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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신호를 향해 가면서 제대로 겪은 최초의 전투는 생각보다도 싱거웠음.

물론 게임처럼 정직하게 쪼레벨로 나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 철충 중에서도 주요한 세력이 아니라는 점은 마찬가지였고

요안나-콘스탄챠-그리폰-좌우좌에 근딜러인 리제가 더해진 것만 해도 꽤나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졌거든.

하지만 그게 리제한테 좋다는 것만은 아닌 것이, 그렇게 무난하게만 처리되면 자기가 눈에 띄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포상 야스를 요구하기도 어려워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임.

다행히도 리제한테는 라붕이로서의 지식이 있었고, 리제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기 위한 방법도 알고 있었음.

그러니까 다음에 감염중인 AGS들을 상대할 때는 꼭 대활약을 하기로 결심함.

모든 것은 원작피셜로 개쩔 것이 틀림없는 야스를 위해서였음.


결과적으로 말해서 리제의 계획은 반만 성공함.

성공한 반은 실제로 리제가 대활약을 했다는 거고,

실패한 반은 그렇긴 한데 주변에서의 인식이 공훈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졌단 것.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본 리제의 싸우는 방식은 뭘 어떻게 봐도 몸을 사리지 않다 못해 죽으려고 하는 걸로 보였기 때문임.

정작 리제 본인은 리제 = 중파운용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저질렀을 뿐, 죽을 생각은 1g도 없었음.

실제로 스트레스 작용에 대한 반응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대미지를 어느 정도 입은 다음부터 감각이나 신체능력이 훅 뛰어오르는 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친 김에 전투가 끝나고 수복실로 가자고 기겁해서 말하는 콘스탄챠한테 아직 막 가동해서 오르카 호의 운용에 필요한 자원도 모자랄 텐테 어찌 그러겠느냐는 이유로 거절함.

매번 싸울 때마다 중파하는 것도 귀찮고 + 가뜩이나 쪼들릴 때 아끼는 걸 어필하면 좀 더 사령관에게 점수도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계산에 더해서 중파 상태에서의 통증이 뭔가 야스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데 도움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고 있었기 때문임.

실제로는 엔도르핀 과다분비로 오히려 더 맛이 가고 있었지만 그런 걸 생각할 능지는 이미 없었음.


그리고 이걸 주변에서 보면 당연히 당황하고도 남지.

주인을 잃고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던 애가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서 삶에 의욕을 되찾은건가 싶더니 갑자기 전투에서 죽으려고 든다? 그렇게 싸운 다음에도 자신이 제대로 싸우려면 이게 낫다고 처연하게 (※ 실제로는 반쯤 맛이 가서) 웃으면서 수복을 거부한다?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거임.

당연히 보통 일이 아니겠거니 싶어서 컨셉질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좌우좌를 필두로 서로 머리를 마주대고 논의한 끝에 어떻게든 납득 가능한 답을 찾아냄.

바로 "이전 주인님을 잊지 못했는데도 새로 찾은 인간님에게 반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거지.


좌우좌는 그럼 이대로 두면 리제 죽는 거냐고 통곡을 하고 요안나는 진지하게 고민에 잠기고 그리폰도 표정이 굳은 와중에 그렇다 한들 지금 시국이 시국이고, 리제도 아무리 그래도 인간님의 무사가 확보될 때까지는(= 스토커 토벌 전까지는) 그렇게 곧바로 죽으려 들지는 않을 테니 일단 신경을 써주자 정도로 보류를 함.


그렇게 자신은 주인님을 잃어본 적이 없으니 완전히 공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의 리제 상태를 그대로 두기도 힘들고 하는 진퇴양난에 한숨을 내쉬던 콘스탄챠에게 인간님이 독대를 요청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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