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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드디어 이 학회의 에피소드가 대충 완결되었어. 따라서 이제 미뤄두었던 분석이 하나가 완성되었지.

 바로 레지나와 에델에 관한 분석 말이야. 사실 과거에 학회에 관한 글을 하나 써 두었는데, 궁금하면 한번 보고 와 줘.

 이번 이야기는 그 이야기의 완결이라고 해도 좋을 거야.


 이번 글은 '카운터 능력의 근원'이나 다른 설정의 떡밥은 접어둘 거야.

 오로지 에델과 레지나의 관계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이를 분석하려고 해. 


 결론부터 말할게.

 이번 스토리는 딱 두 짤로 요약이 가능해.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 "반이 뭐야, 전부 다 줄게."


 이건 에델의 입장이고


-[영화: '로보캅']: "죽든 살든, 넌 나와 같이 간다"


 이게 레지나의 입장이지.


 한마디로 동상이몽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합의를 이루어낸 결과이기도 해. 다른 꿈을 꾸고 있어도, 같은 것을 보고 있으니까.

 이번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결혼식으로 볼 수도 있고, 다른 시점으로는 동반자살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야.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싸움은 여러모로 '칼로 물 베기' 수준인 거고.


 여러모로 서로의 떡밥과 노력이 결실을 맺었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고, 또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살펴볼 거야. 

 이 글은 아마 2부, 혹은 3부까지 쓸 것 같아. 우선 에델에게 있어 레지나가 어떤 존재지부터 살펴보자.


 


 1. 심연이 들여다 본 자


-사랑의 시작


 이미 예전 글에서 한 번 말한 적이 있지만, 학회라는 집단에 있어서 레지나는 너무 이질적인 존재였어.

 외눈박에 세상의 두눈박이 수준이 아니지. 레지나는 마치 아예 이상한 나라로 잘못 찾아온 것 같은 앨리스와 같은 존재였어. 그녀가 가진 이성적 사고와 상식적 관념들은 이 호수에서는 전혀 상식이 아니거든. 레지나는 이 학회에 있어 어쩌다보니 굴러온 큰 돌에 불과했어.


-사악한 가문의 댕청한 아가씨


 때문에 어머니의 문제를 처리하고도 사실상의 바지사장 역 밖에 할 수가 없었지.

 학회장 취임 이후에도 기존 학회가 벌인 모든 사건들은 레지나의 손이 아니라 에델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졌어. 그녀가 반대하든 말든, 알고 있든 말든. 모든 것들은 그녀 없이 착착 굴려졌어. 결과적으로 레지나가 있든 없든 학회는 여전히 그대로였지.



 사실 그녀가 가진 모든 권력들이 호수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상할 건 없어.

 호수의 대리자와 호수의 화신이 같이 있다면, 당연히 화신이 주도권을 잡는 게 당연하잖아. 하지만 레지나는 자신의 선에서 최대한 이 정신나간 학회를 정상으로 돌리려고 노력했어. 인명을 존중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그치게 하려고 했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대책 없는 이야기에 불과했어. 학회 내에서도 그냥 새 대리자가 왔으니- 대충 말을 맞춰주는 형국에 그쳤지.

 본질적으로 이 행위를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이 광기의 근원인 지식의 호수를 없애버려야만 했어.


-"가스 잠가라"


 당연하지만 이건 다른 가문들과는 전쟁을 하자는 소리야.

 현실로 비유하면 석유를 한 나라가 독점하고 있는데, 환경오염 때문에 오늘부터 석유를 없애버리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 과연 어떤 사단이 날까?

 레지나는 학회장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지식의 호수가 기르는 존재에 불과했어. 한계가 너무 명확한 존재였지.



 그녀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아. 학회의 핵심은 '가문'이 아니라 '호수'니까. 그리고 가문의 힘은 곧 호수가 내린 지식의 양이야.

 따라서 애초에 호수를 쥘 마음이 없던 레지나는 결코 이 학회를 움직이지 못해. 그래도 에델이 싸고 감싸는 존재니까 살아있는 거지, 아니면 진작에 죽은 목숨이야.


