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049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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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24화


2일차(전쟁같은 하루)


고장난 차 뒤에서 나와 김창식은 그렇게 은폐하고 있었다. 피고 있는 담배의 길이는 점점더 짧아져만 갔다. 적막함을 깬 것은 나도, 김창식도 아닌, 전화기였다. 나는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박소한: 여보세요?


윤주현: 여보세요? 윤주현 기잡니다.


박소한: 아, 속은 괜찮아요?


윤주현: 영상 편집이랑 정리하다보니까 내성이 생긴거 같긴 하네요...


박소한: 뭐, 그럼 괜찮은거네. 그럼, 그 영상은 언제 올라가요?


윤주현: 방금 올라갔어요. 인육먹는 장면도 모자이크 처리해서 긴급뉴스로 방송됬어요.


박소한: 그럼...


윤주현: 정부쪽도 그 영상을 접했어요. 그래도, 제압 방법은 아직 상의 중이구요.


박소한: 언제까지 상의만 한답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죽어나가는데?


윤주현: 일단은 조금 있다가 대테러 부대가 그쪽을 통해서 충유시에 진입할 거라고 해요.


박소한: ...예?


윤주현: 거기가 충유시 가장 바깥 부분이라더나 뭐라나? 가장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구요.


박소한: 조금 있다가요? 그래도 오긴 왔네?


윤주현: 예엡. 또 뭐 궁금한거 있어요?


뭐, 대태러 부대가 빨리 오면 올수록 좋긴 한다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법적인 무기들을 어떻게 처리해야될지를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나는 약간 걱정이 됬었다. 쨋든, 윤주현 기자가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라니, 나는 머리를 굴려봤다. 순간, 도시가 이렇게 됬는데도, 강수찬 지방경찰청장은 뭘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박소한: ...강수찬 그새끼는 뭘 하길래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윤주현: 강수찬 대한제국 중부지방경찰청장 말씀하시는 거에요?


박소한: 그럼 그 새끼 말고 누가 있겠어요?


윤주현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뜸을 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윤주현: ...골프... 치러갔어요.


박소한: 뭐라고요? 골프?


윤주현: ...


박소한: 그 내가 아는 그 골프요? 버디랑, 이글 이런거 있는거?


윤주현: ...네...


박소한: 개새끼... 정신줄을 놓았구먼?


윤주현: 방금 충유시 테러사건을 알아채서 헬기타고 서울 중앙 치안관리센터로 이동중이라고는 하네요.


나는 자기가 맡은 도시가 완전히 박살이 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골프나 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더군다나, 우리 아빠를 물고문시킨 사람 아닌가? 언젠가는 꼭 그새끼를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는 다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박소한: 하아... 씨이발 세상 참 잘 돌아가네...


윤주현: 지금 화낸다고 뭐가 바뀌진 않아요. 강수찬 그사람 뭔가가 있을거 같은데...


박소한: ...일단 알겠어요.


윤주현: ...아 맞다! 원래 어제부터가 장마 기간이였죠?


갑작스레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윤주현은 말길을 돌렸다. 원래 며칠 전부터 장마기간이였기에, 비가 오는 것이 정상이였겠지만, 충유시에는 붉은 연기만이 도시를 나돌아 다녔다.


박소한: 그건 그렇죠? 근데 왜요?


윤주현: 기상청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충유시에는 비가 아예 안올거 같다네요.


박소한: 에? 비라도 와야지 불이 잠잠해 질텐데...


윤주현: 충유시에서 계속된 화재와 폭발로 온도가 너무 높아 비구름이 아예 접근 할 수가 없데요. 비가 올려면 온도가 낮아져야지 된는데... 불을 끌 수도 없고... 그렇다네요.


박소한: ...일단 고마워요. 나중에 다시 전화하죠.


'뚝'


김창식: 그 기자에요?


박소한: 응...


김창식: ...영상은요?


박소한: 올렸데. 긴급으로. 정부는 아직도 상의 중이란다.


김창식: ...빨리 끝났으면 좋겠슴다.


박소한: 나도 마찬가지야.


그때 갑자기 이어폰이 기분나쁘게 치직거리며, 안수민과 정수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지직...'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아... 소한씨?


박소한: 으윽... 이게 뭔 소리야?


