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19320052 레오나 애호문학 1화

2화를 위한 빌드업인 1.5화 입니다. 조금 짧습니다. 이야기는 레오나의 회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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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 각하의 상태는 어떠신가?”

 

 전투가 있고 다음 날, 간부 식당에서 아침을 먹던 레오나에게 마리가 식당에 없는 사령관의 상태를 물었다. 식사를 하고 있던 다른 지휘관들도 마리의 질문에 레오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휘관들은 하나 같이 긴장한 상태였다. 어제 있었던 일이 사령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한가득했다. 혹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입에 씹고 있던 빵을 깔끔하게 삼킨 후 레오나는 마리의 질문에 답했다.

 

 “어제 밤 동안 어르고 달래서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지금도 방에서 자고 있어.”

 

 레오나의 대답에 지휘관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항상 레오나와 함께 식사를 하는 사령관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별일 아니었다. 지휘관들은 다시 식사를 시작했고 레오나도 접시에 남은 빵에 버터를 발라 한 입 크게 물었다. 찻잔을 들어 홍차를 한 모금 마시던 레오나는 어젯밤 자신의 품에 안겨 잠에 들은 사령관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령관은 잠들 때까지 자신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었다. 발할라 대원들이 이번 일로 자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지, 죽은 샌드걸의 영혼이 발할라로 편안하게 도착했을지, 혹시 나에게 실망했는지 등 사령관은 자매의 죽음에 슬퍼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대원들을 걱정했다. 레오나는 사령관이 그런 질문들을 할 때마다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아, 샌드걸은 꼭 발할라로 편안히 갔을 거야. 당신이 이 오르카호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어. 그때마다 답해주자 사령관은 편안하게 천천히 감기듯 잠에 들었다. 어젯밤은 레오나와 사령관이 서약을 한 후 처음으로 밤 일을 하지 않은 밤이었다. 

 

 “여전히 착해 빠진 사람이야...”

 

 레오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처음 사령관을 오르카호에서 만났을 때부터 서약을 한 지금까지 그의 많은 부분이 변했지만 그의 여리고 선한 심성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심성이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레오나 본인도 사령관의 그런 점에 반한 것이었지만 그런 사령관의 심성이 마냥 좋게만 작용하지는 않았다. 이번 작전도 완벽한 승리를 위해 지휘관들과 몇 번의 토의와 수정을 통해 세운 작전이었다. 완벽한 승리를 얻었음에도 승리의 달콤함보다는 죽은 자에 대한 슬픔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령관이 가끔은 안쓰러웠다. 차라리 그가 조금이라도 냉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레오나는 가끔씩 하곤 했다.

 

 “그러고 보니 레오나 소장은 주군과 가장 먼저 만난 지휘관이라던데 그것이 사실이요?”

 

 식사를 하던 중 용의 질문에 레오나는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맞아...콘스탄챠와 그리폰이 그를 발견해서 오르카호로 데려왔을 때 처음 만났어. 그게 벌써 1년 6개월 전 일이라는 게 신기해.”

 

 레오나의 대답에 지휘관들은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초창기 때부터 함께 해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령관이 오르카호에 승선한 후부터 계속 함께 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었다. 지휘관들은 어째서 사령관이 바이오로이드들 중 레오나와 제일 먼저 서약했는지 짐작이 갔다. 레오나는 사령관과 처음 만난 그날을 상기했다. 인간을 찾기 위해 탐색을 나간 콘스탄챠와 그리폰이 마침내 인간을 찾았다며 웃으면서 오르카호로 돌아온 그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레오나는 지금도 그날 나눈 대화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을 떠올리자 레오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각하는 어떠셨나?”

 

 마리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계속 물었다. 

 

 “내가 오르카호에 합류했을 때 각하께서는 이미 뛰어난 분이셨지. 인품은 물론이고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도 상당하셨어. 자네와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떠셨나? 그때도 지금처럼 훌륭하신 분이셨나?”

 

 마리는 오르카호에 합류한 두 번째 지휘관이었다. 마리가 본 사령관은 사령관으로서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전략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했으며 선한 인품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과연 사령관이 처음부터 그렇게 유능하였는가? 그것이 마리는 궁금했다. 마리의 질문에 흥미를 느낀 지휘관들은 레오나만이 알고 있을 사령관과의 과거에 대해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딱히 못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레오나는 흔쾌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긴 이야기가 될 거라고 직감한 레오나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지휘관들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일들을 말할 준비를 했다. 

 

 “꽤 긴 이야기가 될 거야. 그래도 안심해 지루한 이야기는 아닐 태니까.”

 

 레오나의 말에 지휘관들은 다 같이 웃으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