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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을 두드리는 고통에 악셀은 눈을 찌푸렸다.

마치 바이크를 타고 가다가 거대한 트럭에 그대로 충돌한 것처럼 온몸의 근육과 신경과 뼈마디가 비명을 질러냈다.

무겁게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니 모든 것이 흐릿하고 까무잡잡했다.

그와 동시에 그 흐릿한 시야가 홱하고 돌아갔다.

얼굴을 후려맞은 것 같았다.

두개골이 울리고 입속이 찢어지며 피맛도 났다.


"내 아들 새끼를 죽일 때 손속은 안 뒀더군, 고통없이 보내줘서 고맙네."


핑 돌아가는 와중에 들리는, 분노를 억누르는 초로의 목소리를 듣고 악셀은 부바를 죽인 그 양아치를 해치운 직후에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떠올렸다.

막 일을 끝마쳤을 때, 자신을 향한 총구.

그리고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던 수염을 기른 중년의, 양복차림의 남성.


"퉷."


악셀은 고개가 돌아간 그대로 침을 뱉었다.

피가 뒤섞인 거품이 찰팍하고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악셀은 자신의 멱살을 잡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흐릿한 시야임에도 야수의 그것과 같은 험악한 시선을 지었다.


"그 빌어먹을 개새끼 하나 때문에 감히 내 아들을 죽여?!"

"너한텐 그냥 개 한 마리였겠지. 하지만 부바는, 엄마가 동료들이나 날 만나기 전부터 함께 하고 있던 유일한 가족이었다고!"

"네놈 때문에 지금 본 손해가 얼마나 막심한 줄이나 아는 거냐? 그 개 한 마리 때문에! 클럽은 아수라장이 됐고 내 아들도 죽였지! 오, 빌어먹을. 네 어미가 우리하고 손을 끊겠다고 했을 때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계속 잡아뒀어야 했는데!"


퓨틴 블라드미르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악셀의 명치를 후려쳤다.

악셀의 몸이 앞으로 꺾이자 이번엔 그대로 머리를 잡아 무릎으로 이마를 올려쳤다.

아들이 죽어버린 탓에 그는 분노한 상태였고, 결국 악셀은 피떡이 될 정도로 얻어맞았다.


"그래서 비밀결사까지 데려다썼건만, 그 빌어먹을 것들! 돈만 받아챙기고 의뢰를 유기해? 놈을 없애! 홀록스엔 내가 갈테니!"


퓨틴은 그렇게 말하고 악셀을 부하들에게 내던졌다.

흐릿해진 시야 안에서 악셀은 이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이미 얻어맞을대로 맞은 상태라 체력도 거의 한계에 다다라있었다.

이윽고 검은 양복의 덩치 큰 사내들이 악셀에게 비닐을 씌우고 그대로 숨을 압박했다.

보다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목까지 조르면서.

악셀은 켁켁대면서 몸을 격하게 흔들었다.

하지만 묶여있는 상태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악셀의 의식이 정말 끝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그 순간, 악셀의 품에 있던 어떤 물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끄악!"

"꺼억!?"


악셀은 어느덧 자신을 압박하던 우악스러운 살인의 손길이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누군가 또각또각 앞으로 걸어오는 듯하더니 그대로 악셀을 붙잡아 세우고는 얼굴을 덮은 봉지를 벗겨냈다.

악셀이 켈록대면서 정신을 못 차리자 정신을 차리라는 듯 자그마한 손이 꽤 매섭게 따귀를 때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악셀의 앞에는 갈색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양갈래로 묶은, 숙련된 장인이 모든 혼을 담아 만든 듯한 예술적인 문양의 칼집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 같은 드레스 차림의 소녀가 서있었다.

악셀은 그녀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안다.


"멜핏사?"

"맞아."


아냐 멜핏사.

그녀는 크리스라는 종류의 검이다.

그럴싸한 비유를 붙이자면 의인화가 가능한 에고 소드 정도일까?

