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양전함이 맞다고 미는 사람들 말이 '그럼 다른 순양함은 전투에 안쓰는거냐'인데, 사실 그 말이 맞음. 전투순양함 등장과 함께 다른 순양함은 모조리 '전투 부적합'판정을 받아버림.


  이게 우리가 아는 Battle(전투)의 의미와 1차 대전 이전의 해군에 통용되는 Battle(해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서 Battle(해전)이라는 개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력함으로 이뤄진 함대가 전열을 갖추고 맞붙은 경우에만 붙여지는 이름임. 주력함 없이 보조함 따리들로 개싸움을 펼친 경우 Action(교전)이라고 불렸고, 심한 경우에는 주력함이 참여한 경우에도 일정 규모가 참여한게 아닌 한두척이 전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충돌했다면 얄짤없이 교전이란 이름을 붙여버림.


1808년 2월 12일 교전을 다룬 삽화. 무려 프랑스 해군의 주력인 74문급 전열함 로물루스를 상대로 영국 지중해 함대의 기함인 칼레도니아와 그 수반함인 보이네가 따라붙어 교전한 사례지만 전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전이란 이름을 받지 못함.


  이러한 '해전'을 할 수 있는 함선의 등급은 범선 시기에는 1~4급 '전열함'들이었으며, 동력선으로 넘어온 뒤에도 한동안 1~2급 전함과 1~2급 순양함에게 제한되어있었다가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는 전함과 장갑순양함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었음. 이 시기 전함들은 대부분 11~12인치 연장 포탑 2기로 주포가 한정되어있고 부포의 구경과 숫자를 늘리는 형태였기에 대부분의 장갑 순양함들도 전함의 부포에 해당되는 구경의 포를 주포로 삼고 그 숫자를 전함보다 많이 탑재하는 수준만으로도 전함과 함께 전열을 구성할 수 있다고 여겨졌음.



그리고 1904년 존 피셔가 영국 해군 제1해군경에 오르면서 모든게 꼬이기 시작하는데, 이상은 너무 길어지니 시리즈로 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