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아침.

바깥에서 들리는 꺄르륵 소리에 잠에서 깬 메티스는 커튼을 걷었다.

"...우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은 메티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는 새 새하얗게 바뀌어버린 세상이었다.

자신도 밖에서 뛰어오는 아우로라나 다비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지만 평소 어른스러운 척을 하던 게 생각나 차마 그러지는 못 하고 더 큰 창에서 바깥을 구경하기 위해 거실로 향했다.

"메티스, 일어났어?"

"주인. 눈 언제부터 내린 거야?"

"어제 너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들어갈 때 쯤부터 내렸어."

"으응, 그랬구나."

악마의 대답을 건성으로 들은 메티스는 눈을 반짝이며 밖을 보았다.

자신도 나가서 놀고싶었던 메티스는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주인. 우리도 나가서 다비하고 아우로라랑 놀아줄까?"

내심 기대하면서 한 제안이었지만 악마는 들고 있던 커피를 쭉 마시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 이제 알바 가야 돼. 쟤들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노는 건지... 하필 알바 있는 날에 눈이 올 건 뭐람."

"아, 아르바이트 가는구나. 눈 많이 와서 힘들텐데 수고해 주인."

악마에게 한 제안이 실패하자 메티스는 상아, 구미호, 에르제베트를 찾아갔지만 상아는 눈을 치워야해서, 구미호는 추위를 타서 나가지 못 한다 했고 에르제베트는 눈 덮인 밖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아련해서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다.

"나도 나가서 놀고싶은데!!"

방으로 돌아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소리친 메티스는 주피터를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눈사람 만들자고 하면 애냐면서 놀릴 거야."

한숨을 내쉰 메티스는 열심히 뛰어노는 다비와 아우로라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냥 같이 나가서 놀까, 집에 있을까 고민하던 메티스는 제3의 방법을 떠올리고선 왜 진작 그 방법을 하지 못 했나 생각하며 벙어리장갑과 빨간 모자, 목도리, 두터운 코트를 챙겨입었다.

혹여나 누가 볼까봐 호다닥 현관문으로 달려간 메티스는 급하게 부츠를 신고선 밖으로 나갔다.

"와.. 너무 예쁘다."

안에서 볼 때도 예쁘지만 뽀드득 뽀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보는 눈밭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음이 들떠 발자국이 없는 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던 메티스는 다비의 웃음소리를 듣고선 아차하며 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10분쯤 걸어 주위를 둘러보고 차일드들이 안 보이는 걸 확인한 메티스는 벙어리장갑을 벗어놓고선 팔을 크게 뻗어 차 위에 쌓인 눈을 쓸어모았다.

꽤나 큼지막하게 만들어진 눈덩어리를 보고 만족스런 웃음을 지은 메티스는 공굴리듯이 눈덩어리를 굴렸다.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새하얗지는 않지만 점점 커져가는 눈덩어리에 신이 난 메티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최대한 눈이 많은 쪽을 찾으며 다녔다.

장갑도 안 끼고 눈을 굴리는 바람에 어느새 손은 새빨개져있었지만 메티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인이나 주피터랑 같이 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여전히 솔직하지 못 한 스스로를 조금 후회하며 메티스는 잠시 제자리에 서 숨을 돌렸다.

처음에는 눈덩어리가 작아 느끼지 못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커진 눈덩어리를 굴리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만 더 크게 하고 얼굴 만들어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어가며 녹이던 메티스는 무언가를 보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엄마! 눈사람 다 만들고나면 눈이랑 코도 만들어주자."

"여, 연희야.아빠 힘든데 눈사람만 만들면..으헉!"

"그럼. 눈사람 혼자 서있으면 추울 테니까 목도리도 둘러주자."

"그래도 돼? 엄마 최고!"

"......"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보다가 눈을 내리깐 메티스는 힘없이 눈덩이를 다시 굴렸다.

신나서 부르던 콧노래도, 눈이 더 많은 곳을 찾기 위한 두리번도 없이.

"아얏!"

그리고 그 눈덩이에 가려 미처 보지 못 한 메티스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버렸고 한참을 굴린 눈덩어리는 산산조각이 나 부숴져버렸다.

얼른 일어난 메티스는 눈을 너무 오래 만져 얼얼해진 손으로 옷에 묻은 흙과 눈을 털어냈다.

그러던 중 느껴지는 쓰라린 아픔에 손을 바라보자 군데군데에 찢어진 상처가 보였다.

앞으로 넘어질 때 아스팔트 도로에 긁혀 난 상처인듯 했다.

어느새 집을 나올 때의 신나는 기분은 온 데 간 데 없고 몸과 마음의 상처만 남은 메티스는 넘쳐흐르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벙어리장갑을 다시 꼈다.

"읏.. 아파..."

털이 상처에 닿아 아팠지만 추위 때문에 빨개진 손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순 없었다.

그렇게 서러운 감정을 애써 달래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메티스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심히 굴리던 눈덩이는 어쩌고 집에 가는 건기?"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자신이 만든 것보다 훨씬 큰 눈덩이를 굴리며 오는 주피터가  있었다.

"주피터...?"

"첫 눈이 왔길래 산책이라도 할까해서 나왔는데, 자네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서 나도 좀 해봤네. 자네 것보단 크게 만드려 했는데 충분한지 모르겠군."

잠시 멈춰서 눈덩이 위에 손을 집고 재수없는 웃음을 짓는 주피터의 속마음을 들은 메티스는 애써 참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네."

"어서 오세... 메티스! 옷이 왜 그래요?"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던 상아는 벌떡 일어나 메티스의 코트를 벗겨주었다.

"밖에서 놀다가 넘어졌나요?"

"응. 어쩌다보니까..."

"다친 덴 없고요?"

"넘어지면서 손을 좀 다쳤어."

"어디 봐요."

조심스레 장갑을 벗은 메티스의 손을 보고 인상을 찡그린 상아는 티비 밑 서랍에서 약통을 꺼내왔다.

"많이 아팠죠? 약 바르고 붕대 감아줄테니까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응. 고마워 상아."

메티스의 손을 다 봐준 상아는 주피터를 살짝 흘겨보며 물었다.

"이렇게 다친 분을 데리고 뭐 하다 오신 거에요?"

상아의 질문에 주피터는 말 없이 창문을 가리켰다.

"밖이요?"

주피터가 가리킨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 상아는 아 하는 나지막한 신음과 함께 돌아왔다.

"두 분이서... 만드신 거에요?"

"응. 거의 다 주피터가 한 거긴 한데, 나도 많이 했어. 예쁘지?"

"네. ...미안해요 메티스. 아침에 같이 못 나간다고 해서. 제가 같이 갔으면..."

"괜찮아. 덕분에 좋은 일도 있었어."

"네?"

생글생글 웃는 메티스의 표정에 주피터와 그녀를 번갈아본 상아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나 왔어. 눈 치우느라 죽는 줄 알았네. 근데 이 앞에 눈사람은 누가 만든 거야?"

"나랑 주피터가 만들었어. 예쁘지?"

"코랑 눈도 있던데, 그것도 너희가 한 거야?"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기만 했다네."

"그건 제가 했어요. 마침 썩은 당근이 하나 있더라고요."

"나뭇가지는 내가 뒷산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옛날에 쓰던 목도리가 다 헤졌길래 눈사람한테 선물해주었단다. 어떻든?"








좀더 진지한얘기가 될예정이었지만

지친것도있고 손이안가서 의식의흐름대로


눈꽃소녀라는 제목이 제일 마음에들었던

그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