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06-2


'내분이 일어나겠군요. 부하들은 지휘관을 원망할 것이고, 지휘관은 그 이후로 잘못된 판단을 해, 부대원을 지옥에 몰아넣은 한심한 바이오로이드로 기억되며 서로 싸우겠군요. 이게.. 그러니까 소름돋는단 표현이 걸맞는 상황입니다.'


로크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말한 몸에 소름이 돋는단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 아무튼,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그 때를 노릴 생각이야.'


'대체 무엇을 노린단 말씀이십니까? 우매한 자들을 심판할 때를 노리시는 겁니까.'


'결자해지. 라는 단어를 아니?'


'자신이 스스로 벌인 일을 스스로 매듭짓는 말이지요.'


전 사령관은, 다시금 웃고있었다.


11


"아까도 말했듯이, 둠브링어는 최근 들어서 타겟이 된 부대다. 허나, 당한 짓 하나만큼은.. 정말 끔찍하기로 치자면 스틸라인과 발할라는 따위라 불러야 할 정도다.."


칸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 사실을 알렸다. 철남은 칸의 목소리만 들어도, 찡그린 얼굴을 하고있는 칸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더이상은 칸에게 미안한 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야한다.


"최대한 간추려서, 핵심 내용만 몇개 전달해줘. 그리고 대충 피해를 본 부대는 몇이야?"



AGS들과 어린 바이오로이드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손도 안 댄 부대는 호드와 호라이즌, 080기관 정도가 다였다. 둠브링어의 다이카와 메이는, 사령관에 의해 성대가 뜯겨버렸다. 다이카는 느리게 말하는 게 듣기싫다는 이유로, 메이는 바락바락 대드는 듯이 말하는 그 모습이 꼴보기 싫다는 이유로. 그저, 그 이유로만 성대를 뜯어버렸다. 닥터조차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라, 그 둘은 AGS한테나 다는 언어모듈을 급조해, 마치 인공성대를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둠 브링어의 부관인 나이트앤젤은, 그 모습을 보고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 갈빗대가 여럿 나갈 정도로 가슴을 쳤었다.



사령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힌 이상, 더이상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허나, 아직은 때가 아니였다. 말 그대로, 최적의 타이밍에 일을 시작해야했다.


"알았어. 그리고, 내가 너랑 대화하는걸 부대원들이 알거같긴 한데.. 부대원 이야기 할 건 없어?"


"여어, 사령관! 잘 있었어?"


무전기 너머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를 보아, 워울프의 것이였다.


"워울프,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었어?"


"나는.. 잘 지냈을 거 같애? 빨리 돌아와. 나 지금 사령관이 너무 그립단 말이야.. 다른 부대원들도 전부 사령관이 보고싶다고 난리를 치는데.. 그리고, 무섭기도 해. 지금 사령관이 우리한테 언제 손을 댈지가 너무 두려워."


"미안. 조금만 더 기다려줘. 반드시 그놈이 너희한테 손대기 전엔 갈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무전 너머에선, 잠시 소란이 일었다. 


"워울프?"

곧이어, 조금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워울프의 것이 아니였다.


"..주인님?"


이 목소리는.. 시저스 리제의 것이였다.



12


"젠장."


철남은 들키리란 생각은 했었다. 오르카 호는 방마다 방음이 되긴 했으나,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다. 아마 리제는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워울프의 날 찾는 소릴 들은 것 같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철남님.. 설마,"


로크도, 내 다급한 모습을 눈치챈 것 같았다.


"오르카 호 내의 다른 인원이 알아차린 것 같아. 리제는.. 통제를 할 수 없어. 연기도 잘 할지 못할지도 미지수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엔 무모한 선택이야....레아에게 말하러 갔을수도 있어."


오베로니아 레아. 사실상 페어리 시리즈의 대장이나 다름없는 맏언니였다. 그녀는 입방정이 제법 있는 편이였고, 만약 그녀에게 무전기에 대해 말이 퍼진다면, 호드가 나와 내통했단 사실이 들통나는 건 순식간이였다. 또한, 닥터가 날 찾기 위해 그 무전기의 무전이 향하는 방향을 찾게 된다면.. 위치까지 들켜버린다.


"로크, 당장 짐을 싸서 숨어야만 해. 최대한 빠르게."


"알겠습니다. 목적지는.."


그때, 철남의 머릿속엔 기가 막힌 계획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오르카호의 분열을 더욱 빠르게 앞당길만한 그런 계획이.


"그런 건 출발하고 생각해야겠어. 우선.. 이 무전기 파괴해. 그리고, 당장 짐승의 피를 좀 준비해줘."


철남은 바로 무전기를 로크에게 던져주었고, 로크는 무전기가 아직 공중에 떠있을 때, 전격을 내보내 먹통을 만들어버리곤, 그걸 잡아서 물리적으로 파괴해버렸다.


"됐습니다. 이제, 그 짐승의 피를 왜 구하는지 물어볼 수 있겠습니까?"


"무전을 들은 리제를 어떻게 할 순 없고, 리제 성격상 당장 날 찾으러 나오자 설득할텐데, 무전이 닿는 길이는 생각보다 되게 짧아. 그만큼 오르카 호랑 가까워서 조금만 유심히 찾아보면 바로 들킬수도 있어. 만약 진짜로 들켰을 때를 대비해서 방에 피칠갑같은 걸 좀 해놓으면.. 내가 죽었다 오해하고 자기들끼리 좀 더 물어뜯을 거야."


