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en Ending

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10323 

2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38064 

3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69223 

4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09871 

5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47990

6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85989

7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222819 














눈이 미처 녹지않아 출근 길이 쌀쌀하다. 2월도 다 지나가는데 눈이 내리는 걸 보니 이번 여름엔 또 심하게 더울려나 걱정이 들었다. 출근하고 카린양의 병실로 가려다가 부사장님과 마주쳤다.





"시윤군."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마침 할 이야기가 있으니 부사장실로 잠깐 오시죠. 불편하거나 어려운 얘기는 아닙니다."




별 얘기 아니면 그냥 바로 말하면 될텐데 굳이 부사장실로 가야 한다는 걸 보아하니 분명 카린양에 관련된 얘기 일 것이다.





"어제 별 문제 없었나요? 카린양 심리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진 않던데."

"음-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시던데요? 위험한 물건도 더 찾아서 치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땅이 꺼져라 쉬는 한숨 소리가 들렸다. 부사장님이 책상에서 종이 하나를 집었다.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더 주려고 합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다음주 금요일까지겠죠. 그리고 그 동안 시윤군이 할 일이 구체적으로 나왔습니다. 사장님 때문에 구체적인 지시를 안 해놨더니 아주 히히덕거리며 잘 놀더군요? 또 합법땡땡이같은 소리가 회사 내에 돌았다간 시간만큼 월급에서 빼도록 하죠. 지금 펜릴 소대는 시윤군이 빠지면서 상당히 빡빡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하하하... 그럼 적당~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뭘 하면 될까요?"

"말로 하는거보다 이 문서 하나에 요약되어 있으니 이걸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군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식은땀이 났다. 이제 적당히 해야 할 것 같다. 받은 문서엔 글자가 빼곡했다. 회복되는대로 자체 CRF 재측정. 모의전투를 통한 작전 능력 파악 이건 내가 참관하라는 것 같다. 사옥과 거주지 주변 지리파악 할 수 있도록 알려주기. 원래 하던 일보다 합법적인 땡땡이인건 변함 없는 것 같은데... 게다가 충분히 다른 사람이 보조해 줄 수 있는 일을 굳이? 나야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상관없었다. 


이터니움 정제?




"이터니움 정제 추가 투여는 뭐죠? 침식증후군 같은 건 없어 보였는데."

"위상 차이로 인한 구성원소 파괴를 막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정제한 이터니움 정제입니다. 저번에도 들은 적 있겠지만 완벽하게 막아주진 못해요. 분해 시간을 늦추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이쪽 세계에 남아 있으려면 주마다 투여해야 하죠."

"...한계점도 있겠죠?"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건 더 이상 아무리 투여해도 가망이 없는 경우가 있겠죠."

"이거... 만약 막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면 손해 아닌가요. 하하."

"하... 그나마 카린양이 보통 직원이 받는 거 보다 적게 받는다고 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상상도 하기 싫네요. 아무튼 더 이상 물어 보실게 없으면 일 보러 가시면 됩니다."




완전 침식증후군이랑 다를게 없다. 사실상 방법을 찾지 못하면 죽는 시한부인생 선고와 다를게 뭘까. 일단 본인도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 되도록이면 언급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미나양 만큼 재밌는 분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끝이 정해질지도 모른다니- 묘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적어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종이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종이가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뭐, 이거도 일단 갖고 있는게 좋겠지.











-



"카린양, 저 왔어요. 오늘은 머리띠 하셨네요?"

"아, 좋은 아침입니다. 안 쓰고 그냥 두기엔 아까워서요. 오늘은 조금 늦게 오셨네요."

"다른 일 좀 보느라요."






문을 열자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는지 카린양이 웃으면서 아침인사를 건냈다. 여전히 내가 준 후드티도 입고있다. 손에 무언가 들려있었다. 옷 같은데 원래 입던 옷은 아닌 것 같다.





"그건 뭐죠?"

"어제 베로니카씨가 챙겨주셨어요. 센스가 좋으신 분 같아요."

"뭐 카린양한테 찰떡같이 어울리는 드레스라도 가져오셨나요?"

"또 이상한 소리..! 그냥, 원래 입었던 옷과 비슷한 걸로 주셔서 그런거에요."