블랙 리리스: ...여기 통신채널에는 어떻게 들어온거죠?


정수하: 수민씨가 전파를 역추적해서 채널을 찾았어요. 같이 공유좀 할까요?


블랙 리리스: ...이번 만입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리 소한씨 잘좀 지켜- ....소한씨! 저기! 사람들이 몰려와요!


순간, 나는 정신이 팍 들었다. 우선, 김창식에게 주기로 했던 권총을 건네줬다.


박소한: 받아.


김창식: ...예?


박소한: 쏠 줄 알지? 군대는 갔다왔을거 아냐?


김창식: 권총은 어떻게 쏘는지 모르는데...


박소한: 그냥 쏴. 그럼 되니까. 알겠지?


남은 50발의 탄창도 죄다 넘겨줬다. 김창식은 내가 건내준 권총을 꽉 잡았다. 나는 남아있는 총알수를 세어봤다.


토미건 45 ACP 7탄창 (700발)


샷건 12게이지 50발


한창 모자란 탄창은 나를 더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박소한: 씨발... 이럴거면 테리한테 조금더 받아올걸... 다들 준비해. 신호주면 바로 쏴버리는 거야 알겠지?


블랙 리리스: 알겠습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 어어?


박소한 : 왜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어... 저 사람들... 트럭에 뭔가를 들고 오는데요?


안수민이 말을 더듬을 정도면, 뭔가 심상치 않은걸 봤다는 것인데... 나는 다시 되물어봤다.


박소한: 뭘 싣고 오는 거에요? 말을 끝까지 해야될거 아니야?


안수민 <하르페이아>: 저, 저건... 폴른...


폴른이라면, 수직화된 도시를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는 보행 병기,  21세기에 가장 많이 생산된 군사용 로봇, 강력한 머신건 사격으로 군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기종이다. 군에서는 박격포나, RPG를 이용해 쉽게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만약 이런 상황에서 폴른의 머신건 공격을 받게 된다면, 쉽게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박소한: ...진짜 폴른 맞아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맞는거 같아요...


박소한: 씨발... 씨발! ...후우... 수민씨, 미사일 남았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직 10발 정도는 쏠수 있어요.


박소한: 저기 입구 반경 10m를 사격범위로 지정하고, 내가 신호주면 바로 발사해요. 알겠죠?


안수민 <하르페이아>: ...자동 조준 완료! 바로 신호주면 발사할게요!


우리는 쥐 죽은듯 조용해졌다. 조금 있다가 입구가 웅성웅성 거리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집 입구에 모여들었다. 역시나 트럭에는 고장난 폴른을 싣고 있었다. 그들이 아파트 입구에 걸어놓은 잘려진 두목의 얼굴을 보고 패닉에 빠질걸 예상한 나는, 그들이 충격에 빠져 소리를 지를때 모두에게 신호를 줘서 공격시켜야되겠다고 생각했다.


노조원 A: 이새끼들 어딨는거야... 야! 빨리들 찾아봐! 대장! 어딨-


역시나. 가장 앞서있던 노조원 새끼 한명이 두목의 머리를 보고 충격에 빠진듯 손에 들고있던 소방용 도끼를 떨어뜨렸다.


박소한: ...아직이야. 기다려. 안수민은 내가 신호 줘도 계속 대기하고.


노조원 A: ...으아악! 대장! 대장! 이게 씨발 뭐야! 끄아악!


박소한: ...지금이다!


'탕! 타탕!'


'트르륵!'


모두의 총구에서 화염이 솟구쳐나왔다. 두목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노동조합원들은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몇분 정도 흐르자, 입구에는 거대한 시체더미가 가득 쌓였다.


'타타타타탕!'


???: 빨리 입구 뒤로 숨어 씨발! 총 어디갔어?! 그리고 저 로봇 작동시키라고 빨리!


곧다음 차엔진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고, 픽업트럭 몇대가 후진으로 입구를 향해 들어왔다. 폴른의 머신건이 트럭 뒷편에 실려 있었다.


박소한: ...폴른이다! 안수민! 미사일 발사할 준비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항상 준비하고 있으니까 신호만 줘요!


곧 이어 보인것은 작업복을 입고 폴른의 뒷편에서 벌벌떨며 엎드려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수리기사같아보이는 사람들이 협박을 받아 끌려온 것마냥 보였다.


