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대충 읽어도 되는 스토리 관련 이야기. 


메테오펑크 장르라는 이름은 적당히 내가 지어낸 이름이니까 검색 할 필요는 없다.

대충 별도의 SF장르로 엮을 수 있을 정도로 세계관이 유사한 작품들을 나는 메테오펑크라 부르고 있다. 


메테오펑크가 어떤 장르냐고?

 운석, 혹은 운석과 함께 '무언가'이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SF작품이다. 운석의 정체는 사실 외계인이었다는게 국룰임.




https://youtu.be/GNMA8eoNO1w

사실 20세기에 나온 메카물들은 건담계열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메테오펑크에 속한다.

가오가이거, 에반게리온 등등... 위의 영상은 아이돌 마스터 제노그라시아 오프닝. 저것도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온 존재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는 작품이다. 다만 21세기에 나온 메카물들은 메테오에서 벗어난 경우가 더 많음. 



https://youtu.be/MV7boaUJSR8


오히려 21세기에서는 '운석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메카물 말고 다른데서 적극적으로 써먹기 시작했다. 

운석이 떨어진 세상에 생긴 수많은 문제들. 그 문제를 로봇이 아니라 미소녀들이 해결하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거. 스트라이크 위치스나 블랙락슈터(게임)가 조상뻘일텐데, 개중에서 제일 재밌는 작품은 푸른강철의 아르페지오 아닌가 싶다. 


푸른강철의 아르페지오는, 파이널기어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준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나중에 리뷰로... 


어쨌든 애니메이션에서는 에반게리온 같은 고전 메카물부터 스트라이크 위치스, 강철의 아르페지오, 헌드레드까지 다양한 작품을 거쳐 '운석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계속 재현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세계물이 나오기 전까지 이야기.


 


https://youtu.be/CooqO0qc3Ig


 리제로 등장 이후 일본애니 스토리의 판도가 바뀌어버린다. 리제로 전까지만 해도 '이세계 전생물은 유치하다'는 편견이 사람들에게 있었는게 그 편견을 리제로가 깨버렸지. 암튼 이세계물의 인기로 메테오펑크는 완전히 쇠퇴하고 만다. 메테오펑크는 '운석이 떨어졌는데 어쩌지!'로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이세계물은 '운석이 떨어졌다고? 알빠 아니고 난 이세계로 간다!'로 받아쳐버리니까. 


 이런 상황에서 메테오펑크가 다시 인기를 끄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중국게임 쪽에서 메테오펑크가 나오기 시작했다.


 걸 카페건, 파이널기어 등 중국 게임들 다수가 운석이 떨어지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잡기 시작한거. (심지어 원신도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인 여행자가 그 떨어지는 '운석' 포지션이고). 진짜로 운석떨어졌다하면 지금 다 중국겜임. 한국 SF겜에서는 운석보다는 차원의 틈을 열고오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지.



https://youtu.be/SeLjQ7Pvcv4


 걸 카페 건의 경우에는 운석물에 학원배틀물을 더한 느낌이지. 중국 sf겜 스토리가 운석물로 가게 된건 걸 카페 건 영향이 제일 큰거 아닌가 싶어. 걸 카페 건의 세계관이랑 파이널기어의 세계관이 비슷한 것만 봐도...


 파기의 경우에는 오히려 운석물에서 조금 사도라고 볼 수 있는 스토리다. 

 보통 운석이 떨어지면,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해서 인류를 구하려고 하는데...


 파기는 걍 인류를 멸망시켰다.

 너무나 쏘쿨하게 멸망시켜버렸다.

 멸망시켰는데, 멸망 후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도 아니다.

 무려 900년 뒤에 완전히 재건된 세상 속에서 스토리를 진행한다.


 이건 진짜 신선하더라.

  뭐 어떻게 하면 멸망 후 900년부터 시작하자는 발상이 나오는거냐 대쳌ㅋㅋㅋㅋ 천년 역사를 다루는 대하드라마도 아니고. 


 파기 기획자는 걸 카페건같은 유명 운석물들의 후속작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던 거 아닐까 싶다. (운석 충돌 직후 이야기를 해버리면 걸 카페건과 다르다는게 티나버리니까 일부러 900년 뒤로 길게 잡은거일거고). 살짝 팬픽 감성인거지.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파기는 좋았어.

 그냥 운석물이었으면 다른 운석물과 비교하면서 봤을텐데, 아예 900년 뒤라고 하니까 '아 세계관이 좀 특이하네' 하면서 별로 비교 안하면서 보게 되었거든.



https://youtu.be/va5Ql2tk-Qk


 그리고 900년이나 지나니까 운석물의 제약에서 벗어난 부분도 많았다. 운석물들은 기본적으로 근미래라서 현실 기술로 언젠가는 가능할거같은것들 위주로 내보내야 한다는게 단점이다. 그런데 900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기술이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상상이 안되지. 마녀 나오고 차원 속에 메카닉 숨기고 막 그런거 나와도 '아 900년 뒤니까 되나보다' 하면서 대충 보게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게 무조건 좋은건 아니었지.

 온갖 SF물을 다 집대성해 넣은 바람에 너무 마니아 취향이 되고 말았어.


 그래도 메테오가 떨어지는 이야기로, 가까운 미래가 아닌 먼 미래를 그려보려 했다는 점. 그리고 스토리에 미스테리 요소를 잔뜩 집어넣어서, 유저한테 자꾸 추리 게임을 걸어왔다는 점, 이런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파기 스토리는 결국 SF로써 훌륭했던거같아. 재미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