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성북구의 동쪽 끝에 있는 장위동은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근 10년 내로 서울 동북부의 지형을 바꿀 알짜배기 땅으로 우뚝 서며 그 이름을 찬란히 알리리라 확신한다.

서울의 이름 좀 알려졌다는 동네들은 보통 지하철역 역명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인데,

장위동은 바로 밑으로 지나는 6호선 전철역이 세 곳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곡동과 석관동에 밀려서 동명을 역명으로 쓰지 못 했다.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2기 지하철 지을 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건지, 한글 지명을 따다가 역명을 지은 곳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애오개, 광나루, 마들, 장승배기, 먹골, 돌곶이 등이다.

지금 쓰는 지명을 놔두고 사장된 지명을 역명으로 쓰다보니 정작 지금 지명에 익숙한 시민들은 이 역이 어느 동네에 가서 붙은 건지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돌곶이역도 석관역이라고 하면 될 걸 가지고 괜히 돌곶이라고 해놨다.


아무튼 장위동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장위동이 소외되었던 이유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간선도로망에서 벗어나 있고, 사방이 산과 개천으로 막혀 있어 딱히 지역의 중심지를 할 수도 없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주택가로 남았다.

어디 가면서 들르는 위치에 있는 동네도 아니고, 장위동을 목적지로 삼고 들어가려고 하거나 광운대 갈 때 지나가는 동네 정도라서 외지인들이 딱히 갈 일도 없고, 기억할 일도 없는 그런 동네야.

현재 세워지는 장위뉴타운 계획도 장위동을 지역중심으로 발전시키는 정도의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장위뉴타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규모에 있다.

장위동 전역을 갈아엎고 진행하는 사업이라, 현재 서울시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1. 진행상황

재개발 이전의 장위동 지도


재개발구역 계획도


2021년 현재 진행 중인 상황

* 노란색은 신설되거나 이설되는 도로


장위4구역: 현재 철거완료, GS자이로 재개발 예정 (단지명 미정)

장위6구역: 현재 이주 중, 라디우스 파크 푸르지오로 재개발 예정

장위10구역: 현재 철거 중, 푸르지오로 재개발 예정 (단지명 미정)

이 중 장위10구역은 그 유명한 사탄제일교회가 있던 자리라서, 얘네가 안 나간다고 버티는 바람에 철거가 한참 늦춰졌었다.

이것 때문에 장위뉴타운의 이름이 매체에 한 번 오르락내리락 했었지.


장위1구역은 래미안 장위 포레카운티로,

장위2구역은 장위뉴타운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로,

장위5구역은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로,

장위7구역은 꿈의숲 아이파크로 이미 재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장위3구역과 장위14구역은 조합설립인가가 난 상태고,

나머지는 해제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계속 계획을 바꾸는 데에 따라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게 되었어.

12, 13구역은 도시재생 한다고 했다가 아무 성과도 못 내고 폭망을 해버렸고

11, 15구역은 자잘자잘하게 쪼개서 가로정비주택사업으로 돌렸는데,

11구역과 12구역은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돌림.

15구역은 서울시의 구역해제 무효소송에서 승소해서 조합설립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13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이 재개발을 하기로 확정이 난 상태고,

8, 9, 11, 12구역은 모두 공공재개발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시장이 바뀌고 내년 대선에 따라서 민자사업으로 바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2. 계획

장위동 내의 지선도로 선형이 많이 바뀌고 근린녹지 면적이 늘어날 예정이다.

먼저 계획도를 보자.

먼저 구불구불했던 도로 선형이 곧게 펴지고 확장되며 지선도로망이 확충된다.

서쪽의 고지대는 월곡산 숲으로 바뀌게 된다.

또, 장위뉴타운을 동서로 관통하며 우이천에서 월곡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이 완성되며, 우이천 근린녹지가 생긴다.

몇몇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우이천에 면한 장위6구역을 재개발할 때

아직까지 복개되어 있는 우이천 끝부분을 들어내고 완전복원을 할 계획인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우이동에서 중랑천까지 제대로 된 산책로가 하나 탄생하게 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카카오맵에 이를 대입하자면

노랑색: 신설/이설 도로, 회색: 사라지는 도로, 녹색: 녹지


1. 한천로와 장위로 이설

빨간색: 구 도로, 파란색: 신 도로

한천로는 장위1구역과 2구역을 지을 때 이설이 완료됐다.

보다시피 남대문중학교 북쪽으로 지났는데, 우이천을 반복개식으로 해놓고 그 위에 도로가 지나갔었다.

지금은 남쪽으로 도로가 이설되면서 구 도로를 철거하고,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놨다.

심심하면 우이천길 따라서 한 번 산책하면서 여기가 이렇게 변했다 그렇게 한 번 보고 지나가 봐라.

그리고 광운대 방향으로 향하는 장위로는 조금 굽었던 선형이 거의 직선으로 쫙 펴질 예정이다.