???: 당장 쏴! 발사하라고!


CT2199W폴른: [민간...인... 포차...ㄱ 사겨...ㄱ...불...가...]


수리기사: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 빨리 안쏴?! 쏘라고! 당장! 칼로 찔러버린다?!


수리기사: 아, 알겠어요! 잠...잠깐!


CT2199W폴른: [수동발사... 관리자... 허가와...ㄴ료... 발...사...합니...다]


김창식: ...엄마야 씨발...


'트르르르르륵!'


???: 뒤져버려 이 새끼들아!!


총알은 바닥을 긁으며 우리가 은폐하고 있던 자동차로 점점더 다가오다가, 결국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재빠르게 김창식의 목덜미를 잡고 아파트 안쪽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다른 노조원들 또한시티가드 장비보관소에서 가져온 듯한 총기들을 들고와 우리한테 쏴갈겼다.


블랙 리리스: ...폴른 뒷쪽에 앉아있는 인간이 머신건을 조종하는듯 합니다. 우선적으로 처치하겠습니다.


박소한: 안돼! 저사람은 수리기사야! 협박받은 거라고! 우선 붉은 머리띠를 맨 사람들만 죽여!


김창식: 씨발... 저건 또 뭐야!


박소한: 머리 숙여! 뒤지기 싫으면 머리 숙이라고! ...안수민!


안수민 <하르페이아>: 항상 준비만전이에요!


박소한: 트럭에는 협박받은 수리기사가 있으니까, 그쪽 말고 우선 양쪽에 총 쏘고 있는 새끼들부터 싹다 갈겨요! 수리기사들은 우리가 맡을테니까!


옥상에서 계속 숨어있던 안수민은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대로 솟구쳐 날아올랐다. 그녀의 뒷쪽 날개부분이 약간 변형되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미사일 준비 완료! 모두들 귀 막아요! 3, 2, 1!


안수민의 고함과 함께 변형된 날개부분에서 미사일 2개가 튀어나왔다.


'푸슝~'


푸, 푸슝?


박소한: ...뭐야 저소리?


미사일은 입구쪽으로 꽂히지 않고, 오히려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또한, 푸른 연기가 미사일 뒷쪽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허공으로 끝없이 올라가던 미사일은 그렇게, 하늘에서 터졌다.


'팡! 파팡!'


모두가 그 미사일만을 바라봤다. 미사일에서 터진 화염은 'SKY IDOLS'라고 붉은 빛으로 그려졌다. 그것은... 정말로 미사일이라기보다 폭죽이였다.


박소한: 저, 저게 뭐야...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아와와...


박소한: 저거 뭐냐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나, 나도 모르겠어요!


박소한: 모르면 빨리 조회해봐!


모두가 미사일에 집중하던 사이를 틈타, 나는 다시 총을 쏴갈겼다. 모두가 정신을 차렸고, 전투에 돌입했다. 폴른의 총알세례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 어... 미사일 정보조회! ...무대용... 폭죽?


박소한: ...뭐라고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폭...죽...이요...


박소한: ...야!


안수민 <하르페이아>: 자, 잠깐! 화내지 말아줘요! ...분명 NARAAK 미사일이였는데... 어? '미사일은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된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폭죽으로 채웠어. 미안해. 그래도 이런거 쓸일 없겠지? 쨋든, 인간이랑 행복하게 지내... 그리폰이'...?


박소한: 진짜 잘한다 씨발! 빔 머신건인가 하는건 효과가 있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자, 잠깐만요! ...네! 이건 빔 머신건 맞아요!


박소한: 그럼 뭐해! 당장 갈겨!


안수민의 날개에서 푸른 빛이 계속해서 발사되었고, 사람들은 또다시 쓰러졌다. 나 또한 토미건을 갈기며 며칠전 안수민의 하르페이아용 장비를 챙겨온 스카이 아이돌즈가 생겨났다. 잠깐동안 잘못된 장비를 가져다준 스카이 아이돌즈가 원망스러웠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때, 아무리 폭죽이여도 폭발하기에 폭죽이란 이름을 붙였으니, 수동조준을 통해 직접적으로 노조원들을 향해 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블랙 리리스: 만약 수동조준이 가능하다면, 폭죽도 미사일처럼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주인님.