악셀은 블라드미르 패밀리의 클럽으로 향하기 전에, 잠깐 기다리라며 자신에게 포박용 고무탄을 쏴댄 비밀요원을 떠올렸다.

그 고무탄이 너무 찐득거려서 떼어내는데 애 좀 먹었을 무렵, 절묘하게 돌아와서는 어디서 챙겨왔는지 모를 칼 한 자루를 품에 넣어줬었지.


"그게 설마 너였을 줄이야."

"너, 나중에 제타한테 고맙다고 하는 게 좋을거야. 실제로 걔가 날 챙겨넣어주지 않았으면 너라도 끝이었을 상황이었고."


그렇게 말하는 아냐의 뒤에는 정확히 목이 절단된 채 쓰러진 거한들의 시체가 있었다.

악셀이 거기에 대해서 피식 웃으려던 순간.


"빌어먹을!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와봤더니!"


조금 전 퓨틴이 나간 문을 박차고 몇몇 양복 차림의 킬러들이 들어와 상황을 보고 악셀과 아냐에게 총구를 겨눴다.

악셀은 비틀거리면서도 그대로 팔을 뻗어 아냐를 빠르게 옆구리에 끼고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총성이 연달아 울리며 불꽃을 뿜고 악셀과 아냐가 있던 자리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

그보다 빠르게 악셀이 창을 몸으로 깨고 밖으로 몸을 던진 순간이었다.

바로 아래에 있던 소화전이 갑자기 터지면서 물기둥이 솟아올라 악셀과 아냐를 그대로 공중에 띄우다가 집어삼키더니 깨진 창쪽으로 달려왔던 블라드미르 패밀리의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그대로 익사시켜버렸다.


"헤이, 브라이언!"


악셀이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싶었을 때 위에서 천진난만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악셀이 위를 보니, 마치 물을 형상화한 것 같은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캐주얼한 옷차림을 한 샤먼 소녀가 우산을 펼친 채로 공중에 떠서 베시시 웃고 있었다.

그걸 본 악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순간 바로 위에는 ZETA라는 빨간 글씨가 새겨진 제트기가 떠있었고 열려있는 조종석 해치에서 참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의 비밀요원이 악셀을 내려보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탐정모를 썼다.

그리고 트렌치 코트를 꺼내들었고, 시계와 돋보기, 마지막으로 권총을 챙겼다.

불과 몇분전까지 무기력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엔 그 푸른 눈동자에 독기만이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친구 칼리오페의 집에서 치료를 받고 누워있던 아멜리아가 이렇게 독기를 품게 된 것은, 자신을 위로할 선물을 가지고 돌아온 칼리오페가 전해준 얘기 때문이었다.


"퓨틴이 매그니의 공방을 습격했어. 악셀에게 통할 만한 연금총알을 빼앗아갔대."

"악셀? 악셀이 뭘 어쨌는데?"


아직 정신줄을 다 잡은 것이 아니었기에 아멜리아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윽고 칼리가 대답 대신 활기차게 살아있는 부바를 건네줬을 때에서야 아멜리아의 감각은 현실로 돌아왔다.

처음엔 눈물이 왈칵 났다.

그런 자신을 보면서 웃고 있는 칼리와 그 뒤에 모여있는 상어와 문어, 불사조까지 보고 나니 아멜리아의 머리는 바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설마 악셀이 패밀리를 습격하기라도 한 거야?"

"그래, 킬러를 보냈다가 무산됐어. 홀록스에서도 연락이 따로 왔었다더라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뻔해."

"……안 돼."


아멜리아는 바로 사색이 되어서는 일어섰다.

아직 안정을 취하라며 걱정스럽게 내달려온 작은 상어를 떼어놓고, 이윽고 자신을 붙잡는 촉수를 별도로 챙긴 일회용 시계로 정지시켜 빠져나온 아멜리아는 바로 왓슨가로 돌아왔다.

지하실로 내려오니 템퍼스가 되고, 자신의 아들이 된 날 악셀이 묻어놨던 고유 무기가 있던 곳이 파헤쳐진 것을 본 아멜리아의 눈에 불이 화르륵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