"아~"






힐끗 째려보더니 어떻냐고 보여준다. 확실히 비슷하지만 다른 평범한 여성 정장이었다. 회복도 빠르니 이제 금방 현역처럼 일하겠지. 속마음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이제 곧 저랑 있을 시간도 없어지시겠네요-"

"...?"

"다음주까지거든요. 카린양이랑 있는 거."

"아. 그렇군요..."

"왜요? 아쉬워요? 저 못 볼까봐? 절 그렇게 좋아해주시다니- 감동...윽!"





가까이가서 까불다가 한 대 맞았다. 맞은 팔뚝이 얼얼하다. 맨날 피했는데 오늘은 기습 당했다.





"흥. 그런거 아닙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에이, 저 섭섭해요? 이제 저랑 합법땡땡이 못 친다고요?"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으니 좀 떨어져서 얘기해주시겠어요? 그리고 저는 일하는 시간에 놀러다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가깝게 붙진 않은 것 같은데~ 떨어지라고 얘기 할 정도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 이크!"

"으. 진짜!" 






얼굴을 들이대자 또 주먹이 날아왔다. 생각보다 폭력적이시네요-하며 놀리니 아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버린다. 얼마 안 가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받은 옷을 입어보려고 하는데 시윤씨가 봐주시겠어요?"

"음... 패션감각 같은 건 딱히 없지만 원하신다면 봐드려야죠~ 잠깐 나가 있을까요?"




복도 밖으로 나가 문 옆 벽에 몸을 기댔다. 주머니에 대충 우겨 놓은 종이를 다시 꺼냈다. 오늘 할만한 거 골라서 해볼까. 내용 중에 날짜가 정해진 건 정해진 거주지로 옮기는거랑... 이터니움 정제 투약 뿐이니... 다시 자세히 읽으니 웬 주소가 적혀있었다. 아마 회복이 끝나면 살게 될 곳인 것 같았다. 이 주변으로 좀 돌면서 알려주면 될려나? 일단 이걸로 결정.

지금쯤이면 다 갈아입었을 것이다. 굳게 닫힌 문을 노크했다. 이제 들어와도 된다는 확답을 받고 문을 열었다.




"음.. 조금 끼긴 하는데... 이상한가요?"




진한 네이비색 치마와 정장 자켓, 타이트한 하얀 블라우스. 길게 늘어진 갈색 긴 생머리, 노란 머리띠가 조화를 이룬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비춘다. 확실히 처음에 만났던 모습과 거의 비슷하지만... 달랐다. 설명 할 수 없지만 달랐다.



마치 나와 그녀를 빼고 모든 시간이 오랫동안 멈춘 것 같았다.





"왜 말이 없어요? 많이 이상한가..."

"눈부셔서 쳐다 볼 수가 없네요."

"... 농담 안 하면 몸이 근질거리나요?"

"글쎄요. 농담 같나요?"





카린양이 갑자기 눈을 피한다. 묘하게 어색해진 공기에 머리를 긁적였다. 말을 좀 돌려야겠다.




"하하하. 햇빛 때문에 눈부셔서 못 보겠다는거에요. 그보다 베로니카씨가 감각은 있으신 건 맞는 것 같은데 2% 부족하네요."

"네? 앗-"




나는 침대 한 켠에 개어진 원래 입던 후드티를 가져와 머리에 씌워주었다. 갑자기 씌우는 바람에 카린양의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머리카락 헝클어지잖아요!"

"하하하- 어제 눈이 와서 그런지 오늘 출근할 때 쌀쌀하더라구요. 추우니까 자켓 말고 그거 입어요."

"밖에 나가야하는 일이 있나요?"

"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좀 많네요. 이걸 보는게 빠르겠어요."




제대로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카린양에게 구겨진 종이를 건네주자 문서를 함부로 다루면 어떡하냐는 뜬끔 없는 잔소리와 함께 펴서 읽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여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이제 병약한 소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CRF 측정이 일반 사기업이 가능한 일이었나요...? 가상모의작전? 제가 있던 세계는 툭하면 실전 투입이었는데..."

"하하하... 이제 적응하셔야죠. 카린양. 이제 여기가 카린양의 세계에요."

"... 알겠습니다. 제가 잠시 놀란 나머지 각오를 잊었어요. 그럼 여기 적힌 순서대로 CRF측정부터 하면 되나요?"

