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땐 내 몸을 보고 미칠 듯 고통스러웠고, 당장 자르고 토막내고 으깨버리고 싶은 욕구가 솟았는데,

이젠 내 몸을 보면, 물론 아직도 일부분은 짜증나고 싫어.

그런데,

손가락이나 손을 보면, 자포자기한 듯, 이게 내 거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

별 감흥도 없어. 아, 그렇구나.

나는 이렇게 식어가는 거야.

차갑게 식은 돌맹이가 되어버리는 거야.

아무리 고통스럽고 슬프고 괴로워해도

바뀔 일 없는 내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까 미칠 것 같네.

영원히 내 거야.

내가 하얀색 돌맹이가 되어 흙이불을 덮더라도, 그건 내 거란 사실이 변하지는 않아.

남자의 골격, 남자의 털, 남자의. 남자의. 남자의.

내 것이 아닌데.

억지로 떠안아 버렸어.

미칠 것 같네 생각하니까.

내 거라고.

내 게 아닌데, 이젠 그냥 내 거야.

내 거라고. 씨발 부정할 수가 없잖아.

왜 날 이렇게 괴롭히냐고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