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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릉 아파트 건설과 경관 파괴가 논란이 되고 있음. 자연스럽게 장릉과 계양산이 이루는 경관축이 화젯거리가 되었음.

적절한 타이밍이 된 김에  글을 써 보려 함. 주제는 궁궐 건물과 산이 만드는 경관임.


1.

먼저 경복궁 광화문과 육조 거리의 경관축임. 조선시대 한양 복원도를 보자.



보다시피 숭례문에서 경복궁 광화문까지 대로가 직접 이어지지 않음. 보신각에서 좌회전,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경복궁으로 갈 수 있음. 이렇게 한 이유에 관해서 여러 가설이 있음. '풍수지리로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해서다', '지형을 변형하지 않기 위함이다' 등등.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가설은 경관 연출의 관점에서 본 설임.


건축물의 주변 경관을 적절하게 연출하면 건물에 위엄과 권위를 나타낼 수 있음. 한양과 궁궐 설계자는 어떻게 하면 궁궐에 위엄을 부여할 수 있을지 고려했을 것임.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저렇게 꺾인 도로망임. 방문자는 숭례문으로 입장해서(또는 흥인지문, 돈의문, 기타 어느 문이든지) 육조 거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광화문의 모습을 볼 수 없음. 도로가 꺾여 있고 주변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


그러다가 육조 거리 입구에 도달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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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육조 거리로 시야가 확 트임과 동시에, 방문자는 마침내 북악산과 어우러지는 광화문을 "설계자의 의도에 따른 적절한 위치"에서 모습으로 볼 수 있음. 만약 방문자가 숭례문에서 바로 광화문으로 걸어오면서 점진적으로 변하는 풍경을 보게 되면 극적인 효과가 연출되지 않음. 도로를 꺾어 배치하고, 꺾인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사람이 특정 지점(현 세종대로 사거리인 육조 거리 입구)에서 극적으로 바뀌는 경관을 보도록 한 것.


2.

다음은 경희궁 숭정문. 경희궁의 방향도 경관 계획의 산물임. 숭정문과 숭정전의 축이 인왕산을 향하도록 배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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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화문, 건명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가다가(물론 여기에도 위엄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있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숭정문을 마주보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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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왕산과 숭정문이 겹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음.


3.

마지막으로 창덕궁 돈화문의 경관축임. 경복궁이 북악산, 경희궁이 인왕산이라면 창덕궁은 북한산을 이용했음. 정문인 돈화문과 돈화문로는 축이 북북서로 약간 기울어 있는데 역시나 의도된 것.



돈화문로를 북쪽으로 연장하면 북한산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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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북한산 문수봉/보현봉이 돈화문의 배경으로 펼쳐지게 됨.



1930년대의 모습.


4.

참고문헌: 이기봉, "임금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