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기사라는 건 말이야


퇴근 시간이란 게 없었다


필름이든 디지탈이든 뭐 새로운 영화 들어오면 그걸 검수하고 시영해서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필름은 다음날 바로 상영할 수 있도록 사전에 분류 편집을 해놔야함


그러다보니 남들 다 퇴근하고 건물에, 영사실에 혼자 남아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음.


거기에 영사실은 기본적으로 어둡고, 공조시설이 항시 가동되어야하다보니

근무환경이 좋질 못했음.


서론은 여기까지고

그렇게 영사실에서 시영 위해서 새벽에 혼자 남아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시영중인 영화 상태가 이상한 거임.

뭔가 가운데가 심하게 음영진 기분.


영화가 원래 이런건가 해서 다른 상영관에서도 시영해봤는데 그건 문제가 없었음.


그래서 영사기 문제인가 해서

화면 확인용 화이트 패턴을 송출하려고 켰음.








이렇게.

나왔어야했음.


그런데




이렇게.

무언가 그림자가 나타난거임.


엄마야 씨발 이런 소리도 안나옴

숨이 턱 막히더니 그대로 다리에 힘 풀려서 엉덩방아 찧고 넘어짐

완전 겁에 질려서 버르적거리면서 램프 껐는데도 그림자가 안 사라짐

ㄹㅇ 미쳐버린 것마냥 비명지르면서 메인 차단기를 그냥 내려버리고 영사실에서 빠져나왔는데

엘리베이터도 안되고 비상계단 문도 잠겨있고

원래 새벽에 퇴근하면 보안때문에 문 잠겨있어서 경비아저씨 통해서 나갈 수 있었는데

그날따라 아저씨가 자리에 없음 ㅅㅂ


완전 디멘시아 환자인것마냥 문 쾅쾅 두드리고 머리 박으면서 씨발 열리라고!!! 열리라고! 열어!! 하고 존나 외쳤는데

그때 쿵쿵 소리 듣고 경비 아저씨가 놀래서 달려옴


겨우 사람 만나니까 그제야 이성이 되찾아짐


경비아저씨가 진정하라고 음료수 사줘서 마시면서 담배태우면서 썰 푸는데

난 경비아저씨가 ㅋㅋㅋ 병신새끼 ㅋㅋㅋ 하고 놀릴 줄 알았더니

존나 심각한 표정으로 와... 댁도 봤어? 그거 본 사람 한 둘이 아니야. 이 건물에서 밤늦게 근무한 사람들은 한 번씩 다 봤어. 여기 예전에 옥외계단에서 발 헛디뎌서 임산부 죽은데라잖아....


이러는데

씨발.... 그날 잠 못잠


다음날 차단기 왜 내렸냐고 영사실장이 지랄하길래 도게자 박고

영감탱이 기분 좀 풀렸을 때 그냥 농담으로 툭 던져봤더니

영감탱이도 O.O한 눈으로 나 보면서

하...씨발... 여긴 씨발 진짜 굿 좀 해야해 니미 이러고

어디서 부적 사와서는 그 상영관 영사기에 부적붙이고 그랬음


지금도 생각하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

죽을 때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