철남은 급조된 계획이였던 만큼, 말이 조금 횡설수설하게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 자신의 계획을 조금 더 이른 타이밍에 할 수만 있다면, 호드와 호라이즌한테 손대기 전에 끝낼 수만 있다면, 그 무슨 짓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로크도 납득했다는 듯이, 바로 동물 한마리를 잡아와서 방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핏자국이 남게 문대고, 적당히 안 보이는 곳에 묻어두었다.


"이정도면 됐습니다. 이제, 제 등에 타시길 바랍니다. 빠르게 날아갈테니.."


철남의 몸은, 연약한 인간의 몸이 아닌,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몸이였다. 따지고 보면 신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바이오로이드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단 말과 다름없었다. 


키이잉.


로크의 등에 타자, 로크의 엔진은 소리를 내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달궈진 엔진은 곧 불꽃을 내기 시작했고, 로크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준비는 충분히 되셨습니까."


"어. 물론이지. 우선.. 근처 30km 내에서 FAN파가 가장 높은 바닷가로 가자. 그곳엔 철충도 오르카호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할거야."


"대담하시군요. 후후, 역시 영민하신 분. 마침 철충도 동면하지 않는 시기이니.. 출발하겠습니다."



13


"너.. 지금 이게 무슨짓이야?"


워울프는, 난데없이 숙소로 들어와 무전기를 뺏어간 리제를 노려보았다. 칸도, 카멜도, 하이에나도 모두 리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최근엔 움직일 기운조차 없어보였던 그녀였지만, 사령관의 목소리를 듣자, 눈엔 생기가 가득 돌아있었다. 눈물을 참지 못한 리제는, 울면서 주저앉았고, 워울프를 비롯한 모든 인원들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 너 지금 괜찮아?"


워울프는, 리제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리제는 확인하기도 전에 뛰쳐나가서 날아가버렸다.


"어..어? 잠깐만 야!!"


"큰일이군. 당장 잡아야한다.. 사령관?"


무전 너머로는, 잡음만이 들려왔다.


"쯧, 우선 잡아야하는데.. 우선 워울프와 카멜은 페어리 방의 문 앞으로 간다. 그곳으로 향했을 거야. 난 리제를 뒤쫓겠다, 이상!"


"알았어! 가자 카멜!"


"알고있어! 대장, 금방 돌아올게!"



워울프와 카멜은 순식간에 페어리들의 숙소로 쳐들어갔다. 허나, 그곳엔 온몸에 피멍이 들어있는 채로 잠든 레아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뭐야, 여기 리제 안왔어?"


"...제 동생이 뭔갈 저질렀나요..?"


"아..아니에요. 다시 주무십쇼. 그럼 수고하시고.."


워울프는, 리제가 오지도 않았는데 깨운 게 무안했는지, 레아를 다시 눕혀놓고 이불까지 덮어주고 방을 나왔다.


"그럼, 이제 여길 지키고 있으면 될거같네. 이제 보고를.."


워울프는, 패널을 집어들고 담배를 입에 물며 칸에게 리제가 페어리 쪽으로 오지 않았단 걸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칸이 보낸 메시지를 본 워울프는 이내 입에 물고있던 담배조차 떨어트렸다.



리제는, 애초에 스틸라인 부대를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예전 사령관이 무전이 닿는 위치에 살고있다고. 그를 찾아달라 부탁했던 것이였다.


14


"이게.. 지금 사실인가, 시저스 리제?"


불굴의 마리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나도 지쳐있던 상태였었다. 자신이 내쫓은 철남을 다시 그리워한단 사실에 부끄러워 허리조차 똑바로 필 수가 없던 그녀는, 다시금 일어섰다.


"해충.. 내가 너한테 말하는 이유는... 너가 가장 잘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야.. 빨리 찾아야해. 빨리 찾아서 주인님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아아.."


리제는, 마리가 하는 말은 듣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리제가 보인 저 반응을 보자, 사실이라는 직감이 든 마리는, 당장 부대를 편성해, 가장 유력해보이는 곳을 찾을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사령관은 자신들을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섹돌로만 보고있었다. 이제 작전을 사실상 바이오로이드가 내리는 수준이 되자, 부대 전체가 힘을 못 쓰기 시작했고, 로크 혼자서도 정리가 가능한 철충 부대조차 브라우니를 희생시키며 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단순한 수색 정찰은 피해가 없을 게 분명했다.


마리는, 곧이어 레드후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드후드 연대장. 당장 수색할 인원을 편성해라.."


그러나, 더이상 총명했던 레드후드는 없어지고, 직책에 비해 고문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레드후드만이 남았다.


"예..예? 뭘 하라고 하셨습니까?"


"수색 제대를 편성하라고 했어. 똑바로 새겨들어라 쫌!"


"히..히익! 알겠습니다!"



그렇게, 총 8개의 편성이 짜여졌고, 그 인원들을 파견해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보내, 예전 사령관이 남긴 흔적을 찾는데에만 꼬박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다. 모두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반경 5km에서 10km 정도의 넓은 구역을 8개의 분대로 찾는데에 성공한 것만 해도 용했었다. 분명 이전엔 8개는 커녕 20개에서 30개는 편성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오르카 호엔 활동 가능한 부대원들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작전 3일차가 되던 날..



피칠갑이 되어있는, 한 벙커를 찾게 되었다.



정시 지나서 찐막한거 찐찐막으로 쓰고 자러간다

굿밤

다음편