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는 누구보다도 잘나가서 주변에서도 얘는 스카이 그냥 갈거라면서 미리 과외 부탁하고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확 꺾이더니 실시간으로 인생 조지는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잖아도 집안 사정 좋지 않아서 재수까지만 해보고 그 이후로는 받아들이라고 했는데 내 스스로가 한심하고 좆같아서 인정을 못할 것 같다

이미 주변 친구들은 초성만 들어도 아는 대학들 대부분 다니고 있는 와중에 계속 만나자고 연락 오는거 다 씹는 중이라 설령 삼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또 잠수타게 된다면 인간관계 다 조질테고

삼수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1학년일때 다들 3학년일테니까 2년이라는 격차가 자꾸 걸린다

어디가서 부모님이 내 얘기 하는거 힘들어할 모습이 그려지니까 그냥 이새끼는 패륜새끼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재수 조지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삼수 할거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주변에서 연락 오면 뭐라고 해야하는지, 아니면 걍 다 씹어버려서 인간관계 창내고 삼수할지, 일단 대학 다니면서 몰래 삼수 준비할지

무엇보다도 이딴 거지같은 고민을 애초에 할 필요가 없도록 하지 않은 내 스스로가 너무 병신같다

사실 재수해도 안될 정도면 노력이 부족했던 공부머리가 아니던 간에 때려치는게 맞는데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이정도 밖에 안되는 열등한 존재인지, 하다못해 친구들이 대부분 잡대 다녔다면 나도 적당히 넘겼을텐데 중고딩때부터 으쌰으쌰 하면서 공부도 하고 같이 놀러다니던 친구들이 다들 네임드 대학 다니니까 더 포기를 못하겠다

포기한다면 그 무리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었던 열등한 존재였음을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꼴이라서

심지어 민사고 다녔던 찐친 아버지가 영어강사라 시험 1주전에는 학원에서 잠도 자고 밥도 같이 먹고 할 정도로 많이 챙겨주셨다

내가 아들같이 생각들어서 그러신다고 하더라. 그렇게까지 믿어주는 사람한테 증명해보이지도 못하는 열등한 존재가 되고싶지 않다

긴 인생에서 수능따위 뭐 별거 없다고 말들 하는데, 그 별거 없는 하나의 시험따위조차 해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인스타 보면 초딩때부터 중딩때까지 9년지기 친구는 연대 다니고 있더라. 얘는 내가 인스타 계정 없어도 전번으로 꾸준히 먼저 연락 오는데도 내가 적당히 둘러대서 넘기고 있다

아직까지도 꾸준히 연락하는 3명 중 한놈은 성대 글로벌경영 다니고 있고, 두놈은 재수 중인데 각각 의대랑 설대 노리고 있다

어쩌다가 나만 이모양 이꼴이 된건지, 내가 너무 작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