-대충 "넌 지금 애완동물입니다"


 정리해보면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레지나 개인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학회장으로써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학회에게 있어 레지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실상 레지나는 에델이 만들어낸 놀이 인형이나 다를 바가 없는 거야.


 이 둘의 관계는 다른 마왕인 세라펠, 그녀가 만들어낸 인형인 하랍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 그녀는 에델에게 있어 길러지는 존재의 입장인 거야.

 그럼에도 둘의 입장에서 갑은 레지나 일 수 밖에 없어. 왜냐면 입장의 차이가 있다면,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질 수 밖에 없거든. 에델은 결코 레지나에게 이기지 못해. 이게 바로 이번 에피소드의 핵심이지.


 2. 인형과 인형이 아닌 자.


-"나를 사랑해주세요"


 레지나와 에델, 둘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마조 인형극 마왕과 인형의 관계와 다르지 않아. 

 자신을 사랑해 줄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게 만들고. 결국 인형처럼 싸고 돌며 즐기는 거야. 일종의 피규어인 셈이지.


-유사발언: "나의 아스카짱에게 사과해"


 다만 차이가 확실한 게 있어. 바로 진심의 정도야.

 사실 앞의 세라펠- 인형 마왕의 행위는 사실 연극 내지 코스프레에 가까워.


 세라펠은 노예 행세를 하지만, 어디까지나 하랍이 인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주인과 노예 역할을 맡은 인형극인 거지. 

 세라펠은 하랍이 깨지자마자 흥이 팍 식어서는 갑자기 맨정신으로 돌아와. 표현이 좀 저속하긴 하지만, 이건 그냥 에 불과한 일인극이지.

 그러니까, 세라펠은 사실 그 위험도를 빼고 나면 마조히스트 미친년 코스프레를 하는 변태일 뿐이야. 광기가 아니라고.


-제정신 ON


 반면 에델은 레지나에 있어서는 진심 그 자체야.

 이 반응의 차이를 봐. 세라펠은 인형이 깨지니까 정신이 돌아오지만, 에델은 정신을 놓고 상대를 아예 조져버리지.

 앞선 놈이 그냥 집에서 피규어 깎는 덕후라면, 에델은 피그말리온이야. 둘은 같은 과에 속해있지만 서로 클라스의 차원이 달라.


-인형이지만 인형이 아닙니다.


 피그말리온 이 양반은 상아로 지 이상형 마누라 빚은 뒤에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은, 덕후계의 전설이자 레전드야.

 그래서 세라펠은 인형을 만들고, 에델은 동격자를 만들지. 에델에게 있어 이미 레지나는 인형 따위가 아니라 현존하는 이상형이자 사랑의 결정체 그 자체거든.


 세라펠과 에델의 차이는 이런 진심의 정도에서 나타나. 세라펠은 하랍과 같은 인형을 통해 인형극을 즐기지만, 에델은 레지나와의 연극 따위를 전혀 즐기지 않아.

 에델은 자신의 안위와 위험까지 감수하고 그녀를 보호해.


  이건 결코 애완의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 수준이 아니지. 그 선을 앳저녁에 넘었어. 이건 명백히 이성 내지 숭배의 대상에게 느끼는 사랑이라고 봐야 해.

  둘이 하나이고 싶고 한쪽이 없으면 못 사는 관계를 사랑이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에델은 이런 이유로 레지나를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로 재탄생시키려고 하는 거야.

 이건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랑이지. 에델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레지나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고 싶은 거야.



 이를 위해서 에델은 굉장히 바쁜 날과 위험을 감수했어. 

 의식을 위해 마에스트로를 부활시키고, 학회의 인맥을 끌어다 쓰는 동시에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미합중국을 공격했지.

 이 와중에 클리포트 게임까지 건드리는 등, 완전히지 않은 몸을 분열시켜가며 분주히 이 거대한 준비를 진행시켰어.




 심지어 준비는 둘째 치더라도, 애초에 저 심연을 여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부담이야.

