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잉. 지이잉. 지이이잉.


휴대폰에서 쉴 새 없이 진동음이 울린다.






[알림 127건]


카붕이 AGF 가서 류금태 박상연에게 혁명적인 손해 입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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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ㅋㅋㅋ 저 미친놈 기어이 저걸 다 모으네


으아악 미친 카악귀 침식체다


와 저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박상연 돈통이지


돈통: 아 나도 저건 좀...


대표님 이 새끼 웃는데요?


아니 미친새끼 집에서 야스하네ㅋㅋㅋ


히익 우리 채널에서 꺼져 이 씹비틱새끼






노트북 화면에 비치는 것은 카운터사이드 채널의 개념글.


작성자는 바로 나다.





그랜드체이스, 엘소드, 클로저스, 카운터사이드. 본의 아니게 금태류 게임에 뼈를 묻은지 어언 10년.



그리고 그 결과, 드디어.



방 안을 채우는 LP판의 백조의 호수,마우스를 쥔 손을 받쳐주는 초대형 마우스 패드, 따뜻한 커피와 피스키퍼가 든 스트레가 머그컵, 따로 구한... 법인카드, 카운터사이드/Prototype 초판본 전집, 여타 산처럼 쌓인 수많은 굿즈와 굿즈들. 그리고...


류금태 대표와 박상연 PD의 A3 친필 사인.






아아.


돈통 인생에 후회는 없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 눈치에 용돈도 없어서 구경만 하고 지냈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끝이다. 용돈? 그거야 내 돈이지. 거참. 이제와서 어렸을 때? 지금 생각해보면...


"와하하! 1차 전직권은 커녕 가열기 하나도 못 사는 거지 자식! 무기조각 300개? 난 내 돈으로 이만큼이나 샀다! 아하하하!"


코묻은 코과금 때와는 차원이 다른 구매력. 내가 자랑스럽다.






"......"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리운걸. 그 시절이란.


그 시절 꼬맹이였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할 거다. 적어도 그 녀석은 지금 나처럼 돈만 있고 타이틀 콜 하나에 벌벌 떨 겁쟁이는 아니었으니까. 놀이터에서 메가슬래시를 외치며 뛰어다니던 꼬맹이라.


게임사 입장에서는 돈 한푼 안되는 인원수 채우기일지 몰라도, 팬심으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동네 꼬마. 어쩌면, 개발자들에게는 그런 철없는 꼬맹이야말로 진정한 팬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 꼬맹이에게 질 수 없지. 그 때처럼 나도 한 번.



라이트닝─── 익스큐션──────



힘차게.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







...정적.


아무 능력도 없는 주먹은 갈 길을 잃고, 어쩐지 손목이 아파온다.




"......하씨. 미친놈. 내일은 다시 출근해야하는데."




엄청난 과소비에 들뜬 나머지 어울리지 않게 미친놈처럼 날뛰느라 기운을 전부 써버린걸까. 아니면, 그저 그 때처럼 굴기엔 너무 늙어버린 걸까.


순식간에 정신이 싸늘해지고 현실의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쨌든 주말을 전부 털려버렸고, 기운빠진 어른에게는 내일의 어른 출근이 기다린다.





"뭐... 그래도..."




그래도, 먼지가 날리는 방 안의 굿즈들을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내일의 일은 내일이지만, 얘들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언제나 쭉 있을거니까. 누가 알겠어? 진짜 내가 카운터로 각성해버리기라도 할지.






...그러니 이제는 진짜 자야지.



대형 루루 담요를 펴고 침대에 눕는다.


오늘의 베개는 우리 시그마.


모두들 영원히 함께...




조금씩, 의식이 흐려진다. 어두운 수면 아래로...






























......정말 이 녀석인가? 생각과는 좀 다른데.





어휴. 스승님도 참. 그 사람이 맞으면 됐지 무슨 상관이에요.





이런 녀석이 네 번째 적합자라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무서운데... 아무튼, 보시다시피 그 워치가 맞습니다. 무엇보다, 저 정도의 침식파에 노출되고도 숙주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죠. 네 번째가 확실해요.






어?


이게 무슨... 말이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목소리다.