2. 장월로 선형

동쪽으로 한참 이설되어 장위초등학교 바로 옆을 지나게 된다.

원래는 구불구불했는데 재개발 사업 이후부터는 장곡초등학교에서부터 상월곡역까지 거의 직선으로 쭉 내려오게 된다.

기존 삼거리였던 상월곡역 1번 출구에서 상월곡역 2번 출구 쪽으로 삼거리가 이전된다.


3. 월계로-장위로 분기점 이전

나는 지도 볼 때 바로 앞에서 삼거리 안 만들고

거의 병행하다가 엉뚱한 데에서 이상한 모양으로 삼거리 만드는 게 그렇게 싫더라.

바로 이렇게.

여기도 고저차 때문에 그렇게 된 케이스인데, 재개발이 되면 지형이 평탄해지기 때문에 도로 선형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래서 도로 선형 이상한 곳들 보면 빨리 밀고 도로 좀 제대로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모든 도로망 계획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장위동의 메인 스트리트 돌곶이로 문제야.

메인 스트리트인데 너무 좁아서 차 막힌다고 아우성이거든.

근데 돌곶이로를 끼고 딱 중간에 있는 8, 9구역이 구역해제가 되어버려서 여기 확장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타 구역 주민들이 8, 9구역을 아주 원망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고 해.

8, 9구역이 정비되려면 너무 오래 걸릴 테니까 장위뉴타운의 교통체증이 한동안 이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3. 교통

안타깝게도 장위뉴타운 정중앙으로는 들어가는 전철 노선이 없다.

6호선은 장위뉴타운 남쪽으로 지나가고,

동북선은 북서울꿈의숲이랑 장위동 사이에 있는 월계로 밑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그래도 서울에서 나름 교통 오지에 속하던 장위동에서 전철 노선을 2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동북선에도 장위동 이름을 딴 역은 들어오지 않음.

장위12구역 앞으로 신미아역, 북서울꿈의숲 입구 앞으로 북서울꿈의숲역, 장위3구역 앞으로 우이천역이 생긴다.


재개발 이전의 도로망도 선형은 좀 구불구불 했을지라도 본 틀은 잘 잡혀 있었어서 구획을 정하고 정비하기가 용이했다고 본다.


4. 상권

본래는 상월곡역에서 장위초등학교 앞까지 장위전통시장이 있어서 동민들의 끼니를 책임졌는데,

장위10구역과 장위11구역에 포함이 되어서 헐릴 예정이고 다만, 상권이 북서울꿈의숲역과 상월곡역 방향으로 양분되도록 지구를 설정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장위동이 광운대학교의 바로 목전에 있는 동네라서 대학가 상권으로 성장하기 좋은 입지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호재일 수 있는데, 이 지역이 전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는 건, 광운대생에게는 아쉬운 일일 수 있겠다.


5. 학군

관내에 고등학교가 없다보니, 학군으로서 그렇게 좋은 입지는 아니다.

게다가 재개발 사업을 하면 인구가 크게 늘어날 예정인데, 학교 신설 같은 건 계획에 없다.

근처에 중계동 학원가가 있기는 있는데, 학원가가 가까워도 고등학교가 가깝지 않으면 꽝이라고 본다.

성동구가 고등학교가 없어서 학령인구 유출이 심한데, 장위동도 아마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 때가 되면 이 지역 학부모들은 인근에 고등학교와 가까운 동네를 찾아서 이사를 가게 되는데,

그 수요가 크면 클수록 근처에 있는 중계동, 하계동 같은 지역의 전세가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6. 전망

위에 써놨지만, 아직 오세훈 시장이 부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정 정책을 막 수립하는 중이고,

또 내년에 대통령 선거 이후에 부동산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해제되었다가 다시 조합을 설치하려고 하는 구역들은 아직 사업 방향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위에 써놓은 건 그야말로 계획인 거고, 조합설립이 되고 나서 최소 2년 이후에야 승인이 날 것이고,

그 이후에도 관리처분인가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인데, 그때까지는 위에 적어놓은 계획들도 미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단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을 때를 가정하면, 장위뉴타운에 24,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12,000세대 공급 예정이고

아파트 단지 내부에만 약 4만명이 살게 될 거라고 하는데, 장위뉴타운이 모두 입주하면 이 2배로서

종전에 54,000명 대로 집계되던 장위동의 인구는 8~9만명으로 확 뛰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 공급난에 시달리는 서울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에는 틀림없다.


1편을 마치며

이거 쓰는 데에만 장장 3시간이 걸렸네

내가 아카라이브 하면서 이렇게 정성 들여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ㅋㅋㅋㅋ

힘들긴 한데 그래도 쓰는 동안도 재밌었고 앞으로 심심할 때 아는대로 한 번 써볼게

재밌게 읽어봤으면 좋겠다


다음 2편은 성수동 특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