"에이... 오늘은 일단 즐겨야죠~ 그건 다음에 하고, 카린양 걸을 수 있죠?"

"걸을 수는 있습니다만, 오늘을 즐긴다는게 무슨 ㅁ.. 아앗!!"




카린양의 오른쪽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카린양은 내 힘에 이끌려 따라 나왔다. 따라 나오면서 계속 어디 가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디 가는거에요! 좀 천천히 걸어주시면 안될까요?"

"하하하-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빨리 빠져 나가야해요~"









한 남자가 빈 병실에 들어와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는다. 꾸깃꾸깃한 종이를 펴서 반으로 한 번 접는다. 그리고 침대 옆 테이블에 노란리본 아래에 끼워넣는다.



"열심히 썼는데 말이야... 이렇게 구기다니 섭섭한 걸."



그는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본다. 창문 틀에는 여전히 시윤이 만든 꼬깃- 한 눈사람이 있었다. 남자는 눈사람을 보고, 섭섭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남자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그럼.. 놓치기 아까운 유능한 인재를 위해 방법을 찾아볼까."



어느 샌가 병실 안에는 차디찬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








"시윤씨 아픕니다!! 따라갈테니 일단 놔주세요!"

"앗, 미안해요~ 사복 입으니까 너무 멀쩡해보여서 환자인 걸 잊었어요."






사옥에서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카린양을 놔주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았는데 종이가 없다. 아차- 내가 들고 있질 않았었지. 아마 병실에 떨어뜨린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집과 멀지 않아서 봐두었던 주소는 기억이 났다. 카린양이 미처쓰지 못 한 후드 모자를 쓰면서 나에게 물었다.






"휴우... 그래서 이제 뭘 하면돼요?"

"음... 이제 앞으로 살 집 찾기?"

"아, 그러고보니 종이에서 봤습니다. 하지만 일단 오늘까지는 회사 병실에 있어야 하는 걸로 적혀 있었는걸요-"

"집 외관이랑 주위 인프라를 보는 거에요. 저번엔 그냥 회사 근처 카페랑 공원만 갔잖아요? 알아두면 좋죠."

"아..! 같이 가요!"





종이에 적혀있던 주소를 찾아서 큰 골목을 걸었다. 카린양은 낯설어서 그런지 두리번거리면서 나의 뒤를 따라왔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우리가 밟을 때마다 뽀득거리며 소리를 냈다.

갑자기 팔뚝을 잡는 감촉에 돌아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후드에 가려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아까는 잡지 말라더니 마음이 바뀌었나봐요?"

"......히"

"네? 크게 말해 주실래요~?"

"천천히!!!!!"

"아~ 귀청 떨어져요."

"...천천히 좀 걸어주시겠어요? 아까 뛰었더니... 걷기가 힘듭니다."

"아. 아직 아프신 분을 데리고 제가 생각이 없었네요.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아직 아프다기보단 갑자기 뛰어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들뜬 나머지 생각을 못했다. 휠체어라도 끌고 나왔어야 했나. 아니다- 눈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 


그냥 사람을 도와주는 일인데 과도하게 들떠있던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왜 일까. 침식체 토벌 같은 거 보다 이런 일이 백 배는 나으니 들뜬 것도 당연한 걸까. 그런 일보다 훨씬 평화롭고, 다칠 일도 없으니까.  그저 앞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면 된다. 


좀 더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 다시금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업어드릴까요? 카린양이라면 깃털처럼 가벼울 것 같... 어이쿠-"

"하아... 이제 괜찮아요.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넵."






점점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카린양은 내 팔을 놓지 않고 같이 걸었다.

음.. 정말 힘들어서 그런 거 맞겠지? 


쾅쾅소리가 귓가에 점점 크게 맴돈다. 혹시 들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 될 정도로 머리를 울린다.

괜히 카린양이 잡은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저기... 시윤씨?"

"... ..."

"시윤씨~"

"아?"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아요?"

"어... 아! 저기 있네요~"






카린양이 팔뚝을 놓고 눈앞에서 손을 흔들고 나서야 정신이 드는 기분이 들었다. 대충 눈알을 굴리니 찾던 장소가 있었다.