박소한: 내 생각도 똑같아! 일단 자동조준 해제하고 수동조준으로 맞춰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ㄴ,네! 발사할게요!


이번에는 폭죽이 정확한 방향으로 내려꽂혔다. 


'팡!'


???: 끄아앍!


이번에는 폭죽에 맞은 노조원들이 고함을 질러댔다. 효과는 훨씬 별로였지만, 불타는 폭죽 또한 위협적이기는 했다. 입구는 화염에 휩싸였고, 폭죽은 바닥에서도 계속 활활 타올랐다. 폴른의 머신건 소리를 제외하고, 다른 총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김창식: 으으... 언제까지 버텨야되요?


박소한: 조금만 기다리면, 총알이 다 떨어질거야. 그때 뛰쳐나가면 된다. 알겠지? 리리스, 그쪽도 준비해요. 밖으로 이제 뛰쳐나가야되니까.


블랙 리리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몇분이 흘렀다. 계속되는 총소리는 멈췄고,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CT2199W폴른: [탄창...부...조...ㄱ...... 신속한 교체...부탁...드립니...ㄷ...ㅏ]


???: 뭐야! 빨리 안쏴? 쏘라고!


수리기사: 어떻게 쏴요! 총알이 부족하다는데!


???: 쏘라고 쏴! 당장쏴!


박소한: ...지금이다. 다 나와!


우리 셋은 모두 그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왔다. 총알을 다 쓴 토미건을 집어던지고, 총검을 장착한 샷건을 하나 든 뒤 우리는 전속력으로 트럭을 향해 달려갔다.


???: 으아! 오지마! 오면 이새끼 죽여버릴 거니까!


노조원은 트럭에 앉아있는 남자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댈려고 했지만, 이미 나의 총검은 그의 목에 찔려져 있었다.


'푹'


???: 끄읅!


'탕!'


목에박힌 검을 빼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의 머리는 그렇게 산산조각났다. 옆에 있는 수리기사는 그 광경을 눈앞에 보고서는 벌벌 떨면서 손을 들고 있었다.


수리기사1: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박소한: 일어나요! 당장! 빨리! 저기 사람들 다시 오니까 입구에 들어가서 숨어있어!


옆을 보니, 리리스와 김창식도 다른 수리기사 한명을 구했다.


수리기사2: 살려줘요! 씨발! 우린 아무것도 안했어요!


김창식: 빨리 입구로 들어가! 빨리 들어가라고! 안수민씨! 수하 형님! 다크엘븐! 기사들을 맡아줘요!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김창식이 소리를 지르자 그 둘은 아파트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둔기를 들고 서 있었다.


박소한: ...뿌리를 뽑아야지.


블랙 리리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박소한: ...가자.


김창식: 옙!


우리는 다시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수많은 노조원들도 달려들긴 했지만, 점점더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나는 칼을 휘둘러 찌르고 벴으며, 샷건을 이용해 마구쏴대기 시작했다. 블랙리리스는 우아하게 건카타를 이용해 수많은 인파를 쓰러뜨렸고, 김창식은 쿠크리를 들고, 말그대로 사람들을 썰고 다녔다. 몇분이 흘렀을까,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도, 계속해서 다른 노조원들이 뒤에서 흘러나왔다.


박소한: 허억... 허억... 씨발 뭐이리 많아?


온몸이 피로 뒤덮여졌다. 시체는 점점더 쌓여져 갔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계속 학살을 하던 도중, 사람들이 점점더 주춤거리더니, 다시 시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 당장 도망쳐! 후퇴하라고!


그렇게 사람들은 다시 도심속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우리를 향해있지 않았고, 우리의 뒷쪽과 허공을 향했다. 쨋든, 사람들이 다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우리 뒷쪽에서 밝은 빛 하나가 비춰졌다.


???: 손들고 투항해! 당장!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둔탁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후두려팼다.


'퍽!'


박소한: 으윽!


블랙리리스: 주인님!

김창식: 형님!


???: 무기를 내려놔라!


뒷쪽을 보니, 완전무장한 군인 한명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대태러부대가 출동한 것이였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적군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했다.


박소한: 큭... 미안하지만 나는 인간승리 노동조합원이 아닙니다...


