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데

"인간이 침식체로 변이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나?"




유미나

"소문이라면... 들어본 적 있어."




힐데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고준위 침식파에 장기간 피폭 당하거나..."

"침식체에게 큰 상처를 입을 경우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




유미나

"...."




힐데

"그럼 질문 하나 하지."

"인간이 침식되면 침식체."

"그럼 카운터가 침식되면 뭐가 될까?"




유미나

"카운터도 인간인데? 침식체지."




힐데

"그게 그림자다."




유미나

"침식체면 침식체지 그림자는 대장 발밑에 있는 거라니까."




힐데

"아니... 관리국에서 정한 명칭이 그렇다구..."

"자꾸 나한테 따지지 마...."

"정식 명칭은 데몬이야..."




유미나

"아니, 그럼 데몬이지 왜 그림자냐고."

"대장 영어 몰라???"

"그림자는 섀도우야."




힐데

"이씨...."

"관리국에서 그렇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구..."

"애초에 카운터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유미나

"뭔 의미로 묻는 거야?"




힐데

"초능력자, 이능력자..."

"우리 같은 힘을 가진 자들을 지칭하는 이름들은 많지."

"그런데 왜 우리는 카운터라고 불리는지 알겠어?"




유미나

"카운터사이드, 이면세계를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힐데

"틀렸다."

"그건 우리가 워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유미나

"워치?"




힐데

"너도 가지고 있을 텐데?"

"이 워치라는 건 어떤 수치를 카운팅하는 계수기다."




유미나

"그럼 워쳐라고 불러. 왜 카운터야?"




힐데

"...말은 끝까지 들어주지 않을래?"


"침식 오염에 저항하거나 괴력이라거나 에너지 방출하는거나..."

"아무튼 그런 힘을 쓰면 워치가 카운팅하는 수치가 깎이게 된다."

"이터니움 결정을 충전하면 수치가 올라가지."




유미나

"그래서?"




힐데

"지금도 봐라. 지금 이면세계에 있으니까 바늘 움직이고 있잖아."

"워치가 측정한 너의 현실개변력(Counter Reality Force)가 그거야. 통칭 CRF"

"그게 침식 오염에 저항하는 거고."

"그래서 우리가 카운터라는 거다."




유미나

"이건 침식체를 쏴죽일 수 있어. 그래서 총이야."




힐데




유미나

"이건 차를 굴러가게 만드는 거야. 그래서 바퀴야."




힐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유미나

"방금 한 말이랑 똑같거든? 그래서 왜 카운터라는 건데?"

"억지잖아."




힐데

"..."

"그러니까 그 수치 0으로 되면 안 되거든..."

"그래서 계속 카운팅 하는 놈들이라고 해서 카운터야..."




유미나

"이제야 알겠네!"

"진작 그렇게 설명하지."

"그럼 그 수치가 0이 되면 어떻게 되는데?"




힐데

"그림자가 된다."




유미나

"그림자는 대장 발밑에 있는 거라고."




힐데


"...데몬이 된다."




유미나

"드디어 말이 통하네."

"데몬이 된다고?"




힐데

"그래. 멋도 모르고 힘을 펑펑 써대다간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어버린다."

"방금 녀석처럼."

"그리고 그거... 한번 움직이면 초침은 계속 가니까 조심해."




유미나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해준 적이 없는데?"

"카운터의 힘을 쓰면 침식체가 된다니!"




힐데

"어리광부리지 마!"

"그 나이쯤 되면 슬슬 알아서 깨달아야지."

"세상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말이야."




유미나

"확실히 아까 소대장 설명도 더럽게 불친절했어."




힐데

"진짜 얘 싫다...."




주시윤

"스승님은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죠."

"처음 들었을 땐 당연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보세요. 스승님이 엄청 늙었다는 거 들었죠?"




힐데




주시윤

"이 사람처럼 오래 살 수도 있어요."




유미나

"그래도 이상한데...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침착해?"




힐데

"처음부터 각오한 거다."

"남은 인생 전부를 싸움에 밀어 넣고도 절대로 후회 따윈 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는 거니까."




유미나

"진짜 후회 안해?"




힐데

"..."


"니가 막말할 때마다 조금 후회되긴 하는데..."


"아무튼 나야말로 묻고 싶군."

"넌 왜 카운터가 되기로 한 거냐? 워치는 어디서 났지?"




유미나

"그,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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