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Blackpink



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084597?target=all&keyword=blackpink&p=1

2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122637?target=all&keyword=blackpink&p=1

3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134557?target=all&keyword=blackpink&p=1

4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184209?target=all&keyword=blackpink&p=1

5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256811?target=all&keyword=blackpink&p=1

6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286838?target=all&keyword=blackpink&p=1

7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361207?target=all&keyword=black&p=1

8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420791

9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477884

10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490520?showComments=all

1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27493896


"카일, 아니 카일 님, 부탁인데 그 사진좀 제에발 지워주실래요?

이미 제 기억속에서도 사라진 사진인데 그게 왜 당신한테

있는지 모르겠네요..."

"무슨 사진 말씀이십니까? 이건 이제 제 보물 4호입니다."

"으으으, 쪽팔려..."


다크GAP덕분에 이어진 둘의 통화는 서로가 아쉬워서인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서로 씻는시간을 합의보고 

기다리자고 할 정도로. 


실비아는 핸드폰을 들고 침대위에 누웠다. 푹신한 시트와 포근한

이불에 둘러쌓여, 카일의 목소리를 전화로 듣고 있으니 흡사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됐다. 실비아는 어른의

상상력(경험없음, 처녀)을 총동원하여 볼을 붉게 물들였다.


"저기 카일, 나 지금 침대에 누웠다?"

"...네. 아까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일상적인 문장이 왜 이렇게

야릇하게 들리는지 저로선 도통 모르겠습니다."


'내가 야릇하게 말하고 있어서지, 바보야.'


"그건 너가 변태라서 그래. 변태 웡씨."

"인정하기 싫지만.. 네,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말씀드릴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카일이 저자세로 나오자 오히려 장난치려던 실비아가 당황했다.

"아..아니! 당연한거지! 죄송할 게 어딨어. 농담한거야 농담.

아 맞다. 나 너한테 화 낼게 하나 있어."

"네? 제가 또 뭘 잘못했습니까?"


실비아는 아까 전 분위기에 휩쓸려 무심코 (미수에 그친)키스를 

허락했지만, 연인 사이라면 자연스럽게 에스컬레이트 해야 할

여러 절차를 뛰어넘은 것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이 첫 연애일 카일의 버릇을 바로 잡기 위해 꼭 짚고 넘어 가야

겠다고 생각했고, 핑크색 머리를 비비꼬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 저기 아까 소원으로 했던 키스말인데.."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농담이었습니다. 제 소원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점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됐고! 우리 아직 손도 안 잡았잖아? 너무 한번에 여러단계를

스킵하는 건 좀 그래.. 날 좀더 소중하게 여겨 줘."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래서 제가 아까 입맞추기전 브레이크가

걸렸었나 봅니다. 그럼 내일 손잡으러 가겠습니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실비아는 이상한 결론을 내린 카일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금새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 이게 카일이지. 


점점 밤은 깊어졌고, 연인과의 통화는 달콤했지만 내일을 위해

눈을 붙여야 할 시간이 점차 다가왔다. 실비아는 야행성이었지만

어제새벽부터 오랜시간 깨어있었기에, 하품이 나오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카일, 잘 ㅈ..."

"실비아 양,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으응? 뭔데?"


카일은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실비아가 카드 뽑기에서 이겼다면

무슨 소원을 빌었겠느냐고, 확인해서 이런 애매한 관계를

그만두자는 말 같은 거 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확인하고 싶은 만큼이나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까봐

두려웠다. 결국 그는,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실비아 양의 핸드폰에 저는 뭐라고 저장되어있습니까?"

"으으으응?"


생각지도 못한 카일의 질문공격에 실비아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들어 카일에 대한 호감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것도 사실이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그와 그녀는

앙숙사이였다. 그리고 카일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확인한 것도

고작 수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 전 까지 카일은 그저 

'답답한 FM꼬마' 였을 뿐이었다. 실비아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적당한 애칭을 둘러댔다.


"아이, 부끄러운데.. 놀리기 없기야? ... 답이..라고 저장했어.."

말과 동시에 저장된 이름을 바꿔놓는 치밀한 실비아였다.

"답이.. 라, 괜찮군요. 항상 정답을 도출하려는 완고한 제

태도를 높게 사주신 것 같아 기쁩니다."


실비아는 답이가 '답답이'의 답이라는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가기로

마음먹었다. 

꿈보다 해몽, 감사합니다.


"카일은 나 뭐라고 저장했는데? 급조하지마. 3,2..."

실비아는 내로남불을 시전했지만, 카일은 실비아가 셋을 셀 여유도

주지 않았다.

"스트로베리라고 저장했습니다."

카일의 거침없는 대답을 들은 스트로ㅂ 아니 실비아의 얼굴이

딸기처럼 달아올랐다.

"그.. 저기.. 음.. 밖에서 부르고 그러진 마라..."


둘의 시시콜콜한 대화에 시간은 흘러 흘러 새벽이 되었다. 원래 취침이 

빠른 카일은 맞장구만 겨우 칠 정도로 비몽사몽이었다. 


"카일, 있잖아..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실비아는 전화로 이런말을 해도 되나 망설였다. 하지만 시각이

사람이 가장 센치해지는 새벽녘이었기에, 그녀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합리화하며 용기를 냈다.


"내가 얼마전에 너한테 업혀서 했던, 널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다는 말, 거짓말이었어.. 나는 확실히 너를 좋아해."


실비아는 거의 3분에 걸쳐 말을 했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들려오는 건 이미 

수면에 빠진 카일의 규칙적인 숨소리 뿐이었다. 


'정말.. 답답이...!'


실비아는 분노했지만, 앞으로 만날 일이 더 많으니까, 쿨하게

넘어가 주기로 했다. 


"굿 나잇, 카일." 


실비아는 이미 대답없는 카일의 귀를 간질이듯 속삭이며 전화를

끊었다. 어느새 시곗바늘은 새벽 3시를 가리켰다.

이제 슬슬 자두지 않으면 내일 꾸벅꾸벅 졸다가 카일에게 

혼날 것이 틀림없었다.


'어라? 그러고보면 내일이 교제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일터에서

만나는 날인데, 카일은 나를 평소처럼 혼낼까?' 


실비아는 혼자 키득키득댔다. 그녀는 드라마나 만화에서 봤던

이상적인 오피스러브망상을 꿈꾸며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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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장기프로젝트가 되어버린 약 3-4화쯤 남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