???: 조용히해! ...여기는 찰리, 총기를 보유한 신원 미확인자 3명을 발견했-


블랙 리리스: 당장 머리에 구멍을 내버리기전에... 당장 우리 주인님을 풀어줘.


찰리라고 불리는 군인이 나를 눕히고 손을 묶고 있는데, 블랙 리리스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찰리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찰리: ...목소리를 들어보니, 블랙 리리스?


블랙 리리스: 잘 알고 있네. 만약 그 이상으로 주인님을 다치게 한다면, 당신 뿐만 아니라 당신 팀원들 전부 박살내주겠어.


찰리: 알겠으니까 총부터 내려놔라. 당신도 저런 고급 모델을 다루고 있으니 폭동을 일으킨 테러리스트새끼들은 아니겠지...


찰리는 천천히 내 손을 묶은 테이프를 칼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찰리는 나의 구속을 풀어주고나서 내 샷건을 가져갈려고 했다.


찰리: 총기는 어디서 구한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져가겠다.


블랙 리리스: 미안하지만 그 총도 내거야. 주인님을 위해 잠시 빌려드린거지.


사실 대한제국은 바이오로이드 제작회사가 거의 정부를 먹은 상태였기에,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경호와 치안의 목적으로 총기를 들고 다닐 수 있었고, 사람들 또한 이를 알고 총기를 들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를 봐도 별로 당황해 하지 않았다. 따라서, 만약 내 총들이 모두 블랙 리리스의 것이라면, 총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총을 돌려주게 된다면, 더이상 우리만으로는 아파트를 지킬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군의 명령에 따라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보호를 받아야 되겠지... 블랙 리리스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날렸다. 나 또한 군의 뒷바라지를 들어주기 싫었기에, 곧바로 반응했다.


박소한: 내가 클래식한걸 좋아해서 선물해 준겁니다. 다시 돌려주시죠?


찰리: ...어련하시겠어.


찰리는 손에 듣 샷건과 권총을 다시 나에게 돌려줬다.


찰리: 대한제국 대태러 7팀에 찰리라고 한다. 혹시라도 몰라 신원조회를 해야되니 신분증좀 주겠나?


나는 지갑을 꺼네 신분증을 보여줄려 했지만, 찰리는 내 지갑을 보자마자 그걸 가로채갔다. 신분증에서 바코드를 찍은 뒤, 내 신원을 조회했다. 조회되는 중에, 지갑속에 있는 군인 인식표를 바라보더니 헛웃음을 쳤다.


찰리: ...쳇. 군대도 안갔다온 사람이 인식표를 가지고 있어? ...파벨 카스피? 군대를 외국에서 갔다왔나?


박소한: 스페츠나츠에서 활동을 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


찰리: ...여기는 찰리, 시민 2인, 바이오로이드 1기를 구출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집합장소로 다시 복귀하겠습니다.


찰리는 내 말을 믿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무전을 치고, 다시 아파트쪽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찰리: 혹시 저쪽 아파트가 당신 거주진가?


박소한: ...맞는데요.


찰리: ...미안하지만 우리 7팀이 당신 아파트 입구쪽에 캠프를 설치했어. 이미 그쪽 사람들한테도 양해를 구했고, 당신이 안된다고 해도, 국가의 명령이니 우리를 쫓아낸다면 바로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체포당하거나, 명령 불복종죄로 처벌받을수 있다. 알겠지? 며칠동안 테러리스트 새끼들 싹다 죽여버리고 사라져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빌리도록 하지.


박소한: 아파트 안으로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찰리: 걱정마. 사유지는 절대 침범안한다고 약속한다. 주차장이랑 아파트 앞쪽에서만 활용할거야.


박소한: ...그럼 우리랑은 관계 없는 겁니다?


찰리는 걸으면서 우리가 보이도록 엄지를 들어올렸다. 우리는 다시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동안 블랙 리리스와 김창식의 옷이 붉게 물들고 찢겨진 것이 눈에 걸렸다.


박소한: ...싹다 젖어버렸네...


김창식: 으으... 냄새가 좀 심함다. 당장 씻고 싶슴다.


박소한: 집가서 그 옷 버리고 먼저 씻어. 아파트에 입을만한 옷이 넘쳐나니까... 리리스?


블랙 리리스: 네, 주인님?


