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별 스토리 


  • 2020∼30년대의 세계를 규정할 두 가지 거대 변수로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붕괴와 인구구조 붕괴를 들고 이것이 세계의 운송, 금융, 에너지, 산업 자재, 제조업,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우리가 살아온 세계의 붕괴, 세계화 시대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美주도 세계질서 붕괴·인구재앙… 암울한 2020~30년대가 온다”© Copyright@국민일보

“지난 70여년 동안 누린 삶의 방식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도 인간이 처한 여건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1980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은 특히 인류 역사상 아주 독특하고 이례적인 축복받은 시기였다. 그 시기는 이제 끝났다. 그리고 그런 시기는 이제 우리 살아생전에 절대로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의 변화 때문이다. 미국의 지정학전략가 피터 자이한(사진)에 따르면, 지금의 세계는 미국이 만들었고 미국이 주도해 왔다. 냉전 이후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공고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세계 차원의 안보, 자유로운 시장 접근, 에너지 유통 등을 보장해왔다. 그 속에서 세계는 유례없는 평화를 누렸고, 각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뤘다.


“美주도 세계질서 붕괴·인구재앙… 암울한 2020~30년대가 온다”© Copyright@국민일보

하지만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책임질 이유도 의지도 이익도 없다는 게 자이한의 분석이다. 그는 앞서 발표한 세 권의 책에서 ‘미국 없는 세계’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미국인들은 넌더리가 났다.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일탈적인 사건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그는 미국의 뉴 노멀을 대표한다. 그는 세계 경제 구조를 유지하는 데서 이제 더 이상 얻을 전략적 이득이 없다고 보는 미국을 대표한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국제 경제 정책은 트럼프가 시행한 그 어떤 정책보다도 자국 우선적이다.”


“美주도 세계질서 붕괴·인구재앙… 암울한 2020~30년대가 온다”© Copyright@국민일보

이번 책에서는 인구감소 문제를 더해 세계의 미래를 한층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자이한은 “2020년대는 인구구조가 모두 붕괴하는 10년이 된다”면서 “인류 전체의 인구구조가 변하는 그 엄청난 사태로 인해 그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새로운 세계적 체제를 지탱할 충분한 토대가 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젊은층 감소를 핵심으로 하는 인구구조의 붕괴는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중국처럼 가망이 없는 인구구조를 보이는 나라는 (연간 GDP 성장률이) 적어도 4% 하락을 겪게 된다”며 “이런 효과가 단 10년 동안 축적되어도 독일과 중국 같은 나라가 제대로 기능하기는 고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붕괴라는 지정학적 변화와 인구 감소라는 인구학적 변화가 겹쳐지면서 세계는 어떻게 될까. 자이한은 마치 아포칼립스 장르의 SF소설을 쓰듯 세계가 붕괴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장거리 운송이 가장 먼저 희생된다.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려면 모든 지역이 절대적으로 평화로워야 하는데 그간 미국이 이를 보장해 왔다. 장거리 운송은 에너지, 제조업, 농산물 총운송의 4분의 3을 담당한다.

자본이 제약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도 끝난다. 융자를 어디서든 싸고 쉽게 얻기가 어렵게 되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다. 화폐 가치가 붕괴하면 그 나라는 인플레이션을 겪는다.

석유 운송에 문제가 생기고 에너지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 산업 자재 공급에도 문제가 생기고 이는 제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농업이다. 자유로운 무역이 불가능해진다면 세계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

자이한은 “세계 초강대국이 관여하면 적어도 어느 정도 규칙이 지켜진다”면서 “미국 주도 세계질서 없이는 그 모든 게 완전히 해체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전개될 미국 없는 세계, 탈세계화 시대에 미국은 모든 면에서 가장 위험이 적은 나라로 분석됐다. 프랑스와 일본도 상대적으로 탄탄하다. 반면 중국과 함께 한국은 가장 취약한 국가로 지목됐다.

자이한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며 “2020년대와 2030년에 점점 악화할 문제들, 에너지 접근, 물리적인 안보, 안정적인 노동력, 시장과 원자재 접근 등 어떤 문제에서든 ‘하나같이’ 한국이 이미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