가까이 간 건물엔 깔끔해보이는 외관의 오피스텔이 있었다.





"제가 사는 곳보다 좋은데요? 괜히 부러워지네요-"

"하하... 저도 이전의 세계에선 이런 곳에 살아본 기억은 없습니다. 이런 호의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카린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놓고 현실적으로 노동 착취 시켜서 다 회수 할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은 좀 그런 것 같고...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고민했다.






"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저희 사장님 그냥 깡통... 같아도 부자라는 소문이 돌거든요~"

"네?"

"여튼 살 집의 위치는 여기고- 집 내부는 주말에 카린양이 직접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이제 주변에 뭐가 있는지 볼까요?"

"아...! 잠깐만요!"




앞서 걸으려다가 카린양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카린양의 얼굴이 점점 빨개진다. 한참 말하기 주저하더니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어렵게 입을 떼었다.




"팔... 다시 잡아도 돼요?"




다시 쾅쾅 거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아, 이거 완전 인정하기 싫다.

무의식적으로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더니 카린양이 실례했다며 그냥 따라가겠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앞서 나갔다.




"아... 카린양..."

"시, 시윤씨 빨리오세요!"

"앞서나가면 따라가는게 아니에요~"




그녀의 재촉에 고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내가 올 때까지 자리에 서서 기다리다 곧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걸었다.




"카린양."

"... 방금 전 일은 죄송했습니다. 잊어주세요."





묘한 단호한 말투에 괜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농담을 던졌다.





"혹시 외로워요?"





순식간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팔뚝에서 진한 고통이 느껴졌다. 엄청 빠르고, 아프다.

... 다 나은 것 같으니 오후엔 그냥 미루기로 했던 CRF측정이나 해야겠다...






"잡는거 보다 치는게 더 좋은 팔뚝이네요."

"하하.. 제 팔뚝은 샌드백이 아니랍니다?"






팔이 아파도, 쾅쾅울리는 소음이 멈추지 않았다. 알 것 같지만, 부정하기로 했다. 그저 놀리면 나오는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그거 때문인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건 지금 나에겐 과분하고, 그녀에겐 시간이 없을테니.












-




[측정중...]

[...]

[수고하셨습니다. 카운터.]

[결과를 출력합니다.]




우리 회사에 이런게 언제 들어왔었지? 일단, 부사장님은 그저 '유사품'이라고 했지만 일반 태스크포스에 있다는 것이 조금 놀랍다.

결과창이 뜨는 것과 동시에 카린양이 모의작전실을 나왔다. 





"카린양. 수고하셨어요. 출력은 B등급으로 나오네요."

"네?! 그럴 리가..."

"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아... 어렵네요. 아직 내가 회복이 덜 된 건가... 이럴 리가 없는데..."




카린양의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이게 그렇게 시무룩 할 일인지 모르겠다. 결국 숫자 놀이라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애초에 오차가 좀 있을 수 있는 유사품이라고 했거든요~"

"아무리 유사품이라도..!"

"에이, 실망하지 마세요. 애초에 저도 'B' 에요."

"네?! 그럴리가요! 공군기지에서 처음 뵈었을 때 적어도 A랭크는 되어보이셨는데..."

"하하하- 전 정식으로 관리국에서 측정 받은 거라 B급 카운터가 맞아요. 그리고 카린양이 저보다 더 훌륭한 카운터일거에요."

"그래도..."

"이제 모의작전 시뮬레이션 하셔야죠? 컨디션 안 좋으시면 말씀 하시구요~ 갑니다~"

"아악! 밀지마세요!"





시무룩해져 있는 카린양의 등을 떠 밀었다. 자기가 알아서 걷겠다며 앞서 나가 걸어간다. 당장 어제보다도 기운이 가득 찬 모습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잘 가다가 갑자기 뒤를 돌더니 나를 본다.





"뭐해요. 시윤씨."

"네?"

"어디로 가야 해요!"

"아~?"





카린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빨리 알려 달라고 재촉한다.

앞으로 같이 일하면... 정말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에는.










+) 갑자기 막혀서 엄청 힘들었어.... 힘내서 다시 빠르게 뽑아봐야지

사람이 뭔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쓴다는 게 진짜 어렵다...

계속 읽어주고 댓 달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