박소한: 2층 침실 옆에도 샤워실 있으니까, 나 씻은 뒤에 거기서 몸 정리하고, 옷 적당한걸로 갈아입어요.


블랙 리리스: ...알겠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한 우리의 눈에는 그 많던 시체는 어디가고, 텐트 몇개만이 설치가 되어있었다. 또한, 군에서 봤던 브라우니 개체 1기가 입구를 지키고 서있었다.


브라우니 모델: 정지! 장마?


찰리: 사마귀, 나 찰리다. 순찰을 한번 돌다 오기로 했었지?


브라우니 모델: 충성! 뒷사람들은 누구심까?


찰리: 여기 입주민분들이다. 우리가 여길 빌리는 입장이니 간섭하지 말도록.


브라우니 모델: 알겠슴다. 어휴... 많이 힘들어 보임다. 얼른 들어가시지 말임다.


브라우니는 망신창이가 된 우리를 보더니 인상을 찌그리면서 우리를 들여보냈다. 나는 혹시라도 몰라 들어가는 동안에 군병력을 체크해봤다. 리리스 또한 나를 따라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면서 확인, 또 확인을 했다. 잠깐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블랙 리리스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블랙 리리스: 주인님?


박소한: 음?


블랙 리리스: 브라우니 모델 5기, 레프리콘과 노움, 이브리트 모델 각 1기에-


박소한: 그 인원들이 전부 완전군장 하고 있다고?


블랙 리리스: ...맞습니다. 그런데, 텐트의 수용량에 비해 훨신 적은 인원이 약간 눈에 거슬립니다. 


박소한: ...아직 다 모든 인원이 집합한게 아닌거 같은데... 그래도 아파트 안쪽으로는 안들어온다는데, 걱정말고 그냥 들어가죠?


블랙 리리스: ...알겠습니다.


김창식: 우와... 순식간에 파악하신 거에요?


박소한: ...중요한 포인트들만 확인한거야.


블랙 리리스: 삼안 기업의 최고급 경호용 바이오로이드에게 이정도는 기본입니다.


김창식: ...형님 되게 무서운데요.


박소한: 뭐가 무서워... 빨리 올라가자. 비린내 나니까.


간단하게 1층에서 물로 피를 씻은뒤, 잠가놨던 아파트 수도관을 개봉하고 우리는 13층 우리집으로 올라갔다. 집앞에서 타카총을 들고 서있던 한상주는 우리를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줬다. 우리의 상황을 알고 있던 엘븐 포레스트메이커는 유미를 데리고 미리 옥상에 올라가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씻을 수 있었다. 서로서로 샤워를 마친 뒤,  집에 있는 편안한 옷들로 전부 갈아입었다. 리리스만 빼고. 리리스는 샤워를 한 뒤, 자신이 입고왔던 그 옷을 다시 입고 있었다.


박소한: 그옷 입지 말라니깐...


블랙 리리스: 제가 그렇다고 주인님의 옷들을 입을수는...


박소한: 어디보자... 음, 이거 괜찮네.


나는 옷장을 뒤져 와이셔츠와 자켓, 바지,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꺼내 리리스에게 건내줬다.


박소한: 경호원이면, 자고로 이정도는 입어야지. 이걸로 다시 갈아입고 나와요.


블랙 리리스: ...감사합니다.


.

.

.


몇분뒤, 블랙 리리스는 옷을 입고 다시 화장실에서 나왔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리리스는 전에 입던 반쪽으로 대비된 이상한 옷보다 훨씬 더 듬직한 경호원이 되어있었다.


블랙 리리스: 어떠신지요... 주인님?


박소한: ...경호원이면 그정도는 되야지. 다 입은거 맞아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리리스, 나는 그런 리리스를 데리고 먼저 옥상에 올라가 있는 김창식을 따라 옥상에 올라왔다. 옥상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건 유미와 안수민이였다. 유미는 나를 보면서 달려들었지만, 안수민은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손을 들고 스스로 벌을 내리고 있었다.


안유미: 아찌!


박소한: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안유미: 조금 아야하긴 했어... 엘프 언니랑 놀다가 넘어졌거든...


박소한: 조심좀 하지... 그나저나, 엄마는 또 왜저러냐?


안유미: 엄마? 몰라! 아찌 올라올 때부터 저래! 엄마도 아찌 간식을 훔쳐먹었나?


