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제야 정신이 좀 드냐?"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선로 위로 몸을 던지려는 나와 그런 내 팔을 붙잡고 있는 르네 씨가 있었다.
내가...왜 선로 위로 몸을 던지려고 했지...?
"아...고, 고마워..."
"갑자기 왜 그런 거야?"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음료수..."
"응? 뭐라고?"
"자판기에서 음료수 같은 거 마셨어?"
"...어. 레쓰비 한 캔... 혹시?"
"여기에도 이미 작업을 쳐놨나...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스트레가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가면서 얘기 해 줄게. 오늘은 걸어 가자. 데려다 줄테니."
"그 거리를?"
"카운터인데 걸어 다닐 수도 있는 거지. 좀 참아."
"르네 씨는 일반인이잖아."
"난 괜찮아. 그 정도 걸어갈 체력은 있어."
"그래서 내가 있는 곳엔 어떻게 온 거야?"
"그냥... 감이 좋지 않아서."
"흐응, 그래...?"
"스트레가에도 다녀 왔어. 가서 라우라에게 역들에 있는 자판기들에 주흔 해주를 부탁하고 왔지."
"그리고 곧장 나한테 온 거야?"
"응, 맞아."
"뭐, 어쨌든 그 감이라는 게 굉장히 잘 맞아 떨어졌네. 덕분에 살았어, 르네 씨."
"그래서... 어땠어?"
"뭐가?"
"직접 겪었잖아. 발푸르기스의 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에게 말해 줘."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그냥 기억나는 것만 말해줘도 돼."
...떠올려 보자. 그 목소리를.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가자."
"...가자고?"
"응, '가자'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라."
"또?"
"...눈 앞에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아... 난 그것이... 정말 즐거워 보였고..."
"축제... 즐겁다...라..."
"분명 더 있었던 거 같은데... 미안 더 이상은 생각이 안 나."
"아냐, 이 정도의 정보도 충분히 고마워. 축제란 말이지..."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어?"
"알아냈다고 해야 하나... 네가 가졌던 의문처럼 발푸르기스의 밤은 왜 여학생들을 굳이 조종해서 죽이는 걸까? 어쩌면 그들의 죽음에서 뭔가 얻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조종은 단지 수단일 뿐이고..."
"...진정한 목적은 죽음의 수집이라..."
"하지만 이것도 억측일 뿐이야. 우린 정보가 터무니 없이 부족해. 발푸르기스의 밤이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 지도 몰라. 지금으로선 가정밖에 세울 수 없어."
"다른 희생자들도 나와 같은 경험 끝에 투신 자살을 했을까?"
"아마 그럴 거야. 축제를 겪었다면 틀림 없어."
문득, 시계를 본다.
지금 지하철을 탔으면 도착했을 시간인데...
거리는 한 반정도 남았다.
출석 종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왜 하필 걸어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버스나, 택시를 탈 수도 있었잖아.
"저기, 왜 하필 걸어가는 거야. 안 힘들어?"
"걸어가야 너와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다른 교통 수단은 듣는 귀가 있어."
"아."
바로 납득했다.
"사회에선 이 사건을 학업의 지친 학생들의 연속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 하려고 하고 있어."
르네 씨가 입을 열었다.
"한 명이라도 억울한 사람 덜 생기게 해야지. 설령, 그게 죽은 사람일지라도."
"......르네 씨는 귀신을 믿나 봐?"
"사람이 몸에서 괴상한 능력을 쓰는 세상인데 귀신이라고 못 믿겠어?"
"하긴 그렇네. 후훗"
조금 웃겼다.
"르네 씨, 궁금한 거 하나만 묻자."
"뭔데?"
"발푸르기스의 밤이 뭐야? 우리가 쫓는 그 사람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 거 같던 데?"
"뭐야. 모르고 있었어? 나는 알고 있는 줄 알았지."
르네 씨의 설명 시간이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독일 지방의 말하자면 전통 축제다. 원래는 기독교의 성녀 발부르가가 교황 하드히아노 2세에 의해 시성된 날 전야가 기원이야."
"원래도 축제였네?"
"응, 맞아. 그런데 이 이미지가 예언자 혹은 약사나 같았던 중세의 지혜로운 여성 이미지와 부합되고, 15~16세기의 마녀 문학들 및 근대 기독교의 마녀사냥에 의해 이미지가 미묘하게 변질 되었어."
"변질?"
"그래, 그래서 발푸르기스의 밤 하면 다들 마녀들의 연회라고 자주 떠올리지. 가끔 악마나 요정, 요괴들도 잔치에 참여하곤 해. 발푸르기스의 밤은 여러 매체와 문학에 등장하지만 가장 유명한 건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거야."
"이처럼 사람들을 홀리는 마녀들의 밤을 Walpurgisnacht(발푸르기스의 밤) 다른 말로는..."
"Hexennacht(헥센의 밤)이라고 하지."
오늘 분량은 내용 설명이라 조금 짧습니다. 그리고 읽었으면 댓글 좀 달아줘요. 댓글 보는 재미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