 그 여파로 에델이 게임을 진행함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말야. 그런데도 에델은 이걸 일말의 주저도 없이 진행했어.

 오로지 레지나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 말이야. 그녀는 자신의 위험과 마왕으로써 참여해야 할 게임까지 미뤄둔 채 레지나를 살리려고 한 거야.


 

-대충 = "할 수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


 정리하자면 에델은 레지나를 위해서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있는 거야. 마왕으로써의 업과, 호수로써의 지식 제공도 수단으로 남겨둘 정도로. 


 그녀가 이렇게까지 레지나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하나야.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의 집합체는 처음으로 지식이 아닌 순수한 사랑을 느꼈거든.


-속박의 저주 


 에델에게 있어 레지나는 첫사랑이야. 자신을 지식의 파편이 아닌, 쁜 눈을 가진 무언가로 봐 준 것은 레지나가 처음이었어.

 모든 존재들은 자신을 지식의 일부로 접근할 뿐, 단 한번도 자신을 직접적으로 바라보지 않았거든. 지난 학회장도, 교수도. 그리고 이 호수의 모든 가문들도. 자신들의 문답이 중요할 뿐, 그 존재에 대해서 바라본 이는 전혀 없어.


 지식의 호수는 그저 지식의 호수로써 존재할 뿐이었지. 본능적인 저주와 지식의 집합체에 불과한- 현상에 가까운 존재였어.



 그런데 이 현상에 불과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 자가 나타난 거야.

 학창시절에 지긋지긋하게 들은 시가 하나 있을 거야.  김춘수 시인의 '꽃'이 바로 이 에델의 심정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어.




-김춘수 '꽃'


 레지나는 지식의 파편에 지나지 않던 존재에게, 이름을 물어주었지. 그 순간 현상이자 지식의 파편에 불과했던 존재는 다른 무언가가 되었어.

 스스로를 자각하고, 하나의 인격체를 만들게 되었지. 에델은 레지나에게 꽃이 되어서 간 거야. 




  즉, 이렇게 보면 레지나는 에델의 인형이 아니야.

  정 반대로 에델을 만든 것은 레지나가 되는 거지. 모두가 경외하고 두려워하는- 지식의 호수이자 클리포트의 마왕이, '탐식자 가아그셰블라' 라는 존재가. 레지나에 의해 '에델'이라는 존재로 떨어져버린 거야. 마왕에게 사랑이라는 저주를 걸어서 말이야. 


이 정체불명의 존재에 이름을 붙여 한 명의 인격체로 만들어버린 것은 바로 레지나야. 

그녀야말로 이 지식의 호수의 주인이야. 그녀가 호수에 저주를 걸어서, 자신밖에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 모든 호수를 장악한 진정한 지배자지. 



 그 사랑에 빠져버린 에델에게 레지나는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사랑 그 자체의 존재야.

 그래서 에델은 다른 계획이 몽땅 다 어그러졌어도 레지나가 '내 것이 되라'는 말 한마디에 홀랑 넘어가버렸어. 사실 에델이 가장 바란 말은 그거니까.



  참 민폐스러운 존재의 사랑이라는 게 맹점이지. 그래도 가이셰불라가 진정으로 날뛸 때의 스케일을 예상해보면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겠지.

 에델에게 있어 레지나는 이런 존재야. 사랑이라는 존재의 현존이야. 탐식의 마왕이 사랑이라는 것에 만족을 해 버렸지.



그렇다면 반대로, 레지나에게 있어 에델은 어떤 존재일까. 다음 편에는 그걸로 이야기를 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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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너무 바빠서 사실 게임을 잘 못했어. 이번 에피소드가 흥미로워서 짬을 내서 분석을 써 보려고 해. 언제나 리플 고마워요. 너무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요.

 사실 이 글도 1주차에 대충 써 놨는데, 혹시나 다른 이야기가 나올까봐 묻어뒀었어. 걍 올리고 맞췄다고 비틱할 걸 그랬나봐. 어쨌든 읽어줘서 고맙고 리플이나 추천 하나씩만 누르고 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