나는 한걸음 한걸음 안수민에게 걸어갔다. 안수민은 나를 올려다 보면서 한층 더 쭈그려들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미, 미안합니다...


박소한: 하아... 폭죽?


안수민 <하르페이아>: 나, 나도... 몰랐어요...


'딱콩!'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얏!


박소한: 그 폭죽인지 뭔지, 당장 버려요. 잘못 쏘면 우리도 피해가 크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ㄴ,네...


그때, 뒤에서 수하와 영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수하: 형!

박영지: 오빠!


정수하: 다친곳은 없어? 내가 위에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박소한: 별로? 가진건 둔기밖에 없는 것들이 뭐 싸움이라도 제대로 하겠어?


박영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티가드쪽에서 훔친 총들도 보였는데?


박소한: 어짜피 몇분 있었으면 총알 없어서 쏘지도 못했어. 폴른도 총 없으니까 병신이던데? 그나저나 수리기사는?


박영지: 수리기사 2분은 2층에서 숨어있다가, 군부대 보자마자 살려달라면서 뛰쳐나갔어. 추가로 801호 대학생도 그 수리기사 따라서 구출용 트럭 타고 충유시에서 빠져나갔어. 나중에 괜찮아지면 연락 준다는데?


박소한: 다행이네...


생명의 세레스티아: 많이 힘드셨죠?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박소한: 허접한 것들한테 당할게 있을리가.


생명의 세레스티아: 후훗... 세분, 잠시만 가만히 계셔주세요~


세레스티아의 뒷편에서 황금빛 나노봇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예전에 그런 일을 겪어봤기에 아무렇지 않았지만, 김창식과 블랙 리리스는 기겁을 하며 도망칠려고 했다.


김창식: 히이익 이게뭐야! 이게뭐에요!


블랙 리리스: 주인님! 위험합니다! 어서-


박소한: 뭐가 위험해요! 도와주는건데 한번 가만히 있어봐요!


내 말 한마디에 그 둘은 경직되어 서있었고, 황금빛은 우리 셋의 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잠시후, 상쾌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면서 내 컨디션은 다시 말끔하게 최고상태로 돌아왔다. 블랙 리리스와 김창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창식: 우와... 이거 되게 신기하다...


박소한: 뭐가 무섭다고...


???: 아! 아야! 이거 독수리는 뭐야아아!


다크 엘븐: 이, 이글! 거기서 뭐해! 당장 올라와!


순간, 1층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우리는 아래를 내려다 봤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찰리가 아닌 군인 1명이 독수리에게 공격당하고 있었다.


???: 아야! 아파 임마!


다크 엘븐: 이글 빨리 올라와! 명령이야!


다크엘븐이 12번이나 독수리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이글은 엘븐의 어깨로 돌아왔다.


???: 우으... 따가워라... 어? 다들 거기에 계셨나요?


박소한: 그쪽은 누굽니까?


???: 내려와서 이야기 합시다. 할 말이 너무 많아요!


나와 블랙 리리스, 안수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1층으로 내려가 그 군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 반갑습니다. 대한제국 대태러 7팀의 모든 활동과 작전을 책임지는 알파라고 합니다. 제 옆에 있는 분은 브라보라고 하구요.


박소한: 뭐... 일단은 반갑습니다. 실명은 못 밝히시는 건가요?


브라보: 혹시라도 정보가 유출되면 위험해 질수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여기 아파트 입구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기가 이쪽부근에서는 유일하게 충유시를 빠져나갈 수 있는 도로가 설치된 곳이라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거든요.


블랙 리리스: 국가의 명령으로 반강제에 가깝게 허락을 구해놓고서는, 입이 꽤 기네?


박소한: 리리스! 조용.


블랙 리리스: ...죄송합니다.


박소한: ...박소한이라고 합니다. 아파트 주차장을 사용하는건 좋지만,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다면 우리도 가만 있지는 않을겁니다?


알파: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절대 입구 안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하며 눈빛 교환을 했다. 아직 서로를 믿지 못하는 느낌이 양쪽으로 오갔다.


박소한: 그래서 하실 말씀이 뭐죠?


보라보: ...일단 저쪽 캠프 안쪽에서 말씀 나누시죠.


========24화 끝========


오타, 문장 지적은 대환영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