......정말 이게 세 명이나 와야 할 일이야? 비공식적인 일이라 세금도 안 붙는다더니, 애초에 이건 뭐야? 내가 첫 직장에 들어갈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하, 우리 후배 님이 갓 입사했을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느새 이런 말을 하는걸 다 보네요. 많이 성장하셨나 봐요.




설마. 저 목소리와 말투는...


희미하게 떠오르는 저편 어딘가의 기억. 모든 것이 흐릿하기는 하지만 그게 맞다면, 그럴 리가 없다. 이건 분명... 개꿈일거다.







그거야 보면 알겠지. 내 눈에는 지금도 너희 둘 다 똑같아. 어쨌든, 이놈이 그게 맞으니... 제자야. 입실론에게, 직접 전달할 말이 있다.





네. 드디어 말씀하시네요. 뭔가요?




룩. 적색 사(士)와 캐슬링.




그건... 전제 자체가 안 되는데... 뭐, 의미가 있겠죠. 바로 가겠습니다.



그래. 나도 폰 정도는 챙겨주고는 싶지만 어쩔 수가 없어. 당연하지만 다른 말은 아무 것도 붙이지 마라. 미행붙지 않게 조심하고. 가는 길에 뒤 돌아보지도 말고. ...난 남아서 끝까지 싸우겠다.







......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눈이 떠진다.





어으음... 알람 소리는 왜 못들었지... 어제 너무 무리했나...


머리맡에 '있었을' 알람시계를 향해 손을 뻗는다. 손에 잡히는...





어.  어?


알람시계가?


아니. 시계 이전에, 누운 곳이 내 침대조차 아니다. 손에는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가 만져지고,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자 족히 스무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



"이게... 다 뭐야...?"







"아. 3번. 저 분도 일어났군요."





"?"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친듯이 주변을 돌아보자, 목소리가 들리는 저 멀리에 누군가 서 있다.




"결석자 하나만 빼면 전부 일어났군요. 예. 깔끔하네요."






"???????????"







"아. 다 아실 얘기지만, 전부 일어난 김에 먼저 말하죠. 잘못했다고 빌어도 안 봐줄 겁니다."




?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뭘 잘못해? 아니, 애초에 여긴 어디고? 회사는? 다른 사람들은 왜 아무 말도 없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당신은 누구고? 지금 장난해? 지금 뭘 하는 거야!"






"심도는 적당히 75 정도로... 아. 그게 궁금하셨나요? 우습군요. 먼저 왔던 분들은 몰라도, 당신들은 전부 알 텐데요."




그래. 뭐 하는 놈인진 몰라도 말이나 들어 보자.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사람을...






"이유 따윈 없습니다. 그냥 심심해서에요."






?????



???????????







"미친 새끼야! 말도 안 되는 개소리하지 말고 당장 풀어 줘!"






"그러니까... 당신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방식대로..."




















"천강─── 역일섬──────"












"이런 미친...! 허공에 구멍이...!"


"ㅃ, 빨려들어간다아!"


"자비를!"


"사람 살려!"


"전화, 경찰에 전화를...! 11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이오신다세상의주인










"카으아아악!"






"흠. 3번 사인 씨. 저희의 열성팬이시더군요. 아까는 재미있는 꿈이라도 꾸던 것 같던데... 특별히 선물을 드리죠."




이상한 균열에 빨려들어가는 도중, 붉은색의 무언가가 날아온다.





'뉴에이지. 유금태 장편 판타지 소설. 1 상단의 무사.'



이런 미친.






"1권이 다섯, 3,4권이 둘, 5권이 셋, 전집이 둘. 이틀 동안 22권 회수... 고생한 만큼은 아니지만, 이틀 정도로는 최고인걸. 재계약도 파기하고 AGF에 자리를 낸 보람이 있었어. 앞으로 남은 것은 2판본까지의 146권인가."




"그러니까..."











"고정닉은 조심하셨어야지."


















판교, 카페 스트레가의 지하.


다시 한 번, 한 남자가 차원의 균열 너머로 사라졌다.



이 세상에 대적자의 과거를 추억하는 자는 필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