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빠가 없어도...  잘 할 수 있지?"


나는 서글프게 웃으며 시그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그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디 가는건데 아빠?"


"...먼 곳."


"왜 가야 되는데? 나도 데려가면 안 돼?"


나는 눈물을 삼켰다. 시그마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이해시키겠는가? 이 세계를 집어삼키려 하는, 그 거대하고 사악한 검은 악마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그랬다. 이건 도망이었다. 시그마는 여기 남기고.


정말이지 비겁한 선택이었다. 나는 이 정도 싸움도 견디지 못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 악마, RKT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부정할 수 없이, 난 두려웠다.


나는 무릎을 꿇고 시그마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먹먹한 눈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돌아올게. 반드시 돌아올게."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입에 올렸다.


"착하게 기다리고 있으렴, 시그마."


"응! 좀 힘들긴 하겠지만, 기다릴 수 있어! 아빠를 믿으니까!"


그 말에 또 왈칵 울음이 터질 뻔했지만, 간신히 참고 일어났다.


이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다소 매정해 보일 정도로 급히 시그마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도망쳤다. 이 세계에서. 악마의 손아귀에서.


'시그마...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