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앙ㄱ

담에 서울쪽에 있는 정신과로 가볼듯



 부적절 부정확 부적합 불확실 불합리

 나에겐 부와 불의 세계였다. 세상이 부와 불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건 맞는 말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보는 세상이.

 난 어째서 내 성별을 쟁취해야만 하지? 세상의 대부분은 자신의 성별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나는 왜?

 생각해보면, 이건 장애와 별다를 게 없는 것이었다. 다리 하나가 없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맞는 말 같으니 다리 하나가 더 많은 장애.

 다리 하나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런 거고, 마음 같아선 몸 전체를 제거하고 싶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모두가 다리를 자르지 말라고 한다. 주어진 대로 살라고. 네 다리는 세 개라고, 부정하지 말라고. 태어난 대로 살라고.

 다리를 자르면 혐오하는 시선으로 바뀐다. 넌 다리가 세갠데 어떻게 두개인 사람의 마음을 아니? 여전히 넌 세 개 짜리야.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넌 그렇게 태어났으니, 그냥 그렇게 살라고.

 세상이 손가락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가,

 세상이 손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가,

 세상이 다리 없는 사람에게,

 몸 없는 사람에게는?

 제 몸 하나 가지고 태어나지 못 한 사람에게는?

 다를 게 뭐야, 다를 게 뭔데 그러는거야 대체.

 세 개의 다리 중 하나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도 돕지 않는다. 커서, 혐오하는 시선을 받아가며, 혼자 돈을 벌고, 다리를 절단해서.

 다리가 두 개인 사람이 되면,

 아무도 날 긍정해주지 않아.

 넌 다리가 세개였잖아. 이것 봐. 흉터도 남아있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흉터야, 다리 세 개로 태어났기 때문에 받은 낙인이자 저주야. 죽어 버리는게 차라리 나을까 싶어.

 난 부모에게 욕하긴 싫어. 혼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은 채로 도망친 년 대신에, 뼈 빠지도록 일하게 되버린 아빠를 욕하기 싫다고.

 그리고, 더 요구하기도 싫어. 내가 뭐라도 할 수만 있었으면, 부담 주지도 않았을 텐데.

 자꾸만 생각이 나, 만약 내가 손가락이 하나 더 달린 장애로 태어났다면? 이걸 제거해도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부모는 제거했을까? 태어난 대로 살라며 놔뒀을까?

 부적절 부정확 부적합 불확실 불합리

 이렇게 살아가고 싶지 않아.

 우울증 약을 받았어.

 겨우 다섯 개야.

 이걸 한꺼번에 먹으면.

 안 되겠지.

 조용히 떠날 수 없겠지.

 조금만 더 살아볼까, 가족들 등골 빼먹으면서, 스트레스 줘가면서 계속 살아볼까.

 가족들 삶에 걸림돌로 남아서, 걱정할 거리까지 줘가면서 계속 살아볼까.

 계속 살아볼까, 염치 없는, 없는, 년, 놈, 좆 같다. 좆 빠지게 좆 같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