채질했다. 오늘은 주리가 어디선가 사람 손바닥만 한 메뚜기를 잔뜩 잡아 오더니, 곤충이야 말로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완전식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메뚜기를 구웠다.

결과?

겉과 속이 전부 바삭한 거대 메뚜기튀김떼가 윙윙거리며 식당을 배회했다.

"어쩔 수 없군요! 여기서는 유탄으로 갑니다!"

메뚜기 튀김떼를 본 아카리도 하루나처럼 기겁하다가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선 유탄을 장전하고 날렸다. 워낙 작아서 총탄으론 잡기 힘들던 메뚜기 튀김떼는 유탄을 쓰자 그나마 정리가 되었다.

"이 자식들이! 내 경단을 먹어 치워!?"

준코는 메뚜기떼가 황당하게도 자신의 경단을 먹어 치우자 분노해서는 즉석에서 라이터와 스프레이캔을 조합해서 화염방사기를 만들었다.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우걱우걱!"

그리고 이즈미는 오늘도 짬통처리에 들어갔다. 살아 움직이는 메뚜기 튀김을 먹어치우는 걸 본 준코와 아카리는 비위가 심하게 상했다.

"유탄이 다 떨어졌어요!"

메뚜기튀김떼와 전투를 벌이던 아카리는 유탄이 떨어지자 외쳤다.

"이즈미처럼 먹어치워! 너도 많이 먹는 걸 좋아하잖아!"

준코의 외침에 아카리가 기겁하면서 반박했다.

"그 무슨 실례되는 말을...! 그야 저도 대식가이긴 하지만요... 적어도 이즈미처럼 아무거나 먹는 거지는 아니랍니다! 준코야 말로 평소에 자주 배고파 했는 데 지금이야 말로 그 한을 풀 때가 아닌가요?"

"미쳤냐!?"

준코와 아카리는 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메뚜기떼와의 전투를 계속했다. 간신히 외부로 도주하려는 메뚜기때를 전멸시킨 뒤에야 미식연구회는 한숨을 돌릴 수 있있다. 식당 곳곳이 파괴되고 불타긴 했지만 오늘도 미식연구회는 살아남았다.

"여러분."

전투가 끝난 뒤, 하루나는 공포에 질린 얼굴을 정리하고선 중요한 발표를 했다.

"짐 챙기고 당장 급양부를 떠납시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식탐구는 커녕 죽을 때까지 주리의 괴생물 처리반이 되게 생겼어요! 그러니 만마전이랑 선도부가 방해하기 전에 튑시다!"

"왜?"

메뚜기떼를 씹어먹던 이즈미가 반문하자 하루나는 이번에도 이즈미는 버리고 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루라도 빨리 나가서 후우카 씨를 찾아서 사과하고.... 반드시 그녀가 급양부에 돌아오도록 납치... 아니 설득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의 미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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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지금쯤 저녁식사는 하셨을까? 선생님의 집에서 요리를 더 해드렸어야 했는 데."

샬레에 딸린 하우스에 짐을 풀고 잠깐 쉬던 후우카는 혼자가 되자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샬레 하우스는 따듯하고 아늑했지만, 공간이 너무 넒고 썰렁했기에 후우카는 너무나도 불편했다. 선생이 따로 집을 구한 이유도 비슷했다. 후우카는 결국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방 바깥에 나가서는, 발코니가 딸린 휴게실로 향했다.

"... 저기가 선생님의 집이었지."

후우카는 금방 선생님의 집을 발견했다.

"선생님의 집에 찾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러면 폐가 되겠지...."

후우카는 별 생각 없이 마음에 담아둔 소망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 찾아가면 되지 않나요?"

"누구세요?"

후우카는 혼자인줄 알았기에 누군가가 자길 부르자 깜짝 놀라서는 뒤를 돌았다. 처음에는 귀신인가 싶었지만, 뒤를 보니 상대방은 자신처럼 샬레에 소속된 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후우카 씨."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지나가다가 선생님과 후우카 씨와 유우카 씨가 대화라는 걸 듣고 말았어요."

상대방은 자신을 트리니티 종합학원 구호기사단 소속 스미 세리나라고 소개했다. 후우카는 게헨나 학원이 1순위로 증오하는 트리니티 소속 학생을 보자 잠깐 놀라긴 했지만, 본인은 딱히 트리니티와 척을 진 일이 없었고 상대방은 예의 바르기에 아무런 적대감 없이 인사했다.

"잠깐. 오늘 샬레 당번 학생은 유우카 씨 혼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후우카는 문뜩 유우카가 했던 말을 떠올렸지만, 유우카가 햇갈린 거라고 금방 수긍했다.

그리고 유우카 말대로 원래 오늘 왔어야 하는 학생은 유우카 혼자였다.

이 학생은 선생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 수호천사였다.

"그러니까 후우카 씨는 선생님을 집에서도 내조하고 싶은데, 남의 이목이 무섭다는 거네요?"

"네."

"그럼 별거 아니네요."

세리나는 후우카의 손을 잡더니 후우카를 바깥으로 끌어들였다.

"저도 자주 선생님이 집에 계실때 도와드리니까 같이 가요?"

"네? 하지만 유우카 씨 말대로 들키기라도 했다간..."

"그거야 들키지만 않으면 장땡이에요~"

선생님의 모든 걸 지켜보는 수호천사는 그리 답했다.

선생님의 지갑은 유우카에게, 식단과 집안살림은 후우카에게, 그리고 건강은 세리나에게 관리당하는 몸이 되었으니, 선생이 정실들의 관리에서 벗어날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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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히히... 군만두 맛있다... 다음 글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